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96
재무 마사지
기업 탐방.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우라노스의 IR을 맡고 있는 이나율입니다.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IR 담당자가 인사를 건네온다.
태도부터가 깍듯하다.
'의상도.'
정장 차림.
사내 연애를 왜 하는지 알 것 같은 꼴릿함이 있다.
"네, 연락 드렸던 이찬욱입니다."
"정말 손익좌 본인 맞으세요?"
"그런 예명을 쓰고 있죠.
"저 팬이거든요~."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부자도 투자자이기 이전에 한 명의 사람이다.
'호감을 느낄 거 아니야.'
기업의 IR 담당자.
어떤 사람이 나오는지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 회사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입감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유명하신 분이 저희 회사를 방문해주셔서 영광입니다."
"나율씨 만나려고 왔죠."
"농담으로라도 감사합니다. IR팀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거든요. 손익좌가 저희 회사에 관심을 가져 주시다니……."
30대 초반으로 보인다.
깔끔한 메이크업과 정돈된 헤어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세월은 어쩔 수 없다.
방긋 웃고 있는 얼굴에는 비즈니스의 속내가 숨어있다.
'한 발 뽑으면 잘 싸셨냐고, 조임은 마음에 드셨냐고 물어볼 것 같은 느낌이네.'
남자에게 호감을 잘 딸 것 같은 담당자.
배정해준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쪽 분은……."
"제 좆집입니다."
"아 좆집이시군요. 역시 대단하신 분답게 아름다우신 좆집분을 데리고 오셨네요."
"%^&^$%!"
그에 넘어갈 만큼 굶주리지는 않았다.
훨씬 더 훌륭한 여자를 데리고 있다.
윤기나는 피부.
탱글거리는 가슴.
순산형의 잘 빠진 섹스한 몸매의 소유자다.
'뷰티샵도 다녀와서.'
평소 이상으로 색기를 줄줄 흘린다.
남자 IR이었다면 눈을 떼지 못했을 것이다.
"저희 우라노스의 자랑인 연구실부터 안내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자 IR은 시기를 한다.
본래라면 그래야 했지만 워낙 하늘 위의 존재다 보니 그마저도 없다.
'외모만 가지고 뽑힌 건 아니나 보네.'
바로 업무 이야기로 연결된다.
우라노스.
절대 무시해서는 안되는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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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노스 분기보고서 (2019.09)』
영업이익률: 47.5%
연구개발비: 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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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배가 넘어가는 성장.
기록한 것은 코스닥 개잡주 같은 사기질이 아니다.
"알고 계시겠지만 우라노스의 주력 상품은 바이오시밀러입니다. 람시아의 성공을 바탕으로 도룩시아, 하쥬아, 람시아SC 등의 약품이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으며……."
실제로 성과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한 번의 우연으로 끝나지 않은 건.
'투자를 엄청나게 하니까.'
한국 바이오주 중 가장 연구개발비 비율이 높다.
번 만큼 다시 투자하는 것이다.
성장주의 이상적인 모델.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막대한 자금과 신용이 필요하다.
"자세한 건 연구원분께서 알려주실 겁니다."
"우라노스 연구개발본부 세포공학팀 팀장 박상용입니다."
투자자를 유치하려 한다.
내가 아무리 세간에서 이름이 좀 알려졌다고 해도.
'대기업에서는 이렇게 빨아주진 않아.'
시가 총액 40조대의 대기업.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장에서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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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업종별 PER』
반도체: 8.42
에너지화학: 10.12
바이오: 75.90
철강: 3.61
증권: 3.93
은행: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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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주는 PER이 높다.
바이오주는 그중에서도 특히 더 심각하게 높은 편이다.
'정책 수혜주이기도 해서.'
대통령 케어!
대통령님께서 주요 정책 중 하나로 뚝심 있게 밀고 계시다.
바이오주들도 덩달아 수혜를 보았다.
성장 가능성이 높게 책정된 것이다.
"1년 연구개발비를 어느 정도로 잡으세요?"
"글쎄요. 저는 저희 팀 일만 알아서."
"이 팀을 기준으로요."
"저희 세포공학팀에 할당되는 연구비는 200억이 조금 안됐던 걸로……."
현재 시점에서는 다른 대기업들 보다 영세하다.
둘마트, 꼴데마트와 비교해도.
'시가 총액은 우라노스가 10배 커도, 실제 기업 규모는 더 작은 거지.'
그것이 성장주와 가치주.
시가 총액이 전부가 아니다.
회사의 현금 흐름은 항상 쪼달린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에요?"
"역산."
"?"
"현장에서 얻어가는 것도 있으니까.'
그것을 마사지로 원활하게 만든다.
소라처럼 재무제표로 확인하는 방법도 있지만.
'탐방도 목적은 같아.'
실무 담당자.
순수하기 짝이 없는 연구원들에게 정보를 캐낸다.
하나하나는 의미가 크지 않다.
합친다면, 업계 사정을 알고 있다면.
"사내에서 쓰는 게 800억 가량이면, 총 연구개발비는 2500에서 4000 사이로 추정하면 되겠네."
"왜 몇 배씩 늘어나요?"
"신약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드는 분야는 임상이니까."
유의미한 정보로 가공할 수 있다.
회사의 진짜 재무 상황을 계산한다.
'국내에서 500억쯤 쓰면 해외에서는 그 몇 배를 쓰게 돼있어서.'
신약이 인정 받기 위해서는 임상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인정을 누가 해주냐?
미국과 유럽에서 해준다.
미국과 유럽의 의학자들에게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구조다.
"실제 환자들 상대로 실험도 해야 되고."
"그렇겠죠."
"국내에서는 규제 때문에 실험을 못하거든."
"아."
임상도 외국에서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외국에 돈을 퍼준다는 논란도 존재한다.
'복잡하게 얽혀있으니 삥땅 치기도 좋고.'
바이오주의 재무제표가 어려운 이유.
마음만 먹으면 쏙쏙 숨길 수 있다.
"재무제표상으로는 연구개발지가 1891억 1600만 원이던데……."
"차액만큼 무형자산화를 시킨 거겠지."
"그럼 분식회계 맞잖아요!"
그 암호문을 잘 해석했다.
소라가 제기했던 의혹은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었다.
'숨긴 연구개발비만큼 실제 영업이익률이 줄어든다고 봐야지.'
연비가 좋지 않다.
시장에 알려진 것만큼 성장성이 훌륭한 기업이 아니다.
재무제표를 분석한 보람이 있다.
그것을 찾아낸 것이 기특하기는 하지만.
"어떠셨습니까? 저희 우라노스가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는데……."
"알고 있었던 대로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가진 흥미로운 회사네요. 정부에서도 한국 바이오를 밀어주고 있고, 바이오 산업도 성장 추세니 매크로 환경 또한 웃어준다고 봐야죠."
"그렇습니까?!"
세상 일이라는 게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우라노스가 문제가 있는 회사인 것과 별개로.
'다른 바이오 회사들은 멀쩡하냐고.'
우라노스가 1만큼 하면 다른 곳은 10, 100만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선녀 효과가 있는 것이다.
한국 바이오주.
밥버러지 같은 회사가 너무 많다.
애석하게도 우라노스 정도면 양심적인 K-바이오다.
"저희 회장님께서도 이찬욱씩를 꼭 만나보고 싶다고 하셨거든요. 주식뿐만 아니라 다른 방식의 투자에 대해서도……"
"아, 근데."
"네?"
"우라노스헬스케어 쪽도 둘러보고 싶어서."
물론 타격이 없진 않을 것이다.
주가를 흔들 수 있는 수준의 결정타는 되지 못해서 문제다.
'그 우라노스인데.'
우슬람.
강성주주들이 딱 버티고 서있다.
어설프게 공매도를 쳤다간 역으로 잡아먹힌다.
보다 큰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이 묻혀있는 장소는 대략적으로 짐작이 간다.
"우라노스와 우라노스헬스케어는 별개의 회사입니다."
"재무상으로 그런 걸로 알고 있는데."
"우라노스헬스케어측의 IR 담당자분께 안내를 받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찬욱씨도, 좆집분도 오늘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소라가 재무제표를 하루종일 뒤져보았다.
아무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욕을 뒤지게 먹었으니까.'
우라노스에 문제가 있다고?
가만히 있을 주주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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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광 1일 좋아요 5
감히 우라노스를 건드려?
변호사 선생님들이 고소 들어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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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춘 1일 좋아요 2
아가야 지금이라도 손이 닳도록 빌어……
싹싹 빌면 용서해줄 줄 누가 아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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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연 1일 좋아요 1
가슴 큰 년들이 꼭 멍청하더라
가슴 뒤지게 크니 뒤지게 멍청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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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행동에 나섰다.
소라의 유튜브에 악플을 달고 난리가 났다.
그 정도라면 다행인 일.
법적인 대응까지 검토 중이라고 한다.
"……."
없는 말을 한 것이 아닌데.
속고 있는 주주들을 도와주려고 한 것인데.
오히려 공격을 받고 있다.
고지식한 투자자로서 많은 생각이 들 만하다.
"갈 거야?"
"가야죠."
"만약 아니라면 나는 딱히 해줄 수 있는 게 없는데."
"그래도요."
깨진 대가리를 봉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친놈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이쪽도 미친 짓을 하는 수밖에 없지.'
우라노스헬스케어.
나율씨의 말대로 별개의 법인을 가지 회사다.
다른 대기업 계열사들처럼 자회사 모회사 관계가 아니다.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있다.
분석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법인도 전부 해외에 위치한다.
"그래서 어디라고?"
"모든 현지 법인들의 재무제표를 다 뜯어봤는데……."
"그걸 다 했어?"
"서양권에서는 헝가리와 체코, 아시아에서는 태국이 의심돼요."
해외 판매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의 장벽부터가 보통이 아니지만.
'뭐, 한국대니까.'
관련 전공자들이 있다.
친구들의 도움까지 받아서 불굴의 의지로 해냈다.
수십 개가 넘어가는 해외 법인.
그중에서 의심이 가는 대상을 추려냈다.
"갈 수 있을까요?"
"한두 곳 정도라면 어떻게 이야기를 잘 끼어 맞출 수 있겠지."
"가장 의심 가는 곳은……, 헝가리인 것 같아요."
"헝가리 말이지."
소라의 분석력.
이용 가치가 있을 것인지 두 눈으로 확인하러 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