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53
혐한 제조기
전통적인 일본 미인.
"초카와이!"
"야바이요 고레."
"헤에……, 저 정도면 도내 랭크 최상위급도 노려볼 수 있겠는 걸?"
흰 피부, 아담한 몸매, 검고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다.
그에 부합하는 스타일이다.
아니, 그 이상.
큰 키와 긴 다리, 몸의 비율이라는 현대 미인의 소양까지 보인다.
길거리 행인들의 눈길이 끌리는 것은 당연하다.
상류 계층의 DNA를 타고났다.
"뷰티샵에 가자고요?"
"어떤 일이든 시작은 외견부터 갖추는 거니까요."
"한국인처럼……."
그런 그녀를 한색으로 물들인다.
일단은 메이크업으로 가볍게 시작을 연다.
'차이가 꽤 크거든.'
카에데씨와의 데이트.
한류를 조사한다는 빌미로 동행하게 되었다.
신오쿠보에는 한국 가게들이 많다.
그중에는 당연히 뷰티 살롱도 있다.
"그런 거는 저한테 조금."
"왜요?"
"그다지 어울리지 않습니다."
"한국에는 이런 속담이 있어요.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고."
한국식 화장을 이곳에서도 할 수 있다.
본인은 관심이 없는 척을 하고 있지만.
'외모 꾸미기 싫은 여자가 어딨겠어.'
카에데씨의 성격.
알고 지낸지 얼마 안됐지만 일만 하는 여자인 건 파악했다.
기본적인 메이크업만 한다.
사회인이 갖춰야 할 소양이기 때문이다.
"키타야상 메이크업 하면 사랑의 물시착 여주인공 닮았을 것 같은데……."
"저를 놀리려고 하는 것이라면 돌아가겠습니다."
"기분 나쁘게 들리셨다면 죄송합니다."
"너무……, 그러지 마세요."
그 이상을 내딛는 것이 어렵다.
화장 후진국인 일본은 특히 더 그러하다.
'한국이 너무 과한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성형과 화장에 미쳐있는 나라가 많지 않다.
아니, 유일하다.
그로 인해 생기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는 것이다.
메이크업 기술이 독보적이다.
"그래도 해야죠."
"뭘요?"
"한국식 데이트."
카에데씨도 이미 보았다.
드라마 속 여배우들의 판타지급의 넘사벽 외모를 말이다.
'아무리 원판이 좋아도 화장빨을 받아야 가능한 거거든.'
주인공 대접.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
자신이 특별해지고 싶어하는 생물이다.
한국 드라마는 그 욕구를 충족시킨다.
드라마 속 여성과 같을 경험을 하게 해준다.
"데이트라고요?"
"여기 커플들 많은데 같은 경험을 해야 같은 감정을 느낄 거 아니에요."
"일리는 있네요."
"자, 제가 에스코트 할 테니까."
조금씩 넘어오고 있다.
지금만 해도 허리에 슬쩍 손을 올린 걸 묵과해주었다.
'존나 빼빼 말랐네.'
워커홀릭.
밥 먹는 시간 아깝다고 칼로리메이트나 먹을 것 같은 그런 여자다.
제대로 꾸며본 적이 없다.
본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려준다.
"아! 아!"
"자꾸 꼴리는 소리 내시네."
"그, 그런 게 아니라 진짜 아파서……."
"손님 일이 많이 바쁘신가 봐요. 엄청 뭉쳤다."
마사지샵.
"손님 평소에 트리트먼트 뭐 쓰세요?"
"트, 트리트먼트?"
"끝 다 갈라졌네. 모처럼 예쁜 머리카락이신데 관리를 하셔야죠."
헤어샵.
"손톱에 뭐 바르지 않는 편이신가요?"
"매니큐어 정도는 하고 있습니다만."
"너무 아깝다~ 정말 타고나셨는데."
네일 아트샵.
하나하나 들릴 때마다 눈에 띄게 변화해 간다.
'네일 같은 건 둘째 치고.'
피부가 퍼석퍼석해 보였다.
관리도, 영양 섭취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다.
"피부 엄청 반짝거리네요."
"그래 보여요?"
"머리카락도."
"!!"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에스테틱을 통해 수분기를 익사할 정도로 보충했고.
'꼴리는 냄새 나네.'
스킨십을 이어간다.
자연스럽게 접근해 그녀의 긴 머리카락에 손을 올린다.
코를 살짝 가져다 댄다.
막 트리트먼트를 해 신선하고 향긋달달한 향이 풍긴다.
"무, 무, 무슨 짓이에요?!"
"이 정도 가지고 뭘요."
"파, 파렴치한……."
"연인 흉내 내는 거니까 조금은 받아주세요."
육체의 변화.
마음의 변화로 이어갈 타이밍이다.
여자에게는 핑계가 중요하다.
'한류를 조사한다는 빌미.'
너무 과한 행위만 아니라면 해도 되지 않을까?
그 허들을 낮춰가는 작업이다.
"그런 이유라면 납득하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회사 사람이 알아볼 수도 있잖아요."
"아."
"진짜 연인처럼 행동하면 괜찮을 거에요."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말이다.
가슴이 콩닥거리는 이벤트도 한국 드라마의 묘미다.
'진짜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의식하게 된다.
그 배덕감만으로도 평소와는 다른 짜릿한 데이트가 이루어진다.
딸랑♪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가게를 들린다.
한국식 화장을 마칠 메이크업샵이다.
"고객님 본판이 너무 좋으시다. 어떤 스타일을 생각하고 오셨어요?"
"그게……."
"생각해두신 게 없으시면 제가 솜씨를 발휘해봐도 될까요? 최대한 잘 해드릴게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장님이 신이 나서 떠드신다.
세일즈를 위해 하는 호구 잡는 걸 수도 있지만.
'그런 느낌은 아니어 보이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직업.
원석을 만나면 흥분하는 것은 예술가의 본능이다.
그래서 아티스트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한국에는 그러한 문화가 정착돼있다.
"이, 이상하지 않나요?"
"아뇨. 너무 예쁜데요."
"예쁘……, 다니."
남성 중심.
일본 여자들은 익숙하지 않다.
메이크업을 마친 카에데가 어색하게 웃는다.
'칭찬에 면역이 없지.'
예쁜 것은 사실이다.
원판이 아가씨인데 비싼 돈 주고 메이크업까지 했다.
더 띄워준다.
귀가 간지러운 정도를 넘어 앉은 자리가 가시방석으로 느껴질 만큼.
"안 그래도 예뻤는데 이젠 빛이 난다."
"그렇지 않아요."
"사랑의 물시착 여주인공보다 더 예뻐요. 코나 눈은 키타야상이 확실히 더 낫고."
"아, 아……."
"실례."
사탕 발린 말을 몇 마디 한 것만으로도 귀까지 빨개진다.
부들부들 떨기까지 한다.
'귀엽네.'
처녀 비린내 난다.
아니, 그러한 시각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는 여성들의 환상을 자극한다.
"근데 진짜 놀리려고 하는 말 아니에요."
"으으……."
"그래도 하길 잘했죠?"
"조금은요."
보르노가 잘 팔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것을 답습해 나가기만 한다면.
'한류에 빠진 일본 여자 하나 꼬시는 건 누워서 떡 먹기라는 거지.'
카에데씨의 표정.
달라진 자신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모습이다.
제대로 된 '풀메'를 해보지 않았다.
그것도 한국식 메이크업을 말이다.
"난다 고레?"
"완전 한고쿠인 아니므니까?!"
"청초한 일본의 미가 사라져버렸스므니다……."
길거리에 다시 나간다.
아까 봤던 행인들이 충격의 도가니에 빠질 만하다.
'확 달라 보이지.'
그것이 싫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관점에서.
"사람들 시선이 좀……, 많네요."
"싫어요?"
"그건 아니에요."
"키타야상이 예뻐져서 쳐다보는 거에요."
훨씬 퀄리티가 높다.
지나가던 일본 여자들과 비교한다면 더 뚜렷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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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이후 일본의 패션』
지뢰계: 고스로리 계열의 귀여운 타입
양산계: 공주 계열의 귀여운 타입
한국계: 한국 아이돌 추종
피프스계: 패션잡지 PEEPS 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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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이다.
일본의 패션 업계는 한국식 메이크업이 들어오기 전과 후로 나뉘게 된다.
'기존 패션은 아예 사라졌지.'
만화, 애니에서 단골로 나오는 갸루.
정작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희귀 생물이다.
이 거리는 물론이고 본고장인 하라주쿠조차 말이다.
소라한테는 그냥 재미삼아 입혔다.
"솔직히 조금은 좋죠?"
"그게……."
"이 정도라면 회사 사람 만나도 알아볼 일은 없겠네요."
"그러게요."
혐한 정서가 생기는 것도 자연스럽다.
일종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부정한다.
뇌가 말하는 아름다움은 속일 수가 없다.
'약간 히토미 감성 나네.'
딱딱하기만 하던 선도부장.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자각하며 차츰 달라진다.
정신적으로는 타락한다.
육체적으로는 예뻐졌다는 사실을 그림체가 증명한다.
두근! 두근!
마주 잡은 손을 거부하지 않는다.
속마음은 긴장 상태인 듯 맥박이 느껴진다.
"키타야상 손 따듯하네요. 겨울에 왔으면 더 좋았겠다."
"저, 저기 뭔가 파네요!"
"어느 가게요?"
"저기요 저기!"
겨우 깍지 좀 꼈다고 말이다.
이런 천연기념물급 처녀는 나도 처음인 것 같다.
'약간 심기체 이론처럼.'
칭찬 조금 했다고 정신을 못 차린다.
눈치를 못 채준 척 적당히 다닌다.
그것이 곧 데이트니까.
허겁지겁 고른 가게도 나쁜 초이스는 아니었다.
"여기 알아요?"
"아는 건 아니고……, 사람이 많길래요."
"나는 또 더워서 빙수집 가자는 줄 알았죠."
"빙수 파는 곳인가 봐요?"
설빙.
한국에서는 흔해진 디저트 카페다.
하지만 초기만 해도 나름 난리였다.
'진짜 특이하긴 하거든.'
토핑으로 인절미를 올리는 것은 확실히 인상적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관심을 끌었던 것은.
"이거 얼음 맞아요?"
"얼음은 얼음인데 우유얼음이에요."
"아~"
"게다가 녹을 걱정이 없어요."
"?"
빙수 그 자체다.
얼음 알갱이가 눈꽃 같은 형태를 하고 있어서 식감도 좋고.
'잘 안 녹지.'
빙수 먹을 때 굉장히 신경 쓰인다.
빨리 먹으면 머리 아프고, 늦게 먹으면 물 생긴다.
와구!
설빙은 그럴 걱정이 없다.
꽁꽁 언 우유를 간 거라서 그냥 더 맛있기도 하다.
"모래 알갱이 같은데 입에 들어가면 사르르 녹네요."
"하얀 액체 뿌리면 더 맛있어요."
"정말 그렇네요."
"제가 뿌려줄게요 미리."
얼음에 시럽만 뿌린 일본 빙수와 천지 차이.
카에데가 진심으로 맛있게 먹는다.
'사실 여자는 백이나 하나 사주는 게 직빵이긴 한데.'
명품 공세.
그런 것이 통할 사람이 아니다.
돈에 전혀 관심이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
그렇게 무욕적인 사람일수록 더 쉽게 넘어온다.
평소에 겪을 일이 없는 소소한 경험에 감동 받는다.
요리가 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