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80
상권
핫플레이스.
가게 하나 유명하다고 만들어질 리 없는 장소다.
'그럼 많이 만들면 되지.'
실제로 기업들이 쓰는 방식이다.
천종원 거리 같은 것도 그렇게 이루어진다.
나라고 못할 게 없다.
자사의 유명 프랜차이즈를 한 거리에 입점시킨다.
『제주돼지집』
『칵테일 조선』
『한양주막 2019』
하나하나가 성공을 거두고 있다.
불매 열풍을 타고 더 수혜를 보았다.
보글보글!
하나 같이 술집.
고객층이 편향돼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떡볶이귀신봄이님께서 10,000원 후원!
봄이 광고 받았어!
"후후, 제 전문 분야인 거에요."
−역시 머기업 유튜버
−음식 광고임?
−봄이 때문에라도 사먹는다!
−봄이×손익좌 ㄷㄷ
신메뉴가 필요하다
매장을 홍보할 모델도 있는 편이 좋다.
'요즘 시대가 그런 시대가 아니긴 하지.'
소비자들이 영악하다.
홍보한다고 무조건 사먹지 않는다.
「싸랑해요, 밀키X.」− 주윤발(홍콩 배우)
과거에는 그러했다.
유명 스타가 광고한다고 하면 침을 질질 흘렸다.
"정말 맛있어 보이는 거에요."
"그런 거야?"
"그런 거에요."
눈앞의 아이처럼 말이다.
냄비 속 내용물을 아주 뚫어져라 쳐다본다.
'얘가 좀 덜떨어지긴 했는데.'
그렇다고 무시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광고 단가가 매우 높다.
가격에 반영이 된다.
소비자가 광고료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이 냄새는 맡아본 적 있는 거에요. 대동제에서 먹어봤던 거에요~."
−한국대 축제 때 떡볶이!
−그런 거에요?
−짱 맛있어 보였는데
−떡볶이는 ㅍㅌㅊ 아니었나
단기간에 성과를 내긴 좋다.
장기적으로는 자충수가 될 수 있어서 문제다
'그래서 요즘은 바이럴 마케팅 쪽이 유행을 하는 거고.'
SNS 광고가 왜 이렇게 비싸?
계산기를 두들겨 보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고 있다.
할 만한 행동력도 있다.
그럼에도 봄이를 섭외한 이유는.
우적우적!
잘 먹기 때문이다.
능지적으로는 문제가 있어도 먹는 것 하나는 잘한다.
"그럭저럭 맛있는 거에요."
"그런 거야?"
"그런 거에요."
아니, 누구나 잘할 수 있다.
맛있는 걸 먹으면 표정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무슨 애새끼도 아니고.'
산낙지를 잘 먹는 아이!
어렸을 때나 칭찬 받는다.
어른이라면 연기로도 가능하다.
그렇기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봄이는 중학생 때부터 방송을 시작해 이미지를 쌓아 올렸다.
"그때도 이렇게 멍청했나?"
"헐!"
−급발진 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광고주 빡침
−당신 광고하기 싫음?
−팩트) 중딩 때부터 쭉 댕청했다
신뢰.
시간만큼 확실한 게 없다.
시청자들을 기만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광고주는 그것을 돈 주고 사는 거고.'
비즈니스라는 녀석이다.
얘가 조금만 적당히 멍청했다면 떼돈을 쓸어담았을지도 모른다.
"매콤함과 함께 감칠맛이 돌면서 쫀득쫀득한 떡이 계속 들어가는 거에요."
"더 성의 있게 못해?"
"그치만, 그치만 솔직하게 말했을 뿐인 거에요."
짜고 치는 고스톱 말이다.
실제로 수많은 유명 프랜차이즈에서 제안을 했다.
'이렇게 멍청할 줄은 몰랐겠지.'
방송용으로 만든 이미지.
연예인들도 일부러 멍청한 척 연기를 한다.
친근한 캐릭터를 가지기 위함이다.
봄이도 그런 줄만 알았지만.
−별로 맛없나 보네
−광고주 오열 ㅋㅋㅋㅋㅋㅋㅋㅋ
−표정 보니까 딱 ㅍㅅㅌㅊ 치는 떡볶이임
−한국대 때도 걍 그랬음
−파스타랑 스테이크가 대박이었짘ㅋㅋㅋㅋㅋ
−봄이는 아무고토 몰라요
−니가 그래서 뭘 할 수 있는데!!
−너무 솔직한 봄이 ㅠㅠ
진짜로 멍청했던 것이다.
방송용 멘트라는 것을 전혀 하지 못한다.
'어렸을 때 머리를 세게 부딪히기라도 했나?'
유튜버 아니었으면 뭘 해먹고 살았을지 걱정될 지경이다.
진짜로 중요한 부분이다.
광고.
조미료가 필요하다.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눈감아줄 줄 알아야 한다.
─걸신들린봄이님께서 1,000원 후원!
이번 광고도 물 건너간 걸로……
"그치만, 그치만 적당히 맛있는 떡볶이인 거에요."
−봄이 시무룩시무룩해
−광고 못 받는 이유 ㅋㅋ
−봄이특) 은근히 고집 셈
−별로인 걸 맛있다고 하면 안되지 ㅇㅇ;
돈맛이 더 달달하니까.
기존의 떡볶이와 별다를 게 없는 평범한 맛이다.
'딱 그 정도의 퀄리티지.'
라면스프와 짜장스프.
어묵 국물과 꽃게라는 해산물까지 풍부하게 들어갔다.
반대로 말하면 그뿐이다.
학교 앞이라면 개쩔겠지만, 맛집으로서는 글쎄?
"적당히 맛있는 떡볶이로 출시하면 대박 날 거 같아요!"
"적당히 아픈 꿀밤은 어때?"
"꾸엑!"
찾아가서 먹을 가치까지는 없다.
기껏해야 동네 맛집 정도로 소문 나는 정도다.
'정말 대가리를 때려버리고 싶네.'
나도 모르게 쥐어 박었다.
쥐톨만한 게 말대꾸를 꼬박꼬박하니 때리고 싶다.
"머, 머리가 너무 아파요."
−손익좌 봄이 또 때림 ㄷㄷ
−봄이 눈깔 튀어나와
−진짜 때린다고?
−아니! 억떡계 이럴 수가 잇어!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부들부들 떤다.
땡그래진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다.
'리액션은 또 오지게 잘해요.'
시청자들이 믿을 만도 하다.
연기는 못하지만, 감정을 전달하는 능력은 탁월하다.
난리가 난 채팅창.
뿔난 여론을 잠재울 방법은 구구절절한 사과 따위가 아니다.
보글보글!
두 번째 냄비를 개봉한다.
당연하게도 오리지널은 시작에 불과하다.
"헐!"
"잡숴 봐."
"떡볶이에 로제 소스를 넣은 거에요. 어처구니가 없는 거에요."
떡볶이.
고추장 혹은 간장 베이스로 소스를 만드는 것이 기본이다.
'어레인지도 생기는 거지.'
로제 떡볶이가 바로 그것이다.
지금은 눈동자가 동공지진을 일으키고 있지만.
"세상에 이런 맛이 있는 거에요! 인생 절반 손해 본 거에요."
−그 정도라고???
−와 봄이 극찬 ㅎㄷㄷ
−색깔은 이상한데 맛있나 보네
−이건 '찐텐'이다
한 입 먹어보자 달라진다.
아파하던 것도 잊고 허겁지겁 젓가락을 움직인다.
'정확히는 고추장 로제 소스지.'
차후 선풍적인 유행을 끈다.
여자들이 미친년들처럼 먹어서 기억하고 있다.
히트 상품을 그대로 내는 것만큼 확실한 성공 공식이 없다.
이용해주기로 한다.
"그렇게 맛있어?"
"맛있어요. 너무 맛있어요!"
"여기에 모차렐라 치즈를 뿌리면 어떨까?"
"주,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봄이도 말이다.
사실 레시피만 보면 칼로리 폭탄이나 다름 없음에도.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참 미스테리야.'
평소에는 그렇게 신경을 쓴다.
떡볶이만큼은 왜 예외인지 논문이 나오는 건 10년 후다.
─봄이랜드님께서 1,000원 후원!
아니 진짜 엄청 맛있나 보네 ㄷㄷ
─봄펀치님께서 10,000원 후원!
여윽시 한국대 식품 만든 손익좌!
─봄프시롤님께서 10,000원 후원!
봄이가 극찬하는 떡볶이라니 무조건 대박이다
.
.
.
그러한 여성의 본능.
그 누구보다 앞서고, 까다롭기로 소문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모델로 세우려고 부른 거야.'
거짓말을 못하는 빡대가리다.
그렇기에 전해지는 진정성도 있는 것이다.
"이 오빠 좋은 오빠였던 거에요. 다시 보게 된 거에요."
"떡볶이 잘 만들면 좋은 오빠야?"
"떡볶이를 잘 만드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는 거에요."
봄이를 모델로 내세우면?
자타공인 떡볶이 맛집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
본인도 매우 만족하고 있다.
입가에 다 묻혀가며 떡볶이 한 그릇을 비운다.
보글보글!
세 번째 냄비도 익어간다.
프랜차이즈인 만큼 한두 종류만 준비했을 리 없다.
"이건 마라 떡볶이야."
"헐!!"
"계약서에 사인하면 먹어도 돼."
−봄이 침 줄줄 흘러욧 ㄷㄷ
−봄이 고문 중
−이걸 강제로 계약시킨다고? ㅋㅋㅋㅋㅋㅋㅋ
−침 떨어져
떡볶이는 숨겨진 노다지다.
원가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존나 남겨 먹을 수 있다는 거지.'
경쟁도 적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대기업들이 진출을 못하도록 법으로 지정해뒀다.
꼴데몰에서도 카피 매장을 낼 수가 없다.
보복까지 감안해서 기획한 신규 프랜차이즈다.
"계약은 저 혼자 할 수가 없는 거에요."
"그런 거야?"
"그런 거에요!!"
"계약할 거야?"
"하, 할게요. 빨리 먹게 해주세요."
봄이는 모르겠지만 구두 계약도 효력이 있다.
수많은 시청자 앞에서 공증을 받는다.
'홍보 효과는 확실할 것 같으니까.'
로제 떡볶이.
마라 떡볶이.
첫 홍보를 어떻게 하냐가 중요하다.
대중에게 익숙한 맛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소의 이견은 갈리게 되겠지만.
−로제 떡볶이라니 상상이 안되는데 ㅋㅋㅋㅋㅋㅋㅋ
−느끼할 거 같음
−진짜 개맛있게 먹는다
−마라 떡복이도 맛있나 본데?
−볼따구 터져욧 ㄷㄷ
−아……, 침 넘어간다
−어디 가면 먹을 수 있어요??
−봄이가 맛있다니 맛있겠지
이슈가 되는 것은 필연이다.
* * *
증시.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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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
2063.79 ▲171.24 (+9.04%)
[저점에서 쭉 반등하고 있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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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1900대의 벽이 깨졌다.
패닉에 빠진 건 개미들만이 아니었다.
"이제야 숨 좀 돌리겠네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기관들도 마찬가지다.
아니, 더 그럴 수밖에 없다.
단기간의 조정이면 모를까.
'개미들에게 떠넘길 시간은 주고 일이 터져야지.'
엄청난 양의 현물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몸집이 무거운 만큼 움직이는 속도도 느리다.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다.
헷지만 주구장창 걸며 빌고 또 비는 것이 전부였다.
"개인들도 시장에 돌아오고 있고 한동안 큰 변수는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동의합니다."
"저희도 해프닝인 셈 치려고요."
위기의 순간.
손익좌를 중심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투심이 살아났다.
증시의 분위기도 반전되었다.
덕분에 사태를 넘길 수는 있었지만.
'이득을 못 봤잖아 이득을!'
상승장에서 소외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리스크 관리가 우선으로 한 탓이다.
이제 와서 보니 아쉽다.
배가 아프다.
개미들이 살 찌는 모습이.
"그래서 저희 개미투자증권에서 제안이 있습니다만."
"저희도 가지고 온 게 있는데."
"의견이 꼭 일치했으면 좋겠네요."
모든 기관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증시를 움직일 힘이 된다.
'재료도 있고.'
기관은 돈만 많은 게 아니다.
개미들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아니, 얻어낼 수 있다.
시장에 미공개된 것들을 한 발 앞서서 가져온다.
"이번 2분기 실적 보고가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전망이 있거든요."
"아! 저희도 그런 보고서가 올라왔는데."
"지수가 크게 내려가도 이상하지는 않겠군요 흐흐."
기업들과의 좋은 관계가 가능케 한다.
확신을 가지고 시장을 조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