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57
혐한 제조기
일본.
막연하게 알려진 것보다 훨씬 대단한 나라다.
'비교하는 것이 민망할 정도로.'
한국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일본은 라이벌이고, 따라잡아야 한다.
그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목표인지.
자료를 본다면 한눈에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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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글로벌 기업 시가총액 순위』
1위 日NTT
2위 日일본흥업은행
3위 日스미토모은행
4위 日후지은행
5위 日다이이치칸교은행
6위 美IBM
7위 日미쓰비시은행
8위 美엑손
9위 日도쿄전력
10위 英로열더치셀
11위 日도요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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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가총액 최상위권을 쓸어담았다.
그 미국조차 상대가 안됐다.
'라이벌로 삼는 것도.'
어느 정도 균형이 맞을 때 이야기다.
어린 아이와 어른급의 격차였던 것이다.
과거형.
그토록 대단했던 일본은 일장춘몽의 한때에 불과하다.
"부동산 말입니까?"
"부동산은……."
"사장님 다시 한 번 고려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부자는 아무리 망해도 3대는 간다는데.
'지금은 도요타 빼면 아무것도 없거든.'
그토록 잘 나갔던 국가가?
고작 몇십 년만에 지나치게 쇠퇴했다.
버블이 꺼진 여파.
그 한 줄로 설명을 하기에는 개연성이 부족하다.
"이미 충분히 심사숙고하고 내린 결론입니다."
"아니, 사장님!"
"저희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아버님께서도 이것만큼은 안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임원진이 발작을 하며 반대할 만도 하다.
'부동산이 치명타였으니까.'
키타야 전기.
내부 회의가 진행 중이다.
예상했던 대로 여론이 좋지 않다.
이전 세대에게는 PTSD다.
과거 일본 기업들은 부동산 투자에 매달렸다.
"오성전자와의 JDM으로 개발과 유통에 필요한 인력이 줄었습니다. 잉여 인력을 신사업에 돌리겠다는 것인데 무엇이 문제인 거죠?"
"신규 사업을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부동산은 안되죠 부동산은."
"허허, 사장님께서 아직 경험이 부족하셔서……."
본업도 내팽개친 채 말이다.
버블 시대.
사업을 하는 것보다 부동산 매매가 수익률이 좋았다.
'그러다 보니까.'
회사가 정상적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본업에서는 경쟁력을 잃고 도태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버블까지 뻥!
그 잘나가던 일본 기업들이 망해버린 진짜 이유다.
"저도 버블 시대의 과오를 알고 있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업계에서도 말이 나올 겁니다 분명!"
"본업과도 상관없는 사업을 하다니요?"
그것을 다시 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임원진이 반대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이미 늦었지만.'
오성전자 일본법인과의 협업.
회사의 주가와 수명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다.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는 임원진은 환영했다.
트로이 목마라는 사실도 모른 채.
"사장님께서도 그토록 완고하시다면 저희도 생각이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저도 생각이 있으니까요."
""네?""
"이쪽에 계신 이찬욱 대주주께서도 찬성표를 던져주셨습니다."
""!!""
지분을 조금 내준다고 위협이 되진 않는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분명 그렇다.
'카에데의 지분과 내 지분을 합하면 하고도 남거든.'
30%를 채우진 못한다.
하지만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는 충분하다.
떨떠름한 임원진의 표정.
틀딱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타악!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는 편이 좋을 것이다.
준비해온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한다.
"제가 키타야 사장의 신사업 제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 혼란스러운 분들도 계실 겁니다. 조사해온 자료를 보신다면 납득이 되시리라 사료됩니다."
스크린.
도쿄 23구의 부동산 가격 그래프가 띄워진다.
대체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타워 맨션은 우상향을 하고 있지.'
2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를 일컫는다.
1개 동이 1000세대가 넘어가는 거대한 건물이다.
이곳만큼은 가격이 계속 오른다.
부동산 투기가 없는 일본에서는 기형적인 현상이다.
"조사 결과,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매입 목적은 상속으로 밝혀졌습니다."
"상속?"
"물려주기 위해 샀단 말인가?"
"네, 주식이나 기타 재산보다 상속세가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
바로 단카이 세대다.
일본의 부를 갖고 있는 그들이 죽게 되면.
'상속세를 내야 하니까."
주식은 시가로 평가한다.
현재 가격에 비례해 정직하게 내야 하는 것이다.
부동산은 토지 가격이 기준이 된다.
건물의 가격은 반영되지 않는다.
그 건물 고가 건물이면?
프리미엄이 끼면 낄수록 상속세에 긍정적이다.
"단순 계산상으로 50% 이상의 절세 효과가 있습니다. 맨션 가격이 뛸수록 이 비율은 더 높아지겠죠."
"상속세를 덜 내도 된다는 소린가?"
"나도 최근에 고민하고 있었는데……."
""오오!""
회사의 임원진.
귀를 쫑긋 하고 들을 만하다.
그들이 바로 단카이 세대니까.
'오오 거리고 있네. 니들 뒤진다는 소린데.'
그것도 모르고 아주 화기애애하다.
절세 아이디어가 아주 감미롭게 들린 모양이다.
단카이 세대는 일본의 부를 거머쥐고 있다.
그들이 멸종을 할 날이 머지않았다.
짝! 짝! 짝!
그것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다.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고급 맨션을 사들이는 걸.
'그렇게까지 솔직하게 말하진 못하겠지만.'
제안을 통과시키는 게 급선무.
사업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 받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확실히 일리는 있습니다만……."
"만약 잘못된다면 어떻게 할 겁니까?"
"추진을 한 제가 모든 책임을 지도록 하겠습니다."
"흐음~!"
"사장님의 뜻이 그러시다면 뭐."
그리고 책임.
일본인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다.
누구보다 도전적이어야 할 기업인들이.
'저 모양 저 꼴이니.'
투자자 입장에서 일본은 기회의 땅이다.
정부가 비굴한 수준으로까지 지원을 해준다.
제발 좀 투자를 해달라고 사정사정하고 있다.
써먹을 생각이 없다면 내가 이용한다.
* * *
지분 인수.
주식 시장의 최대 호재거리다.
〔한국 주식 갤러리〕
─키타야 뭐시기가 좋은 회사면 뭐함 ㅋㅋㅋㅋㅋㅋㅋㅋ
─키타야 전기 꽤 근본 있는 회사임
─현시각 오성전자 협력사 근황.jpg
─오성전자가 키타야 전기 먹었다고??
.
.
.
투자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뜨거울 만도 하다.
다른 기업도 아니고 오성전자가.
─오성전자가 키타야 전기 먹었다고??
[6만 전자에 물린 계좌.jpg]
근데 왜 내 오성전자는 안 오름?
└ㅄ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펜트하우스 쌉지리누
└아 아저씨 거긴 안 가요
└정보) 합병, 합작시 오르는 건 인수 기업이 아니라 피인수 기업이다
새로운 협력사를 발표했다.
해당 기업에 이목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일반적으로는 주가가 오른다.
대기업이 도와줄 거라고 생각을 한다.
─현시각 오성전자 협력사 근황.jpg
[키타야 전기 주가.jpg]
3연상 치는 중 ㄷㄷ
└시총 1조짜리가 ㅁㅊ
└+18%밖에 안되는데 이게 왜 상이냐?
글쓴이− 닛케이는 %가 기준이 아니라 +00엔이 최대 상승치임
└초상이 아니고 진짜 상이네
좋은 회사라는 믿음도 생긴다.
사업 파트너를 아무나 고를 리 없다.
사업 시너지도 기대가 된다.
실제로 주가가 연일 상을 기록하고 되자.
─키타야 전기 꽤 근본 있는 회사임
일본 가전제품 5위 먹던 곳
OEM 아니고 JDM으로 협업한 것 보면
단순 하청이 아니라서 과거 주가 회복할 수도 있음
└분석추
└듣고 보니 그럴 듯한데 ㄷㄷ
└차트상으로도 골든크로스 나오면서 추세 전환임
└형 믿고 몰빵 가도 되지?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커진다.
왜 이렇게 매일 오르지?
부러움이 차오르게 된다.
가능하면 떡고물이라도 얻어먹고 싶다.
─키타야 뭐시기가 좋은 회사면 뭐함 ㅋㅋㅋㅋㅋㅋㅋㅋ
[키타야 전기 일봉 차트.jpg]
이미 2배 가까이 뛰었는데
야수의 심장 아닌 이상 못 들어감
└처음에 들어간 놈들만 먹는 거지 컄ㅋㅋㅋㅋㅋㅋㅋ
└내부자 아닌 이상 불가능함……
└이래서 주식이 좆같은 거임
└오성전자랑 협업이면 더 오를 것 같긴 한데 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개미들은 정보를 얻을 능력도, 판단할 수단도 없다.
그것을 귀신 같이 하는 한 사람.
주식 커뮤니티가 뜨겁게 타오를 만도 하다.
─키타야 전기 존나 좋은 회사 맞음.Fact
[키타야 전기 전자 공시.jpg]
이번에 공시 새로 떴는데
대주주 명단에 손익좌 있음
└이찬욱이 손익좌 본명이냐??
└주갤의 자랑
└이건 또 어케 알고 들어갔누
└손익좌가 들어갔으면 ㅇㅈ이지
손익좌의 소식은 기름을 붓기 충분했다.
그가 샀던 주식은 매번 올랐다.
추종자들이 따라 사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하나의 현상을 야기시킨다.
─대일본제국만세님께서 100엔 후원!
손익좌도 일본 주식이 대세라는데?
"그래? 그분도 뭘 좀 아시는 분이구만."
−망한 나라 조센 주식을 왜 사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
−키타야 완전 핫함
−주갤에서도 일주 얘기만 하던데
−테라포밍 완벽하게 되고 있어요 작가님 ㅋㅋ
일본 주식 열풍.
그 수혜를 받고 있다.
윤네바야시는 썩소를 짓는다.
'그래, 똑똑한 사람은 가치를 알아보게 돼있지.'
평범한 일뽕이었던 그는 일본 주식으로 인생을 바꾸었다.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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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도 순풍을 받는다.
어째서 조선이 열등하고, 일본이 우수한지 증명하는 자료가 되었다.
'이 세상의 이치를 설파해야 하는데 말이야.'
말귀를 못 알아 먹는 놈들이 있다.
한국이 망해야만 알아들을런지 모르겠다.
그러한 윤네바야시의 희망사항.
정말로 근접하게 되는 사건이 터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