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413화 (413/450)

EP.413

리딩방의 비밀

개잡주.

무빙은 마치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

'아주 조금만 움직여도 수백m씩 뻥뻥 가니까.'

대형주는 3%만 움직여도 그날 무슨 호재가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

개잡주는 일상이다.

그것을 매매하는 사람들의 감각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성적인 판단이 전혀 되지 않는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목표가니, 손절가니 있는 이유다.

주가가 올라가도 꿈뻑꿈뻑 두 눈 뜨고 가만히 있는다.

'목표가까지 가고 나서야 팔던가 말던가 고민을 시작하지.'

그렇다면 이야기는 간단하다.

판단할 시간을 안 주면 된다.

이런 기법도 있다.

─VI가 발동되었습니다!

목표가 직전.

3% 내린 시가부터 정확하게 계산한 VI가 발동한다.

'걸리고 나서야 아차 싶지.'

10% 이상 변동이 있을 때 걸린다.

2분 동안 거래가 중지된다.

짧다면 짧은 시간.

컵라면조차 익지 않을 잠깐에 불과하지만.

〔VVVIP 텔레그램방〕

「갑자기 막 떨어지네요」

「아니……」

「지금 던지는 사람 누구?」

「매도하라는 신호도 없었는데 ㅡㅡ」

초당 수백억 씩도 움직이는 주식 시장이다.

하물며 급등해버린 개잡주는.

'영원처럼 길게 느껴지거든.'

엔돌핀 과다 분출로 익어버린 뇌가 되돌아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정신을 차린다.

타닥, 탁!

차릴 수밖에 없게 만든다.

허매수, 허매도를 넣다 뺐다 하며 호가창을 조작한다.

'닫혀있으니까.'

2분 동안 천천히, 아니 급속도로 흘러내리는 주가.

팔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지켜봐야 한다.

사람이 미쳐버린다.

스스로 판단해 투자한 게 아니라면 더더욱 말이다.

---------------------------------------------+

『오성로보틱스』

15,600원 ▼600원 (−3.70%)

[시초가에서 쐈다가 갑자기 뚝 떨어진 그래프.jpg]

+---------------------------------------------

VI가 풀렸을 때는 온데간데없다.

시초가 대비 10% 올랐던 주가가.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손바뀜이 일어난 주식이다.

주포 없이 개인 수급만으로 올라가 있다.

누구도 높은 가격에 사고 싶지 않다.

팔 생각만 그득하다.

그런 상황에서.

─세력님이 주식을 매도했습니다!

─세력님이 주식을 매도했습니다!

─개미님이 주식을 매도했습니다!

공포를 줄 만한 이벤트를 만들었다.

손쉽게 전염되며 너도 나도 팔려고 든다.

녹아버린 것은 주가만이 아니다.

투심도 VI 전과는 180도 다르다.

'눈치게임 스타트.'

믿음.

유일한 매수 근거다.

박왕재 소장님께서 목표가를 불러줬다!

그 근처까지 갔다.

아쉬움 때문에라도 팔지 못하는 것이 사람 심리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살짝 등을 밀어준다.

충분히 내려갔다고 생각한 주가.

그곳에서 한 번 더 굴러 떨어뜨리자.

「혼자 탈출하신 분 있어요?」

「저는 먹고 나왔습니다」

「저두요」

「박왕재 소장님이 팔라고 안 했는데?」

「다시 잡으려고요 ㅎㅎ」

「허 참」

팔았다는 사람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것은 단순한 매도 공시가 아니다.

'우월감이지.'

리딩방.

사실 서로가 알고 있다.

누군가 먼저 팔면 자신은 물리게 된다는 걸.

잠재적인 피해의식이 존재한다.

자신도 모르게 매도 버튼에 손이 올라간다.

─개미님이 주식을 매도했습니다!

─개미님이 주식을 매도했습니다!

─개미님이 주식을 매도했습니다!

빠른 속도로 주가가 폭락한다.

리딩방 인원들이 주식을 팔고 있는 것이다.

'다른 방도 그런 것 같고.'

VIP방.

VVIP방.

VVVIP방.

전부 스파이를 보내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들의 평단과 목표가도 안다.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심리를 흔들 수 있을지.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전부 계산을 하고 들어갔다.

모두가 정신이 나가있을 때 주가를 다시 들어올린다.

'주포는 이게 좋아.'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산다.

그건 개인이니까 가능하다.

○징어게임.

주위 사람들이 정신이 나가버리면 똑같이 공포에 물들게 된다.

「다시 올라가고 있습니다!」

「설마 조정 좀 준다고 손절하신 분 없죠?」

「있을 리가요 ㅋ」

「파신 분들 벌 받은 겁니다」

「지금이라도 빨리 사세요~」

이성적인 판단이 안된다

서로가 싸우고 부추기며 혼란만을 가중시킨다.

'주식을 못하니까 리딩방에 있는 건데.'

그런 사람들이 모여있기까지 하니 먹잇감밖에 안된다.

철저히 이용해준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장대음봉.

간신히 살아나려는 투심을 담뱃불 지지듯이 꺼버린다.

다시 눈치게임이 시작한다.

이번에는 생존찬스가 주어지지 않는다.

* * *

급등주.

〔한국 주식 갤러리〕

─오성 계열사 아닌데 올리는 거부터가 수상했음

─현재 주갤 상황 한 짤 요약

─오성로봇 세력이 씹악질인 게

─오성로보틱스 VI걸려서 상한가 가나 싶더니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다.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볼 거리가 되기 때문인데.

─오성로보틱스 VI 걸려서 상한가 가나 싶더니

[−15% 박은 오성로보틱스.jpg]

화한가 가네

진짜 뭐냐;;

└코인 좆밥이누

└존나 이유 없이 쏴서 뭔가 했는데 또 이유 없이 폭락하더라

└저거 고점에서 판 사람 있을까……?

└물린 새끼 존나 많을 듯 ㅋㅋ

오늘만큼은 조금 다르다.

매일 같이 꾸준하게 상승하던 우량주.

맞나 싶을 만큼 패대기를 쳤다.

그것도 믿기지 않는 과정으로.

─오성로봇 세력이 씹악질인 게

[−15% 박은 오성로보틱스 일봉.jpg]

장초에 장대양봉 쏴서 희망고문 한 다음

VI 걸어서 팔지도 못하게 기술 거는 건 전무후무

└분봉이 쩜하 나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박사는 실존한다 ㄷㄷ

└운전하는 새끼 미친놈인가?

└보다가 소름 돋아서 HTS 껐음 오늘 매매 안 함

국장.

별의별 주식들이 많다.

올라가는 이유도, 내려가는 이유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특히 유별나다.

신 들린 듯한 무빙으로 투자자들이 넋을 잃게 만든다.

─현재 주갤 상황 한 짤 요약

[솜사탕 물에 씻는 너구리 짤.gif]

먹지도 못했는데 녹아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

└본인이 솜사탕 뺏긴 너구리면 개추

└VI 끝나고 나니까 녹아있음 컄ㅋㅋㅋㅋㅋ

└어리둥절잼

└저거 라쿤이잖아아

여러 패러디가 탄생한다.

그렇게 화제가 되는 것은 나쁜 일만은 아니다.

신규 매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그럴 수 있지만.

─오성 계열사 아닌데 올리는 거부터가 수상했음

오성로보틱스<<

오성 붙어서 오성 계열사인 줄 아는 사람 있는데

전혀 상관없는 회사임

은근히 모르더라

└ㄹㅇ??

글쓴이− ㅇㅇ 그냥 코스닥 흔한 개잡주임

└주가 오를 때는 말해도 안 들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르는 놈들만 피 보는 거지 뭐

본래의 가치 이상으로 올라갔다.

오성이라는 이름값과 로봇이라는 테마.

그 두 가지가 꺾였다.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는 것은 당연하다.

─❤ [제1회] 오성로보틱스 졸업식을 시작합니다 ❤

졸업자 : 오성로보틱스 매수자분들

일시 : 2019. 12.20 (목) 12:00

장소 : 한국 주식 갤러리

공연 : 세력

축사 : 세력

진행 : 세력

주의사항 : 행사 후 바로 장례식이 진행될 예정이오니 되도록 어두운 복장을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게 얼마만의 졸업식이냐

└요즘 장이 좋아서 볼 일 없을 줄 알았는데

└세력상조 입갤 ㅋㅋㅋㅋㅋㅋㅋ

└VI로 가둬 두고 팬 놈이 여럿 보냈네

역효과만 일어난다.

공포.

위험한 주식이라는 인식이 전염되며 너도 나도 팔기만 한다.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린다.

제대로 된 반등도 없이 흘러내리고 있다.

---------------------------------------------+

『오성로보틱스』

9,850원 ▼6,350원 (−39.19%)

[대형 역망치 박히고 나락 가고 있는 그래프.jpg]

+---------------------------------------------

주식을 산 사람들.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것을 추천한 박왕재로서는.

'…….'

심히 당황스럽다.

5년 넘게 리딩방을 운영해왔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다.

"아니, 물량을 이렇게 던지면 어떡합니까?!"

<우리가 던진 거면 말을 했지…….>

세력도 말이다.

상도덕이라는 게 있다.

적당히 눈치껏 처분한다.

'그럼 누가?'

끓는 물 속의 개구리로 만들어야 한다.

지가 익는지도 모르고 죽을 때까지 있게 한다.

〔VIP 텔레그램방〕

「3개월만에 3배 된다고 했는데 정말 3개월만에 ⅓토막 됐네요」

「거꾸로 약속 지키셨네요」

「−5천……」

「도대체 리딩을 어케 하는 거죠? 혼자 할 때보다 마이너스가 더 크네」

「약속 못 지킴 환불해줘야 되는 거 아닌가요」

「200만 원 넘는 리딩비를 내구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미쳐 불기 직전!!」

추천하는 족족 실패하고 있다.

리스크를 떠안은 하위 회원들의 불만이 폭발한다.

'VVVIP방까지 난리 났네 씨발.'

VIP방 하나라면 어떻게 컨트롤이 가능하다.

상위 회원들까지 피해를 봐서 문제다.

몇 명 강퇴해서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사태를 어떻게든 넘겨야만 한다.

「박왕재 소장입니다」

「회원분들 많이 당황스러우시죠?」

「방금 전 세력의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린다.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자신이 책임을 회피할.

「세력이요?」

「아이구 세력 이 나쁜놈들」

「소장님 믿고 산 사람들은 어떡해야 하나요」

「이건 좀 말씀이 다르신 것 같은데……」

예상대로 탓을 하는 회원들이 있다.

하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건 어렵지 않다.

「소장님이 노스트라다무스도 아니고 어떻게 100% 척척 맞춥니까?」

「다른 리딩방들은 주가 나락 갈 때까지 모른 척하던데 역시 소장님은 다르시네요 ㅎ」

「덕분에 손실 줄이겠네요. 빨리 다음 종목 주세요!」

믿음.

그 하나로 투자해온 이들이니까.

자신을 믿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이 정도로 믿음 꺾일 신도들이 아니지.'

제 일처럼 나서서 실드를 쳐준다.

그 외에도 빠져나갈 수단을 만들어두었다.

「제가 말씀드린 투자 원칙 지키신 분들은 손실이 크지 않으실 겁니다」

「투자원칙이요?」

「분할 매수, 분할 매도 하라고 하셨던가……」

┌▶신양신소재

│▶솔레라에너지

└신고가 돌파!

「이전에 추천해드린 두 종목 현재 수익권이실 테니 매도하셔서 손실 방어하시면 됩니다~!」

「정말 신고가 뚫었네요!」

「ㅠ 다 팔았는데」

뜬구름 잡는 소리.

어디가 고점이고, 어디가 저점인지는 궁예가 환생한다 해도 알 수가 없다.

'고점에 못 판 건 니 책임이고.'

고점까지 올라간 건 자신의 덕분이다.

무적 논리를 발휘해 상황을 잠재운다.

하지만 일시적인 것이다.

계속해서 손해만 본다면 재발할지도 모른다.

「미처 대처하지 못하신 회원님들 손실이 크시다고 하니 간만에 제가 지휘봉 좀 잡겠습니다」

「지휘봉이요?」

「오 기다렸습니다!」

「이게 얼마만의 지휘에요

「매수, 매도 타이밍 실시간으로 안내해 드릴 테니 말씀 잘 따르시고 수익 많이 내시길 바랍니다^^」

그럴 때마다 먹이는 당근이다.

매수, 매도 타이밍을 직접 지휘해준다.

'효과가 무조건 직빵이야.'

급등주에 매수세가 쏠리면?

장대양봉이 나올 수밖에 없다.

거기서 익절을 못한 니 잘못이다.

여느 때와 같은 쇼를 하려고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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