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42
바이럴 마케팅
비판.
요리사라면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태리 동아리 단톡방〕
「[김털보의 음식공장 유튜브.rink]」
「우리 파스타 올라왔네……」
「뭐래?」
「왜 저런 유튜브에!」
「기분 나쁜 장난이라네;」
「맛없다고 까는 건 납득을 못하겠는데요?」
당사자의 귀에도 들어간다.
타당한 비판이었다면 수긍을 했겠지만.
'떡볶이도 맛없다는 미친 늙은이가.'
이태리 식품 동아리의 1학년 정보람은 빡이 친다.
최선을 다해 만든 요리다.
퓨전 방식이라고 전통 방식보다 힘이 덜 들어가는 게 아니다.
오히려 더 어렵다.
「진정해!」
「[SNS 리뷰 캡처.jpg]」
「맛있다고 하는 사람이 더 많아」
「그걸 맛없다고 하는 게 혀가 없는 거죠」
「워워」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창작에 가까운 만큼 여러모로 더 신경 써야 한다.
평가 기준도 까다롭다.
익숙한 맛이 아니라는 건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타닥! 타닥!
이튿날.
장사를 시작한다.
어제 이상으로 손님이 모여든다.
"저기다 저기!"
"참기름 파스타를 팔고 있대!"
자극적인 이슈.
좋아하는 것은 일반 대중들도 마찬가지다.
나쁜 소문일수록 빠르게 퍼진다.
SNS는 이미 떠들썩한 상태다.
'진짜 참기름으로 파스타를 만든다고?'
그 진상.
확인하고 싶기 마련이다.
수많은 인파가 파스타 부스에 줄을 선다.
『K−Pasta』
참기름갈릭 파스타 4500냥
고추장로제 파스타 4500냥
캔콜라·사이다 2000냥
확실히 특이하다.
참기름도 고추장도 파스타와는 영 연관이 없는 재료 같은데.
후루룩~!
직접 먹어보니 이해가 된다.
입안 가득 퍼지는 참기름의 고소함.
살짝 튀긴 마늘이 선사하는 악센트.
"이거 맛있다!"
"왜 맛있지?"
"몰라. 맛있으면 됐지~."
인터넷에 퍼진 소문.
방문객들도 보고 왔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너무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꼭 맛있다고 글 올릴게요."
"감사합니다."
판단 능력이 있을 뿐이다.
먹어보니 맛있다!
이 이상의 근거는 필요하지 않다.
'이게 왜 맛없다는 거지?'
'그런 말이 나올 수가 없는데.'
'틀딱들 입맛에 안 맞나 보네…….'
호평일색.
그렇게 될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맛에는 자신이 있으니까.
'그럼 누가 만든 건데.'
실력에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다.
기본기로는 동아리 내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레시피는 전수 받은 그대로 했다.
하지만 그 안에 넣은 기술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다.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감사합니다."
"일부러 살짝 덜 익히신 거죠? 간 잘 배라고."
"네……, 뭐 그렇죠."
그 맛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면 신이 난다.
요리사들의 작은 행복이다.
'파스타를 좀 아나 보네.'
알덴테.
본고장에서는 파스타를 삶을 때 반드시 설익힌다.
식감 때문만이 아니다.
표면에 자글자글한 주름을 남기기 위해서다.
틈으로 오일이 스며든다.
참기름을 덜 넣어도 고소함이 살아있다.
"맛도 단순하지가 않더라고요. 깊은 맛이 있다고 해야 하나……."
"특제 육수를 쓰거든요."
"아~ 역시! 그냥 만들면 이런 맛이 안 나오죠?"
익힘 정도를 세밀하게 조절했다.
마늘도 풍미를 죽이지 않으면서 향을 살렸다.
'뭐……, 육수가 없었다면 말짱 꽝이었겠지만.'
그럼에도 쉽지 않았다.
파스타와 비빔국수.
애매한 경계선에 멈출 수 있었다.
찬욱 선배의 육수가 없었다면 말이다.
부족했던 풍미를 더하고, 면과 참기름의 일체감을 조성했다.
"실례지만 제가 유튜브를 하고 있거든요."
"유튜브요?"
"파스타 너무 인상 깊게 먹어서 그런데 혹시 영상을 올려도 될까요?"
"……."
PTSD가 오는 단어가 들려온다.
하지만 파스타를 이 정도로 아는 사람이라면.
'믿어도 되지 않을까?'
대중의 평가.
그것이 두려운 게 아니다.
모르면서 나대는 게 짜증 나는 것이다.
보글보글!
맛을 안다면 안될 것도 없다.
기왕 보여주는 거 주방 안쪽까지 훤히 오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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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1시간 좋아요 508
와 24시간 끓인 비법 육수라니 ㄷㄷ
정일섭 셰프님께서 극찬하시는 이유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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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희 1시간 좋아요 327
파스타는 그냥 삶으면 되는 요리인 줄 알았는데……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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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욱 1시간 좋아요 311
참기름 파스타라고 해서 뭔가 했더니 ㅋㅋ
미국 한식 레스토랑에서도 잘 나간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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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진정성.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준다.
음식 유튜버들을 통해 퍼져나간다.
다른 부스들도 말이다.
아니, 음식 유튜버들이 특정 부스만 딸랑 들릴 리 없다.
"떡볶이에 춘장을 넣으신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춘장은……, 넣은 적이 없는데요? 짜장스프가 조금 들어가고."
"아 짜장스프!"
−맛서인이 그럼 그렇지
−짜장스프에서 춘장을 느끼다니 엌ㅋㅋㅋㅋㅋㅋㅋ
−한국인이 아니라 몰랐나 보네
−이래서 어설프게 아는 애들이 위험함
세간에서 떠도는 여러 유언비어들.
수많은 시청자들의 눈앞에서 정정된다.
그렇게 사건은 해결되었다.
한 번 일어난 불길은 쉽게 잠재워지지 않을 뿐이다.
"여기 술도 골라준대!"
"와 진짜?"
"주류 오마카세 해준다잖아."
이슈가 됐던 가게들.
핫플레이스가 돼버린다.
궁금하니까 직접 찾아온다.
중심에 위치한 테이블도 그중 하나였다.
단순히 자리를 깔고, 술을 사기 위한 곳이지만.
타악!
조금 특별한 메뉴가 있다.
부스에서 사온 음식에 어울릴 법한 주류를 골라주는 것이다.
"첫 번째 술 나왔습니다. 원하시면 어떤 술인지 공개해드리는데 어떻게 해드릴까요?"
"잠깐만요!"
"좀 있다가 들어도 되는 거죠?"
"네~ 잔 밑바닥에 써있으니까 다 마시고 확인하셔도 돼요."
고급술.
마시고 싶어도 못 마신다.
종류가 너무 많아서 고를 엄두가 안 난다.
취향과 음식에 맞춰준다.
가격은 약간 비싸지만 충분히 지불할 가치가 있다.
"막걸리에서 솜사탕맛 나!"
"이거 무슨 술일까?"
"글쎄……, 교이쿠상도 다 틀렸던데."
그럴 만한 이슈.
그럴 만한 분위기.
축제가 더 뜨겁게 달아오르는데 일조한다.
* * *
소문은 빠르게 다시 덮어진다.
이종격투기 − 「김털보 영상 주작 논란도 있네」
樂 SOCCER − 교이쿠상이 미식가로서 인정 못하는 음식 근황」
카오스(CHAOS) − 「교이쿠상이 의외로 맞춘 것.Real」
김털보와 교이쿠상.
음식 유튜버로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건 사실이지만.
─교이쿠상이 미식가로서 인정 못하는 음식 근황
[미슐랭 레스토랑 참기름 파스타.jpg]
미국에서 개잘팔리는 중
└왜 팔리누
└왜 팔리는데??
└저질인 건 본인 혀였고요 ㅋㅋ
└유튜버들도 맛있다고 난리더라
그 이상으로 안티팬도 많다
평소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워낙 많이 했다.
사건의 진상.
드러날수록 욕을 먹는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기에는.
─교이쿠상이 의외로 맞춘 것.Real
[떡볶킹 유튜브 캡처.jpg]
춘장 들어갔다고 했는데
짜장스프 들어간 건 맞았음 ㄷㄷ
└교이쿠상특) 애매하게 전문가임
└반은 맞았네
└50점이 어디임 ㅋㅋㅋㅋㅋㅋ
└그걸 우린 좆문가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시청자들도 바보가 아니다.
한두 명이 오는 축제가 아니기도 하다.
유튜버는 물론 일반인들도 방문객이 많다.
어설픈 거짓말과 선동이.
─김털보 영상 주작 논란도 있네
[주류 오마카세 맞추기 캡처.jpg]
주류 오마카세라고
음식에 어울리는 술 골라주는데
영상에서 말한 지평, 장수, 가평 막걸리는 여기서 안 팜
└지평, 장수를 안 팔면 대체 뭘 파는 거임?
글쓴이− 전통주 위주로 취급하나 봐
└와 오마카세 할 만하네……
└유명한 걸로 대충 찍었구만 ㅋㅋㅋㅋㅋㅋ
까발려지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그것이 장작으로 들어가며 이슈를 키운다.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정말로 좋은 품질의 음식을 팔고 있는 것이 맞는지.
─한국대 스테이크 대박이네 ㄷㄷ
[소고기 숙성 창고.jpg]
경산우라고
그냥 먹기는 퍽퍽한 소고기를
학생들이 직접 드라이에이징해서 파는 거라고 함
먹어본 사람들 말로는 웬만한 스테이크 전문점보다 맛있다고……
└처음부터 다 만드니까 5천 원이 가능하구나
└드라이에이징 엄청 어려운 거 아님?
└한국대 클라스 보소
└나이만 학생이지 그냥 전문가네
실제 음식 부스.
유튜버들의 촬영으로 인해 알려진다.
얼마나 정성 들여 만든 좋은 음식인지 말이다.
'잘 돼가고 있네.'
반쯤은 노렸던 부분이다.
본래의 계획은 공중파 방송을 타는 것이었다.
음식 가격이 싸다고?
싸구려인지 아닌지부터 의심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유튜브〕
「떡볶킹. 화제의 떡볶이 먹고 왔습니다!」 − 조회수 22만회 · 5시간 전
「폭식맨. 한국대 대동제 음식 전부 먹어보기」 − 조회수 50만회 · 1일 전
「수비수셰프. 현직셰프가 말하는 참기름갈릭파스타」 − 조회수 27만회 · 3시간 전
유튜버들.
알아서 꿀냄새를 맡고 달려든다.
덕분에 홍보가 자연스럽게 되고 있다.
'우리집 고급입니다라고 대놓고 홍보하긴 좀 그렇잖아.'
가장 고심했던 부분이다.
가격과 고급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도 힘들지만, 인식시키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해라는 형태로 깔끔하게 벗어던지게 되었고.
"아시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SNS에서 지금 핫하거든요."
"네! 그렇죠! 저희도 오기 전에 확인을 했고."
"촬영에서 참고를 해주시면 시청자 반응이 좀 더 좋지 않을까……."
브랜드 이미지를 쌓아 올릴 발판이 생성된다.
공중파 방송을 통해 더 단단하게 다진다.
'한 번 이슈가 되면.'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진다.
방송사에서도 더 밀어줄 만하다.
올해에도 큰 도움을 주고 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