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351화 (351/450)

EP.351

조용한 불씨

사실 한눈에 알아봤다.

'생긴 것부터가 쭉 빠졌잖아.'

외모.

일본에서는 중요하다.

일본은 계급 사회이기 때문이다.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힘든 섬나라다.

신분의 고하가 철저히 구분되어 지냈고.

"안녕하세요."

과거는 물론 현재까지 이어진다.

생긴 것에서부터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

'일본 애들이 좀 그렇잖아.'

애니메이션 보고 가면 실망한다.

아 시발 존나 못생겼네.

반대로 예쁘장한 애들도 있다.

아니, 고귀해 보인다는 인상이다.

"늦어서 면목이 없습니다."

"뭐, 면목까지야 있겠습니까."

"당신의 시간을 빼앗았습니다."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다.

키타야 카에데씨가 고개를 숙인다.

아주 정중한 태도.

아가씨라는 사실이 행동거지에서 드러난다.

'그래, 예쁘잖아.'

160 후반의 키.

여성스러운 몸의 라인.

풍기는 분위기도 고급스럽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여성은 아니다.

그래서 귀하게 생겼으면 귀한 사람이라는 게 꽤 확률이 높은 공식이다.

"약속 시간에 늦은 건 아니니 사소한 건 제쳐두고……."

"바로 본건으로 들어갈까요?"

"그것도 좋겠지만."

"?"

맞아 떨어지기도 한다.

키타야 카에데.

이름부터가 그녀의 출신을 짐작케 한다.

'따로 알아본 결과도 그랬고.'

키타야 전기 사장님의 따님이었다.

심지어 후계자 코스를 밟고 있다.

드문 일은 아니다.

재벌(자이바츠).

애시당초 일본에서 만들어진 기업 형태다.

"사석에서까지 사무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을까 하네요."

"그렇게 생각되었다면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신경 쓰지 못했습니다."

"하하……."

지금은 한국이 더 유명하다.

글로벌 대기업이 가족 경영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쪽바리 새끼 되게 찡찡거리네.'

경영권 세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키타야 전기도 그중 하나였다.

그런 것 치고 예의가 바르다.

평범한 일본인과 다르지 않은 성격을 가졌다.

"일단 좀 걸을까요?"

"그런데 이곳은……?"

"아, 처음 와보시는구나."

한국말로 하면 MZ하다.

그녀가 약속 장소로 지정했던 곳도 긴자치고는.

'지극히 평범한 정식집이었지.'

서민이 매일 가기는 부담스러운 곳.

반대로 말하면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

그런 음식점을 고른 것에서 엿볼 수 있다.

그녀의 취향이 까다롭지는 않다.

『신오쿠보』

오늘 행선지.

적어도 싫어하진 않을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니까.

"요즘 여기가 핫하다길래. 와본 적 없으세요?"

"업무상 들릴 일이 없습니다."

"그렇겠죠."

길거리가 매우 활기차다.

소라와 갔던 하라주쿠도 대표적인 일본 번화가지만.

시끌시끌!

이 정도로 시끄럽지는 않았다.

돌아다니는 행인 대부분이 10·20대다.

핫플레이스의 특징이다.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유행을 주도한다.

'유행이란 것은 변하기 마련이거든.'

한국도 한때 경리단길이 유명했다.

가본 적 없는 사람들도 이름은 들어봤다.

어느 순간 언급도 잘 안된다.

그와 마찬가지의 현상이 일본에서도 벌어진다.

"뭐라도 좀 먹을래요?"

"네, 예약한 식당이 있다면……."

"뭐 예약까지야."

"?"

이유가 다를 뿐.

그것 때문에 카에데와 개인적인 만남을 가지기로 한 것이다.

'정말 사무적인 목적으로 생각한 것 같긴 한데.'

의외로 흔쾌히 허락해줬다.

아무튼 만나게 되었으니 데이트는 내가 리드한다.

『아리랑 핫도그』

핫도그집에 들린다.

다행스럽게도 줄이 그렇게 길게 늘어서 있지는 않았다.

"역시 예약을 하고 와야 했던 게."

"그런 거 안 하는 집이에요 아가씨."

규수는 규수.

길거리 음식이 익숙지 않은 모양이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내 뒤에 따라 선다.

'한국에서도 매우 흔하게 파는 거지.'

역 근처에 하나씩은 있는 명랑핫도그다.

싸고, 배 채우기 좋아서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일본 가격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하나에 400엔으로 한국 가격의 2배가 훌쩍 넘지만.

"치즈렐라 고객사마~ 기다리게 했습니다!"

그럼에도 줄을 서서 먹는다.

20분 정도밖에 기다리지 않은 것은 운이 좋았다.

"테이블은 어디에 있나요?"

"그냥 먹으면 돼요."

"여기서요?"

"이렇게."

길거리 여기저기.

핫도그를 손에 든 손님들이 많다.

그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치다.

'일본에서는 민폐라는 인식이 있지.'

음식을 들고 다니면서 먹지 않는다.

그래서 서서 먹거나, 앉아서 먹고 있다.

그조차도 익숙지 않은 것이다.

재벌집 후계자쯤 되는 아가씨에게는 말이다.

아그작!

먹는 방법을 보여준다.

설탕과 케찹이 뿌려진 핫도그를 한입 가득 베어 문다.

"먹으면 되는뒈."

"그런……."

"먹어봐요. 맛있어요."

쌀핫도그다 보니 바삭하고 쫄깃하다.

표면에 붙어있는 감자는 포만감을 선사한다.

하이라이트는 쭉~ 늘어나는 모짜렐라 치즈.

그것을 사진으로 찍는 게 유행이다.

「무라카와(CANDY TUNE)」

1주 전。

#아리랑핫도그#치즈독

[치즈핫도그 치즈 늘어나는 사진.jpg]

염원의 치즈 핫도그입니다

모짜렐라 치즈가 어쩐지! ! ! 대단한 행렬로 드디어 먹을 수 있어

모두도 먹어 보아 ☺️

「이나다 치스케」

1주 전。

#아리랑핫도그#치즈독

[치즈핫도그 베어 무는 사진.jpg]

아리랑 핫도그의 '치즈독'

밖이 감자이기 때문에 매우 맛있는♡

「사토 栞」

1주 전。

#아리랑핫도그#치즈독

[핫도그 가게 줄 서있는 사진.jpg]

유튜버씨가 먹고 있던 아리랑 핫도그가 신경이 쓰여 먹어 보았습니다 ♫

지금 유행하고 있는 것일까??

SNS에서 일종의 챌린지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게 설레발을 떨 일은 아니다.

'욘사마 어쩌고 하는 거.'

한류.

그냥 가끔씩 유행한다.

복고풍이 뉴트로다 뭐다 해서 돌고 도는 것처럼.

일본의 한류도 대중 문화의 한 갈래일 뿐이다.

지금까지는 분명 그러했지만.

"맛있네요 이거."

"식감이 재미있죠?"

"네."

최근에 들어 달라지고 있다.

한일 관계에 이상징후가 일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아그작!

핫도그를 먹으며 살펴본다.

신오쿠보 거리는 젊음의 활기가 넘치는 좋은 곳이다.

"맛있는 거 많네.'

10·20대의 행인들.

절대 다수가 여성이다.

고령화가 심한 일본에서는 보기 드물다.

<조센징을 죽이러 왔습니다!>

그 맞은 편.

정반대의 현상이 관찰된다.

혐한 시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슨 일인가요?"

"시위가 이루어지고 있네요."

"그건 저도 보면 알 수 있습니다만……."

현재 일본은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중이다.

정치인들은 여러 수단을 동원해 표를 끌어모으고.

<조센징을 그냥 두면 일본인이 죽습니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조센징은 조센반도에!>

그중에는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딱히 특이하다고 볼 것도 없는 현상이다.

'한국에도 많잖아.'

반일 감정 이용하는 정치인들.

일본에도 똑같이 있을 뿐이다.

숭고한 목적을 가지고 하는 건 아니다.

"그걸 왜 여기서 하는 건가요?"

"그들에게는 의미가 있는 장소니까요."

"?"

신오쿠보는 일본의 한인타운이라 할 수 있다.

혐한에게 있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딱 그 정도였는데.'

과거 몇 번이나 짓밟혔다.

한류가 유행할 때마다 혐한 정서도 치솟아 올랐다.

이곳 상권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로 인해 폐업을 한 가게가 한둘이 아니었다.

"야바이데스네……."

"무시, 무시."

"아르빠노?"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또라이를 쳐다보듯 하거나, 무시하고 적당히 지나친다.

유동인구수에 전혀 지장을 주지 못한다.

이러한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최근에 하라주쿠 가보셨어요?"

"네, 옷 사러 종종……."

"사람이 많이 줄어든 듯한 기분이 들지 않아요?"

"과거와 비교한다면 그렇습니다만."

유행이 시작되는 거리.

일본의 대표적인 번화가다.

그것도 옛말이 되어가는 추세다.

'뜨는 해가 있으면 지는 해도 있는 법이니까.'

단순한 유행을 넘어 주류로 자리 잡았다.

현재의 한류는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호들갑이라고 볼 일이 아니다.

실제 부동산 가격과 공실률 등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죽을 만큼 싫다. 너희들 바퀴벌레 조센징이!!>

일본의 변화.

혐한 시위대에게는 발작 버튼이다.

그래서 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일부 정치인들은 그것을 이용한다.

유권자들을 결집시키고, 화제를 키우기에 딱 좋은 소재다.

"일본과 한국의 관계가 과거 같지 않은 점은 인지하고 있습니다."

"뉴스는 챙겨보시네요."

"오늘 여기 온 이유와 무슨 상관이 있는 건가요?"

불편할 수밖에 없는 화제.

카에데의 목소리도, 눈빛도 각이 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확실히 아우라가 있네.'

귀한 집 아가씨라는 사실을 눈치챌 만도 하다.

일반 서민이 담을 수 있는 압박감이 아니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는 한없이 맑다.

쳐다보면 빠져들 것 같은 깊음도 간직하고 있다.

"조금 생각을 해보자는 거죠."

"당사와의 거래를……."

"일에 진지한 건 알겠지만 항상 사무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지양해주셨으면 합니다."

"실례했습니다."

기업의 실무 책임자로서 민감할 수 있다.

갑자기 반도체 공급이 뚝 끊겨버리기라도 하면.

'엄청난 일이 벌어지겠지.'

대체할 수 있는 나라.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가격, 품질, 물류까지 고려하면 말이다.

만에 하나의 가정조차 식은땀을 흘리게 된다.

실제로 일어나기라도 한다면 재앙에 가깝다.

무언가 깨달은 게 있는 걸까?

카에데의 눈빛이 조금 바뀐다.

그녀는 매우 우수한 모양이다.

"혼잣말입니다만……, 최근 일본 기업들의 반도체 주문이 급증하고 있더군요."

"혼잣말인가요."

"다른 나라에서는 여전히 작년 3분기 이후 공급 주문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

"!!"

조금 더 힌트를 준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회사의 중책조차 알면 안되는 일이라…….'

일본에서 무언가가 일어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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