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12
리딩방의 비밀
선매집.
세력이 주식의 시세를 조종하기 전에 반드시 하는 것이다.
"보정산업 매집 끝났습니다!"
"얼마나?"
"지금까지 모인 게 220만 주 정도 됩니다."
미리 주식을 매수해둔다.
그리고 시세를 팍! 띄운 다음에.
'후발 주자들에게 넘기는 거지.'
정경구는 덤덤한 얼굴로 화면을 바라본다.
그는 AM투자컨설팅의 대표다.
흔히 /세력이라 불리는 것.
하지만 '작전'이라 불리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VVVIP 텔레그램방〕
┌▶매수추천 [#보정산업]
│▶매수추천 [#보정산업]
│▶매수추천 [#보정산업]
└매수 공략가: 4,500원 아래」
「오 떴나요?」
「바로 매수 들어갑니다~」
「가볍게 30%만 먹었으면 좋겠네요 ㅎ」
작전은 보기보다 성공 확률이 낮다.
리스크도 상당히 높게 책정된다.
'CEO와 유착 관계가 있어야 하고.'
갑자기 대주주가 팔아버리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된다.
여러모로 준비 과정이 까다롭다.
그에 비해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은.
〔VVIP 텔레그램방〕
┌▶매수추천 [#보정산업]
│▶매수추천 [#보정산업]
│▶매수추천 [#보정산업]
└매수 공략가: 5,000원 아래」
「지금 딱 5천 원 부근이네요」
「빨리 사야겠네……」
「박왕재 소장님의 픽 믿고 사겠습니다」
좀 더 간단한 행위다
소위 말하는 '테마주'라고 할 수 있다.
'박소장이 일을 잘해주고 있구만.'
이미 핫한 주식.
시장의 관심과 거래량이 폭등한 걸 매집한다.
그리고 리딩방에 푼다.
리딩방 인원들이 사면서 주가가 올라간다.
〔VIP 텔레그램방〕
┌▶매수추천 [#보정산업]
│▶매수추천 [#보정산업]
│▶매수추천 [#보정산업]
└매수 공략가: 5,500원 아래」
「저거 사면 되나요?」
「뭐 하는 회사지」
「뭐 하는 회사인지 중요한가요 주가가 올라가는지가 중요하지」
두당 수천에서 수억 원.
유튜브 구독자들까지 합하면 적지 않은 매수세다.
'덕분에 사팔도 안 하고 주가 띄울 수 있으니 참 좋지.'
주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때 선매집한 물량을 처분하는 것이다.
작전처럼 어마어마한 수익은 아니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벌 수 있다.
─???님이 주식을 매도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그 타이밍은 유튜브 영상을 기준으로 한다.
가장 하위 회원들에게 떠넘기는데.
"매도 폭탄 나왔습니다!"
"대체 누가? 아직 매도 신호도 안 줬잖아."
"그건……, 모르죠. 일단 대응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것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주가가 내려간다.
누군가 물량을 던진 것이다.
'아니, 어떤 새끼가…….'
짐작 가는 것은 많다.
기존 세력일 수도 있고, 기관이나 외인이 끼어든 걸 수도 있다.
매동을 속이는 방법은 쌔고 쌨다.
중요한 건 흐름이 깨졌다는 사실이다.
---------------------------------------------+
『보정산업』
4,850원 ▲770원 (−13.70%)
[잘 가다가 갑자기 고꾸라진 그래프.jpg]
+---------------------------------------------
장대음봉.
실적도 없이 가는 개잡주는 심리가 전부다.
남들이 사면?
자신도 산다.
남들이 팔면?
'일단 손실은 막은 것 같은데…….'
팔 수밖에 없다.
수십 억이나 되는 물량이기에 더더욱이다.
주식의 가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입장이니까.
〔VIP 텔레그램방〕
「보성이 떨어지는 뎁쇼?」
「5천 원 깨졌네요……」
「아니, 이거 암만 봐도 심상치 않은데」
「믿읍시다」
「믿음이 곧 수익입니다!」
자신들이 튈 시간.
버텨주기 위해 있는 것이 바로 리딩방 회원들이다.
뒷수습은 박왕재 소장이 알아서 할 것이다.
하지만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쓰읍……, 한 소리 듣겠네.'
해먹는 것도 상도덕을 지켜야 한다.
너무 손실만 보면 개미들도 꿈틀거린다.
다음 종목.
본심을 다해야 할지 모른다.
높이 쏠 만한 주식으로 골라본다.
"지금 작업하고 있는 거 뭐가 있지?"
"오성로보틱스, 쌍부랄, 우리손푸드, 제이에스피 정도 있습니다만……."
"오성로보틱스로 가자."
미래의 주가.
당연히 알 수 없다.
그게 가능했다면 세력질을 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확률이라는 게 있으니까.'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주가가 높이 오를 만한 재료와 호재거리를 말이다.
---------------------------------------------+
『오성로보틱스』
12,850원 ▲700원 (+5.44%)
[꾸준히 우상향 하고 있는 그래프.jpg]
+---------------------------------------------
그런 의미에서 제격이다.
오성로보틱스는 전부터 눈여겨보고 있던 종목이다.
'오성만 붙으면 사람들이 눈 뒤집어지거든.'
오성, 미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오성에서 밀어주는 자회사!
라면 투자자들도 해피엔딩일 것이다.
"이거 오성이랑 전혀 관련 없는 기업이죠."
"알 바야?"
"알 바는 아니죠. 헤헤."
이름만 오성, 미래인 기업이 국장에는 많다.
같은 섹터만 아니면 규정 위반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산다.
오성이라는 이름값에 안심하고 자신의 전재산을 쏟아붓는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실제로 말이다.
한 번 테마가 형성됐을 때 주가가 더 높이 뻥튀기되는 성향이 있다.
〔VVVIP 텔레그램방〕
┌▶매수추천 [#오성로보틱스]
│▶매수추천 [#오성로보틱스]
│▶매수추천 [#오성로보틱스]
└매수 공략가: 13,200원 아래」
「로봇 관련주!」
「요즘 핫하던디」
「오성 계열사인가 보네요. 믿음직하네」
기술적 분석에 의하면 자리도 좋다.
그런 것까지 감안해서 픽을 하는 것이다.
'잘만 하면 모두 익절하고 나올 수도 있겠는데.'
세력이라고 고점을 알지 않는다.
자신들의 예상보다 훨씬 불이 붙기도 한다.
리딩방.
돈을 잃기만 하는 장소라면 오래도록 회원들을 묶어둘 수 있을 리가 없다.
"오오, 잘 나가네……."
"이거 꽤 힘이 있습니다. 우리가 기름을 제대로 부은 모양입니다."
"이 정도라면 목표가를 채울 수 있을지도."
정말로 확! 쏠 때가 있다.
그런 주식을 예상했다?
큰 소리 떵떵 칠 근거가 생긴다.
오성로보틱스.
그렇게 될 잠재력이 보인다.
정경구의 증권가 경험이 속삭인다.
평범한 매매를 안 해본 게 아니다.
아니, 해봤기 때문에 세력질도 할 수 있다.
'리딩방 바보들 먹여주는 것도 가끔은 보람이 있는 걸?'
자신도 처음부터 이런 인생을 살고 있지는 않았다.
이것밖에 방법이 없었을 뿐.
증권가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지옥이다.
염라대왕이 매일매일 자신을 심문한다.
꿀꺽!
실적을 내지 못하는 순간 잘린다.
필요 없는 인간.
패배자.
그 낙인이 두려웠다.
찍히기 전에 먼저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그게 됐으면 이 일을 하고 있지도 않았겠지만은.'
자신과 같은 인간은 흔하다.
TV든 유튜브든 키면 널리고 널려있다.
증권가 출신의 전문가들.
주식은 안 하고, 추천만 하는 이유는 하나다.
〔VIP 텔레그램방〕
「와 쏩니다!」
「드디어 출발하나요?」
「주가가 쏘도록 다 같이 영차영차 외칩시다」
「영」
「차」
「영」
「차」
그것 말고는 돈을 벌 자신이 없다.
자신은 조금 더 극단적인 방법을 쓰고 있을 뿐이다.
'매번 이렇게 잘 올라가는 게 아니니까.'
그럴 수 없다는 사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실력만으로 돈을 버는 건 불가능하다.
숨 쉬듯이 미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것이 되는 인간이 있다고 한다면 십중팔구도 아니고 100% 미친놈이다.
"리딩방 분위기도 아주 좋습니다. 이대로 좀 더 즐기게 해도 될 것 같은데요?"
"분위기 보고 2차 목표가까지 노리는 것도 좋겠지."
"오……, 그러면 저희 보너스도 생깁니까? 헤헤."
이렇게 세력질을 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으로 벌 수 있다.
리스크를 지지 않는다.
'리스크는 리딩방 회원들에게 떠넘기고.'
쉬운 길.
예상 불가능한 사고가 터지지 않는 이상 손해를 볼 일은 없다.
호구들은 계속 유입이 된다.
자신 대신 손해를 봐줄 사람들이 말이다.
─???님이 주식을 매도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그것이 리딩방을 활용한 세력질.
이번 매매처럼 계속 성공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뭐, 뭐야 이거?"
"매도 폭탄입니다……. 아니, 목표가 직전에 또."
기묘한 상황이 반복된다.
* * *
세력질.
드문 일은 아니다.
'주식이라는 게.'
어느 나라든 다 비슷하다.
미국에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큰코다친다.
시장이 훨씬 넓을 뿐.
돈 냄새를 맡으면 달려드는 하이애나가 훨씬 많을 뿐.
---------------------------------------------+
『오성로보틱스』
16,200원 ▲3,350원 (+20.67%)
[우상향 하다 갑자기 쏘고 있는 그래프.jpg]
+---------------------------------------------
조금만 방심하면 잡아먹힌다.
포지션이 노출되면 살점 하나 안 남는다.
'평단가와 목표가를 공개한 거면 나 잡아먹어 달라 그거지.'
그간의 거래량을 역산하면 대략적인 물량도 추측이 된다.
정확하진 않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국장에서 세력놀이나 하는 덜떨어진 놈들에겐.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어제 20%가 올랐다.
시외에도 거래량이 터지면 반응이 제법 좋았다.
'개미들이 존나게 샀다는 거거든.'
'손바뀜'이 일어나고 있다.
기관은 빠져나가고, 개미들은 들어오는 현상.
오직 심리만으로 움직인다.
그것을 쥐고 흔드는 것이야 말로.
〔한국 주식 갤러리〕
─오성로봇 또 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성로보틱스 2연상 분위기쥬?
─이렇게 돈 벌기가 쉬우면 일은 누가 하냐 ㅡㅡ
─장 존나 좋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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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기라고 할 수 있다.
안 그래도 분위기가 좋았던 주식이 또 쏜다면?
'확신이 생기게 되지.'
어제처럼.
어리석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경험에 기대 사고하기 마련이다.
올라가는 것에 위화감을 하나도 느끼지 못한다.
내려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언제까지 개미처럼 매매할 수는 없다.
전용 매매 장비를 구비해두었다.
프로그램도 코딩 동아리와 협력해 만들고 있다.
그 두 가지가 갖춰지면.
─오성로봇 나이아가라 폭포수 ㄷㄷ
─오성로보틱스 하방 VI ㄷㄷㄷㄷㄷ
─방금 무빙 뭐냐…… 개무섭
─막판 설거지가 참 예술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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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재미난 짓도 가능하다.
공매도로 헷징을 하면서 주가를 올리고.
'VI 걸어서 매수 심리를 완전히 죽여 놓는 거지.'
지옥이라는 게 뭔지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