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63
애국 테마주
관심.
그것은 꼭 달걀이 먼저일 필요는 없다.
---------------------------------------------+
『한국볼펜』
4,305원 ▲1,800원 (+68.82%)
[며칠만에 2배 가까이 올라버린 그래프.jpg]
+---------------------------------------------
무려 2연상을 치게 된다.
투심이 잔뜩 메마른 시장에서 말이다.
한국신문− 「[특징주] 한국볼펜, 일본 불매운동 수혜주로 지목되며 '상한가'」
팩트뉴스− 「"한국볼펜으로 갈아타자"…'국내 점유율 70%' 일본 문구류도 불매운동」
그것을 조명하는 기사들이 뜬다.
세간에서도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일본에 분노한 우리 시민들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데요. 일본 기업들은 피해가 큰 반면, 한국 기업들은 수혜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원하기 때문이다.
뉴스는 대중들의 속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불매운동의 여파.
보람이 있으면 좋겠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
최광수 1시간 좋아요 2.3천
마나미가 나와서 깜짝 놀랐네…
다행히 우리 애국회사였어~~~~
────────────
송재정 1시간 좋아요 1.5천
우리가 당장에 손해를 본다고 해도 꼭 싸워야 한다!!!
────────────
강연숙 1시간 좋아요 892
문방구 펜이 절반은 일본 거예요
이번 기회에 우리도 제품의 질도 높였으면 좋겠네요
쓰지만 말라고 할 게 아니라 더 잘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합니다
────────────
.
.
.
한국 기업이 수혜를 본다는 소식.
불매운동 참가자들이 발 벗고 알린다.
그것이 주가에 반영된다.
그 순환의 고리를 가속시키는 존재가 있다.
"시청자분들이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계셨거든요!"
"안녕하세요. 개미투자증권의 염유안 부장입니다."
−애국 아저씨!
−덕분에 좋은 투자 정보 알아갑니다 ㅎㅎ
−오늘 한국볼펜 엄청 뛰었더라고요
−염부장님은 사랑입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
개인 투자자들에게 여러가지 투자 정보를 가르쳐준다.
그것이 적중하고 있다.
그가 짚었던 애국 테마주들이 정말 오르는 것이다.
"최근 시장이 안 좋잖아요."
"네."
"그럼에도 매수를 추천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지금의 무역분쟁이 얼마나 큰 기회인지 개인 투자자분들에게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죠."
"기회요?!"
그에 따라 관심도 증폭된다.
어째서 주가가 오르는지 알고 싶어한다.
'항상 악역만 맡으라고 하면 섭섭하지.'
그것이 자신의 역할.
염유안은 잘 이해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을 말이다.
"한일무역분쟁으로 인해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불가피한 것은 사실입니다."
"아……, 그렇죠."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회사도 있고, 저는 그것을 애국 테마주라 불리는 주식이라 생각합니다."
"오~!"
−역시 전문가이십니다 ㄷㄷ
−어떤 상황에서도 이득을 보는 게 진정한 투자자라고 할 수 있죠 ^^
−그래서 뭘 사면 좋나요?
−이 새끼는 꼭 오르고 나서 말하더라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기관이 미리 매집을 한다.
이후 방송에서 홍보해 개미에게 떠넘긴다.
이미 오른 주식.
그럴 듯한 이유를 붙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요한 건 사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거지.'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
애널리스트는 증권가의 세일즈맨이다.
타악!
그에 이골이 나있다.
염유안은 미리 준비해온 자료를 화면을 통해 송출한다.
---------------------------------------------+
『일본 제품 100% 대체 시 잔여 상승률』
한국볼펜: 4,305원→ 20,850원 (+384.32%)
한국의류: 1,400원→ 3,100원 (+121.42%)
화이트소맥: 21,500원→ 37,900원 (+76.27%)
대한제지 1,065원→ 1,405원 (+31.92%)
빨라머니 5,220원→10,200원 (+95.40%)
바이오콘돔 56,900원→ 122,500원 (+115.29%)
서울악기 15,800원→ 25,300원 (+60.12%)
왕관제과 9790원→ 11,900원 (+12.15%)
+---------------------------------------------
예상 주가.
이 주식은 앞으로 쭉쭉 오를 거라는 가스라이팅을 심어주는 작업이다.
"주가가 엄청 오른다고 보시네요?"
"보수적으로 잡았습니다."
"아, 보수적으로……. 4배가 넘게 오르는 것도 보입니다만."
−한국볼펜 이미 2배 올랐는데
−혹시 약 빨고 오셨나요
−아니, 이건 좀;;
−진보적으로 잡으면 얼마나 오른다는 거야……
개미들이 그 주식을 팔지 않게 만든다.
꿈과 환상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도록.
'지금이야 비웃겠지.'
결국 당하게 되어있다.
한두 번 해본 것이 아니다.
타당해 보이는 근거를 붙인다.
"일본 회사의 점유율을 뺏어왔을 때의 매출 증가량을 계산하면 결코 과한 평가가 아닙니다."
"불매운동을 한 만큼 수혜를 보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중졸도 이해할 만한 수준.
그것을 대단한 투자 정보인 양 포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님 말고.'
시장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그 무서움을 모르는 개미 투자자들이 멋모르고 뛰어든다.
"점유율이 확대되면 시장에서 1위 기업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런 점이 있군요?!"
"애플이 오성전자보다 PER이 높습니다. 1위 기업은 프리미엄이 붙어요. 그런 부분까지 계산하면 저런 결과가 도출됩니다."
−오……
−주가가 올라가는 이유가 있는 거네요
−방금 MTS 켜고 풀매수함 큐ㅠㅠㅠㅠㅠㅠㅠ
−약팔이 존나 잘하네
등을 밀어줬을 뿐이다.
딱히 강요를 하거나, 잘못된 투자 정보를 가르쳐준 것도 아니다.
혹하는 개미들.
많을수록 투심이 집중된다.
잠깐 정도는 주가가 급등할 만하다.
'주가가 올랐는데도 익절을 못한 건 본인 잘못이지.'
염유안이 계속 활동을 할 수 있는 이유.
손해를 본 사람도 있지만, 이득을 본 사람도 있다.
합리화가 가능하다.
자신의 주가 예측치는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했을 때의 미래다.
"그래도 한국볼펜은 주가 예상치는 과한 감이 있는데……."
"국내 필기구 업계에서 일본 점유율이 70%입니다."
"와! 그렇게나 되나요?"
"다른 섹터들은 경쟁 기업들이 있지만, 필기구는 한국볼펜 말고는 토종기업이 없습니다."
그러한 사실.
알려주지 않은 것은 딱히 속이는 것도 아니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속는 쪽이 무조건 나쁘니까.'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 일을 해나갈 수 있다.
버는 사람은 벌고, 속는 사람은 속는다.
자신이 아니어도 돈을 잃을 연놈들이다.
죄책감 따위 가질 필요가 없다.
"브랜드 가치도 높고요."
"브랜드 가치!"
"한국볼펜이라는 회사를 모르시는 분들도 똑딱이 볼펜이라고 하면 다 아시잖아요?"
−뭔지 알겠다!
−똑딱이 볼펜 만드는 회사였구나
−진짜 근본이네 ㅋㅋㅋㅋㅋㅋㅋ
−한국볼펜 떡상 가즈아!
염유안은 평소와 같은 영업을 했을 뿐이지만.
* * *
현대의 주식.
평가의 기준이 되는 것은 가치 따위가 아니다.
'예를 들어 허니버터칩이나 야켓몬빵을.'
정가에 구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회사에서 매긴 희망 소비자 가격이다.
한국신문− 「야켓몬빵, 사자마자 2배값에 '당근'」
팩트뉴스− 「“허니버터칩 냄새 팝니다”… 빈 봉지 1200원에 판매」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웃돈을 주고서라도 사먹으려고 난리가 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정상화가 되겠지.'
그 가격 주고 대체 왜 먹었지?
스스로도 바보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것이다.
주식 시장의 원리도 큰 틀에서 비슷하다.
─개미님이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
좋아 보이는 주식.
당장이라도 사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조바심에 휩싸인다.
"거래량 미쳤다."
"호가창 보이지도 않아."
"왜 이렇게 사려고 난리인 거지?"
한국 주식 시장이 어려운 이유다.
세계 어느 증시보다 심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유튜브에서 슬슬 떠들어 대고 있잖아.'
그 차트.
하이먼 민스키 모델로 따지면 언론 보도가 증가하는 시기다.
주가가 펌핑을 한다.
그리고 곧 1차 하락기를 가지게 된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개미 터는 시간 말이다.
밑도 끝도 없이 올라갈 때 한 번 물량을 턴다.
"지금 다 털어요?"
"아니."
"?"
"추세만 만드는 거야."
그러고 나서 다시 올린다.
급등주의 움직임은 심리를 기반으로 한다.
'그래야 FOMO가 와서 다음번에는 손절을 안 해.'
어? 내리는 건가?
아니네. 개미 털린 거네.
인간은 학습을 하기 마련이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스라이팅도 빛을 발한다.
유튜브에서 자질구레한 거 주워 보는 것이다.
─기관님이 주식을 매도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그렇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내가 상상한 플랜 내에서 차트가 움직이는지 살펴본다.
'그런 것 같지.'
급등주는 이런 식으로 거래한다.
시장의 심리를 원하는 대로 이끌어간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그것을 조금 더 재촉할 뿐.
아니, 상대방이 보고 있는 그림을 비트는 것이 목적이다.
'주가를 나만 움직이려고 하겠어.'
기관과 세력이 더 눈에 불을 키고 있다.
그럴 만한 힘과 능력을 가진 이들이다.
---------------------------------------------+
『한국볼펜』
7,380원 ▲4,830원 (+189.41%)
[열흘만에 3배 가까이 올라버린 그래프.jpg]
+---------------------------------------------
며칠 지나지 않아 그렇게 된다.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주가가 더 뛰어오른다.
'개미들은 사고 싶어서 난리가 나고.'
자신들의 물량을 받아줄 고마운 이들.
그리고 기관은 숏을 치는 게 가능하다.
장기간에 걸쳐 발라 먹는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개미들만 펜트 하우스에 산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그렇게 될 미래.
예상이랄 것도 없다.
한국 주식에서는 매년 일어나는 현상이다.
"다 팔아요?"
"파는 척이야."
"척?"
"척을 왜?"
"다 보고 있을 테니까."
뻔하다.
그럼에도 당한다.
왜?
다윗과 골리앗과 같은 신화는.
'주식 시장에서는 일어날 수가 없거든.'
체급의 차이를 당해낼 수 없다.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해도 말이다.
지금까지는 그러했다.
기관에 대항할 수 있는 최소한의 힘을 갖췄고.
─기관님이 주식을 매도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쿼드라 킬!
펜타 킬!
그들을 내 생각대로 움직인다.
원하는 대로 양아치짓을 하게 둔다.
'공매도 오지게 박고 있겠지.'
무조건 이득을 보는 거래.
마음 편하게 생각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전략을 알고 있다면 파훼도 가능하다.
기고만장하게 웃고 있을 그들에게.
─외국인님이 기관님의 개미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
새로운 논리 탄생이라는 게 뭔지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