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341화 (341/450)

EP.341

바이럴 마케팅

김털보의 유튜브.

『김털보의 음식공장』 구독자 128만명

「이 밍밍한 물맛은?! 진실의 혀는 못 속입니다」− 조회수 197만회 · 1주 전

「"먹던 반찬 재탕" 여기가 동현동 맛집 수준인가요?」− 조회수 220만회 · 2주 전

「음식 재사용하는 무한리필 간장게장 식당 촬영 거부하겠습니다…!」− 조회수 505만회 · 3주 전

음식점 고발이 주요 컨텐츠다.

비양심적인 행태를 시청자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곳이 어디겠어.'

처음에는 공익을 위한 목적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점점 변질되었다.

자극적인 방송.

까내리는 마녀사냥.

조회수를 쉽게 올릴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한국신문− 「“음식공장 말 한마디에 맹물국숫집이 됐습니다”」

팩트뉴스− 「'음식공장' 때문에 문 닫은 간장게장 식당 근황 "장난전화 무서워...공황장애"」

제대로 된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는다.

그로 인한 피해자가 속출하게 된다.

세간에서는 비난이 쏟아질 만하다.

그의 방송이 기피되고 있는 이유지만.

"첫 번째 음식은 떡볶이네요."

"떡볶이……."

"하실 말씀이 있으신 거 같은데 교이쿠 선생님?"

"떡볶이는 맛없는 음식이죠."

−그 명대사!

−목요미식회에서 듣고 감동했습니다

−몸에도 안 좋은 음식이에요~

−떡볶이 파는 포장마차 발견하면 불법노점상으로 신고 중입니다 ㅎㅎ

고정 시청자들은 다르게 생각한다.

그가 음식점을 고발해주길 바란다.

아니, 나쁜 음식점이다.

세상의 비리를 파헤치는 정의로운 존재다.

'그런 내가 말하는 건데.'

털보는 자신의 파급력을 알고 있다.

그것을 이용하는 방법도 빠삭하다.

시청자들의 생각.

진실을 알고 싶은 것도, 정의를 구현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떡볶이는 달고, 짜고, 매운 양념맛으로 먹는 거거든요."

"그렇죠. 몸에 진짜 안 좋죠~."

"이런 걸 학생들에게 먹이는 이 나라의 식습관은 문제가 있다."

그저 내려다보고 싶을 뿐이다.

절대적 선이라는 도덕적 우월감에 심취한다.

그렇기에 방송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그 욕구만 충족시켜줄 수 있다면.

'손익좌 너는 악이야.'

사전에 조사를 마쳤다.

교이쿠상이 이를 갈고 있는 대상이 누구인지 말이다.

손익좌.

주식으로 떼돈을 벌었다.

악역으로 내세우기 아주 적합하다.

"작년에도 이런 일이 있었죠."

"저도 이야기는 들었는데……."

"인스턴트 라멘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인 후안무치한 녀석들이 있었습니다. 그 녀석들의 소행이라고 보지 않을 수가 없겠네요."

"정말 돈이라면 뭐든지 한다는 느낌이네요."

−세상에 ㄷㄷ

−저도 그 방송 봤습니다

−손익좌라는 말이 있던데요?

−주식으로 떼돈을 번 놈입니다…… 털보 선생님 말대로 더러운 짓도 서슴지 않는 놈이죠

이 나라에서 돈이 많은 자는 악이니까.

프레임을 덮어 씌우는 건 간단하다.

'사람은 믿고 싶은 것을 믿기 마련이지.'

자신들이 선이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악일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믿는 것이다.

저 사람은 악이다!

그것을 판단하고, 재단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털보다.

우적! 우적!

이곳 한국대도 그렇게 된다.

자신이 마음을 먹은 이상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어, 시발 맛있잖아?'

부스에서 사온 떡볶이.

진한 감칠맛이 입안에서 터진다.

너무 짜지도 않고, 맵지도 않은 게 적당하다.

"맛은 그럴 듯하네요."

"음……, 뭐."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듭니다."

"어? 어떤 부분이죠?"

"우리가 떡볶이라는 음식에 집중해 중요한 진실에서 눈을 돌리고 있는 게 아닌가……."

확실히 맛은 괜찮다.

결심을 하고 온 교이쿠상조차 엉거주춤할 만도 하다.

'맛 따위 중요하지 않다니까.'

악인 이유.

그럴 듯하게 붙이기만 하면 된다.

나머지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에 달렸다.

"가격이 쌉니다. 너무 싸요."

"아마 1인분에 2천원이었던 걸로."

"노동의 가치가 전혀 담겨있지 않다! 담당자에게 조속한 해명을 요구할 수밖에 없겠군요."

−학생들의 노동력을 갈취하고 있는 거군요!

−군사정권 시절이 생각나네요 ㅠ

−저 2인분 같은 1인분을 위해 학생들을 얼마나 갈아 넣었을지……

−이러려고 대학 보냈나 허허

그것이 김털보의 인기 비결이다.

아무리 개소리를 해도, 실제로 맞는 말이 하나도 없어도.

'프레임만 씌우면 상상 속에서 악인으로 만들게 되어있어.'

특유의 선동력.

대중이 원하는 말을 해주는데 있다.

자신들이 믿은 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먹방) 김털보의 음식공장. 미식은 언제나 힘들다 -한국대 축제-」_ დ306,973명 시청

그렇기 때문에 빠져드는 것이다.

그의 방송을 본다면 절대적 선의 입장에서 타인을 내려다볼 수 있다.

−상상도 못했던 정체!

−최저시급도 못 받고 있는 거죠~

−SNS에서는 싸다고 맛있다고만 난리던데 선생님께서는 그 너머의 진실을 꿰뚫어 보시는군요

−대학 축제에 그런 비밀이……

−가격이 싼 건 당연한 거였네요

−가슴이 아픕니다

−하마터면 선동 당할 뻔했네요 휴우

−털보 선생님 덕분에 항상 진실만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속 시원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김털보의 시청자층은 편향적이지만, 그 수와 충성도는 범상치 않다.

'역시 믿음직해.'

진실만을 알아보는 미각이라 불릴 만하다.

그가 말하는 것을 시청자들은 진실로 받아들이니까.

"일반적인 떡볶이 양념……, 꽃게와 홍합을 넣었다는 점이 다소 특이하군요."

"신의 혀!"

"제 혀는 속일 수 없습니다."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한국 최초의 맛 칼럼니스트로서의 명예를 되찾아야만 한다.

'또 저열한 기교를 부려 놨겠죠.'

두 번이나 당했다.

녀석의 수법을 잘 알고 있다.

떡볶이 가게에서 슬쩍 보았다.

꽃게와 홍합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광경을.

그리고 겉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우물우물

숨겨진 맛.

신경 쓰지 않았다면 모를까.

진심으로 테이스팅을 하는 자신을 속일 수는 없다.

"호오……, 이건 춘장인가요?"

"춘장이요? 짜장면에 들어가는 그?!"

"중국식 된장이라고 할 수 있죠. 고급스러운 맛을 흉내내기 위해 넣은 모양입니다."

−떡볶이에 춘장이라니 ㄷㄷ

−중국 스파이가 아닌지 의심됩니다

−그걸 한 번 먹어보면 아나요?

−한국 음식은 몰라도 외국 음식은 빠삭하시네요!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분위기가 완벽하게 만들어졌다.

남은 것은.

'전문가로서의 권위는 충분히 섰겠지.'

비판을 한다.

이곳 축제의 음식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조목조목 꼬투리를 잡는다.

"파스타에 참기름이라니……, 세상에 이런 기분 나쁜 장난이."

"학생들이 귀여운 짓을 했네요?"

"언어도단입니다. 한 명의 미식가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요."

−어떻게 파스타에 참기름을 ㅋㅋ

−원가 줄이려고 음식 같지 않은 음식을 파나 보군요

−돈독이 올라도 제대로 올랐습니다

−SNS에서는 맛있다고 먹더라고요 참 기가 차서

김털보의 방송을 통해 송출된다.

수십만의 시청자와 100만이 넘어가는 팬덤이 지켜보고 있다.

그 영향력.

과거에 비할 바는 아니다.

공중파에는 출연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너 같은 녀석 하나 담그는 것쯤이야……'

복수는 충분히 이룰 수 있다.

축제를 반드시 망가뜨려준다.

이번에야 말로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손님 맛있게 드시고 계신가요?"

"음……, 학생분들의 노력은 알겠습니다만."

"같이 마실 주류도 있거든요. 저희는 오마카세를 추천해드리고 있는데 어떠세요?"

"오, 오마카세?!"

인증 과정이 남아있었다.

* * *

방송의 여파.

〔틀니앙− 틀에 박혀있지 않은 깨어있는 기성세대〕

─한국대는 반드시 해명해야 합니다!

─틀니앙 상주하시는 기자님들 참 많으실 텐데~

─손익좌 돈독이 제대로 올랐네요

─음식공장에서 한국대 축제 고발했네요 ㄷㄷ

특정 커뮤니티에서는 이슈가 된다.

김털보의 유튜브를 보는 주된 시청자층은.

─음식공장에서 한국대 축제 고발했네요 ㄷㄷ

[김털보의 한국대 축제 먹방.Youtube]

SNS에서는 맛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가서 먹어보니 조악하기 그지없었다고……

└SNS가 그럼 그렇죠

└오늘도 진실만을 말하는 그의 혓바닥!

└거 손익좌가 하는 곳 아니오?

└그놈이네요 그놈! 집값 올라간다고 선동한 그 자슥

노년층으로 이루어졌다.

그 노년층이 많은 틀니앙에서는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손익좌.

이름만 들어도 이가 바득바득 갈린다.

부동산 사태로 피해를 본 유저들이 많다.

─손익좌 돈독이 제대로 올랐네요

부동산 때도 서민들 피눈물 흘리게 만들더니

이번에는 저질 음식 팔면서 서민들 등쳐 먹고 있나 봅니다

└정말 손익좌가 맞습니까?

글쓴이− 네……, 확실한 사실입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바깥에서도 새는 법이죠~ 인성 어디 안 갑니다

└교이쿠 선생님도 한 소리 단단히 했습니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물어 뜯는다.

진위 여부 따위 전혀 중요하지 않다.

싫어하는 사람이니까.

스트레스가 풀리니까.

그것도 절대적 선의 입장에서 말이다.

─틀니앙 상주하시는 기자님들 참 많으실 텐데~

김털보, 교이쿠 선생님 유튜브 보시는 기자님들도 많고요

내일쯤부터 슬슬 기사 뜰 텐데 볼 만하겠네요 ㅎㅎ

└아마 이 글도 보고 계시지 않을지 ^^

└정의구현 갑시다!

└한국대 학생들은 죄가 없겠지만 손익좌 그놈은 문제네요

└허허, 저질 음식으로 사기 치면 쓰나

젊은 층이 하는 커뮤니티가 아니다.

이슈를 크게 부풀릴 수 있는 힘이 있다.

자신들이 선.

손익좌를 악이다.

틀니앙 내에서는 기정사실화가 되었지만.

「한국대학교 대나무숲」

1시간 전。

#897번째아우성

총학생회에서 알립니다

한국대 대동제가 성황 리에 개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불미스러운 소식이 있어 안내드립니다

부스에서 판매되는 음식들은 학생들의 땀과 노력이 담겨있는 결과물입니다

저렴한 가격이 가능한 이유는 둘마트에서 원가에 가깝게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참기름갈릭 파스타'는 뉴욕에 위치한 미슐랭 레스토랑의 레시피를 재해석한 것으로……

훌륭한 바이럴 마케팅만 돼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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