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376화 (376/450)

EP.376

프랜차이즈

"맥도날드요?"

누구나 아는 햄버거 가게.

하지만 기업인으로서 접근한다면 의미가 180도 달라진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부동산 전문 회사지."

"패스트푸드점 아닌가요?"

"이 덜떨어진 녀석."

서울 유천구 꼴데몰의 영업본부장 김진태는 비소를 짓는다.

사촌 동생이 한심하다.

'그래서 데리고 있기 좋지만.'

자신들 일족에 대해 전혀 모른다.

조금은 알아야 할 때가 온 걸 수도 있다.

"옛날에는 빵집이 데이트 장소였다고 하지."

"저도 검정 고무신에서 봤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나 때는 패스트푸드점이었고."

"패스트푸드점이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

유동 인구가 많아지면 하나의 상권이 형성된다.

'기본적인 도시경제학 이론이지.'

그런 곳에서 장사를 해야 한다!

교재에는 그렇게 나와있을 것이다.

「15센트의 햄버거로는 왕국을 건설할 수 없다. 햄버거가 조리되는 땅을 소유해야 한다.」− 해리 소너본(맥도날드 초대 CEO)

그 역순도 가능한 것이다.

처음으로 사업과 부동산을 연결시켰다.

맥도날드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주변 땅값이 오르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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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수익 구조』

가입비 1%

로열티 수입 35%

부동산 수입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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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수익이 어마어마하다.

이제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졌을 지경이다.

"이게 바로 인기 프랜차이즈의 영향력이라는 거지."

"근데."

"?"

"요즘은 패스트푸드점에서 데이트 할 일이 없는데요."

그러한 사업 모델.

쓸 수 있는 건 당연히 패스트푸드점만이 아니다.

맥도날드의 성공을 눈여겨보았다.

후발주자가 하나둘 생기게 된다.

'얘는 범생이라 그런지 하나 가르쳐주면 꼭 하나만 안단 말이야.'

자신이 하려는 말의 진의가 무엇인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

나름대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은 모양이다.

"너는 항상 궁금해 했지? 왜 우리 꼴데 그룹이 신사업을 안 하는지."

"네, 솔직하게……."

"다른 그룹들보다 뒤쳐지는 거 아니냐? 미래 먹거리 산업도 선점하지 못했는데?"

"경영 혁신에 대해 많이 공부를 했거든요."

"하하! 정말 멍청한 생각이야."

그럴 만도 하다.

인터넷에도 종종 올라온다.

꼴데 그룹이 시대에 뒤쳐져 있다.

─꼴데는 왜 안 망하는 거임?

가구, 건설, 화학, 이커머스, 택배 등

경쟁력이 특출난 산업이 하나도 없고

그나마 선점하는 분야도 사양산업이고

실적과 평판도 최악에 가까운데

└꼴데월드 있잖아

글쓴이− 요즘 꼴데월드 누가 간다고 ㅋㅋ

└꼴데마트도 동선 매대 개좆같음 진짜 왜 안 망하는지 모르겠다

└근본이라?

그런 서민들의 시각.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부동산의 나라에서.

'꼴데가 망할 일이 있겠냐고.'

글로벌 영향력은 맥도날드를 앞설 곳이 없다.

하지만 한국 내에서는 꼴데가 가장 우월하다.

"우리가 사업을 하는 이유는 이윤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야. 그곳 땅값을 올리기 위함이지."

"그런 거에요?"

"그래. 너도 이제 현실을 깨달아라."

문어발식 사업 확장.

그 진짜 목적은 부동산이다.

다른 기업들과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꼴데의 후계자라면 알고 있어야지.'

일반적으로는 사업을 하기 위해 부동산을 산다.

꼴데는 부동산 가치를 올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

주변 상권을 부흥시키면?

자연스럽게 돈도 불어난다.

꼴데 그룹이 부를 축적해온 방식이다.

"너 마포구 가봤어?"

"당연히 가봤죠! 자주 가본 건 아니었지만……."

"호텔 때문에 갔겠지."

"헤헤."

"바로 그거야."

"?"

대표적인 지역이 마포구다.

꼴데시티호텔이 들어서게 되자.

'주변 땅값이 오르잖아.'

자회사 꼴데건설이 지은 아파트가 불티나게 팔린다.

처음부터 계획을 한 것이다.

이곳 유천구도 곧 그렇게 된다.

5년 전부터 차근차근 설계를 해두었다.

'그런 사정이 숨겨져 있었구나.'

김진욱은 항상 의문을 가졌다.

사촌형이 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같지 않다.

그럼에도 일가에서는 평가가 높다.

그 이유가 이제서야 이해가 된다.

애시당초 자신과는 관점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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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유천구 부동산 지도』

[대충 주요 지역 꼴데가 먹었다는 내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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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서민과는.

지금 당장 적자 장사를 한다고 해도 상권만 활성화시키면 그만이다.

"그럼 저는 뭘 해야 할까요?"

"여기는 이미 끝났어. 완공되면 100% 분양돼서 다 팔릴 거야."

"아, 네."

"뭐 하려고 하지 마. 너 보여줄 거 없어. 보여줄 거면 다른 지역에서 보여줘."

그러한 사실.

깨닫게 되자 허탈하다.

사촌형을 보좌해 실적을 내려고 했는데.

'그냥 일이나 지켜보라고 불렀구나.'

김진욱은 후계자 순위가 매우 낮다.

무늬만 재벌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실적에 대한 욕망이 있었다.

일을 잘해서 인정을 받겠다.

끼익−!

그것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보다 큰 틀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사촌형의 사무실에서 나간다.

바깥에 나오자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여기 꼴데몰을 세웠으니 주변 상가가 활성화될 수밖에 없고.'

상가가 활성화되면?

아파트 가격도 오르게 되어있다.

그룹 차원에서 설계를 다 해두었다.

자신이 활약할 만한 요소가 없다.

부품으로써 지시한 일만 하면 충분하다.

부르릉~!

김이 새는 상황이다.

열심히 일하려던 자신이 바보 같이 느껴진다.

'간만에 칼퇴하고 술이나 한 잔 빨까.'

그래봤자 지장도 안 간다.

끽해야 손님이 좀 더 오는 정도다.

그조차 의미가 없다.

이곳의 유동인구는 정해져 있으니까.

웅성웅성!

꼴데몰 주변에서 놀게 되어있다.

꼴데몰이 아니어도 주변이 붐빈다.

인근 상권이 수혜를 누리는 것이다.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뭐지?'

사람들의 발길.

평소와는 조금 다르다.

꼴데몰 방향이 아닌 것 같다.

진욱은 자동차를 몰아 따라가 본다.

대체 어디에서 발걸음이 멈추는지 보고 싶다.

『한양주막 2019』

『칵테일 조선』

『제주돼지집』

먹자골목이었다.

인근에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언제 이렇게 술집이 많이 생겼지?'

그것도 아재들이 한 잔 적시러 가는 곳이 아니다.

연령층이 제법 어려 보인다.

"저기 TV에 나왔대!"

"아 진짜?"

"봄이가 막걸리 맛집이라고 하더라."

대학생들.

"수미 칵테일 괜찮았지?"

"응!"

"기분 좀 업됐어?"

"응!"

"호텔 잡을까……?"

사회 초년생들.

분위기만 봐도 느껴진다.

젊음의 활기가 감도는 좋은 상권이다.

'이러면 유동인구를 뺏기는 거 아닌가?'

자신도 모르게 일 생각이 난다.

어차피 자신에게는 권한이 없다.

타악!

순수하게 즐기러 왔을 뿐이다.

기왕 놀 거면 틀딱들 있는 곳보다는.

'나 정도면 아직 먹어주지 않나?'

썸을 탈 수 있는 곳.

스펙면에서는 여전히 자신이 있다.

재벌 3세라는 필살기도 있다.

우연한 만남이 기다릴지 모른다.

'이자카야보다는 바가……, 내 연령층에는 맞겠지?'

부푸는 기대를 안고 들어가 보았다.

* * *

부동산 장사.

한국에서는 아주 베이직한 이야기다.

'부동산을 기반으로 큰 기업들이 많거든.'

가장 쉬운 방법이다.

정치인과 인맥까지 있다면 더더욱.

미리 뜰만한 곳을 선점한다.

상가를 올려 가격을 더 띄운다.

"생각보다 멀진 않네."

"꼴데몰 근처잖아!"

"거긴 비싸서……."

"여기 가격 괜찮다!"

"이 정도면 맨날 올 듯?'

"걸어서 올 수 있는 거리고."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건 없는 법이다.

패악질이 심해도 너무 심해.

'부동산을 시발 적당히 올려아지.'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상가 임대료도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만 원짜리를 2만 원 주고 사야 한다.

한국신문− 「가로수길보다 ‘세로수길’이 핫하다… 요즘 뒷골목 뜨는 이유」

팩트뉴스− 「잘 나가던 신사동 가로수길 공실 늘고 매출 급감」

인내심.

터져버릴 시기가 온 것이다.

불경기가 오면서 상권이 격변한다.

"중심가 가면 하나 같이 비싸잖아? 이제 그 돈 주고 안 사먹겠다 이거지."

"전 오빠 카드로 긁어서 몰라요."

"……."

부동산 트렌드는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교통이 편리하고, 유동인구가 많다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런 거 사면 고점에 설거지 하기 딱 좋지.'

수현이처럼 말이다.

흔우가 설거지도 못할 만큼 뼛속까지 사치와 쾌락으로 뇌를 절어버릴 것이다.

"그래서 이런 데를 사라는 거에요?"

"오빠가 미리 점 찍어주면."

"음~."

큰 돈을 굴리고 있다.

기존에 하던 부동산 매수.

프랜차이즈 운영과 병행할 생각이다.

'상권을 만들어서 지배하는 거지.'

그렇게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뜬 곳 옆에 기생하는 방식을 취한다.

"별다방 옆에 왜 이디야랑 메가커피가 있는지 알아?"

"그거 수업 때 들은 기억 있어요."

"놀리는 맛이 없네."

여기 카페 올리면 잘 나가려나?

고민할 바에야 대기업이 분석한 곳에 들어가는 것이다.

'좋은 본보기가 있잖아.'

꼴데.

다른 재벌들은 최소 10년 이상 해먹을 미래 먹거리를 하나씩은 선점해뒀다.

유일하게 하지 않았다.

여전히 기존의 부동산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곳처럼 꼴데 주위 상권을 하나씩 개척해나갈 거야."

"오빠가 한다면 하는 거겠지만 그게 쉬울까요?"

"쉽지."

큰 틀에서 움직인다.

그들이 노리는 바를 유추하는 것이 간단하다.

'부동산 임대료는 서민들이 인내할 수 있는 수치를 넘었고.'

부동산 버블 시기.

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테스트 매장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다른 지역에도 세를 넓혀나간다.

잘 나가는 점포가 가진 힘은 매출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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