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411화 (411/450)

EP.411

리딩방의 비밀

리딩방.

전문가가 오를 만한 주식을 콕콕 찝어준다는 꿈만과도 같은 장소다.

〔VIP 텔레그램방〕

「박호구 회원님 VIP방 가입 축하드립니다! 전문과님과 얼른 방비부터 뽑고 그 후 수익 누적해가시기 바랍니다^^」

「어서 오세요!」

「또 새 호구……, 아니 투자자분이 오셨군요 흐흐」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그곳은 실제로 존재한다.

박호구는 유튜버의 소개를 듣고 리딩방에 가입했다.

'아, 드디어……. 여기라면 올라갈 종목을 추천해주겠지?'

그가 처음 주식을 시작한 건 2000년도다.

코스닥이 무려 2900을 찍었을 때.

코스피가 아니다.

코스닥이다.

돈을 1년만 넣어두면 종목에 따라서는 5배, 10배씩 올랐다.

꿀꺽!

주식을 안 하면 바보 소리 들었다.

남들은 돈 쉽게 버는데 넌 왜 우직하게 일하고 있냐?

자신이 뛰어든 시기가 하필 끝물이라는 걸 몰랐다.

이후로도 몇 번이나 된통 당했다.

−증권사에도 상담을 해봤는데……, 매번 손해만 보더라고요

「어휴, 증권사 놈들은 사기죠」

「능력 있는 선생님들이 나와서 리딩방 차리시는 겁니다」

돈을 맡길 때마다 삭제가 된다.

박호구에게 있어 투자란 안 좋은 기억뿐이었다.

'근데 그때는 내가 좀 무지하긴 했어.'

회사 부장.

객장 할아버지.

그렇게 돈 많이 벌었다길래 믿었다.

증권사 PB도 자신 있다고 큰소리 떵떵 쳤다.

돌아온 건 손실 본 계좌였다.

미국에서 은행 하나 파산했다고 호들갑을 떤다.

이해가 안되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우리는 박왕재 선생님만 믿으면 됩니다」

「장 시작 전에 화이팅 한 번 외치고 갑시다」

−화이팅!

「화이팅!」

「화이팅!」

「화이팅 ㅋㅋ」

한동안 주식은 잊고 살았다.

그랬던 박호구가 다시 주식을 시작하게 만든 건.

'이렇게 많은 분들이 대단하신 전문가라고 하는데 별일 있겠어.'

유튜브.

세상 그렇게 편한 것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젊은 애들이나 하는 게 아닌가?

써보니까 생각이 달라진다.

『유튜브 추천 영상』

「박왕재소장. [박살바이오] +20% 급등! 제 예측대로 되었죠?」− 조회수 10만회 · 3일 전

「여행튜브. 일본이 F-35 100대나 샀다며 으름장 놓는데 한국이 웃고 있는 이유」 − 조회수 108만회 · 1개월 전

「학식왕. 한국이 프랑스를 발칵 뒤집어놓은 현상황 / 일본은 아쉬워 하는 듯」 − 조회수 52만회 · 1개월 전

「대깨TV. 보수당 난리 났다! 중진 측근 불법 로비 정황 또 터졌다!」 − 조회수 30만회 · 1년 전

「태극기튜브. 진보당 지지율 폭망! 역대급 뻘짓에 정권 최대 위기!」 − 조회수 50만회 · 1년 전

가만히만 있으면 알아서 추천해준다.

재미있는 영상이 뜨는 것이다.

'박왕재 소장님도 그렇게 만났고.'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시간 떼우기가 된다.

반대로 말하면 그 뿐이다.

영상 속 사람들.

떵떵거리고 사는 것을 보면 상대적 박탈감이 생긴다.

┌▶매수추천 [#칠성건설]

│▶매수추천 [#칠성건설]

│▶매수추천 [#칠성건설]

└매수 공략가: 7,500원 아래」

「바로 출발하네요?」

「지금 빨리 사야겠네요」

「후딱 사이소」

「지금이 타이밍인가요 ㅎ^^;;」

「다들 사셨소?」

그런 와중에 보인 것이다.

돈을 너무나도 쉽게 버는 방법이.

'박살바이오는 내가 좀 늦게 샀는데…….'

물론 아무 생각 없이 뛰어든 건 아니다.

가만히 지켜보았다.

박왕재 소장의 지난 추천주들.

검색을 해보니 정말로 오르더라?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하지만 꼭 목표가에 가는 게 아니다.

그보다 낮은 가격에서 상승이 끝나기도 한다.

'욕심만 안 부리면 돼. 욕심만.'

박살바이오에서는 실수했다.

목표가 13,000원을 철썩 같이 믿고만 있었다.

칠성건설은 목표가를 덜 채우더라도 먹고 나온다.

이 VIP방에서 인생을 바꿀 것이다.

─???님이 주식을 매도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라는 생각.

꿈과 희망.

단 1시간도 가지 않았다.

'어어?'

주가가 내려간다.

사자마자 가파르게 하락 곡선을 그린다.

「머선 일이고」

「폭락하는데요?」

「다시 올라갈 겁니다!」

「저희 다 같이 영차영차 해보죠」

「영」

−차

「영」

「영차고 지랄이고 저희 다 좆된 것 같습니다만……」

익절을 할 기회조차 없었다.

박호구로서는 어이가 없는 일이지만.

'어휴, 큰일 날 뻔했네.'

신용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도 칠성건설을 매수했다.

딱 한 가지가 다르다.

VIP방에서 들은 정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VVIP 텔레그램방〕

「칠성건설 무섭게 떨어지네요 ㄷㄷ」

「저는 지금 평단이라 고민 중……」

「익절 못하신 분 있나요?」

VVIP방에 들어왔다.

VIP방의 인원들 중 오직 소수만이 간택 받는다.

'확실히 돈을 더 낸 보람이 있네.'

열성적인 활동.

믿음을 잃지 않는 투자.

박왕재 소장님을 따른 보람이 있다.

「자자, 회원님들 수익 두둑이 보셨습니까?」

「그러믄요!」

「배 터지게 먹고 있습니다 허허」

「저는 손실 좀 복구했네요」

「입 벌리세요~ 다음 종목 들어갑니다!」

매수 추천이 먼저 올라온다.

실시간으로 상담과 조언까지 해주신다.

'여기까지 오는데 시간도, 돈도 쓰긴 했지만…….'

VIP방에서 잃은 이유가 있었다.

이곳보다 정보의 질도, 속도도 느렸던 것이다.

야속한 마음도 든다.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아니,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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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만님의 계좌』

평가손익│−105,806,973원

평가수익률│−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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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잃은 돈들.

이 순간을 위해서다.

세간에서는 '수업료'라 부른다고 한다.

'잃지 않았으면 VVIP방에도 들어오지 못했겠지.'

지금까지 고생을 한 대가다

앞으로는 돈을 벌 일만 남았다.

반드시 돈방석에 앉는다.

이 VVIP방에서 인생을 바꿀 것이다.

"박소장 안색이 좋아요?"

"장사가……, 아니 투자가 너무 잘돼서 말이죠."

""하하하!""

그러한 회원들의 생각.

모를 수가 없다.

그것이 자신의 수익 비결이니까.

'무지하고 탐욕스러운 인간일수록 자기 자신이 특별하다고 착각하지.'

진짜 상류층들은 안다.

행운이라는 것이 결코 덥석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겨우 객장에서?

겨우 인터넷에서?

귀한 정보가 굴러다닐 리가 없다.

"바보들은 예나 지금이나 많이 있나 보군요."

"어휴, 요즘은 옛날 같지가 않습니다. 틀리면 저도 교주짓 못해요."

그들을 속여 먹는 것은 쉽다.

하지만 뒷감당이 조금 난해해져버린 시대다.

'개미가 목소리도 내고. 세상 참 많이 좋아졌어.'

박왕재는 잘 알고 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리스크.

악소문이 퍼질 수도 있다는 걸.

회원 모집에 지장이 생긴다.

자신들의 사업을 방해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

"하긴 원망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그 점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방을 나눠서 운영하고 있으니까."

매우 곤란한 일.

그에 대한 대처법을 생각해두지 않았을 리가 없다.

유튜브→VIP방→VVIP방→VVVIP방

총 4단계로 분리해두고 있다.

상위의 방일수록 양질의 정보가 더 빠르게 공유된다.

"우리가 먼저 선매집을 한 걸 말이지."

"뭐, 같이 벌면 좋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아니, 5단계.

박왕재는 여러 세력들과 유착 관계를 가지고 있다.

세력 입장에서도 좋다.

자신들 돈으로 주가와 거래량 올리는 것은.

'스마트하지 못하지.'

멍청한 개미들을 이용하는 것만한 게 없다.

자신은 지휘하는 역할이다.

막대한 수익.

안정적으로 벌 수 있는 혁명적인 비즈니스인 것이다.

"그래도 가끔씩은 먹이도 주고 그래야지. 개가 굶주리면 주인을 물어."

"그런 놈들은 유기하면 되죠."

"그러다간……."

"한두 마리 키우는 게 아닙니다."

가끔씩 나오는 분탕종자들.

차단을 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면 된다.

'관리하기가 편해.'

직접 만나는 객장과 달라진 점이다.

유튜브도, 메신저도 차단이 가능하다.

그리고 새 회원은 계속 들어온다.

기존 VVIP 이상 회원들의 성공담을 보고.

"돈을 쉽게 벌고 싶은 바보는 썩어납니다."

"요즘 또 은퇴자들이 많더라고."

"퇴직금 싸들고 와준다는데 저희야 뭐 거절할 이유 있나요."

""하하하!""

이 비즈니스 모델이 유지되는 한 돈을 벌 수밖에 없다.

박왕재 소장의 작은 비밀이었는데.

* * *

주식판에 무당은 존재하지 않는다.

'있다고 한다면 선무당뿐이겠지.'

사람 잡는 놈들.

이상한 개잡주 추천해서 사게 만든다.

국장에 보면 맨날 있다.

듣도 보도 못한 게 몇 배씩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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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살바이오』

5,500원 ▼5,400원 (−49.54%)

[주가가 개박살 나고 있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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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무섭게 내려온다.

고점에서 팔아버린 사람들이 있다는 건.

'고점에서 사주는 바보들도 있다는 거잖아.'

그게 바로 리딩방 이용자들이다.

대충 다단계와 비슷한 시스템이다.

상위 회원들이 선매집을 한다.

하위 회원들의 매수를 부추겨 떠넘긴다.

타닥, 탁!

그 시스템.

다 알고 있는 입장이다.

아니, 사실 별것도 없다.

'사람이 조금만 이성적이면 알 수 있는데.'

애시당초 그런 곳에 발을 들인 사람들은 이성이 없다.

본전 복구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다.

그렇기에 쉽게 조종할 수 있다.

그러한 판을 리딩방 세력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VVVIP 텔레그램방〕

「VVIP방 가입 축하드립니다! 최신 정보를 우선적으로 제공해드리고 있으니 전문가님 상담 내용만 따라오신다면 큰 수익 거두실 수 있을 겁니다^^」

「오! 신입인가」

「이런 방이 있는 건 모르셨죠?」

「여기까지 왔으면 다 한 식구인데 텃세는 부리는 맙시다~」

−안녕하세요 ㅎㅎ

아버님에게 사소한 도움을 드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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