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374화 (374/450)

EP.374

불매운동

방송 화면.

한 음식점이 비춰진다.

낯익으면서도 낯설게 느껴지는 장소다.

<여기 이자카야 아닌가요? 일본식 술집으로 아는데…….>

<이 시국에 설마 이자카야를 가겠어요?>

<<하하하!>>

패널들이 야단법석을 떨 만도 하다.

최근 방송가의 금기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얽혀서 좋을 것이 없다.

한일간의 분위기가 최악이기 때문인데.

『한양주막 2019』

그렇기에 이득을 보는 곳도 존재한다.

화면 속 음식점은 이자카야가 아니었다.

흔한 길거리 술집에 가깝다.

한국의 먹자골목에 가면 하나씩은 있을 법한 곳이다.

<파전을 파네요?>

<인테리어는 이자카야 느낌인데.>

<맞아, 맞아. 저거 일본 우산 아니야!>

그것을 보다 고급스럽게 꾸몄다.

모던하면서도 클래식한 멋스러움이 남아있다.

카메라가 내부 인테리어를 비춘다.

흙으로 된 옹기와 전통 방식의 우산이 보인다.

「국내 유일의 전통 우산 제작자 윤규상 명인의 작품」

소품의 의미.

자막으로 나타난다.

MC도 설명에 힘을 보탠다.

<한국 우산이었네요?!>

<와, 한국에도 저렇게 고풍스러운 우산이…….>

<가게의 인테리어부터 음식까지 전부 가게 사장님의 철학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철학이요?>>

이자카야를 대체하는 음식점으로 소개되고 있다.

방송 작가들의 적극적인 푸쉬도 한몫한다.

하지만 맛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

그것을 완벽하게 감별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캬 맛있겠다

−봄이 맛나게 먹네

−볼따구 터져욧 ㄷㄷㄷ

−해물 개혜자

−비주얼은 합격!

−K-이자카야인가

−봄이! 봄이! 봄이! 봄이! 봄이! 봄이! 봄이!

−일단 맛있어 보이긴 하는데

어서 와, 봄이는 처음이지?

유명 유튜버 봄이가 메인을 맡은 먹방 프로그램이다.

맛집을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인 방송이다.

그럼에도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와구와구!

맛있게 먹는다.

봄이의 볼따구가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른다.

해물파전을 음미하고 있다.

바삭하게 튀겨진 쪽파가 씹힌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해물은 그 자체만으로도 별미지만.

[시청자 게시판]

─한국 주막이라니 컨셉은 좋습니다

─해물 양이 엄청나네요 ㄷㄷ

─메뉴가 딱히 특별한 건 없네

─표정 보니까 ㅍㅅㅌㅊ 정도 되는 듯?

특별한 색깔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봄이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표정 보니까 ㅍㅅㅌㅊ 정도 되는 듯?

맛있는 건 맞는데

찾아갈 이유까진 없는 식당

└딱 동네 맛집 ㅇㅇ

└진짜 맛있으면 눈 똥그래짐 ㅋㅋ

└봄튜브 좀 봤구나?

└봄이단은 지지를 철회합니다

유명 유튜버.

탄탄한 고정 팬층을 자랑한다.

그것은 장·단점을 동시에 가진다.

너무 잘 아는 것이다.

표정만 봐도 찐텐인지 아닌지가 구분이 된다.

─메뉴가 딱히 특별한 건 없네

[해물파전 사진.jpg]

[오뎅탕 사진.jpg]

[통오징어 튀김 사진.jpg]

퀄리티는 준수해도

여기만의 특별한 메뉴는 없어보임

└파전 해물믹스 있으면 나도 만들 수 있음

└PPL인가……

└K-이자카야라 나온 거지

└불매운동 때문에 방송사에서 내보냈나 봐요

시청자들의 수준도 높다.

음식에 대한 이해가 남다르다.

TV에서 흘리는 정보.

곧이곧대로 믿을 만큼 순진하지 않다.

타악!

하지만 이자카야.

끌리는 이유는 음식 때문만이 아니다.

파전의 단짝이 도착한다.

주전자에 찰랑찰랑 담긴 막걸리다.

<술에도 사장님의 철학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철학…….>

<술에 철학이요?>

<이자카야에서 사케를 팔잖아요? 주막에서는 전통주를 파는 거죠.>

<<전통주!>>

MC가 대본대로 밀어준다.

이자카야의 대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어필한다.

---------------------------------------------+

전통 소주/막걸리/청주 무한 리필!

첫 잔 드시면 다음 잔부터 무료~♡

+---------------------------------------------

국뽕.

감안하고 봐도 괜찮다.

무한 리필이 모든 것을 용서한다.

<무한 리필이 돼요?>

<전통주면 가격이 비쌀 거 같은데…….>

<한국 술도 사케 못지 않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무한 리필 서비스를 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오오!>>

소주와 맥주가 아니다.

맛있는 술을 마시러 갈 수 있다.

시청자들의 흥미를 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맛이지만.

꿀꺽! 꿀꺽!

누구보다 진실되게 알린다.

봄이의 표정에 이목이 집중된다.

<크~ 정말 쥑이는 거에요.>

<그런 거야?.>

<그런 거에요. 이게 인생인 거에요~.>

−쥑인대 ㅋㅋㅋㅋㅋㅋㅋㅋ

−봄이 취했어

−맛있나 본데?

−이건 찐텐 맞음!

맛있다는 사실이 판명된다.

동시에 궁금증도 불러일으킨다.

전통주.

가까우면서도 멀다.

한국 사람임에도 한국 술을 마셔본 적이 없다.

『명인 안동소주』

『느린마을 봄이』

『호랑이 막걸리』

『대대포 블루』

『산사춘』

『화랑』

여러가지 것들이 있다.

하나하나 마셔보기에는 시간도, 지갑도 여의치 않다.

높은 접근성을 제공한다.

그리고 방송은 유행을 만드는 영향력이 있다.

<여기서 주는 술 중에서 봄이는 어떤 게 가장 좋아?>

<봄이는 봄이가 좋아요!>

그 계기가 만들어진다.

* * *

장사.

성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맛있는 음식과 좋은 서비스만이 아니다.

"나 이자카야 가고 싶은데……."

"이 시국에?"

"죄송합니다."

"넌 이제 뒤졌다."

"너무 뭐라고 하지 마. 그래서 내가 여기 데리고 온 거잖아~."

실제 음식점 경영은 만만하지 않다.

아무리 상권 분석을 다 하고 들어가도.

'안되는 곳은 안돼.'

여러 사업체를 운영해보며 내린 결론이다.

사모펀드 시절 온갖 경험을 해봤다.

"어서 오세요, 세 분이신가요?"

"와 개량 한복이다!"

"흠흠! 여기가 K-이자카야란 말이지."

""K-이자카야?""

"한국 음식이랑 전통주 파는 곳이래!"

직설적으로 말해서 운빨을 탄다.

일상 생활에서도 꽤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다.

'가끔씩 있잖아.'

식빵 전문점.

대왕 카스테라.

벌집 아이스크림.

우후죽순 생기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이 유행이다!

소문이 퍼진 순간 여러 사업체에서 브랜드를 내는 것이다.

"전통주……."

"제사상에 올라가는 그거? 나 싫은대."

"아니야. 진짜 맛있대."

"누가 그러는데?"

"봄이가 그랬음. 여기 막걸리 존맛이라고."

""봄이!""

지금은 불매운동이다.

일본 것을 우리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 유행을 탄다.

'시간 문제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지고 있다.

유명 프로그램에 나오게 된 덕분이다.

국뽕을 자극해주니 좋아 죽는다.

방송작가들이 원하는 방향이었던 모양이다.

─어떻게 막걸리 이름이 봄이 ㅋㅋㅋㅋㅋㅋㅋㅋ

[느린마을 봄이 제품 사진.jpg]

이왜진?

└콜라보 아니야?

└정보) 봄, 여름, 가을, 겨울 있는데 그중 봄이 맛있다고 한 것

└봄이한테 딱 어울리는 막걸리네!

└봄빠로서 안 먹어볼 수가 없군

소소한 화제도 되고 있다.

전통주라는 생소한 분야를 알리기 좋은 바이럴이다.

바글바글!

한양주막 2019.

테스트 매장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단순히 사람이 많이 찾아오는 것뿐만 아니라.

"평가 전단지를 돌리고 있는데 점수가 높습니다. 인터넷 반응도 꽤 뜨겁고요."

"그렇겠죠."

"전통주가 이렇게 잘 나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무한 리필로 제공하고 있으니까요."

"?"

평가가 높다.

이전과 똑같이 하고 있는 무한 리필 서비스는 그것을 촉진한다.

'강남 열대 과일 이야기라는 게 있지.'

강남에서 열대 과일이 잘 팔린다.

상인들은 이것이 히트 상품이라고 생각했다.

정작 다른 지역.

더 싸게 팔아도 안 팔린다.

그 이유를 분석한 논문이 있다.

"전통주가 한두 푼이 아니잖아요?"

"그……, 렇죠. 싼 것도 초록 소주보다 최소 2배는 비싸니까요."

"그래서 집을 엄두 자체가 안 나는 거에요."

"아!"

강남 사람들은 돈이 많다.

몇만 원 버리는 셈 치고 열대 과일을 구입할 수 있다.

일반인들은 그러기가 힘들다.

전통주에도 비슷한 논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청주도 맛있는데?"

"한국술도 괜찮구나……."

"나 이제부터 소주 안 마시고 막걸리랑 청주 사마셔야겠다!"

"봄이 막걸리 짱 맛있어."

"호랑이 막걸리도 좋아!"

"콘푸러스트 맛이야?"

"뭔 개소리야. 사과맛 나고 달콤해."

안 마셔봐서 안 마신다.

평생.

그 고리를 끊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손님들에게 호평이 들려온다.

어느 테이블에서도 만족하며 마시고 있는 것이 보인다.

'내가 잘 골라서도 있고.'

전통주.

지뢰가 너무 많다.

좀 괜찮은 것은 0이 하나 더 붙어있다.

싸고 맛있는 거?

고르는 것 자체가 사실은 몇 달에 걸쳐 팀을 굴려야 하는 작업이다.

"이 정도면 프랜차이즈화를 결정해도 될 것 같습니다."

"가능한 빠르게 해주세요."

"그래도 테스트를 좀 더 거쳐야 하는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니까요."

나의 입맛 하나로 가능케 한다.

술 하나는 세상 그 누구보다 많이 마셔봤다.

'그것을 감안해도."

운빨이라는 것이다.

불매운동.

이슈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단기간의 흥행은 불가능했다.

"말씀대로 추진을 해보겠습니다. 기존의 이자카야를 한양주막이 대체하는 걸로……."

"전부 그렇게 하진 마시고."

"네?"

"이번 기회를 좀 더 살리는 것도 좋겠죠."

이러한 역사적인 사건.

소비 트렌드를 바꾸어 놓는다.

사람들이 미식에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평생 초록 소주랑 카스만 마실 수는 없잖아.'

한국에서도 고급 주류가 유행을 하게 된다.

그것이 조금 더 빠르게 일어날지도 모른다.

선점을 해둔다면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

트렌드만 잘 타면 장사의 세계에 불황기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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