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373화 (373/450)

EP.373

불매운동

이자카야.

과거 푸드마켓과 헤일즈푸드가 싸운 분쟁지였다.

『고토리자케』

『도쿄포차』

비슷한 컨셉의 가게가 마주하고 있다.

먹자골목이 아닌 이상 매출 경쟁이 일어난다.

'그랬었는데.'

지금은 백화선씨 혼자서 운영한다.

같은 기업의 프랜차이즈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본사 건물에 사장님들을 초청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바쁘신 시간 내주신 사장님들 감사합니다. 저희 매니저들의 대응에 부족함이 있었을 텐데 고충이 있으시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사양하지 마시고 말씀해주세요."

하나 같이 표정들이 밝지 않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짐작할 것도 없다.

한일무역분쟁.

반일 감정이 일본 음식점에까지 불통이 튀긴 것이다.

'손님도 줄고, 식재료도 못 쓰고 악순환의 연속이겠지.'

매출이 가파르게 안 좋아졌다.

이마저도 상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무단취식 하는 놈들이 있어요."

"그건 약과죠……. 가게 앞에 오줌 싸고 튀었습니다."

"아줌마, 아저씨들이 들어와서 시비 겁니다!"

진짜는 인간.

불매운동은 빌미를 제공한다.

자신들이 일방적 선의 입장이라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해서.'

성악설이 존재할 만도 하다.

법과 규제라는 고삐가 없으면 금방 무법지대가 돼버린다.

세간에서 터지는 이슈가 이곳에서도 터지고 있다.

물론 그런 일이 잦은 건 아니지만.

"진상들도 많아져서……."

"툭 터놓고 말씀해주십시오."

"저희가 무한 리필을 하고 있잖아요? 손님들께서도 적정한 선을 지켜주셔야 운영이 되거든요."

전체적으로 느슨해진다.

체리피킹.

얌체족들이 생기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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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볼/진토닉/사케 무한 리필!

첫 잔 드시면 다음 잔부터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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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공짜.

싼 거 하나 시키고 죽 치고 마셔 대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엄밀히 따지면 룰 위반은 아니지.'

조금만 시킬 수도 있다.

주량이 남들보다 특별히 많을 수도 있다.

"자리만 차지하고 매출에는 악영향을 줘서 문제에요."

"소짱깨 새끼들이 꼭 있죠."

"네?"

"그러한 시각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손님이 늘어나면?

무한 리필이라는 사업 모델을 유지할 수 없다.

─중국에서 뷔페 운영하면 안되는 이유

[손으로 음식 집어가는 짤.gif]

[웨이터가 가져온 음식 6초만에 사라짐.gif]

[접시에 대게 다리 수북하게 가져가는 진상들.gif]

해외 호텔 와서 ㅇㅈㄹ함

└─미개─

└무슨 좀비떼 보는 거 같네

└기내 커피 무료라고 텀블러 챙겨가서 승무원에게 가득 담아 달라 말하는 민족,,,

└접시에 타워처럼 쌓는 것도 있지 않았나? ㅋㅋ

대다수의 선량한 고객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좋은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된다.

'무한 리필의 허점을 사장님들이 모르겠냐고.'

다른 손님들도 당연히 안다.

매출에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이용할 뿐이다.

암묵적인 합의.

그것이 깨진 상황에서는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분은……."

"회사의 공동 대표이십니다. 평소에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지만, 회사의 위기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와 주셨습니다."

"아 그런 분이 있었나요?"

"이렇게 젊은 대표님이 계셨구만."

증시는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사회는 아직 반일과 불매운동의 열풍이 뜨겁다.

'쉽게 꺼질 불길이 아니지.'

정치인들이 그것을 원하는 한 말이다.

내가 알기로도 몇 년은 더 이어졌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 곧 기회가 된다.

일본 이외의 음식점으로 바꾼다면.

""새로운 음식점을요?""

"그렇게 거창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팔고 있는 음식과 술의 종류를 바꿀 뿐이니까요."

"그, 그래도……."

"그게 잘 될려나 모르겠네."

불매운동의 대상에서 탈피한다.

이자카야의 고객층도 흡수할 수 있다.

그렇게 희망회로 돌릴 일만은 아니다.

하고 많은 술집 중에 이자카야를 하는 건.

'잘 팔리니까.'

이자카야가 가지는 이름값이 있다.

고급스러운 일본식 술집이라고 생각한다.

대중의 선망만큼 좋은 세일즈 포인트가 없다.

그 선망이 혐오로 바뀐 이상.

"걱정하지 않으셔도 이대표님께서 해결해주실 겁니다."

"백대표님은 믿지만~."

"젊은 친구가 현장의 고충을 알랑가 모르겠네."

"주류 무한 리필 아이디어도 이대표님께서 고안한 겁니다. 자사의 음식 브랜드인 한국대 식품도 이대표님 작품이고요."

""오오!""

다른 음식점을 해야 한다.

그것 말고는 뾰족한 해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 만들지 뭐.'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이유.

아무래도 사장님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

다행히 수월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그러고 보니 TV에서 본 적 있는 얼굴인데."

"아, 두분토론!"

"대표님 혹시 TV 나온 적 있나요?"

"네, 자문위원으로 출연하고 있습니다."

""오오!!""

TV에 나온다.

대중에게 신뢰를 주는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나오려고 애를 쓰는 거고.'

이야기가 잘 풀린다면 바라던 바다.

애초에 실적도 있으니 쉬운 일이었다.

'근데 따로 생각해두신 게 있으신가요?"

"있으니까 말한 거겠죠?"

"저는 금시초문이라……"

"아, 그랬나."

문제는 그 다음.

백화선씨가 난색을 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어려운 작업이긴 하지.'

메뉴 개발과는 다르다.

프랜차이즈는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 테스트를 진행한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팔아보면 또 모른다.

하나의 음식점이 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다.

"한국식 주막 느낌으로 개조하려고 하거든요."

"이자카야를 말이죠……."

"전면적으로 바꿀 필요까지는 없을 겁니다."

"!!"

사업적으로 성공했던 모델.

버리는 것은 리스크도 크고 아깝기만 할 뿐이다.

'비슷하잖아.'

덴뿌라와 튀김.

오뎅탕과 어묵탕.

스키야키와 전골.

본토와 비교한다면 당연히 차이가 있다.

하지만 한국 내에서는.

"기존에도 한국식 일본 요리를 팔고 있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어찌어찌 해볼 만하네요."

"약간의 어레인지만 하면 됩니다."

그게 그거다.

상당 부분은 분위기만 바꾸어도 그대로 쓸 수 있는 수준이다.

적어도 사장님들의 숙련도에는 지장이 없다.

갑자기 다른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술은, 술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이볼은 몰라도 사케는 팔 수가 없는데……."

문제는 다른데 있다.

사람들이 하고 많은 술집 중에서 이자카야를 찾는 목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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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카야를 가는 이유』

1위 하이볼, 사케 등의 주류

2위 일본 음식 선호

3위 일본식 인테리어와 분위기

4위 헌팅 등 만남을 위해

5위 주변 친구들이 좋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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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다.

희석식 소주와 맥주 말고는 접해본 적 없는 한국인들이 다른 술을 마실 수 있는 몇 안되는 장소다.

하이볼을 마실 수 없다면?

이자카야를 갈 이유가 없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화선씨의 우려는 나도 알고 있지만.

'뭐, 한두 개 알겠냐고.'

간만에 특기를 발휘한다.

* * *

불매운동.

불과 한 달만에 한국의 소비 문화를 바꾸어 놓고 있다.

〔당당여성− 차분한 3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일본 불매운동은 왜 여자만 해??

─일본 맥주 불매가 궁금했던 NHK 9시 뉴스.jpg

─일본 불매운동, 현실에서 체감 된다 vs 안된다

─일본제품 절대 불매해!!

특히 여성층에서 호응이 높다.

적극적으로 보이콧에 동참하는 것이다.

─일본제품 절대 불매해!!

일본이 한국한테 한 짓만 생각하면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고 머리가 띵해서 잠이 안 와 ㅠㅠ

└언냐 나도 22222

└이제 불매가 일상인디 ㅋㅋ

└물건 살 때 노노재팬 꼭 비교하고 있긔~

└애국 영화에도 영혼 보내는 중

일부 커뮤니티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사명감에 가까운 감정으로 임하고 있다.

타닥, 탁!

그중 한 명.

방송작가 황유리는 일본 불매운동의 열성적인 신봉자다.

자신의 직업도 도움이 된다.

방송 업계에서 일본은 아주 민감한 주제다.

〔여초 방송작가 단톡방〕

「(방송 시청률.jpg)」

「불매방송 시청률 너무 좋아! 여당들 힘조!!」

「힘 주고 있습니다 팀장님」

「222」

「3333」

최대한 지워내려고 하고 있다.

불매운동까지 넣으면 시청자 반응이 더 좋다.

'일도 하고, 불매도 하고.'

일석이조.

대부분이 여성인 작가진은 불매운동을 확산시키는데 진심이다.

권장하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어쩔 수 없다면서 쓰는 사람들이 생긴다.

「일본 음식도 일제의 잔재야」

「음식 방송도 한국 걸로 재편해!!」

「222」

「3333」

「대체품이 없는 건 오또케?」

대체품이 있다는 것을 알린다.

방송은 그것이 가능한 영향력이 있다.

'없으면 만들면 되지.'

자신에게 오는 제보들.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아이디어.

총동원해 불매운동에 보탬이 된다.

─요즘 이자카야 대신 여기 가긔

[친구들이랑 음식점 간 사진.jpg]

한양주막이란 곳인데

한국식 주막? 컨셉인가 봐

음식은 당근 한국 음식이구

술도 한국 술인데  막걸리랑 사케 같은 거 나와!!

└쓰니야 사케는 일본 술 아니야? 나 기분 다운됐어

글쓴이− 알아보니까 청주? 라는 거래 ㅠㅠ

└이자카야 대체품으로 딱 좋겠다!!

└헐ㅠㅠ 술 마시면서 불매도 하는 거야?? 우주뿌셔 지구뿌셔 일본뿌셔 다 뿌셔 ㅠㅠㅠㅠ

그런 황유리의 눈에 적절한 음식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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