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368화 (368/450)

EP.368

한국 망함

민정수석비서관.

날아가던 새도 떨어뜨린다는 청와대의 실세 중의 실세다.

"쓰으읍~!"

그런 이상무에게도 고민이 있다.

다름 아닌 자신의 직무 때문이다.

'지지율이 반등할 생각을 안 하네.'

국민여론 및 민심동향 파악.

한 마디로 대통령의 지지율 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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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대통령 지지율 2017~』

긍정평가: 90%→ 50%

부정평가: 10%→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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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다.

그 이유.

정책 실패라는 사실은 두 말하면 입만 아프다.

"이번 주 조사 결과는 괜찮게 나왔나?"

"아, 그게 좀……."

"왜 또?"

"경제 관련 문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는 것 같습니다."

경제가 악화된다.

대통령의 지지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그걸 나보고 뭐 어쩌라고.'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실무자들이 어떻게 하냐에에 달려있다.

그렇게 변하지 않는 상황.

최대한 긍정적인 부분만 이끌어내는 것이 자신의 일이다.

"그래도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싱크탱크에서 올라온 한일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한일간의 대립이 지지율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합니다."

"그건 이미 반영이 돼있잖아."

"그, 그렇긴 하죠……."

기업으로 따지면 홍보팀이다.

물건의 가치는 마케팅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것도 어느 정도일 때의 이야기지.'

언제까지 눈 가리고 아웅을 할 수가 없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신경 쓰는 건 경제다.

길거리를 거닐기만 해도 보인다.

물가는 오르고, 소비는 위축되고, 실업자는 넘쳐 난다.

"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하반기 경제 전망도 부정적입니다. 한일 갈등에 따른 불확실성의 여파가 생각 이상으로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더 좆박는다는 거네."

그 모든 것을 보고 받는다.

통계 뿐만 아니라 내부자들의 전망까지 전부 부정적이다.

'여기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언 발에 오줌 누기.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

경제 성과든, 외교 성과든 뭐라도 있어야 한다.

그걸 가지고 홍보를 하든, 부풀리든 하는 것이다.

정말 아무것도 없이 만들어내라는 수준이다.

"자네가 보기에는 어때?"

"네?"

"뭐, 신박한 아이디어 없어? MZ한 시선으로다가."

"아 MZ한 시선이요……."

민정수석이라는 위치.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내는 수밖에 없다.

'왜 지랄 안 하나 했다.'

고통 받는 건 아랫사람들이다.

5급 행정관 하경구는 속으로 혀를 찬다.

매일 같이 닦달을 해댄다.

본인도 방법이 없는 걸 뻔히 알면서 말이다.

"이런 말씀 드려도 되나 싶은데."

"괜찮아, 괜찮아.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봐!"

"그게……, 요즘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이 망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습니다."

"뭐?!"

그럼에도 해야 한다.

일이라는 건 그런 것이다.

뭐라도 내뱉지 않으면 안된다.

'마음에 안 들면 말고.'

일을 하는 시늉.

아님 말고가 되더라도 의견을 내는 부하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윤튜브』 구독자 37.9만명

「한 나라의 지도자가 나라를 망치는 방법」− 조회수 31만회 · 1일 전

「일본은행이 한국에 대출을 안 해주면 어떻게 될까?」− 조회수 75만회 · 1주 전

「시한부 선고 받은 한국 반도체 상황 ㅋㅋ(feat. 소부장 국산화)」− 조회수 62만회 · 2주 전

실제로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엄청난 속도로 퍼지고 있다

<지금 정부에서는 자꾸 괜찮다고 하잖아? 근데 지수는 거짓말을 안 한다고 코스피는 매일 같이 내린단 말이지.>

<정부에서 뭔가 숨기고 있다는 말인가요?>>

<꼭 그렇다는 건 아니고…….>

대표적인 것이 윤튜브.

전국민적 관심사가 된 한일무역분쟁 여파를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중;;」

영상 자체가 재미있다는 것도 한몫한다.

전직 만화가인 윤네바야시는 편집에도 일가견이 있다.

목이 막힐 수 있는 경제 이야기에 시원한 탄산을 추가한다.

구독자 수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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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덕수 1일 좋아요 5천

와…… 금융쪽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한국이 일본 의존도가 이렇게나 심한지 처음 알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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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래 1일 좋아요 4.2천

IMF 외환위기 때 당했었지

일본이 갑자기 자본 회수하면서 외환 보유액이 막힌 것이 주요 원인이었음

일본이 마음만 먹으면 한국 경제를 파탄시킬 수 있는데 정치인들과 국뽕들은 왜 이걸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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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열 1일 좋아요 3.7천

이제 시작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지금까지는 부품 몇 개라고 안심했을지 모르지만

금융으로 넘어가게 되면 그 파장은 일파만파 커질 거다

어느 날 갑자기 시장에서 수십 조가 사라졌는데 효과가 미미할까?

이미 주식은 하락세로 돌아섰고 특히 코스닥은 650선이 깨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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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시청자들에게도 평가가 좋다.

굉장히 유용하고 쓸모 있는 지식을 전달해주는 것 같다.

<이런 시기에는 주식을 안 사는 게 맞겠죠?>

<아니지. 오히려 기회라고 봐야지.>

<기회요?>

<나라 망하는데 베팅 하면 되잖아.>

<앗! 그 발언.>

그리고 투자 정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한국이 망했다는 망국론으로 말이다.

"뭐야, 이 미친 새끼는?!"

"예……, 이런 놈들이 망국론을 퍼뜨리고 있더라고요."

"이걸 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놀랍게도 꽤 많습니다."

분명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민들의 인식과 투자 심리를 악화시킨다.

데일리뉴스− 「대통령 지지율과 주가지수 높은 상관관계 보여」

그것은 곧 지지율로 연결된다.

주가와 지지율이 비례한다는 건 증명된 자료다.

"최근 주가가 계속 내려가고 있거든요."

"나도 보고는 받았지."

"그렇다 보니 더 흔들리게 되고, 사람들이 주식을 파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쓰읍……."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이미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전부 취했다.

기관이랑 연기금에 협력 공문을 보냈다.

그럼에도 막지 못하는 것이다.

'그걸 알겠냐만은.'

민정수석.

대한민국의 연로 정치인답게 주식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나이 드신 분들은 주식이 무슨 죄악인 줄 안다.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다,

"이런 놈들 때문에 주가가 내려가고, 지지율이 박는다는 거 아니야?"

"아무래도 상관이 꽤 있습니다."

"그러면 주가를 올리면 되겠네."

"네……?"

그렇기에 할 수 있는 방법도 존재했다.

아주 심플하게 생각해버린다.

'그렇게 나라 망하라고 제사 지내는 놈이 있으면.'

반대로 흥하라고 제사 지내는 놈도 만들면 된다.

정치판에서는 흔하다.

실제 사실 따위 중요하지 않다.

대중이 어느 쪽을 믿느냐로 갈린다.

* * *

모럴 헤저드.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아니, 미국도 그러는데.'

다른 나라는 오죽할까?

그렇게 보는 것이 타당하다.

"자네가 이름이 뭐 손익좌라고?"

"손익좌는 닉네임이고, 본명은 이찬욱이라고 합니다."

"아~ 이찬욱! 찬욱군, 듣던 대로 건실한 청년인 모양이야."

당연하게도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굉장히 많이 써먹고 있다.

'대표적으로 연기금이 있지.'

국가의 권력이 미치는 행정기관이다.

증시가 하락할 때 개입시킨다.

한국신문− 「‘증시방어’ 나선 연기금… 1.5조 순매수에도 코스피 ‘폭락’」

풀매수를 해버린다.

그것으로 될 만큼 만만한 사태가 아니라서 문제다.

"부하 직원들이 자네를 추천하더라고. 기업 관계자들도 자네에 대한 평이 높고."

"과찬이십니다."

"그래서 말일세……. 찬욱군은 최근 증시를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에서 비상이 떨어질 만도 하다.

코스피 지수가 하락한다는 건.

'지지율도 같이 하락한다는 거니까.'

민정수석비서관.

나라의 높으신 분께서 나를 만나고자 한 이유일 것이다.

"상당히 위험하죠."

"쓰읍~ 그런 대답을 듣고 싶었던 게 아닌데~.'

"이대로라면 더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

그런 족속이다.

정치인들은 지지율을 위해서라면 정말 뭐든지 한다.

'이번 정권이 특히 그랬지.'

증시에 가장 많은 개입을 했다.

모럴 헤저드가 엄청나게 일어났다.

"그 정도인가?"

"투자 심리가 좋지 않습니다."

"당 내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거든. 공매도를 금지하자고. 어때, 그러면 좀 개선이 될 것 같나?"

그렇기에 가치가 있다.

실물 경제 이상으로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정치다.

'그걸 잘 모르지.'

한국 정치인들이 특히 그러하다.

주식을 하지 않는 걸 자랑스럽게 여길 만큼 무식하다.

저런 특급 정보.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진다.

정치인과 친하게 지내면 최소 나쁠 일은 없다.

"공매도 금지는 확실히 의미가 있죠."

"오……, 그럼."

"하지만 의사들이 이런 말을 하잖아요? 큰 병이 나면 우선 체력부터 회복해야 한다. 센 약을 갑자기 투여하면 부작용이 생길까 우려됩니다."

"그것도 일리가 있구만."

말빨로 잘 구워 삶는다.

나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이득이 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써 각인시킨다.

'문제는 그 다음이지만.'

그 말이 순진하다는 뜻은 아니다.

얼굴은 웃고 있어도 속마음은 다른 것이 정치인.

"그러면 체력 회복을 어떻게 해야 하지?"

"처음부터 말씀을 드렸지만 투자 심리가 개선되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하냐고."

뱀과 같은 시선으로 쓱 훑어본다.

지금까지 나눴던 상담이 만담에 지나지 않게 될 수 있다.

'나보고 해달라는 소리겠지.'

신뢰.

얻기 위해서는 말빨로만은 안된다.

내가 쓸모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마침 내 목적과도 부합한다.

투자 심리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판이 넓으면 넓을수록 좋다.

"발언 기회만 마련해주시면 해보이겠습니다."

"자신 있나?"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비서관님께서 저를 부르신 것 아닙니까?"

"그거 믿음직하구만."

선동이야 말로 나의 18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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