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405화 (405/450)

EP.405

투자 상담

투자.

의외로 많은 투자자들이 실수하는 부분이 있다.

'라고 할 때 살 걸.'

주가가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부러워한다.

사실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누야스시스를 사신 이유가 뭐에요?"

"그게……, 좋다고 해서요."

"누가요?"

"염부장님이라고 유명한 전문가님이 그러시던데."

−아 유명한 건 맞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염승사자 ㄷㄷ

−요즘 염유안 평판 좋더라

−좆튜브 보고 샀네

정작 자신이 샀을 때.

높아진 가격에 팔 수가 없어서 문제다.

'남 말 따라서 주식을 사면.'

이득을 볼 수도 있다.

유튜버 말이 맞는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

"결국 본인이 생각해서 산 건 아니죠?"

"네……."

"그래서 불안한 거에요."

"?"

문제는 마인드다.

오르면 흔들리고, 내리면 후회하게 된다.

'아주 갈팡질팡하잖아.'

타인의 생각으로 한 투자.

결국 손실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타악!

차트를 펼쳐본다.

용택씨가 산 이누야스시스라는 주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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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야스시스』

4,850원 ▼1300원 (−21.13%)

[미친 듯이 쐈다가 미친 듯이 내려오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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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상승했다가 내려앉고 있다.

얼핏 밑 구간에서 사면 될 것 같지만.

"만약에 여기서 샀어도 손해 보고 있을 거에요."

"어, 왜요?"

"팔 이유가 없잖아요."

−왜?

−뼈 있는 말이네

−ㄹㅇ 못 팔고 계속 가지고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손해는 안 보지 않나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언제, 어떨 때 팔아야 할지 모른다.

'손실 투자자 비율이 95%라는 것도.'

그 사람들이 바보가 아니다.

처음부터 손실을 봤을 리 없다.

어, 올라가네?

수익을 봤던 기억이 머릿속에 강하게 남는다.

"팔지 못하고 계속 들고 있게 돼요. 수익을 보고 나오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돼요?"

"애초에 계획을 세워둬야죠."

얼마에 사고, 얼마에 팔지.

머릿속에서 가설을 몇 가지 세워두는 것이다.

'그래서 숙련된 투자자일수록.'

즉흥적인 판단을 믿지 않는다.

세워둔 계획에 따라 기계적으로 매매한다.

어차피 인간.

감정에 휘둘리는 생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주식은인내심님께서 1,000원 후원!

주식 고수들은 다 그 말하던데 ㄷㄷ

"미래의 주가는 아무도 몰라요. 고점이 고점이라고 친절하게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본인의 계획에 따라 기계적으로 판단해야 돼요."

−손익좌도 모름?

−너는 알고 있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

−계획적으로 하는 거구나

−인간 시대의 끝이 도래했다

투자자마다 방법은 다르다.

수급을 따지는 사람도 있고, 차트를 읽는 사람도 있고, 가치를 보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하든 결국.'

매매 계획.

확신을 할 수 있다.

주식이 올라가든 떨어지든 불안하지 않다.

"계획대로 안될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그럴 때 손절을 하는 거죠."

"그러다가 오르면……."

"자신의 계획에 없었던 상황이기 때문에 본인의 실력 부족을 탓해야죠."

당연하게도 무조건 맞을 수는 없다.

숱한 경험과 분석으로 확률을 높일 뿐.

'그게 실력이라는 거고.'

라고 할 때 살 걸~.

라고 팔 때 팔 걸~.

의미가 없는 이유다.

실력이 없으면 그때 샀다고 해도 고점에서 팔 수가 없다.

주식을 들고 있기만 해도 불안하다.

─차트연구소님께서 10,000원 후원!

확신하고 들어갔는데도 불안하면 어캄?

"그건 본인의 그릇 문제에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을 넣었을 때 사람은 불안을 느낍니다."

"아, 뭔지 알 것 같아요."

−오

−짐작 가는 게 있나 보네

−시드 갑자기 불리면 개불안함

−주식 생초보가 전재산을 넣었는데 잠이 오겠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릇.

사람마다 감당 가능한 금액이 다르다.

다율이 같은 케이스도 있지만.

'그런 미친년은 흔하지 않지.'

대부분의 투자자들에게 돈은 자신이 피땀 흘려 벌은 소중한 것이다.

절대 잃고 싶지 않다.

계좌에 손실이 찍히면?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낀다

그 액수가 크면 클수록 더더욱이다.

"무슨 금수저는 아니시잖아요?"

"당연하죠. 제 전재산이에요."

"그러니까 잠도 안 오고, 밥도 안 넘어가는 거에요."

"아, 정말요."

아예 정신병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투자를 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사실 너무나도 당연한 건데.'

이 당연한 것.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다.

대한민국은 금융 후진국이다.

김용택씨도 그런 케이스다.

주식이라고는 전혀 상관없는 인생을 살아오다가.

"덕분에 제가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당장 실행에 옮기셔야죠."

"네?"

우연찮게 주식을 하게 됐다.

무작정 시드를 늘렸으니 불안감에 떨었을 것이다.

'저거 시발 돈 복사 치트키 아님? 하고 들어갔는데 기계가 돈 먹은 거지.'

흔한 케이스.

해결법도 간단하다.

본인의 현재 상황에 맞는 매매를 한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그 첫걸음부터 내디딘다.

타인의 말만 믿고 매수해버린 주식을 손절한다.

"아프죠?"

"하아……, 근데 한편으로는 후련하기도 하고 복잡미묘한 기분이네요."

"그 아픔을 기억하시고 앞으로는 500~1000만 정도의 소액으로 신중하게 조금씩만 매매를 해보세요."

−상담했는데 천만 원 날림 ㄷㄷ

−근데 저게 맞아

−ㅇㅇ 주식은 무조건 소액으로 시작해야지

−수업료 비싸게 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갈 만한 주식이었으면.

하다 못해 오성전자나 미래차 같은 대형주였으면.

'배당 받으면서 기다리라고 했을 텐데.'

테마성으로 오른 주식.

전업 투자자들도 버티기 힘들다.

가지고 있으면 생활 패턴이 망가진다.

회사원이면 회사원답게 일에 집중해야 한다.

주식은 천천히 알아가는 것이 좋다.

그렇게 첫 상담을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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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신용만

나이: 55세

직업: 은퇴자

시드: 3억 원

손실: 2천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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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상담도 예정돼있다.

근처 지역에서 비슷한 케이스인 사람을 한 명 뽑았다.

─경남동개미님께서 100,000원 후원!

저희 삼촌 잘 부탁드립니다 ㅠ

"10만 원 감사합니다. 조카분께서 대신 신청을 하셨는데 최대한 성심성의껏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돈 많누

−나이 생각하면 큰 돈까진 아니지

−와 아버님뻘이네

−조카분 착하시다

다른 것은 나이.

중요한 부분이다.

용택씨는 사실 모범생에 가까웠다.

'모든 투자자가 이렇게 잘 알아들어주는 게 아니거든.'

굳이 내가 안 나서도 좋은 말을 해주는 투자자들은 많다.

자신들이 겪어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쳐지지 않는다.

한국의 금융 문화는 전혀 발전하지 않는다.

그 이유에 대해 알고 있다.

* * *

쉰 다섯.

신용만이 인생을 살아온 세월이다.

'내가 작년까지만 해도 말이야.'

대기업에서 부장직을 하고 있었다.

만년 과장, 차장에 머무르던 동기들과는 다르다.

일반 사원들은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한다.

자신이 한 마디 하면 부서가 뒤집어졌다.

"……하여 지금 아버님께서 들고 있는 물량이 너무 많기 때문에 적정한 선까지 줄이시는 편이 날 것 같습니다."

"팔라고?"

"단적으로 말하면 그렇게 되죠."

왕년에 잘 나갔던 자신이다.

최근에 주식이 좀 안된다고는 하지만.

'하……, 이 새끼 자꾸 말을 빙빙 돌리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

스무 살 따위에게 명령 들을 입장이 아니다.

조카가 사정사정하기에 만나주었다.

자존심을 굽히고 들어주고 있으면.

"아니, 그래서."

"네?"

"손절을 하라고 할 거면 더 올라가는 픽을 찝어주던가~ 막말로 그냥 파는 거는 나도 할 수 있지!"

−리딩 해달라잖아 컄ㅋㅋㅋㅋㅋㅋㅋㅋ

−조카가 걱정할 만하네

−나도 제발

−손익좌는 기본에 충실하자는 거 같은데……

전문가답게 올라갈 주식을 딱 알려주길 원했다.

아주 답답한 녀석이다.

"제가 지금 어떤 주식이 오른다고 짚어드려도 아버님이 실력으로 드신 게 아니기 때문에 결국은 다시 잃게 돼있습니다."

"뭐, 자신 없어? 복구 못해?"

"복구는 제가 아니라 아버님이 하셔야죠."

묻는 말에 대답하질 않는다.

손절을 하라는 둥, 시드를 줄이라는 둥.

'어디 눈 똑바로 뜨고 말대꾸를 하고 앉았어.'

자꾸 헛소리만 해댄다.

이곳이 회사였으면 정말 경을 쳤을 것이다.

─국장은사기임님께서 100,000원 후원!

저분은 떠먹여 달라는 거 같은데 ㅋㅋ

"그런 걸 하는 전문가들은 십중팔구 사기에요. 나 빼고."

−나 빼고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코건 맞지

−우리도 좀 알려 달라고!!

−또 또 지만 처먹으려 한다

깐족대기만 한다.

다른 전문가 선생님들처럼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조카 자식이 어디서 망나니 같은 놈을 불러 가지고.'

주식.

자신이 잘 모르는 건 맞다.

그래서 전문가 선생님들 말씀을 들으려는 것이다.

"업황이 좋고, 성장을 할 만한 회사만 가르쳐주면 내가 알아서 다 한다니까?"

"그런 회사의 주식이라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에요 아버님."

"허 참 답답하네."

유튜브에서 보면은 계신다.

말씀하시는 것마다 귀신 같이 잘 맞추시는 분들이.

'얘는 별로 신통하지 못한 놈인가 봐.'

자신이 원하는 말을 해주지 않는다.

전문가라는 놈이 시원하게 짚어주지 못한다.

"아무튼 제가 아버님께 드릴 수 있는 말씀은 현재 직장에서 은퇴를 하셨잖아요?"

"그렇지."

"S&P 500을 추종하는 VOO나 아니면 오성전자 같은 우량주에 시드를 넣어 놓고 배당을 타시는 편이 가장 괜찮은 차선책이 될 것 같습니다."

−갓성전자 ㄷㄷ

−손익좌 지는 우라노스 사놓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버님이 픽을 짚어 달라는 타입이라 저렇게 얘기한 듯

−해석) 못하면 배당이나 받아라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

용만은 손익좌와 소라를 보낸 후에 한숨을 쉰다.

'염유안 선생님 말씀이나 들어야겠어. 어린노무 쉐끼들은 아는 게 없다니까.'

그리고 평소에 보던 유튜브를 찾아본다.

대중은, 사람은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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