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386화 (386/450)

EP.386

수확

언론.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한 달만 생산을 중단해도 수조 원대의 피해를 보게 되는데……."

영향이 없을 수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보를 얻는 루트는.

'바로 언론이니까.'

TV, 신문, 인터넷 다 마찬가지다.

언론사에 의해 기사가 올라간다.

아니, 유튜브조차 포함이 된다.

그 유튜브를 찍은 사람들도 보니까.

"그러고 보니 오성전자 주가도 많이 떨어졌더라고요."

"그렇습니다. 너무 많이 떨어졌다 보니 기술적인 반등이 있긴 했지만 반도체 업계가 긴긴 겨울을 보낸 거라는데 중론을 두고 있습니다."

언론에서 떠드는 것을 말이다.

직·간접적으로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한 명의 인간이거든.'

나는 안 믿는데?

나는 안 속는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조차 예외가 아닌 것이다.

주가와 집값.

그렇게 컨트롤한다.

증권사와 건설사들이 언론사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개미투자증권의 손강연 전문가였습니다. 이찬욱 전문가께도 반론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식을 어느 정도 하는 사람들은 한국 뉴스를 거르는 이유다.

무의식 중에 휘말릴 수 있다.

'이렇게 대놓고 애널리스트가 나올 때는 특히 그렇고.'

똥줄이 많이 타는 모양이다.

최근 상승장.

기관은 아예 소외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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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주체별 매수동향』

개인: +10,892억

기관: −27,530억

외국인: −6,951억

연기금: +23,589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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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와 연기금이 쓸어담았다.

폭락장에서 선매도라도 때린 외국인과 달리.

"동의합니다."

"네? 그렇게 쿨하게 인정해버리시면 토론이 안되는데……."

"한국 반도체가 망했기 때문에 반도체가 살아날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기관은 헷지만 걸어 댔다.

상승장이 시작되자 FOMO가 오지게 왔을 것이다.

'뒤늦게 사태 파악했겠지.'

주식을 쓸어담아야 한다.

어떻게?

개미를 터는 것만큼 간단하고 쉬운 방법이 없다.

−개소리 ON

−망해서 살아난대 좀비인가ㅋㅋㅋㅋㅋㅋㅋㅋ

−전문가 맞음?

−MC 당황

−저분 원래 저럼 ㅋㅋ

−손익좌 또 무슨 소리하려고

−신기한 게 결국 맞는다는 거……

−혹시 D램 가격 말하려는 건가?

그것을 모르는 미개한, 아니 선량한 시민들은 당황할 수 있다.

개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하하……,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매번 그렇지만."

"반도체 재고 때문입니다."

"재고요?"

"네, 한 마디로 말해서 반도체는 공장에서 만드는 석유거든요."

"?!"

그 개소리하는 사람이 돈을 벌 수 있는 게 주식 시장이다.

애널리스트의 말은 분명 틀린 게 아니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냐에 달린 거지.'

반도체 실적이 안 좋다.

생산을 더 못할 것 같다.

그러니까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흔히 반도체라고 하면 첨단기기를 떠올린다.

실상은 전혀 다르다.

그 첨단기기에 들어가는 재료다.

일종의 원자재를 만든다고 봐야 한다.

"석유 생산이 줄면, 석유 가격이 오를 거 아니에요?"

"아마……, 그렇겠죠?"

"반도체 생산이 줄면 반도체 가격도 오르게 돼있습니다."

−오 씨발 설득됨

−뭔 설득됨이야 진짠데 ㅋㅋㅋㅋㅋㅋㅋ

−역설적으로 좋다는 거네

−생산이 줄어드는 게 왜 좋아??

다른 원자재들처럼 선물도 존재한다.

미래의 가격을 예측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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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가격 추이』

[계속 하락하다가 7월부터 저점 다지고 있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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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회사의 주가를 움직이는 가장 큰 요인이다.

그것이 반등하려 한다.

"원래는 반도체 한파가 더 오래갈 거라는 전망이 있었는데 이번 제재로 반등 시기가 더 빨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런 나비 효과가 있었군요?"

"잠깐만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닙니다!"

한일무역분쟁이 터진 7월.

D램 가격이 하락을 멈춘 시기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럴 수밖에 없지.'

한국의 D램 점유율이 75%에 달한다.

고성능 칩으로 한정하면 더욱 높아진다.

한국이 생산을 멈추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생산을 멈춘 것 이상의 파급 효과가 일어난다.

"자꾸 생산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거라는 전제로 말씀하시는데……, 이대로 일본이 핵심 소재를 끊어버리기라도 하면 반도체 파이 다 뺏기게 되는 겁니다!"

애널리스트의 말도 일리가 있다.

그래서 증시가 흔들렸던 것이기도 하다.

'정말로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했으면.'

외국인이 누구보다 더 팔았을 것이다.

오성전자의 지분을 50%나 들고 있으니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

어떻게든 해결될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타악!

알기 쉽게 자료 화면으로 보여준다.

아니, 입감이 가도록 만든다.

"이게 뭐죠?"

"아베의 굴욕짤입니다."

"그걸 왜 여기서……."

""하하하!""

애널리스트가 당황할 만하다.

방청석에서는 웃음보따리가 터져 나온다.

한국신문− 「아베의 '극진한 트럼프 모시기'…결과는 “글쎄”」

팩트뉴스− 「아베 '美옥수수 275만t 수입' 약속에 日업계 "살 생각 없는데…」

반일 감정.

조금씩은 있다.

나이가 드신 분들은 더더욱이다.

'한일 관계와는 별개로 뉴스거리가 되지.'

아베가 트럼프에 호구 잡혔다는 것이 한국에서 종종 화제가 된다.

그것만큼.

"IT가 중심이 되는 미국 산업은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면 타격을 받습니다. 트럼프가 아베 담당일찐으로 있는 이상 사태가 여기서 더 악화되기는 힘듭니다."

"……."

미일의 외교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없다.

미국에 거스르지 않는다.

−담당일찐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득력이 있어……!!

−K-전문가 ㄷㄷ

−애널리스트 당황한 거봐

−한 방에 이해됨

−지금 저점이다 그 말이죠?

−오성전자 가즈아!

−자 이제 누가 전문가지?

정치적인 논리.

주가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것을 위트 있게 풀어냈을 뿐이다.

'아무래도 필요하거든.'

입맛에 맞추는 것도 말이다.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대중의 선호에 달렸다.

"수고하셨습니다."

"네, PD님도요."

"시청자 반응이 너무 좋아요~ 앞으로도 이렇게 쉽게 말씀해주시면……."

방송사도 좋아한다.

아무래도 이러한 발언이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는 시국이다.

'그것까지 계산해서 말을 한 거지.'

대중이 받아들이고, 방송사가 밀어준다.

나의 발언이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

원하는 대로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

고작 그 정도만 믿고 있을 리가 없지만.

* * *

기관.

한국 시장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매수 주체다.

'그중 연기금이.'

포지션을 상방으로 정했다.

이원영 과장은 회의에서의 내용을 되새긴다.

시장을 조종하기 쉬운 상황이다.

상부의 명령대로 움직일 만하다.

<…….>

약간의 트러블은 있다.

불안 심리를 조장하기 위해 나간 애널리스트가.

'탈탈 털리고 있네.'

손익좌의 기묘한 논리에 대중들이 현혹된다.

분명히 틀린 말은 아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시장을 장기적으로 본다면 말이다.

하지만 단기적인 시각은 무조건.

'심리거든.'

그것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 기관 트레이더가 가진 장점이다.

〔한국 주식 갤러리〕

─돔 황 챠!!

─나라시마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콜보지호로애미사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입던 팬티까지 팔아서 숏에 몰빵쳤다

지수가 내려가면?

악재가 있다고 받아들이다.

아니,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다.

'선반영 됐다고 생각하겠지.'

주식을 많이 한 사람도, 적게 한 사람도 전부 영향을 받는다.

심리가 흔들리게 된다.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가 없다.

그것을 의도적으로 조장하기 위해.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공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트레이딩팀이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흔들어 놓은 시장 내에서.

'주식운용팀에서 알아서 잘 현물을 담겠지.'

하루이틀은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며칠이고 흔들면 결국 나가 떨어진다.

심리에 좌우되는 것이다.

주식이 올라갈 때 아주 간단하게 털리고 만다.

─본전만 주면 열심히 땀 흘려 돈번다 개추

다시는 주식 안 한다 컄ㅋㅋㅋㅋㅋㅋㅋ

└원화 채굴 큐ㅠㅠㅠㅠㅠ

└안 팔고 버티다 지옥 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주식 환불 없어요?

└다음 생엔 세력으로 태어난다 ㅅㅂ

미국이나 기타 선진국 시장에서는 일어날 수 없다.

하지만 이곳은 한국이다.

'개미를 잘 털어야 시장이 안정되기도 하고.'

기관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약이 바짝 올라 추매하는 개미들은 털어먹기 좋다.

이대로만 간다면 훌륭하다.

애국 테마주로 잃었던 분을 만회하고도 남을 것이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손익좌에게도 돌려줄 수 있다.

지금 자신이 만지는 것은 파생시장이니까.

'콜옵션 가치를 휴지 조각으로 만들면.'

불안해서라도 포지션을 잠근다.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봤자 개인은 개인.

정보력이 부족하다.

2분기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내부 협력자……, 아니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적 전망이 어둡습니다.》

그 세부 내용을 알고 있다.

외부 관계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이번만큼은 니가 졌어.'

전망은 맞다.

솔직하게 동의한다.

하지만 규모의 차이.

슈퍼개미도 결국 개미에 불과하다.

자신이 시장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해주려고 했는데.

따르릉♪

갑작스레 전화가 울려온다.

IB도 아닌 자신을 왜 귀찮게구나 툴툴거리며 전화를 받았더니.

<좆됐어. 포지션 싹 다 정리해. 지금 당장!>

"네?? 설명이라도 좀 하시고……."

<기업 실적 보고 들어왔단 말이야. 외부에 공표되기 전에 빨리 팔아!>

믿기지 않는 소식이 강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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