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75
프랜차이즈
불황.
오히려 호재가 되는 업종도 있다.
데일리뉴스− 「불황에도 탄탄…꾸준히 오르는 담배·편의점주"」
경기 방어주 말이다.
극단적으로는 불경기 수혜주로까지 불린다.
경기가 나쁘니 담배가 더 땡긴다.
돈이 없으니 편의점으로 때운다.
'주식이 오른다는 건 아니지만.'
수혜를 본다는 것 뿐이다.
주주 환원을 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사내유보금을 쌓는다.
성과금 잔치를 해댄다.
주가가 상승하지 않을 수 있다.
"바를 연다고요?"
"네."
"일색이 없는 가게라면 그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만……."
좋은 것.
기업들이 다 처먹는다.
주주들은 숟가락을 얹을 수가 없다.
'직접 하면 가능하다는 거지.'
최근 요식업계의 테마는 두 가지다.
하나는 불황.
다른 하나는 불매.
한국식 술집은 불매를 이용한 것이다.
불황을 이용한 것도 존재한다.
"지금 사업을 벌리기 괜찮은 시기는 아니거든요. 솔직하게 저희도 사업 규모를 줄일 수 있다면 줄이고 싶습니다."
"괜찮아요. 비싸게 팔 생각 없으니까."
"원가 절감은 공감하지만……."
백화선씨가 어리둥절할 만도 하다.
바(Bar).
비싼 설비와 고급 인력이 필요한 업종이다.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바가 가지는 이미지가 있다.
바텐더가 싸캉싸캉! 하며 한 잔에 수만 원짜리 술을 만들어준다.
"요즘 같은 시기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것 같지 않습니다."
"그 반대죠."
"네?"
"처음부터 없으면 몰라도, 있다가 없이는 못 사는 노릇이거든요."
요식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백화선씨의 우려는 어림짐작이 아니다.
불경기가 오면.
'사람들이 비싼 곳을 찾지 않지.'
사먹을 여유가 없다.
그 대신 싼 것을 찾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다.
한국신문− 「도시락 업체, 불황 속 호황 매출 20%↑」
팩트뉴스− 「한솥 도시락, IMF 1년만에 점포 수 두 배로 "껑충"」
과거에는 그러했다.
도시락 산업은 불황을 먹고 큰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1997년 외환 위기
2008년 금융 위기.
한솥 도시락이 급성장하는 계기였을 정도다.
"요즘 애들이 그러겠냐고요."
"그런가요?"
"제가 요즘 애들이라 잘 알고 있습니다."
"그, 그렇긴 하네요."
시대가 변했다.
돈을 아끼지 않는다.
SNS로 인해 사치를 동경하는 문화도 생겼다.
'멋들어지게 살고 싶거든.'
소비 습관을 바꾸고 싶지 않아 한다.
갑자기 수준을 낮추라는 건 무리다.
입맛도 높아졌다
돈을 쓴 만큼 맛있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도 전만큼 소비가 유지되기는……."
"잔당 5천 원쯤 하면 어찌저찌 팔리겠죠."
"그야 팔리겠죠! 아니, 혁신적이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기에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진다.
사람들의 허영심을 채워주면서.
'가격도 괜찮게 구성한 곳.'
가성비가 인기를 끈다.
백화선씨도 나의 주장에 동의는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힘들 뿐.
일단 양주가 비싸다.
인력 관리도 까다로운 요소 중 하나다.
바에는 바텐더를 필요하다.
음식점으로 따지면 요리사라고 할 수 있다.
전문 인력은 인건비가 높다.
요리사에 비해 구하기도 쉽지 않다.
고용하는 것 자체가 일이다.
그것을 각 지점 사장님들 보고 하라는 건.
"원가 부담에, 고용 불안까지 있어서 절대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 바텐더를 안 쓰면 되죠."
"바에 바텐더를요?!"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맞다.
백화선씨의 우려는 백분 옳다고 할 수 있다.
'그걸 가능케 하는 게.'
혁신.
돈을 가장 쉽게 버는 방법이다.
불황을 이용해 돈을 쓸어담아 본다.
* * *
최민수.
평범한 28살 직장인인 그는 고민이 하나 있다.
'월급은 안 오르는데…….'
아니, 대한민국의 청년이라면 누구나 한다.
바로 지갑 문제다.
월급은 쥐꼬리 만큼 오른다.
물가는 그 이상으로 치고 올라간다.
매년 가난해지는 기분이다.
자신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남자들 단톡방〕
「취준생 언제까지 하냐」
「취준생 ㅇㅈㄹ 백수지 ㅋㅋㅋㅋㅋㅋㅋ」
「(선 넘네 콘.jpg)」
「나도 백순데」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지만 마라……」
취업은 했으니까.
친구들 중에는 직장을 못 구한 녀석들도 많다.
'요즘 취업난이 하도 심해서.'
못난 녀석들이 아니다.
자신 이상으로 능력도 좋고, 성격도 괜찮다.
기업들이 채용을 하지 않을 뿐이다.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게 체감이 된다.
토독, 톡!
취업을 해서 다행이다.
돈을 못 모으는 것 정도는 참을 수 있다.
'좀 아껴 쓰면 되지,'
덜 먹고 덜 쓰면 그만.
원래도 돈을 쓰지 않았다 보니 괜찮지만.
〔상전〕
「(바에서 찍은 칵테일.jpg)」
「내 친구는 바 갔다 왔다더라」
−오 재밌었겠네!
「걔는 남친이랑 이런데 자주 가나 봐~」
여자친구는 그렇지 않다.
맨날 호화로운 곳에 놀러 가자며 징징 댄다.
'나도 작년까지는 여유가 있었는데.'
물가만 오른 게 아니다.
집값도 어마무시하게 올라버렸다.
월세 인상.
어딜 가도 다 올랐다 보니 집주인의 요구를 안 들어줄 수가 없다.
−주말에 이자카야 갈까?
−고토리자케 괜찮았는데
「이자카야?」
「오빠 미쳤어?」
−왜? 왜? 생선 알레르기 생겼어?
「불매운동해야 하잖아!」
「(개빡친 고양이콘.jpg)」
−아 맞다. 그랬지……
여자친구의 요구도 말이다.
이것저것 다 충족시켜주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씨발년 존나 까탈스럽네.'
민수도 알고 있다.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
일본이 나쁜 짓을 저질렀다.
하지만 현생.
워낙 바쁘게 살다 보니 잊고 지냈다.
다른 대안이 없기도 하다.
−바는 비싸잖아
−한 잔에 2만 원씩 하던데
−이번 달 빡빡해서 지금은 안돼
「오빠는 나보다 돈이 더 중요해?」
−……
「나 완전 기분 다운됐어」
「우리 관계 다시 생각해야 될 것 같애」
−수미야!
이자카야가 가성비가 좋았다.
분위기도 좋고, 음식도 맛있다.
고토리자케.
자주 가던 곳은 더 그랬던 감이 있다.
'아 어딜 가야 만족을 하지.'
그 외에는 생각 나는 곳이 없다.
최소 가격이 2~3배는 더 든다.
지금 자신의 수입으로는 불가능하다.
여자친구 화가 풀렸으면 좋겠지만.
'말을 왜 둥글게 못해? 말만이라도 해줄 수 있는 거잖아!!'
수미도 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남자친구가 난처해 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다.
〔여자들 단톡방〕
「(바에서 찍은 칵테일.jpg)」
「헐! 대박 예뻐!! 미쳤다 지지배야~~~」
「나도 칵테일 좋아하는뎅~」
「나는 남친이 술을 안 마셔」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 사진.jpg)」
「수진이 염장 지르는 거봐!!」
「구찌빽 언제 샀어?」
어쩔 수가 없을 뿐.
여자들간의 기싸움을 위해 재료가 필요하다.
『Jeon_Su_Hyeon』
게시물 278 팔로워 32.2만 팔로우 211
「바에서 찍은 칵테일 사진」
「수영장 썬베드에 누운 사진」
「PPL 받고 화장품 바른 사진」
솔직하게 부럽기도 하다.
SNS에는 화려한 삶을 사는 여자들 투성이다.
'나보다 어리면서 존나 잘 나가네.'
매일 같이 호캉스를 다닌다.
비싸고 맛있는 음식들을 먹는다.
또 좋은 곳을 갔다 온 모양이다.
한 잔에 몇만 원씩 하는 바.
은은한 조명빛이 아름답다.
유리잔에 담긴 칵테일도 예뻐 보인다.
꿀꺽!
분명 맛있을 것이다.
달콤한 맛과 향긋한 향이 상상이 되는데.
'잠깐만. 여기 혜지가 간 곳이랑 같은 곳 아니야?'
사진 속 업장.
왜인지 눈에 익다.
친구가 올린 곳과 판박이다.
인테리어가 비슷하다.
자세히 보니 테이블과 식기도 같은 것을 쓰고 있다.
타닥, 탁!
해당 바가 어디인지.
인스타에 나와있는 이름을 초록창에 검색을 해본다.
〔칵테일 조선〕
하이볼‥‥‥‥‥ 5,000원
진토닉‥‥‥‥‥ 5,000원
모히또‥‥‥‥‥ 5,000원
마티니‥‥‥‥‥ 5,000원
갓마더‥‥‥‥‥ 5,000원
레몬사와‥‥‥‥‥ 5,000원
네그로니‥‥‥‥‥ 6,000원
올드패션드‥‥‥‥‥ 6,000원
블러디메리‥‥‥‥‥ 7,000원
마이애미비치‥‥‥‥‥ 7,000원
섹스온더비치‥‥‥‥‥ 7,000원
.
.
.
가격대.
놀라울 정도로 싸다.
하지만 퀄리티는 나름 준수해 보인다.
'싸구려 무한 리필바 같지는 않지…….'
친구의 사진을 본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낄 것이다.
없어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대단히 합리적이라 부담되지 않는다.
〔하인〕
−오빠
−아까는 내가 말이 좀 심했어
「아니야 내가 미안하지」
「불매운동 생각도 안 하고 말을 했어」
−(조선 칵테일 위치.rink)
−그런 의미에서 여기 어때?
−가격도 괜찮던데
「오! 예쁜 곳이네」
「가격도」
「너무 좋은데? 괜찮겠어?」
−응!
타협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 * *
칵테일.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타악!
바텐더가 술잔을 내려놓는다.
아니, 구색만 갖춰 놓은 것이다.
'손님들은 분위기를 보고 오는 거니까.'
바에 왔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맛은 둘째로 쳐도 되는 요소다.
"맛도 꽤 괜찮은데요?"
"차이를 알겠어?"
"요즘 꽤 자주 갔거든요."
"신경 써서 만든 보람이 있네."
"오빠가?"
하지만 최소한의 퀄리티는 갖춰야 한다.
쌈마이하면 롱런을 못한다.
'그래서 RTD를 했지.'
수현이.
내 카드로 여기저기 긁고 다니며 입맛이 꽤나 고급스러워졌다.
높아진 수준을 충족시킨다.
적어도 대충 만든 칵테일은 아니다.
"RTD요?"
"한 마디로 칵테일계의 레토르트지."
"본사에서 배합을 해서 보낸다는 거에요?"
"단박에 이해하네."
"잔머리 좀 굴렸네요."
"……."
공장에서 대량으로 원액을 제조한다.
큰 통에 담아 각 점포에 보내고.
꼴꼴꼴~
퐁당! 퐁당!
직원은 유리잔에 넣기만 하면 된다.
얼음이나 탄산을 추가하는 정도다.
'이런다고 맛이 없어지는 건 아니야.'
전통 있는 바에서는 일부러도 한다.
일체감.
재료가 잘 섞이게 하는 것.
냉장고에 오랫동안 재워둔다.
그것을 한 잔씩 따라서 파는 것이다.
"맛도 있고, 가격도 싸면 납득은 되는 것 같아요."
"대신 개성은 없지만."
"오."
해당 바의 시그니처 메뉴.
바텐더가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을 녹여낸다.
'여기 바는 그냥 인건비 절약용이고.'
한국은 바 문화가 그렇게 발전하지 않았다.
그렇게 까탈스러운 손님이 적다.
애시당초 인싸들을 겨냥해 만들었다
분위기 좋은 데이트 장소를 제공한다.
왁자지껄!
테스트용 매장.
불과 며칠만에 소문이 난다.
수현이를 통해 마케팅을 한 보람이 있다.
'좀 더 핫플레이스가 된다면.'
나의 실력이라면 가능할 것이라고 보았다.
현재의 경제 여건을 백분 활용한다.
약간의 운만 받쳐준다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
음식점으로 땅값을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