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409화 (409/450)

EP.409

리딩방

소라의 입술.

두툼하면서도 쫄깃탱탱하다.

한 번 시작하니 멈출 수가 없다.

'서양쪽에는 아예 고기 같은 애들도 있는데.'

질겅질겅 씹히는 맛이 예술이다.

특히 남미쪽은 스테이크 같을 지경이다.

쭈웁!

소라는 적절하다.

식감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가진 한우 스테이크다.

'맛도 좋고.'

한국 여자답게 냄새가 없다.

은은한 화장품 냄새와 달달한 침의 맛.

아랫입술을 살짝 베어물자 반응도 좋다.

자연스럽게 혀가 들어온다.

"요즘 젊은 것들은……."

"참 좋구만 기래."

"어이, 김씨! 아가리 닥치고 보기나 혀."

할아버지들 말년에 호강시켜드린다.

소라의 색기는 내가 보증한다.

'힘들게 조교했으니까.'

섹드립만 해도 발작하는 걸 천천히 교미의 세계에 입문시켰다.

이제는 상급자다.

얇은 허리를 꽉 하고 잡는다.

훌륭한 그립감은 물론 컨트롤도 가능하다.

꿀꺽! 꿀꺽!

암컷 버튼.

배꼽 아래에 가해진 압력은 원초적 욕구를 자극한다.

빨고 싶다.

남자의 맛을 아는 입술과 혀는 여느 때처럼 움직인다.

"소, 소라야……."

"요즘 애들이 그럴 수도 있지."

"윤이사, 이런 거 말리면 애들 엇나가."

아버님과 할아버지들 앞에서 말이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소라가 몸을 떼어내려 하지만.

'이런 게 먹방을 하는 이유인가?'

암컷 버튼을 한 번 더 누른다.

숨이 내뱉어지며 혀가 침입하기 더 쉬운 환경이 된다.

쩌억!

따끈한 혀가 맞닿은 채 공기 중에 노출된다.

끈적한 침이 실처럼 이어져 있다.

"이런 사이입니다."

"히끅, 개새끼야."

즐길 건 잘 즐겨 놓고 가슴팍을 두들긴다.

무릎킥으로 허벅지도 퍽퍽 찌른다.

눈물까지 찔끔 흘린다.

피해자 코스프레는 암컷들의 패시브일지도 모른다.

'이런 반응도 신선해서 좋네.'

야플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보통 부모님 앞에서 하지는 않는다.

"잠시……. 저희 가족들간에? 해결을 해야 할 일이 생겨서? 펀드에 대한 설명은 다음에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네, 네……."

아버님께서 휘청거릴 만도 하다.

일을 만들기 싫은 듯 따라오라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어린 줄만 알았던 딸내미가.'

농밀한 암컷의 향기를 흘리는 광경을 보면 오만가지 감정이 다 들 수밖에 없다.

짜릿하다.

"넌 진짜 뇌에 우동사리 들었냐?"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해."

"뭐, 씨발?"

"아버님도 꼴려서 동생 만드실지도 모르잖아."

간만에 회춘을 하실 수도 있다.

부부의 금술이 더 끈끈해지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모녀덮밥 해도 되냐고 물으면 뺨 맞겠지?'

나로서는 수비 범위에 충분히 든다.

아버님이 밤에 힘드시다면 기꺼이 도와드린다.

충격을 받은 정도를 넘어 영혼이 이탈한 듯한 아버님과 함께 간다.

익숙하면서도 익숙지 않은 장소였다.

『어르신 상담소』

증권사 상담창구.

투자를 하고 싶은 고객들이 투자 상품을 소개 받는 곳이다.

'일반적으로는 그런데.'

단어가 하나 더 달려있다.

그 의미에 대해 알고 있는 입장이다.

"어……, 그래. 소라야. 대학 생활은 자유분방하게? 잘 보내고 있는 것……, 같구나. 그런데 아빠에게 못한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소라에 대한 상담부터 진행된다.

살짝 망가지신 것 같기도 하다.

'이성적인 분이네 재미없게시리.'

K−드라마 느낌도 싫어하지 않는다.

파국으로 치닫는 것도 자극이 있다.

"그, 그런 게 아니고요."

"그런 게 아니겠지……. 그치, 우리 사랑하는 소라가 나쁜 길에 빠지지 않았다고 아빠는 믿고 싶은데."

"당연하죠. 아빠!"

밋밋하기 그지없는 가족이다.

가슴은 뒤지게 큰 주제에 새가슴이다.

'좀 더 화끈한 장면을 보여줘야.'

아버님도 퇴근 후에 진심으로 동생을 만들 것이다.

가족애가 더 끈끈해진다.

사소한 부작용.

친가에 돌아가는 것이 눈치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자네는……, 소라의 남자친구인가?"

"그런 셈이죠."

"진지한 만남을 하고 있는 건가?"

"네, 출산을 전제로 진지한 교제 중입니다."

"진짜 애……, 뒤졌냐!!"

꼭 그렇게 만들어두고 싶었다.

정신이 나간 소라가 자포자기로 색욕에 빠져들어.

'다음에 만났을 때는 내가 알던 소라가 아닌 거지.'

그런 느낌의 악역도 짜릿하다.

소라로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아버님. 소라가 너무 꼴려요. 그리고 얘가 너무 밝혀요. 솔직히 애 만들지 않은 것도 많이 참은 겁니다."

"%@#$%^#$!"

타인과 진솔한 대화를 해본 적이 없는 것이다.

툭 터놓고 말할 줄을 모른다.

'애매하게 숨기는 것보단 낫잖아.'

인생을 살아보면 알게 된다.

듣기 좋은 거짓말보다 솔직한 한 마디가 낫다는 걸.

"휴……, 다행이군."

"아빠?"

"딸의 교제에 과도한 참견은 지양하고 싶지만 놀이에 가까운 관계는 아무래도 반대할 수밖에 없거든."

아버님께서도 알고 계셨다.

왜 아는진 모르겠지만.

'어머님께서 가르쳐주신 걸 수도 있고.'

남자의 성욕을 시각화한 야한 육체다.

가만히만 있어도 색기가 줄줄 흐흔다.

분명 DNA를 물려받았을 것이다.

어머님께서도 보통내기가 아니시겠지.

"요즘 비혼족이니 딩크족이니 하는 시대니까."

"뭐……, 그렇더라고요."

"소라가 연애에 관심이 없어서 그렇게 될 줄 알았는데 그 손익좌와 교제하고 싶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겠지."

타고난 재능이다.

클럽에 출근시키면 알아서 잘 남자를 낚아올 텐데 괜한 걱정을 하신다.

'매일 남자가 바뀌는 걸 걱정해야지. 응?'

남자 기분 좋으라고 만들어진 저 몸을 거부할 수 있는 남자는 없다.

그래서 문제였던 것이다.

"아빠 선배 알아요?"

"증권가에 몸 담은 사람으로서 모를 수가 없지. 이야기는 익히 들었어요."

"아, 네."

아버지로서 걱정이 된다.

이 야한 몸에 따먹혀 쭉정이처럼 말라 비틀어질 남자가 말이다.

'외간 남자에게 딸을 빼앗기는 그런 배덕감을 느끼고 싶었던 건데.'

딸 하나 잘 키워서 부잣집에 시집 보내는 만족스러운 심정을 연출한고 싶은 것이 아니다.

"우리 부족한 딸이 트레이더를 꿈꾼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아빠!"

"젊은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둔 투자자라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겠지."

딱히 돈을 의식한 것도 아니었다.

딸의 꿈을 응원하는 좋은 아버지였다.

'이런 제기랄.'

트레이더 출신답게 멘탈이 훌륭하다.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줄 아신다.

"그래도 타인의 눈길이라는 것이 있으니 장소와 상황은 가리면서 해주게나."

"……."

"대답은?"

"실례가 많았습니다."

상식적이기까지 하다.

기껏 만들어둔 배덕감 이벤트를 흐지부지 종료시킨다.

돌파할 방법은 단 하나.

의문의 영상 편지를 보내는 수밖에 없는 건가 싶었는데.

"근데 아빠."

"왜 우리 딸."

"여기서 뭐해요? 아빠 사무실은 어쩌고요?"

소라도 대화 주제를 돌리고 싶었다.

신경 쓰이던 부분이기도 하다.

상담창구.

증권사 신입 직원들이나 맡는 허드렛일라고 할 수 있다.

'뭐, 대충 사정은 알지.'

말이 증권사 직원이지.

사실상 영업직에 가깝다.

성과를 못 내면 바로 잘리는.

"이제는 소라도 애가 아니니 말해도 되겠지."

"어머님에 대해서인가요?"

"어? 아닌데."

증권사 이사가 할 일은 아니다.

통상적으로는 그렇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사도.'

계약직이다.

성과를 못 내면 잘린다.

몇 년 전과는 사정이 달라졌다.

월 스트리트 출신.

그런 귀중한 인재가 한국에 많지 않았지만.

"은퇴자들을 위한 펀드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는데 성과가 영 신통치 않네."

"그래서 객장에 나오신 거군요?"

"그렇다고 할 수 있지."

한국도 연봉이 높아졌다.

국내로 리턴해서 돌아오는 인재가 많다.

'기존 인력은 능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밀려나게 되겠지.'

해외 인력.

맡는 일은 최신 트레이딩 트렌드와 해외 증권사와의 커넥션일 것이다.

그것을 더 이상 할 수 없다.

경쟁력 측면에서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아빠……."

"괜찮아, 괜찮아! 이 아빠 늙지 않았어. 펀드 수익률도 기대 이상이고, 고객들에게 호평도 받고 있으니까."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은 이유.

대략적인 사정은 짐작이 간다.

다행히 잘 진행되고 있다.

단 한 가지를 빼놓고 따진다면 말이다.

"손실도 안 나면서 배당까지 잘 주는 좋은 상품인데……."

"어, 그런 게 있어요?"

"아마 커버드 콜을 활용한 펀드겠지."

"맞아. 액티브로 운영하고 있어."

은퇴자들을 위한 펀드.

안정적이고, 배당 지향의 성격을 띄는 것이 맞다.

생활비가 필요하다.

큰 돈을 버는 것보다는 노후자금이 마르지 않아야 한다.

'근데 여기는 조선이거든.'

한 가지 감안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정작 투자자들은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왜요??"

"객장에서 못 봤어?"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분들이 많으시지 하하……."

한 방!

어떻게든 운 좋게 잘 얻어 걸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니, 손해 본다고 생각한다.

'어지간히 답답하지.'

누구는 5배, 10배 벌었다는데?

자신도 그렇게 벌지 않으면 안되는 줄 아는 것이다.

"투자를 안 하시는 분들은 아예 안 하시고."

"오, 업계 사정을 꽤 자세히 알고 있구나?"

"이 정도는 기본입니다."

50대 이상의 노인들.

남들이 하라는 대로만 하는 정답 사회를 살아왔다.

그렇게 기회 많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재산을 축적하지 못한 사람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의미 있는 노력을 하며 살아온 사람이 많지가 않지.'

소라의 아버님은 녹슬지 않았다.

커버드 콜 펀드는 운용이 결코 쉽지 않다.

패시브면 모를까.

액티브는 옵션을 직접 사고 팔면서 펀드의 가치를 유지해야 한다.

그 수익률이 기대 이상이다.

고객들이 믿고서 돈을 맡겨주시기만 하면 되는데.

"결국 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안 하는 사람들에게 외면 받는 애매한 포지션이 되었다는 거네요."

"그렇게 된 감이 있지. 그래도 가치를 아시는 분들은 꾸준히 들어와 주시고 계시니까."

객장에서 영업을 하시고 계시던 이유일 것이다.

증권사 이사가 직접 설명을 해준다면.

'어르신들이 좋아할 거 아니야.'

하지만 과거와 같지 않다.

객장을 찾는 사람은 20년 전의 1/100도 되지 않는다.

자금력도 말랐다.

진짜 돈 많은 사람들이 객장에 와서 매매를 하고 있을 리가 없다.

"아빠……."

"괜찮다니까 소라야."

"이렇게 고생하고 계신지 몰랐어요."

소라가 감성적이게 될 만하다.

아버지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오늘 동생 만드시겠네.'

부녀간의 찐한 포옹을 나눈다.

NTR을 하러 왔다가 역으로 NTR을 당하고 있다.

"흠흠! 꾸준히 입소문이 나고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을 하지만……."

"하지만요?"

"좀 신경 쓰이는 곳이 있어서."

아버님도 당하고 계신 곳이 있었다.

최근 노인 투자자들에게 핫한 곳은.

'리딩방이겠지.'

한 번 만들어진 문화는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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