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391화 (391/450)

EP.391

변기

태양광.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일전에도 확인해보았다.

"그때도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했는데……."

"아주 훤칠하지?"

"산이 아파 보여요."

소라가 탄식을 내뱉을 만도 하다.

아름드리 솟아오른 산이 민둥산이 되었다.

태양광 패널을 대량으로 설치했다.

올려다 보면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진다.

'그냥 흉물로 끝나는 거면 오죽 좋겠냐만은.'

2년 전에는 그러고 넘겼다.

세상 일이라는 게 꼭 합리적으로만 움직이진 않으니까.

"저희 한국전력공사와 장기 계약을 맺고 있는 태양광 발전 산업지입니다."

"진짜 묻고 싶었는데 저런 걸 왜 하는 거에요?"

"저야 뭐 까라는 대로 까는 거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특히 투자자라면 민감하게 받아들일 부분이다.

'한국전력의 주가만 내리는 거면 상관이 적겠지만.'

한국 기업들은 전기를 엄청나게 쓴다.

반도체, 철강, 조선, 2차 전지 다 전기를 쏟아붓는다.

전기 요금이 올라가면?

유가나 원자재값이 올라간 것 이상으로 타격을 받게 된다.

"근데 지금 코스피 오르고 있잖아요?"

"그렇지."

"그럼 왜……."

"아무도 모르니까."

그러한 사실.

지표 보고, 논문 뒤지는 경제학자분들이나 눈치챌 만한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주식 뒤지게 못하는 데는 나름의 변명이 있다는 거지.'

어떻게 보면 그게 맞다.

한국전력이 요금을 올리는 순간 기업들의 실적은 개박살이 난다!

한국신문− 「한전 '최악 적자'도 모자라…출자한 재생 에너지 기업들 '자본잠식'」

팩트뉴스− 「누적부채 20조 한국철도공사, 내년엔 KTX 요금도 오르나」

올리지 않으면?

아무 일 없는 셈 칠 수 있다.

한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공기업들이 처한 상황이다.

"전기요금, 난방요금, 교통비……, 다 올라가면 위험한 거 아니에요?"

"반영하면 코스피 1500을 찍어도 이상하지 않겠지."

"시장은 왜 반응을 안 해요?"

"모른다니까."

서민들이 가장 체감하는 부분이다.

교통비, 난방요금, 전기요금 오르는 순간 지갑이 닫힌다.

'그 정도로 끝나면 다행인데.'

소비가 위축된다.

물건이 안 팔린다.

근본적인 해결책도 없으니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그 공포가 시장에 반영된다면?

코스피, 코스닥이 자이로드롭을 하는 것이 쉽게 연상이 간다.

"일뽕들 말대로 폭락할 수도 있었다는 거 아니에요?"

"시장을 재무제표로만 평가한다면 그렇게 되겠지."

"……."

한국의 공기업들이 모든 원죄를 짊어지고 있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약간 예수 그리스도님 느낌 나네.'

일뽕들이 조선을 조금만 더 잘 알았어도 그런 실수는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문제가 있다는 건 맞죠?"

"그렇지."

"이렇게 가려두는 게……, 말이 되는 거에요?"

"지금은 되지."

진지한 이야기다.

공기업 특성상 사기업보다 비효율적이기는 해도.

'세상 일은 언제나 상대적인 것이라.'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양반이다.

해외 공무원들의 일처리 속도 보면 혈압 터진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존경스러울 지경이다.

우리나라 공기업들도 건전한 편이다.

데일리뉴스− 「'10조 흑자→ 30조 적자' 어이없는 한국전력…탈원전·전기료 동결 여파」

흑자를 내고 있었다.

만성적인 적자로 민영화 수순을 밟는 다른 나라들과는 급이 다르다.

"저기."

"네? 뭐든지 물어보세요!"

"저런 태양광 패널은 발전 단가가 어떻게 나와요? 손해가 나진 않나요?"

에이, 설마 한국전력이!

에이, 설마 한국철도공사가!

수십 년간 쌓아 올려진 신뢰는 쉽게 흔들리진 않는다.

'한국전력이 망한 기업 취급 당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고.'

신의 직장이라는 소리를 듣던 곳이다.

시장이 믿는 것도 그럴 만하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200.83원/1kWh 내외로 형성됩니다. 지원금인 RPS를 제외한 단가는 76.81원/1kWh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차액만큼 세금으로 지원을 한다는 건가요?"

"네, RPS 지원금이 나옵니다."

발전 단가의 2/3.

세금으로 지원하면서까지 신재생 에너지를 밀어붙일지는 몰랐다.

'당연하게도 누군가는 메꿔줘야 하지.'

그것이 바로 한국전력이다

발전 효율도 안 나오는 신재생 에너지를 비싼 값에 사준다.

"저렇게 산림을 파괴하면 보기 흉하지 않아요? 반대가 분명 있을 것 같은데."

"그야 돈이 되니까 그렇지."

"아무리 돈이 된다고 해도!"

"존나 돈이 되니까 그렇지."

거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농민들이 태양광 패널 좀 단다고 천문학적인 손실이 나진 않는다.

'문제는 언제나.'

얌체들.

하고 많은 곳들 중 굳이 멀쩡한 산과 들에 태양광을 깔아 놓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산에 태양광 짓는 진짜 이유

[산 밀고 태양광 지은 사진.jpg]

1. 정부 보조금으로 5년 내에 본전

2. 이후로도 수익 꼬박꼬박 나옴

3. 목적 사업이 완료되면 토지 용도가 변경됨

4. 임야→잡종지로 변하며 땅값이 5~20배 뜀

5. 본전 보장+미래 수익까지 가능한 노다지

└시발 머리 존나 좋네

└사스가 사기공화국 클라스 ㄷㄷ

└임야가 가장 똥값인 땅이라 잡종지로 변경되면 가격 뻥튀기되지

└넘 징그럽더라 자연 다 망가짐

엄청난 수익성이 보장된다.

신재생 에너지 개발 사업으로 보조금이 늘어나며 너도 나도 하게 되었고.

휘이잉~

전국의 산과 들에 탈모가 왔다.

그것을 지원해주는 한국전력의 재정도 순식간에 악화일로를 걸었다.

"니가 시청자들에게 주식을 사라고 한 것은 어떤 세계선에서는 선동에 지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거지."

"아, 아아……."

"결과적으로 잘 풀려서 다행이네."

다른 공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시기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곳이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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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25,350원 ▼38,350원 (−60.20%)

[2016년 고점부터 꾸준하게 내려 박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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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

39,750원 ▼25,750원 (−39.31%)

[2018년 고점부터 꾸준하게 내려 박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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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12,200원 ▼5,150원 (−29.68%)

[2018년 고점부터 꾸준하게 내려 박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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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에도 서서히 반영이 된다.

지수가 오르고 떨어지는 것과 상관없이 꾸준하게 우하향을 하는 이유다.

'기업과 서민들이 받아야 할 피해를 공기업들이 홀로 감수하고 있지.'

변기 뚜껑.

덮어만 놓으면 깔끔하고 청결한 화장실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현재 한국 증시의 상황이다.

"……."

그것을 모르고 투자했던 소라로서는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하지만 주식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공짜 점심은 없다.」−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경제학자라면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할지도 모른다.

주식 시장에서는 꼭 적용되지 않는다.

'특히 최근 시장은.'

정치 논리가 앞서는 경우가 많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도 공통적으로 해당한다.

트럼프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다.

정치인들이 개짓거리를 해도 지지율만 높으면 용서를 받는다.

"이거 사업성 전혀 없는 거 알고 있죠?"

"네, 뭐……."

"세금만 까먹는 짓인데."

"그래도 농민분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어서……, 외지 사람들까지 판 벌려 놓는 것은 저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요."

그 짐은 미래 세대가 짊어지게 되어있다.

공짜 점심은 분명히 없지만, 굶을 사람은 달라질 수 있다.

'세금이 질질 새고 있네.'

현재 대한민국의 실상이다.

경제 회복을 부르짖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다.

끼익−!

직원과 함께 둘러본다.

마지막에는 본인도 현자타임이 왔는지 비판에 동참한다.

"지사장님!"

"엉?"

"현장을 갔다 왔는데요. 제가 보니까 정식 절차를 무시하고 등록된 발전 단지가 너무 많아서……."

한국전력의 손실로 기록이 된다.

직원이라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요소지만.

"아, 됐고."

"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나 밥 먹으러 가야 돼."

"저, 저녁 말씀이시죠……."

"법카 들고 와."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밖에 없다.

Old한 직원들은 자기 밥그릇이 더 중요하다.

'저 철밥통을 깨고 싶겠냐고.'

괜히 일 벌리다가 자기 일거리만 많아진다.

책임을 질지도 모른다

그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소라로서는 의문과 분노를 느낀다.

"일도 없다면서 왜 저러는 거에요? 직원을 하인처럼 부려 먹고."

"너 혹시 군대 가봤냐?"

"가봤겠냐."

인생 편하게만 산 것이다.

살면서 고생이라고는 가슴 들고 다닌 것밖에 없다.

'에휴, 이래서 천룡인들은.'

군대.

한국 남자라면 몸이 불편한 사람들까지 강제로 가야 하는 장소다.

한 가지 특이한 현상이 관찰된다.

병영부조리가 일어나는 곳은.

"군생활이 힘든 쪽일 것 같애, 아니면 힘들지 않은 쪽일 것 같애?"

"그야 힘든 쪽 아닐까요? 힘들면 짜증도 많이 나고."

"에휴."

힘든 곳은 짜증을 낼 힘도 없다.

본인 할 것만 잘하면 건들지 않는다.

힘들지 않은 곳은?

본인들도 군생활 쉽게 했다는 것이 눈치가 보인다.

'그러니까.'

여러가지 부조리.

만들어서 후임 관리를 한다.

공기업도 큰 틀에서 마찬가지다.

"어이가……, 없네요."

"그런 사람도 있는 거지."

"사회에 필요한 사람일까요?"

"누군가는 적폐라 부를지도 모르지."

본인들은 즐길 거 즐기다 가고 싶다.

공공 화장실을 이용할 때도.

'푸짐하게 쌌다가 막히면 뚜껑 덮어놓고 가잖아.'

아직은 그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

증시에서도 애써 조명하지 않는다.

그것이 중요하다.

투자자가 봐야 하는 것은 화장실의 청결과 위생이 아니다.

"그럼 뭘 봐야 하는 거에요……?"

소라도 현자타임이 온 모양이다.

딸도 안 쳤으면서 기운이 쪽 빠졌다.

'수정되면서 가버리기라도 했나.'

가치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그럴 만하다.

경제는 여전히 불안하다.

그럼에도 증시는 오르고 있다.

그것을 애써 이해할 필요가 없다.

"오만한 생각하지 마."

"오만해요?"

"투자자의 일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아니야. 시장이 보는 방향에 베팅하는 것 뿐이지."

한국에서 투자자가 가져야 할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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