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390화 (390/450)

EP.390

변기

한국전력.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공기업인데 이견이 갈리지 않는다.

'주식 시장에서도.'

무려 2위에 위치해있었다.

2016년까지만 해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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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25,350원 ▼38,350원 (−60.20%)

[2016년 고점부터 꾸준하게 내려 박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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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훨씬 이전인 20년 전에는 1위 기업이었다.

한때는 '국민 주식'으로 이름이 높았다.

"전기를 판다는 게 망할 수가 없는 사업이잖아?"

"그렇죠."

"꾸준하게 인플레이션만 반영해도 코카콜라처럼 우상향을 하게 돼있거든요."

"그러게요?"

무조건 올라간다!

배당금을 6%씩 주니 가치투자 관점에서 봐도 매력적이다.

'심지어 성장성이 없는 것도 아니거든.'

자회사 중에 원자력 회사가 있다.

지주사라 100%는 못 먹어도 무시는 못한다.

"너 같은 애들이 딱 사는 거지. 재무적으로도, 성장성으로도 좋은데 왜 안 사냐?"

"우씨."

"아니야?"

"그때 주식 투자 시작했으면……, 샀을지도 몰랐을 것 같아요."

"거봐."

괜히 국민 주식이라 불린 게 아니다.

진짜 사기만 하면 돈을 벌 것 같은데.

'현시창.'

고점에서 −60%를 처맞았다.

최근 상승장에서조차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담당자를 기다릴 겸해서 둘러본다.

웅성웅성!

한국전력공사.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기 위해서는 내부자 정보만큼 좋은 게 없다.

"카페 아니에요?"

"맞아."

"여길 왜 왔어요?"

"여기만큼 진솔한 토론의 장이 없으니까 그렇지."

실제로 쓰이는 방법이다.

알고 싶은 회사 있다!

근처의 밥집이나 카페에 드나든다.

'직원들의 이야기가 들려오니까.'

직원들의 표정, 여유, 씀씀이 등.

통계를 내보면 제법 유의미한 정보를 얻어가게 된다.

"월급 받으면 뭐 살 거야?"

"글쎄……."

"요번에 신상 나왔잖아!"

"일본 말고 갈 데 없나?

"대만 어때?"

"거기 너무 가서 질렸어~."

MZ한 직원들이 앉아있다.

맛있어 보이는 케이크까지 시켜서 호화롭게 먹는다.

'금전적인 여유는 있어 보이지.'

월급이 많다는 건 아니다.

씀씀이라는 것은 기대 심리로 결정이 된다.

앞으로 먹고 살기 어려울 것 같다면?

당장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이다.

"경제학 이론에도 비슷한 게 있는데……."

"비슷한 게 아니라 그대로 적용되는 거야."

"오."

이런 식으로 파악을 한다.

잘되는 회사 근처에 가면 상권도 활기를 띄고 있다.

'그런 것 치고.'

바빠 보이지 않는 눈치.

업무 시간임에도 카페 내부는 상당히 붐빈다.

"아, 진짜 안건 낼 게 없어."

"안전간담회 실시는?"

"진작에 써먹었지."

"그냥 그럴 듯하게 만들면 돼. 어차피 부장들 검수도 안 해."

"보여주기식으로다가~."

"그걸 매일 해야 하니까 골 때리는 거야."

이야기의 내용 또한.

열심히 일을 한다고 보기에는 어폐가 있어 보인다.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업무 내용 같긴 한데……."

"어떻게 해야 업무 시간을 때울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거잖아."

"네?"

소라가 어리둥절해 할 만도 하다.

직장인들의 대화에 익숙하지 않다.

'실제 사회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전혀 모르는 거지.'

공기업.

사기업과는 다르다.

그러한 배경 지식을 깔고 들어가야 한다.

위이잉~

마침 연락이 온다.

만나기로 했던 담당자가 '일'을 마치고 도착한 것이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너무 불가피했던 일이라……."

굉장히 미안해 하는 눈치.

30대 초로 보이는 남성이 땀에 흠뻑 젖어있다.

전력으로 뛰어온 모양이다.

최소한 놀다가 온 게 아니라는 것은 느껴진다.

"밥담당 때문에 늦었다고 하시던데."

"아, 그런 이야기까지 했나요? 원래 담당이었던 후임이 개인 사정으로 오늘 휴가를 쓰는 바람에 제가 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소라는 무슨 이야기인지도 감도 못 잡고 있다.

'밥담당이 대체 뭔지.'

요즘 애새끼들은 모르는 것이다.

무한 경쟁에 치여 사는 MZ세대답다.

"밥담당이 뭔지도 몰라?"

"모르니까 물어보죠."

"나이가 드신 상사분들이 밥을 혼자 드시기 너무 적적하니까 직원 한 명이 같이 먹어주는 거잖아."

"???"

인생을 얼마나 느긋하게 살 수 있는지.

권력을 얼마나 사사로이 휘두를 수 있는지.

'인생 개꿀 빠는 법을 몰라.'

부하 직원을 하인처럼 부린다.

업무추진비로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사먹는다.

"그런 걸 왜 해주는 거에요 대체?"

"삐져서 서류 결재 안 해주거나, 꼬투리 잡아서 반려하니까 그렇지."

"그런 사람들을 왜 고용하는 거에요?"

"넌 정말 철이 없구나."

"$^#$%@$#%!"

공기업에서는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이 정도는 빙산의 일각조차 되지 않는다.

'사기업이었다면 벽과 면담의 시간을 가지게 했겠지만.'

자를 수가 없다.

소위 말하는 철밥통이다.

경직된 노동시장이 가진 폐해다.

"부끄럽게도 그런 사내 문화가 있습니다. 이야기를 좀 진행하는 게……."

안 그래도 줄줄 흘리던 땀.

이번에는 수치심 때문에 더 흘리게 된다.

본인들도 이상한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바꿀 수가 없는 것이다.

'윗대가리 입장에서 바꾸고 싶겠냐고.'

이대로 유지만 하면 얼마나 개꿀인데.

아니, 대놓고 해먹는 라인을 조성한다.

"따라서 저희 한국전력은 앞으로도 현재 수준의 요금을 유지할 계획입니다. 세계적 추세인 신재생 에너지 전환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며……."

그리고 정책.

탈원전은 막대한 금융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

세계 모든 나라가 신경을 쓴다.

한국이라고 무시하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이다.

대충 예상되었던 이야기를 듣고 넘어간다.

끼익−!

다른 지부에서도.

한국전력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은 지부가 많다는 것이다.

"지부요?"

"그래, 전기라는 게 전국에서 쓰는 거니까."

"전국에 사무실이 다 있다는 거죠?"

"그래서 부동산 자산도 상당하지."

"오~."

택시를 타고 도착한다.

보성지사.

보성군을 관리하기 위해 있는 한국전력의 지부다.

'각 지역마다 이렇게 하나씩 있어서.'

다 합치면 천문학적인 가치를 인정 받는다.

PBR이 0.29배밖에 안될 지경이다.

한국 전력이 망하면?

오히려 투자자는 3배 이상의 수익을 돌려받는다.

이론상으로는 그러하다.

거기다 매해 영업이익을 3조씩 벌어 들이는데.

"탐방? 귀찮게시리."

그런 우량기업이 좀비기업이 돼버린 것은 복합적인 문제가 얽히고설킨 결과다.

시큰둥하게 맞이한다.

보성지사장.

분명히 연락을 하고 왔음에도 응대를 하는 것을 대놓고 싫어하는 눈치다.

'당연하게도.'

본사보다 더 개판이다.

직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을 리가 만무하다.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추진되고 있는 걸로 아는데 실제 현장을 답사하고 싶어서요."

"알아서 뭐 하려고 그려쓰까~?"

"아, 제가 투자자라……."

지사장이 업무 내용을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

혹은 말해주기 싫어 보인다.

'간만에 눈칫밥 좀 먹네.'

탐방을 하다 보면 늘상 있는 일.

그래도 공기업이라 억지로라도 하긴 한다.

"민식아!"

"네, 부르셨습니까 지사장님……"

"민식아 일 좀 쪼까 해줘야 쓰겄다."

다른 사람이.

부하 직원에게 짬처리를 하고 뒷짐을 진 채 유유히 떠난다.

기대보다는 좋은 흐름이다.

최소한 안내는 받을 수 있으니까.

"저희 때문에 일이 생기시게 되셔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안 그래도 한가하던 참인데요."

직원의 자차를 타고 간다.

현지 사람이다 보니 길도 잘 알고 있었다.

목적지까지 수월하게 갈 수 있다.

우리로서는 좋은 일이지만.

"한가해요?"

"아, 네……. 헤헤."

"평소에는 어떤 일 하시는데요?"

"업무가 뭐 없는 건 아닌데……, 아무래도 사람이 많다 보니."

"사람이요?"

직원으로서는 귀찮아야 한다.

의외로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그의 설명.

소라가 물어보니 신이 나서 헬렐레 털어놓는다.

"최근에 신규 채용이 엄청 많았거든요. 안 그래도 한가한 편이었는데 사람도 많아져서 할 게 없습니다."

"그래도 하시는 업무가 있을 거 아니에요?"

'네, 해야죠. 저희 말단들은……."

정말로 일이 없다.

그러니까 만들어서 한다.

카페에서 엿들었던 대로.

'없는 일을 만들어서 진행하는 거지.'

그럴 듯한 거.

일하는 척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만들어오는 것은 신입들이다.

그래서 보여주기식이라고 한 것이다.

"어차피 업무의 양은 한정돼있을 거 아니야."

"아무래도 그렇죠."

"상식적으로 그게 말이 돼요?"

"넌 어째서 기업을 상식으로 이해하려 그래?"

고용 상황이 개선된다!

MZ세대 취업이 너무 잘된다!

없는 이야기를 지어낸 것은 아니다.

'다만, 정부가 고용을 늘릴 수 있는 기업은 한정돼있다 보니.'

공기업 취업자만 기형적으로 늘어났다.

노인 고용이라는 말도 있지만 청년 고용도 확실하게 있다.

한국신문− 「정부, 공공기관 27개 늘리고 인력 11만 4298명 늘렸다」

팩트뉴스− 「적자 늪'에 빠진 코레일·한전…직원 3분의 1, 現정부서 채용」

그것이 좋은 현상인지.

관점에 따라서는 달라진다.

청년 복지 정책의 일환일지도 모른다.

"그냥 나쁜 거 맞잖아요!"

"어허! 감히 대통령님의 정책을 비판하는 거야?"

"그런 소리하시면……, 다른 분들이 안 좋아하실 거에요. 그러시면 안돼요."

실제로 말이다.

비유나 비꼬시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주식 시장에서는 호재다.

'변기 뚜껑이라는 건 말이야.'

차를 타고 이동 중이다.

대화를 하는 동안 어느새 도착했다.

녹차가 유명한 보성.

여기저기 펼쳐진 푸른 밭들이 감성을 자극한다.

그와 반대인 곳도 보인다.

이질적이라고밖에 느껴지지 않는 풍경이다.

"이런 곳 말씀하시는 거 맞죠?"

"제대로 와주셨네요."

"요즘 많거든요. 여기 말고도 수십 곳 더 있습니다."

"그러게요. 2년 전보다 더 늘었네."

"네?

친환경 태양광 테마파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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