EP.419
비교
연애 리얼리티 쇼.
꾸준하게 수요가 있는 예능 프로그램 형식이다.
〔나는커플 갤러리〕
─남녀 스펙 차이 객관적으로 들고 옴
─남자 입장에서 몰입이 안될 수밖에 없지
─짝은 남녀 서로 평범해서 좋았는데
─이게 요즘 짝임?
.
.
.
시대의 변화와 함께 사라지고 만들어지는 다른 예능들과 다르다.
과거부터 존재했고.
─이게 요즘 짝임?
재밌어 보여서 보기 시작했는데
짝이랑 뭐가 다른 거냐
└아재요
└기본적으로 짝이랑 비슷한데 애정촌에 갇혀 살지 않고 나레이션 대신 패널들이 훈수 둠
└짝이래 씨발 미쵸 ㅋㅋㅋㅋㅋㅋㅋ
└MZ 짝
현재에도 성행하고 있을 뿐이다.
이름만 바꿔가며 꾸준하게 인기를 끈다.
나는커플.
과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짝'의 재림이라 불리며 흥행하고 있지만.
─짝은 남녀 서로 평범해서 좋았는데
내 일 같아서 몰입도 되고
실제로 이어지는 비율도 높고
나는커플은 왜 이렇게 뭔가 현실감이 없냐……
└삐빅! 정상입니다
└이것도 원래는 평범했는데 갈수록 심해져
└원래도 평범하진 않았어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다른 프로그램들보다 커플 성사 비율이 현저히 적긴 함……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새어 나올 만하다.
프로그램 내용이 도저히 현실적이지 못하다.
형평성 때문이다.
대부분의 남자 출연자들은 상위 1%로 분류되는 상류층인데 반해.
─남자 입장에서 몰입이 안될 수밖에 없지
남자 출연자랑 여자 출연자랑
스펙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임
이게 무슨 신데렐라 프로젝트도 아니고 납득할 수준으로는 맞춰야 하는 거 아님?
└그래야 팔리니까 ㅋㅋㅋ
└이 녀석 현실을 깨달아버렸구만
└결정사도 양심이 있어서 안 붙여주는 급임
└파란 약을 먹으세요
여자들은 극히 평범하다.
주위에서 흔하게 보이는 일반인이다.
괴리감이 안 느껴질 수가 없다.
남성 시청자들의 의아함을 자아낸다.
─남녀 스펙 차이 객관적으로 들고 옴
남자: 금융인, 사업가, 법대, 훈남 운동선수, 5급 공무원, 금수저, 검사·의사 등 사자 직업
여자: 삼전경리, 백조, 프리랜서 아나운서/모델, 승무원 준비생, 학생, 쇼핑몰 모델, 배우 지망생, 무용수, 2금융권 은행원, 대기업 회사원
판단은 알아서
└의사가 최약체인 세계관 ㄷㄷ
└여자는 XX조무사만 한 트럭이누 ㅋㅋㅋㅋㅋㅋㅋㅋ
└백조는 뭐냐
글쓴이− 여자 백수
단순히 기분 탓이라고 볼 게 아니다.
곰곰이 따져볼수록 납득하기 힘들다.
출연자 차별.
그렇게 생각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밸런스가 망가져 있다.
─8기 남자들은 어떤 능력자가 나올까?
슬슬 의사도 좆밥 취급 받는 거 같은데
요즘은 오히려 어떤 먼치킨이 나를 놀라게 만들어줄지 두근두근하면서 보고 있음 ㅇㅇ
└재벌 2세 나올 때 되지 않았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300억 CEO도 나왔던데
└한국 능력자들 다 나옴
└이거 최신화에서 갑자기 능력자 배틀물 되면서 꿀잼됨
회가 지날수록 더 심각해진다.
비아냥 대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최신 기수의 출연자 스펙은 얼마나 될까?
반쯤 농담 수준으로 추측이 오가는데.
"나갤도 그렇고, 시청자 게시판도 그렇고 민심이 썩 좋지는 않네요."
"남자들은 무시해도 되잖아?"
PD인 임성현은 신경 쓰지 않는다.
딱히 남성 시청자들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다.
'뭐, 어쩌라고.'
원래 그런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시청자 타깃을 여성으로 잡아뒀다.
공식적으로 발표도 한 것.
그 니즈에 맞춰서 제작을 하는 게 뭐가 문제냐?
"여초 커뮤니티만 관리하면 돼."
"그렇죠."
"여자는 모두가 신데렐라가 되고 싶어하니까."
마치 드라마처럼 말이다.
드라마도 과거에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뤄야 했다.
'역사적으로 따지면 무대 연극의 연장선이지.'
하지만 안 팔린다.
입맛에 안 맞는다.
시청자들이 먹기 좋게 가공하는 작업을 거친다.
그러한 현상.,
리얼리티 예능에도 일어나는 것이 딱히 처음 있는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여자들은 의외로 순수해.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고 있을 걸?"
"산타클로스는 좀……."
"그러니까 모퉁이에서 재벌 2세가 튀어나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제작자 입장에서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최대 고객에게 요구를 들어주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
그것이 설사 피자에 파인애플을 올려 달라는 것이어도 말이다.
"그래도."
"응?"
"모퉁이마다 재벌 2세가 튀어나오면 아무래도 좀 놀라겠죠."
잘 팔리기만 하면 그만.
하지만 파인애플 피자만 계속 나오면 의문을 느낀다.
'음.'
AD의 말은 합당하다.
여성 시청자의 니즈를 위해 밸런스를 무너뜨렸다.
그것이 너무 과했다.
여초 커뮤니티에서도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걸 원하는 주제에 현실성을 따지고 앉아있다니."
"일단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니까요."
평범한 남녀가 미팅하는 프로그램.
평범한 남자 직업의 스탠다드가 의사면 의아할 만하다.
그 격차를 줄이는 것은 간단하다.
남자와 여자 모두 비슷한 사회적 신분으로 맞추는 것이다.
'아니야.'
그런 식으로 시청률이 나왔다면 했다.
정말로 솔직한 속마음은 다르다는 걸 알고 있다.
"남자 수준을 낮출 필요는 없겠지."
"기존대로 하면……."
"여자 수준을 높이면 되지."
"?!"
이상적인 배우자.
여성 시청자들의 진정한 속마음이다.
TV는 그 신데렐라 증후군을 충족시켜준다.
'파인애플 피자가 질린 게 아니라, 더 맛있는 파인애플 피자를 원하고 있을 뿐인 거지.'
프로그램들이 더 자극적으로 변하는 이유다.
계속 해먹다가 도를 넘었을 즈음 방종을 하면 된다.
아직은 충분히 더 해먹을 수 있다.
이 나라의 여성 시청자들이 그것을 원하고 있으니 말이다.
"여성 시청자들의 평균보다 위면 열등감 느껴서 또 난리 날 텐데요."
"미친년들이야."
"대놓고 할 말은 아니네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파인애플 피자를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이려면 요령이 필요하다.
'토치로 구우면 맛있어지는 것처럼.'
물기가 쏙 빠지면서 달콤향긋한 풍미를 풍긴다.
즉, 약간의 변화만 주면 된다.
데일리뉴스− 「1000억대 자산가…'나는커플' 8기, 스펙 화려한 솔로남녀 예고」
나는커플 8기.
스펙 특집으로 꾸민 이유다.
물론 쉽다고 할 일은 아니었다.
'출연진을 구하는 게.'
여자는 널려있다.
인스타도, 전문직도 방송에 나올 몇 명 부르는 건 일도 아니다.
하지만 남자는?
의사가 흔해 빠지게 만들어 놓은 시점에서 그 이상을 찾아내는 건.
"어디 위인전에서 꺼내오기라도 해야 하나 현장 인력들의 고심이 크더라고요……."
"야단 떨기는."
"다행히 해결이 된 것 같습니다."
방송의 생존을 걱정해야 할 수준이다.
그게 쉬웠으면 후원사도 구하기 쉬웠다.
'300억 CEO도 어렵게 모셨었는데.'
그 이상은 현실성을 논할 수준이 아니다.
어디서 만나기도 힘든 인간들이다.
어째서 소년만화들이 파워인플레로 고심하는지.
사무치게 이해가 가던 찰나에.
"전에 말씀드렸던 인스타녀가 손익좌 연결에 성공했습니다."
"오?"
"그리고 다른 지원자들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여자들 스펙도 올려도 문제 없겠는데요?"
방송이 성사가 된다.
반쯤 안되면 말고 수준으로 저질렀던 것이 말이다.
'이슈화는 물론이고 어쩌면…….'
대박도 노릴 수 있을지 모른다.
임성현 PD는 방송의 성공을 확신했지만.
* * *
여성향 프로그램.
의아하게 생각할 것만은 아니다.
'아니, 애니메이션을 보는데.'
현실성을 반영한답시고 여자들에게 까이기만 한다면 빡칠 것이다.
밀당까지 들어가면 더더욱.
여자들도 다르지 않다.
창작물의 세계에서 자신의 이상형을 추구하는 건 자유라고 할 수 있지만.
저는 94년생 25살 진서연이고요. 연주도 하고,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는 프리랜서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연애 리얼리티 쇼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그것도 출연자들의 커플링과 결혼까지 고려한.
"와, 예체능이시구나."
"고상한데."
"바이올린이라니 어렵겠다……."
박수 갈채가 쏟아진다.
여성 출연자의 발랄한 자기소개를 환영해주는 것이다.
'백수시고.'
속으로는 별의별 생각을 한다.
프리랜서 바이올리니스트의 실상을 모르지 않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는다.
방송의 취지를, 스태프들이 원하는 바를 알고 있으니까.
"저는 92년생 27살 송혜림이고요. 현재 오성전자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괜찮다 하는 직업.
올려치기 하고 싶은 자신.
그것을 긍정해주는데 있다.
'방송이라는 게 원래 그래.'
PD가 짜놓은 스토리 라인이 존재한다.
그 안에서 적절한 말이 되어주어야 한다.
너무 튄다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편집이라는 이름의 철퇴를 맞게 된다.
"신이수입니다. 저는 91년생 28살이고요. 어디라고 밝히긴 곤란하지만……, 사업체를 하나 운영하고 있습니다."
남성 출연진이 나온다.
예상했던 대로 상당한, 아니 놀랄 만한 수준의 스펙을 갖추고 있다.
'현실감을 줘야 할 거 아니야.'
저런 남자들도 의외로 눈이 낮다.
아니, 자신이 사귀어 줄 수도 있는 녀석이다.
"실례지만."
"네, 무엇이든 물어봐 주세요."
"어떤 사업하고 있으신 거에요? 규모는 어떻게 되고?"
주도권을 여성이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이 말도 안되는 격차에 현실감이 생긴다.
'백수가 눈도 높네.'
여성 출연자의 질문.
다른 출연자들도 못내 궁금해 하던 것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씨익 웃는다.
"아까 오성전자에서 근무하시던 분 계셨죠."
"네! 저에요!"
"오성전자와 협력 관계를 가지고 있는 벤처기업입니다. 연간 매출은 500억 정도 나오고 있네요."
""오오!""
단순히 스펙 높은 남자를 원하는 게 아니다.
그런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서.
'비현실적인 배우자를 원하는 거지.'
연애 리얼리티 쇼. (리얼리티 없음)
여성 시청자들의 니즈에 맞춰 기획되었다.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창작물에서 이상향을 그리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인어공주를 흑인으로 만든다던가.
클레오파트라를 흑인으로 각색한다거나.
"저는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내조를 잘해주실 만한 여성분과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아……."
"네……."
팬심에서 봐도, 역사적인 관점에서 봐도 얼척이 없다.
그와 동급의 짓이다.
'저렇게 에고 드러내는 배우자는 싫겠지.'
여성 시청자들이 원하는 상황이 아니다.
그것을 부수는 역할을 연기해준다.
동시에 현실을 보여준다.
본인의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스펙의 배우자가.
"매출 500억이면."
"그 정도 기업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코스닥 개잡주 정도 되는군요."
"……네?"
어떤 세계의 사람인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