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369화 (369/450)

EP.369

한국 망함

정부라고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교수님께서는 우리 경제가 충분히 버틸 근간이 있다고 보시는 거죠?>

<요즘 겁주는 이야기가 사방에서 들리는데……, 사실은 이렇습니다!>

지상파 방송사들.

정부의 눈치를 보게 돼있다.

최대한 긍정적인 뉴스들을 내보낸다.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다.

과도한 불안은 사태를 악화하기만 할 뿐인데.

−라고 IMF 때도 그랬제

−어째 런승만이 생각 나냐……

−코실은 야렇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은 이렇습니다특) 사실 아님

−저기 교수님 코스닥 500 가고 있어요

−주식에 돈 안 넣은 분들은 믿겠네요

−어제 돈 다 뺌

−대통령 버스 출발합니다 부릉부릉~

믿지 않는다.

지난 2년간 경제와 증시가 꾸준하게 우하향을 해왔기 때문이다.

뉴스를 철썩 같이 믿었던 선량한 시민들만 손해 봤다.

공영 방송이 신뢰를 잃었다.

한국신문− 「무역수지 7개월來 최저…반도체 수출 30% 급감」

팩트뉴스− 「국민 10명 중 3명만 "언론 신뢰한다"」

여러 지표는 최악이라는 사실만 가리킨다.

확대되는 불안 심리를 막을 수 없다.

"진짜 사태가 심각합니다."

"숏이나 칠 때가 아니에요!"

"한 달만에 고객 예탁금이 3조가 넘게 빠졌습니다."

증권사에서도 난리가 난다.

개미를 벗겨 먹는 게 주요 업무인 그들도 '정도'라는 것이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르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일단 살려둬야 계속 빼먹는 게 가능하다.

"개미……, 아니 개인 투자자들에게 가장 많은 불만이 나오는 공매도를 중지해야 합니다."

"저희는 이미 중지했어요."

"풀매수 중입니다!"

각 증권사 본부장들이 모여 긴급 회피를 펼치고 있는 이유다.

이대로라면 거위가 죽게 생겼다.

갖은 수단을 동원한다.

정부의 압박도 주요한 요인이다.

증시에 어떻게든 활기를 불어넣는다.

<현재 코스피 PBR이 0.85배인데 2008년 금융위기 때 수준입니다. 그때보다 지금 여건이 안 좋을 리가 없잖아요?>

<허허, 현재 여러 정치적 요인 때문에 코스피가 저평가를 받고 있긴 하지만 이럴 때야 말로 매수의 기회라고 보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스피커.

애널리스트들을 동원해 홍보에 나선다.

투자 심리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한국 주식 갤러리〕

─속보) 코스닥 사이드카 발동

─오늘자 코스피 상황 캡처

─국장 하는 대역죄인의 점심.jpg

─한국 진짜 망한 거 맞나 보네

투자자들은 이미 리타이어해버렸다.

한국 증시의 불안정성에 지치게 된 것이다.

─한국 진짜 망한 거 맞나 보네

[유튜브 애널리스트들 방송 캡처.jpg]

개관 쁘락찌들이 주식 사달라고 애걸 중 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사 이 새끼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니들 말 듣고 잃은 돈이 얼마인데

└3자리 깨지면 생각해봄

└응 인버스 풀매수~

최근의 사태뿐만이 아니다

이전부터 쌓이고 쌓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공시를 믿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틀리기만 한다.

속이려고 하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지경이다.

─오늘자 코스피 상황 캡처

[상위 100개 종목 음전.jpg]

파란 나라를 보았니~♪

└그냥 죽여 씨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건 맞네 ㅎ

└응답하라 2008

└깨끗해서 편안하다! 중간에 상승 종목 있었으면 불편할 뻔

증시는 완전히 박살이 났다.

하루가 멀다 하고 최저점을 갱신하고 있다.

사이드카.

증시의 급락을 막기 위해 걸어 놓은 안전장치마저 울리고 말았다.

─속보) 코스닥 사이드카 발동

[검은 월요일… 코스닥 −7.46%.News]

환율 1218원 최고치 달성

└역사적인 날이네

└다음은 서킷 브레이커냐?

└연금 쏟아붙더니만 결국 두손두발 다 드는구나

└이젠 막을 돈도 없을 텐데 좆됐다……

투자자들의 심리.

패닉 직전까지 몰린다.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통령님께 불만이 생긴 것이다.

일부 열성적인 지지자들도 남아있지만.

─현 시각 대통령 지지자들 모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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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DEX 200선물인버스2X 종토방』

─중국 관세+화이트리스트

─대통령님 영구집권 기원합니다^^7

─대통령 버스 출발!

─와~ 청와대 정책테마주 핫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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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100% 커뮤니티 ㅋㅋㅋㅋㅋㅋ

└정부 정책에 맞서지 않는 현명한 투자자들이네

└사랑합니다 충성충성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돈 버는 커뮤니티 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주식은 호재만 있고 부럽다야~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에게는 악몽 같은 시간이다.

정말 뭐라도 좀 해줬으면 좋겠다.

정부에서 대책을 내놓을 때도 되지 않았나?

─청와대 주식시장 대책 떴다!

[대통령曰 "남북 평화경제 실현하면 일본 따라잡을 수 있다".News]

진짜 떴음 ㅋㅋ

└제발 가짜뉴스라고 해줘

└사이드카 나온 날에 저런다고?

└증시가 병신되고 있지만 북한에 돈을 쓰겠다!!!

└지금이라도 인버스 타라고 손 내밀어 주시는 거잖아 ㅋㅋㅋㅋㅋㅋㅋ

속 시원한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주식 시장이 공포에 떨 만도 하다.

아니, 사고 구조 자체가 바뀐다.

한국 증시에 커다란 회의감이 생기게 된다.

─손익좌가 일본 기업 산 이유가 뭐겠음?

이 나라는 이제 미래가 없다는 거지

다들 한국 뜰 준비해라

└소름 돋는 탈조선 ㄷㄷ

└손익좌는 다 계획이 있구나?

└일뽕들 1승……!

└이 나라 망한다에 명예와 재산 걸고 싶네 ㅋ

굳이 코스피를 사야 하나?

다른 나라에도 매력적인 투자처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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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

1898.20 ▼751.80 (−28.36%)

[2018년 고점에서 꾸준히 내려가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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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지수』

546.10 ▼386.01 (−41.41%)

[2018년 고점에서 꾸준히 내려가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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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우하향한다.

투자자들이 신물이 나는 것도 당연하다.

유명 투자자인 손익좌조차 떠났다.

투자 심리가 임계점을 넘어가고 있었는데.

「KBC. [경제인 초대석] 개미의 전설 손익좌 "영원한 하락도 상승도 없다"」_ დ106,974명 시청

그 당사자의 입에서 오피셜이 나온다.

* * *

한국 경제.

최악인 것은 사실이다.

'입이 근질근질하지.'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정부는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정글보다 리스크가 많은 증시에서 큰 돈을 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개인 투자자로 주목 받는 손익좌, 이찬욱씨를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개인 트레이더 이찬욱입니다."

−오 손익좌!

−성공한 주갤럼 입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게스트 너무 좋습니다

−공영 방송에도 나오다니 출세했네 ㄷㄷ

그 말이 증시가 올라가지 못한다는 건 아니다.

그것을 설득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확실히 정치권 인맥이 좋지.'

지상파 방송.

콧대가 매우 높다.

그들만의 카르텔이 조성돼있다.

유명 유튜버라고 출연 시켜주지 않는다.

정상적인 방법이라면 1년은 더 걸렸을 것이다.

"최근 한국 경제가 어렵습니다."

"그렇죠."

"미중간의 무역분쟁도 그렇고, 일본의 수출 규제도 그렇고 많은 투자자분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위로가 될 만한 조언이 있을까요?"

"음……."

낙하산.

판만 깔리면 살릴 자신이 있다.

그들이 원하는 방식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고리타분한 이야기 하기 싫거든.'

환율이 어쩌고.

무역분쟁이 저쩌고.

소부장 독립을 할 수 있고 자시고.

그런 이야기는 증시가 정상적일 때나 가동한다.

하락장에서는 오직 심리가 전부다.

"증시가 오를 만한 이유요?"

"투자자분들이 간절하게 바라고 계십니다."

"저는 그런 게 정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네……?"

"떨어질 때 이유 없이 떨어졌는데, 오를 때는 왜 이유를 찾으려고 하는 거에요?"

−진행자 당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좆스피에 이유가 어딨냐고

−손익좌 미친놈아!

−이걸 지상파에 나와서 말해?

한국에서는 특히 그러하다.

모든 것이 선반영으로 설명되는 마법의 증시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다는 거지.'

도박장.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증시의 제1원리는 고객 예탁금이다.

"그래도 논리가 있으시니까 하는 말씀일 텐데."

"논리가 좋으면 논리야 놀자를 보던가 미장으로 가던가 해야죠."

"……."

"한국 증시는 화끈하게 한 방 먹으려고 하는 곳이에요. 그것이 바로 지금이라는 겁니다."

사람들이 돈을 안 맡긴다.

증시를 끌어올려서라도 투자 심리를 불태우려고 한다.

'어차피 저점 매수하는 거라 손해 아니거든.'

고객 예탁금과 신용 잔고.

이 두 가지만 봐도 증권사들의 생각이 대략적으로 읽힌다.

2018년 고점일 때부터 계속 털었다.

2019년 현재 저점이 되자 사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슈까지 터지고 있다.

한국에 숏을 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버스 투자가 열풍이라는 소식은 저도 들었거든요."

"멍청한 개미들이 있잖아요."

"네?"

"투자 심리가 최악인데, 하방 자금까지 쌓이고 있잖아요. 이렇게 확실한 기회가 많이 오지 않습니다. 단타를 하든, 장투를 하든 지금은 무조건 투자해야 할 기회입니다."

"……."

−일뽕=멍청이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전문가는 처음이야

−병신 같지만 멋있어……

−와 손익좌가 이렇게 매수 추천하는 일이 없는데

안방 시청자들에게 진짜가 무엇인지 각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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