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384화 (384/450)

EP.384

연기금 펀치

국민연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폰지사기 업체다.

"연기금이 뭐 하는 곳인지 모른다고? 너 호로빨갱이 투기꾼이야?"

"아니, 연금 주는 곳인 건 아는데……."

국가 공인이라서 전국민을 상대로 운영하고 있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기관으로서는 별개일 수 있지.'

연금 받을 시기가 아니다.

일반인은 '연기금'이 하는 일을 모를 만하다.

하지만 투자자라면 알아야 한다.

국내 주식 시장의 큰손 중 하나니까.

"한 마디로 말해서."

"뭔데요?"

"약 빨고 매매하는 곳이지."

"……."

코스피 지수의 10%를 차지한다.

연기금의 움직임으로 주가가 출렁인다.

그것을 예측할 수 있다면?

주식 매매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연기금 이 새끼들 약 빨고 주식하나??

[○○바이오 투자자 동향.jpg]

외국인이 매도 폭탄 던지는데

연기금 혼자 다 받고 있네

└연금 살살 녹는다 컄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거 어떻게 다시 팔려고 그러지……

└국민연금이 대주주 되겠네

└약 빤 거 맞음. 제정신으로는 매수 못함

실제 투자자들 사이에서 핫한 화두다.

얘네가 얼마나 약을 빨았는지.

약빨이 얼마나 오래 도는지.

"그것을 잘 계산해서 매매 방향을 세우는 거지."

"뭔 개소리야 진짜 씨발!!"

"알려줘도 지랄이네."

약을 빨면 두려움이 사라진다.

아무리 큰 손실을 봐도 알빠노 하는 것이다.

'주식이 장난인 줄 알아.'

정말 진지한 이야기를 하질 못하겠다.

아무래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청사에 들어간다.

지인에게 초대를 받았다고 하니 간단히 통과시켜준다.

"평범한 공공기관이잖아요. 무슨 약을 빨아요."

"좀 빨 수도 있지."

"우리가 나중에 받을 연금 운용하는 곳이거든요?"

내부.

확실히 그럴 듯하다.

시골에는 어울리지 않는 참 좋은 건물이다.

'왜 이런데 있는지는 몰라도.'

우습게 볼 곳이 아닌 건 맞다.

대한민국에는 흔치 않은 유능한 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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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수익률』

2014년: +5.25%

2015년: +4.57%

2016년: +4.75%

2017년: +7.26%

2018년: −0.92%

+---------------------------------------------

매년 꾸준하게 수익을 내왔다.

그 자체는 놀라운 정도까진 아니지만.

'리스크 관리 능력은 인정할 만하지.'

2008년.

전세계가 공포에 떨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조차 방어해냈다.

−0.18%라는 기적적인 선방을 한 것이다.

글로벌적으로 따져봐도 이례적인 수준이다.

"워렌 버핏도 32%를 날렸던 해지."

"그때 지수 내려간 거 보면 그럴 만하긴 한 것 같아요."

"다른 국부펀드들도 −10~20%는 기본에 반토막까지도 났고."

"맞아요! 얼마나 중요한 기관인데……."

수익률이 높지는 않다.

하지만 돈을 지키는 능력과, 굴린 곳이 국장이라는 걸 감안하면.

'박스피에, 환율 변동도 심해서 쉽지 않거든.'

개미 등만 처먹는 국내 증권사들에 비하면 선녀다.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곳이다.

끼익−!

그것도 과거의 일.

2017년 이후 달라지고 있다.

지인의 사무실 앞에 도착한다.

문을 열자마자 자욱한 연기가 흘러나온다.

소라가 버릇 없게 기침을 내뱉는다.

"콜록콜록! 이게 뭐에요?"

"뭐긴 뭐야 마리화나지."

"네?"

"봐봐 약 빨고 있잖아. 너의 편협한 시각으로 타인을 함부로 재단하면 안되는 거야."

"……."

담배와는 다른 이질적인 냄새다.

비유를 하자면 쑥을 태운 향에 가깝다.

대마초가 가진 특징.

오늘도 약 빨면서 매매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진짜 마약을 한다고요?"

"마약이라고 하지 마. 도핑이라고 해줘."

"마약이나 도핑이나!"

그러한 트레이더들의 고충을 모르고 있다.

소라가 옆에서 떽떽거린다.

아직도 투자자가 되지 못했다.

한 명의 투자자라면 약 정도는 해봐야 한다.

"스포츠에서 도핑은 불법이지만 주식에서는 합법적인 플레이거든."

"평범하게 불법인데요."

수백, 수천 억원.

천문학적인 금액을 굴리는 것은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얼마나 시장에서 이기고 싶으면 약까지 빨겠어.'

일개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투자자들은 여러 방식으로 중압감에서 탈피한다.

「이 바닥에서 버티려면 마약과 창녀는 필수야.」−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中

그중 하나가 마약이다.

대마초 정도면 애새끼나 다름없는 수준으로 순진한 짓이다.

"크으~ 쥐긴다."

"몰라 시발 그냥 사!"

"어차피 내 돈도 아닌뒈~."

이렇게 매매에도 도움이 된다.

국민연금 운용역들이 수익을 내는 비결이다.

"이렇게 약을 빨면서 매매를 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소중한 연금을 지켜나갈 수 있는 거야."

"하아……."

"너도 이런 트레이더가 돼라."

"씨발놈아."

가끔은 진지한 이야기도 필요할 때가 있다.

소라도 조금쯤은 깨달았을 것이다.

'긴장감이 워낙 심해서.'

별의별 트레이더들이 다 있다.

야동 틀어 놓고 매매하거나, 딸 치면서 매매하거나.

일반인의 관점에서 볼 일이 아니다.

이 정도의 일탈은 봐줄 만하다.

"이러다 걸리면 어떡해요?"

"몰?루."

"뭐에요. 그 씹덕 같은 말투는."

사회적인 관점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아무래도 대마초라는 것이.

한국신문− 「약 빨고 투자했다! 국민연금 직원 4명 마약 혐의 적발」

한국에서는 불법이다.

차후 걸려버리고 뉴스에 대문짝만하게 실린다.

'거 대마 좀 필 수 있지. 필로폰이나 헤로인도 아니고.'

해외에서는 야채로도 먹고, 차로도 마신다.

마약이라고 치기도 애매하다.

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합법화한 국가가 많은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어 차눅아!"

"너무 핀 거 아니에요? 입 돌아갔는데."

"그런과?"

국민연금이 피는 이유도 있다.

알고 지내는 운용역들과 인사를 나눈다.

피곤에 쪄들었다.

얼마나 힘든 매매를 하고 있는지 표정에서부터 나타난다.

'그럴 만하지.'

최근의 시장.

이렇게 개판일 수가 없다.

대통령님께서 직접 운전을 하신다.

그런데 주가는 올리라고 아우성이다.

까라면 까야 하는 연기금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매수하고.

"당연히 사기 싫지~ 니 같으면 사겠냐?"

"받아도 더 밑에서 받지."

"내 말이!"

그것으로 또 수익까지 내야 한다.

어지간한 직장인의 10배 이상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면 대우라도 좋아야 하는데.'

전주.

굉장히 훌륭한 도시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비빔밥도 맛있다.

하지만 증권맨이 살기에는 적합한 장소가 아니다.

불만이 생기게 된다.

"룸빵이라도 가야 스트레스가 해소가 되는데 내가 여기서 다방 가야 되냐?"

"다방 이 지랄."

"나도 농담이면 좋겠다 컄!"

미스 김이 달래주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

운용본부에서 줄퇴사가 나오는 건.

'예정된 상황이라는 거지.'

2017년.

전주로 위치를 옮겼다.

이후로 쭉 인재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

"너는 팔자 좋나 보네. 에이스 언니가 출장도 와주시고."

"존나 비싼 년이에요."

"지랄 마라."

이미 100명 가까이 퇴사했다.

능력 있는 인재들이 연기금을 계속 빠져나가는 추세다.

'그래도 남아있는 사람들은 없지는 않지.'

지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차연욱씨도 그중 한 명이다.

사표를 항상 만지작거리지만.

"퇴사를 한다고요?"

"그래."

"나도 빨리 그만두고 싶다~."

"왜요? 전주가 마음에 안 들어서요?"

소라로서는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이 된다.

"왜? 내 마음대로 하면 안돼?"

"그런 건 아니고……, 인력이 빠져나가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당연히 생기지 컄."

그것이 맞다.

워낙 보수적으로 운용하다 보니 당장은 티가 안 난다고 해도.

'무슨 테세우스의 배가 아니니까.'

다른 인력을 고용하면 되지 않나?

그것이 될 수가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나도 애국심이야 있지. 일반 증권사보다 편한 구석도 있고."

"네……."

"근데 그것도 어지간할 때지. 엘리트들은 나가고, 신입들은 똘빡들만 들어오는데 일할 맛이 나겠냐고."

차연욱씨의 말대로다.

기존 인력은 빠져나가고, 신규 이력은 질이 낮다.

팩트뉴스− 「지방 이전한 국민연금, 지역 인재 30% 할당 의무화」

전주라서 잘 오지도 않는다.

지역 할당제까지 있다 보니 더욱 까다롭다.

'안 그래도 금융 인재 적은 한국에서 말이야.'

연기금의 운용 인력.

질적인 저하는 정해진 미래다.

그나마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도.

"윗대가리도 정치권 인사로 교체돼서 우리 마음대로 운용도 못해."

"그런……."

"아 씨발 그만두고 싶다. 빨리 데리고 가줘~."

짐 쌀 준비를 하고 있다.

능력 있는 사람이 일해줄 이유가 없다.

그렇기에 인맥을 만든 것이다.

연기금이 쇠퇴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국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마어마해서.'

그 운용 방식.

투자 데이터에 반영하는 것만 해도 펀드를 굴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

최근 업계에서는 꽤 핫한 화제다.

연기금 운용역을 빼오는 것은 말이다.

"알겠지? 연기금이 단타를 친다, 증시를 흔든다? 전혀 걱정 안 해도 돼."

"……."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싶은 환경이 아니야."

나의 펀드도 그렇게 할 예정이다.

차연욱씨를 포함해 몇 명 섭외해두었다.

'그때까지는 일을 해줘야지.'

연기금의 최근 방향성.

현직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으니 귀중한 인재다.

"원하는 건 얻은 거 아니야?"

"그렇긴 한데."

"근데 뭐."

"뭔가 허전해서."

돌아가는 길.

소라의 얼굴이 왜인지 그늘져 보인다.

고민이 있는 모양이다.

'하긴 대마초가.'

여러 나라에서 합법을 할만큼 마약 중에서는 부작용이 적다.

딱 한 가지가 걸린다.

바로 간접 흡연이다.

야한 몸을 비비꼬며 한숨을 푹푹 쉬는 이유가 짐작이 간다.

"우리도 마약섹스 한 판 조질까?"

"지랄 마라 진짜."

"아!"

아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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