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415화 (415/450)

EP.415

리딩방 폭파

일련의 상황.

'아오 이 진짜 미친 또라이 새끼.'

소라도 전해 듣는다.

아니, 전해주기 전부터 알고는 있었다.

〔혜리!〕

「정말 범죄에 가담하는 느낌이었다니까?

「소름이 쫙 돋았어」

−범죄 맞지 않아?

「그렇긴 하지」

「(한숨을 쉬는 곰콘.jpg)」

들을 곳이 있으니까.

동아리원 중에 친구가 한두 명이 아니다.

'선배다운 짓이긴 하네.'

리딩방.

역으로 생각하면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장소다.

무슨 종목을 얼마에 살지.

무슨 종목을 얼마에 팔지.

사전에 입을 맞추고 진행한다.

그것을 역이용할 수 있다면.

−그래서 얼마나 벌었어?

「1차로 150억, 2차로 70억」

−와……

「뒤에서 보는데 눈 돌아가는 줄 알았어」

「기대 수익이 막 수십 억씩 왔다 갔다 해!」

차익을 보는 것도 가능하다.

라고 할 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괜히 주가를 올렸다간.'

리딩방 인원들 배만 두둑이 채워주는 꼴이 될 수 있다.

그만한 리스크.

짊어지고도 남는 사람이다.

오히려 심리를 활용해 주가를 움직였다.

「근데 불쌍하더라」

「전세금도 있고, 퇴직금도 있고, 빚 진 사람도 있고……」

−아마 선배는 아무 감정 없겠지

「(유감스러워하는 곰콘.jpg)」

「그렇게 소중한 돈을 리딩방에 맡긴 것도 잘못은 맞지만」

그 피해자.

리딩방에 속한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손실을 봤을 것이다.

'분명 어중간하게 하지 않았겠지.'

전해 들은 주식만 하더라도 보통이 아니다.

차트만 봐도 머리가 혼란하다.

피해자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동시에 그럴 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저번에 부탁한 건 어떻게 됐어?

「리딩방 추천주/경과.ppt」

「동아리 애들이 자세하게 정리해 놨어」

「그리고」

−?

쉽게 돈을 벌려고 했다.

리딩방 주인의 말만 철썩 같이 믿고 전재산을 쏟아부었다.

'선배가 한 짓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지만…….'

늦든 빠르든 돈을 잃었을 것이다.

어쩌면 사채까지 써가며 더 처참하게.

실제로 본 적이 있다.

강원랜드에서 전재산을 날리고 도박촌에 모여 사는 사람들.

돈을 잃었다고 끊는 게 아니다.

돈이 생길 때마다 다시 도박을 하러 간다.

「이번에 돈 잃은 사람들이 많아서 방이 거의 폭파 되다시피 했더라고」

「방 설정상 개인 대화는 걸 수 없었지만……」

주식의 세계라고 다를 리 없다.

아니,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라도 할 수 있다.

'복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테고.'

그 간절한 마음을 이용한다.

이 악순환의 꼬리를 끊지 않는 이상 리딩방은 계속된다.

그것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히 하고 싶을 뿐이다.

─앗쌀라말라이쿰님께서 1,000원 후원!

저격??

"제가 정말 어처구니없는 제보를 받아 가지고……. 도저히 못 본 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뭐길래?

−소라 빡친 거 처음 보네

−흥미진진

−가슴은 맨날 화나있는데

충신지빡이님이 채팅금지 1회가 되었습니다.

리딩방에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사실.

설득이 아닌 통계를 보여드리고 싶다.

'그것을 보면 조금은 생각이 달라지실 수도 있겠지.'

돈을 벌기 위해 리딩방을 하는 것이다.

돈을 잃기만 하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타닥, 탁!

리딩방에 혹한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소라는 준비해온 PPT를 공개한다.

---------------------------------------------+

『유튜버 박왕재 소장님의 추천주 목록』

1. 신양신소재

2. 솔레라에너지

3. 박살바이오

4. 칠성건설

5. 보정산업

6. 오성로보틱스

7. 금오건설

8. 유일석재

박왕재 소장이 추천했던 주식들.

정말로 주가가 올랐는지 내렸는지 체크한다.

−박살바이오 ㅋㅋㅋㅋㅋㅋㅋ

−유일석재 어제 좆됐던데

−하나하나가 주옥 같네

−추천주 수준 ㄷㄷ

−저걸 믿고 산 사람들이 있다니……

−차트 보는데 소름

−^^ㅣ발 나도 물린 거 있네

−고점에 팔면 이득 아님?

한껏 치솟았다가 가파르게 다시 내려온다.

얼핏 고점에 팔면 될 것 같아도.

"보시면 차트에 매수가와 매도가가 찍혀있죠? 이분의 말씀대로 매매를 했다면 종목당 최소 10% 이상 손실을 보았을 거에요."

그렇지가 않다.

어디가 고점이고, 어디가 손절 타이밍인지는 예측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더군다나 이런 개잡주는.'

별 의미 없이 쏘고 별 의미 없이 내려갈 수 있다.

더더욱 틀릴 확률이 높은 것이다.

그 사실이 차트에서 드러난다.

박왕재 소장이 언급했던 매도가는 대부분 엇나갔다.

─박왕재첩자님께서 1,000원 후원!

신양신소재랑 솔레라에너지는 목표가 맞았는데??

"그것이 함정이에요. 확률을 따졌을 때 반복하면 반복할수록 돈을 잃게 되는 구조에요."

−ㄹㅇ 확률이 중요하지

−25%면 연필 굴리는 것보다 못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쩌다 한 번 맞는 걸로 존나게 생색낼 듯

−저런 거 추천하는 놈특) 지는 안 삼

물론 오른 것도 있다.

갑자기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신고가를 돌파하기도 한다.

'단타는 최소 70%는 맞아야 돼.'

문제는 확률.

소라라고 단타를 안 해본 게 아니다.

도저히 돈을 벌기 힘들다고 결론 내렸다.

리스크에 비해 리턴이 적다.

벌 때는 조금 벌고, 잃을 때는 많이 잃는 구조다.

"확률이 이렇게 낮으면 잃을 수밖에 없어요. 실제로 제가 회원분들의 제보를 받았는데……."

단순한 추측이었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리딩방 이용자들에게 제보 받은 것이 있다.

---------------------------------------------+

『유튜버 박왕재 소장님의 피해자들』

1. 한경X 원금 2억/ 손실 1억

2. 신용X 원금 3억/ 손실 2.3억

3. 남덕X 원금 5억/ 손실 3억

4. 전철X 원금 1.5억/ 손실 2억

5. 권현X 원금 2.2억/ 손실 9천

6. 허광X 원금 4.1억/ 손실 3.8억

7. 홍요X 원금 2억/ 손실 3억

8. 풍무X 원금 1.9억/손실 1.5억

혜리가 보내준 자료.

주가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실제 인터뷰 내용도 담겨있다.

"유튜브 말고도 리딩방까지 운영을 하시더라고요. 한 달에 수백만 원 이상을 냈는데 돌아온 수익률은 보시다시피 처참했습니다."

−싹 다 잃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절반 건진 사람이 씹고수 ㄷㄷ

−리딩방 (리딩 못함)

−리딩방 운영하는 건 100% 사기꾼 아님??

박왕재 소장의 리딩방에 있던 사람들의 경험담이다.

소라가 저격을 결심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까득!

같은 유튜버로서 화가 난다.

자신의 영향력으로 시청자들을 도와주기는 커녕 사기에 가까운 행위를 하고 있다.

아니, 사기가 맞다.

어떤 면으로 보아도 투자에 도움을 줄 목적이 아니다.

개인이 사익을 챙길 목적.

─봄펀치님께서 1,000원 후원!

원금이 2억인데 손실이 3억인 사람은 뭐임?

"원금 복구하려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으셨다나 봐요. 그대로 다시 잃으셨고."

피해자들의 피 같은 돈으로 말이다.

혜리의 말대로 전세금도 있고, 퇴직금도 있고, 빚 진 사람도 있다.

'어떻게 보면 선배 덕분에.'

고발자가 나올 수 있었다.

리딩방이 터지다시피 하며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속출했다.

이전까지는 쉽지 않았다.

돈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좋든 싫든 박왕재를 믿어야만 했으니까.

"여기 신용X씨는 저희 방송에도 한 번 출연을 하셨던 분이시거든요. 쉽게 돈을 벌게 해준다는 말에 혹하셨던 것 같아요."

−아 그 똥고집 강하던 아재

−리딩방을 믿다니 대체

−자업자득 아님?

−손익좌 말 들었으면 2천만 꼻고 끝났을 텐데 ㅋㅋ

썩은 동앗줄이었다는 사실.

드디어 인지하고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 대가가 결코 싸진 않겠지만.'

어쩌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을지 모른다.

도박촌 사람들처럼 되기 전에 구출한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만든다.

그럴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유튜버라는 사실이.

『Sora의 경제탐구』 구독자 69.74만명

「박왕재 소장님의 추천주/리딩방 고발합니다」− 조회수 30만회 · 1시간 전

처음으로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 * *

저격.

고발.

신고.

한두 번 당해본 일은 아니다.

타닥, 탁!

그때마다 유야무야 넘겨왔다.

탄탄한 지지층이 그것을 가능케 한다.

시간이 흐르면 퇴색되게 돼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방송을 하면 되는데.

〔VIP 텔레그램방〕

「등급 나눈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지 않나요?」

−아니, 그건…… 내시는 돈이 다르니까 정보에 차등이 두는 것이 당연하다

「각 방마다 매수 추천가가 다르다던데 ㅎ」

「당연하긴 개뿔」

「전형적인 다단계 수법이네요」

「제가 돈을 잃었던 이유가 VVIP, VVVIP방 수익 챙겨주려고 그랬던 거군요~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오네……」

그 정도로 진화될 불길이 아니다.

박왕재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해명을 하고 있다.

'이 계집년이 어디서 그딴 정보를 듣고 와서.'

대형 유튜버에게 저격을 당했다.

주식판에서 70만이라면 손에 꼽힐 만큼 엄청난 수다.

유튜브 댓글란은 아예 막아두었다.

회생불가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VVIP 텔레그램방〕

「박소장님 알고는 있었지만 수법이 참 ㅋㅋ」

「VVVIP방까지 있었어요?」

「VVIP방은 VIP방 2배인데 VVVIP방은 또 얼마려나」

「얼만지 알면 뭣해요 가입 안 할 건데」

「법정에서 봅시다」

리딩방이라도 살려야 한다.

VIP방이 안된다면 VVIP방 이상이라도 민심을 잡으려 했지만.

'바람잡이 새끼들아 살리라고.'

그동안 써온 수법들.

낱낱이 공개가 되었다.

자신이 돈을 잃은 이유를 깨달아버렸다.

마른 갈대밭에 번진 불길처럼 수습이 되지 않는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VVVIP방도 마찬가지였다.

〔VVVIP 텔레그램방〕

「여기 버신 분 있어요?」

「전 간신히 본전 지켰네요. 회원비 빼고……」

「우리는 그래도 손해 본 건 아니지 않나요??」

「여기도 VVVVIP방에게  뜯기고 있는 걸지도 모르죠」

「있을 만하네요 허허」

「캬악~ 퉤! 사기꾼 새끼」

믿음.

리딩방이 유지되는 단 하나의 이유다.

저 사람 말을 따른다면 돈을 벌 수 있다.

그것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남들의 말만 믿고 투자를 한 사람들이었기에.

'…….'

모두가 사기꾼이라고 하는 박왕재를 믿지 않는다.

VVVIP들에게마저 버림 받는다.

그동안 쌓아온 입지를 전부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뿐에 불과하다.

------------------------------------------+

『박왕재님의 총 자산』

5,078,906,973원

+------------------------------------------

그동안의 수익.

따박따박 통장에 꽂혔다.

그 액수만 해도 평생 놀고 먹을 돈이다.

'그래, 시발 니들만 손해지.'

VVVIP방에 올 때까지 수억 원을 갖다 바쳤다.

신자가 아니라면 대우해줄 이유가 없다.

그동안 바친 회비.

세력들이 벌어들인 수익.

전부 자신이 꿀꺽 하면 그만이다.

이번 기회에 은퇴를 한다.

어디 동남아에서 바캉스라도 하면 유유자적한 삶을 누리려고 했는데.

"제 계좌가 동결이 됐다구요……?"

불길은 작은 갈대밭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