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40
맛 검증
술.
성인이라면 너무나도 익숙할 액체 음료다.
'대학생들도 알 건 다 알지.'
MT 가면 마시게 되어있다.
사회에서도 직장 상사들이 죽여라 맥인다.
나 주량 세다!
2차는 어디 갈까?
한국 사회에 곳곳에 침투한 술이지만.
"니들은 술맛을 몰라."
"술맛이요?'
"아는데."
"애 취급하는 거임?"
정작 '술맛'을 아는 사람은 없다시피하다.
한국인들의 문제라기 보다는.
'먹어본 게 별로 없잖아.'
술맛을 알 기회가 없다.
기껏해야 소주, 맥주, 막걸리 정도가 끝이다.
"그리고 끽해야 룸빵에서 여자 끼고 양주나 빨겠지. 크~"
"또! 또!"
"이럴 때 보면 손익좌 아닌 거 같다니까."
많은 주종을 접해보지 못했다.
깊이에서도 마셔본 것이 많지 않다.
'K−주세가 그지 같으니까.'
안타까운 일.
하지만 값싼 가격에도 충분히 맛있는 술들이 있다.
「홉 하우스 13」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레페 브라운」
「기네스 엑스트라 스타우트」
「파울라너 바이스비어」
「1664 블랑」
「덕덕구스 IPA」
알고 먹는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편의점 맥주 중에도 괜찮은 것이 많다.
"다 처음 보는 것들인데."
"편의점 갈 때 보기는 한 듯?"
"캔이 예쁘다!"
"잡숴봐."
주식 동아리.
술을 팔 예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알아야지.'
술맛도 모르면서 술을 팔 수는 없다.
가지고 온 캔맥주들을 하나씩 딴다.
꼴꼴꼴~
잔에 따라 붓는다.
황금빛 액체, 흑갈색의 액체, 뿌연 오렌지색의 액체.
"홉 하우스 13과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는 라거, 레페 브라운과 기네스 엑스트라 스타우트는 흑맥주, 파울라너 바이스비어와 1664 블랑은 밀맥주지."
"뭔가 종류가 많네요?"
"그냥 마시면 되지 귀찮게."
"이것도 적당히 한 거야."
대표적인 맥주의 종류들이다.
세부적으로 따지면 하나의 학문을 논해야 한다.
'진짜 해외에서는 학문인데.'
한국에서는 그냥 술이라 퉁친다.
희석식 소주와 라거밖에 모르는 나라다.
꼴꼴꼴~
그런 라거도 급이 나뉜다.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일명 산프몰은 밸런스가 좋다.
"조금 쓴데요?"
"맛이 진하긴 하다."
"전 이거 맛있어요!"
"평범하게 맛있지."
라거 맥주가 가져야 하는 맛.
모든 부분이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고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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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 vs 산프몰』
탄산감: 카스
홉풍미: 산프몰
맥아맛: 산프몰
바디감: 산프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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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중간에 위치해있다.
흔히 마시는 카스는 탄산감은 세고 나머지는 전부 下다.
"홉 하우스는 홉에 초점을 뒀지."
"이거 너무 써요!"
"괜춘."
"난 이게 취향임."
홉 하우스는 이름 그대로 홉의 풍미가 강하다.
탄산감도 조금 더 센 특색이 있다.
'어디까지나 라거 중에서지만.'
라거는 대중적인 맥주다.
익숙한 맛이고, 상대적으로 마시기도 편하다.
꼴꼴꼴~
조금 더 특색이 있으면서 마시기 편한 맥주.
밀맥주인 파울라너 바이스비어를 따른다.
"완전 부드럽고 마시기 편한데요?"
"밀로도 맥주를 만드는구나."
"맛있다. 바나나향 나!"
바나나향이 솔솔 올라온다.
맛은 구수하고 담백하며, 질감은 걸쭉한 것이 부드럽다.
''여자들이 좋아하지.'
열에 아홉은 맛있다고 한다.
여기에 여러가지 부가물을 넣은 것이.
꼴꼴꼴~
1664 블랑.
벨기에식 밀맥주다.
오렌지 껍질과 고수 씨앗이 들어간다.
"새콤하고 맛있어요!"
"고수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거슬리진 않네."
"으엑, 이상해……."
"고수랑 고수 씨앗은 다른 거니까."
여자들이 좋아한다.
밀맥주의 부드러움+과일과일한 향이 합쳐졌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극혐하는 애들이 많고.'
맥주가 너무 음료수 같다.
좀 더 묵직한 맛을 원한다.
그런 상남자들이 마시는 것이.
꼴꼴꼴~
흑맥주.
편의점 맥주 중에서는 레페 브라운과 기네스 엑스트라 스타우트 정도가 마실 만하다.
"코젤은요?"
"나 코젤 다크 좋아하는데!"
"그건 흑맥주가 아니야."
""?""
색깔이 까말 뿐이다.
다크 라거로 분류된다.
실제 맛도 라거와 크게 차이가 없다.
'진짜 흑맥주는.'
볶은 보리, 커피, 초콜릿, 카라멜의 향이 선명하다.
달달하면서도 쓴 태운 빵 같은 맛이 난다.
"그냥 기네스보다 진한데요?"
"난 이게 더 좋아! 탄산 있어서."
"맛이 재밌네."
매일 땡기는 맛은 아니다.
하지만 호불호 안 갈리고 맛있게 먹을 만한 맛이다.
'이런 다양한 맥주들을.'
추천해준다.
축제는 맛있는 음식도 중요하지만, 특이한 경험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평소에는 못해보는 것들.
마음만 먹으면 해볼 수 있을 만한 것들.
"와 그럼 재밌을 것 같긴 한데……."
"이런 걸 우리가 팔 수가 있어요?"
"이번에는 팔 수 있어."
"어떻게요?"
딱 그 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화려하면 진입 장벽이 높고, 싼티가 나면 유행에 편승하기 싫다.
'원래는 알아도 못했는데.'
둘마트.
한국에서 가장 큰 대형마트다.
그 든든한 뒷배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취이익……!
온갖 종류의 술을 매입할 수 있다.
맥주뿐만 아니라 막걸리 중에도 재밌는 것들이 많다.
"막걸리는 이 느린마을 막걸리를 기준으로 삼으면 돼."
"난 지평이 좋은데."
"난 장수!"
"그런 평범한 것들도 있지만."
힙한 것을 취급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진입 장벽은 활짝 열어둬야 한다.
꼴꼴꼴~
그런 의미에서 적절하다.
전통주로 분류되는 막걸리는 말이다.
"봄은 뭐고 겨울은 뭐에요?"
"종류가 많네."
"계절 순서대로 봄이 가장 달고, 겨울이 드라이하다고 보면 돼."
마트에서 파는 막걸리.
대부분 발효가 끝난 것에 아스파탐을 첨가했다.
'전통주는 그런 게 안 들어가서.'
쌀의 단맛이 시간이 지날수록 발효된다.
사계절로 나뉘어져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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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마을 막걸리』
거친질감: 봄이>여름>가을>겨울
쌀의단맛: 봄이>여름>가을>겨울
과일신맛: 겨울>가을>여름>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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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도 달라진다.
봄과 겨울은 같은 막걸리가 맞나 싶을 만큼 아예 다르다.
"저는 봄이 좋아요!"
"나는 여름 정도……."
"막걸리 달아서 싫은데 겨울은 나도 마실 듯?"
동아리원들 사이에서도 취향이 갈린다.
손님들 사이에서도 갈릴 수밖에 없다.
'그것을.'
취향대로 추천해주는 것.
가능하다면 한 단계 위의 고급 라인까지 알아둬야 한다.
"봄이 좋았던 사람은 우곡생주."
"이름 멋있다."
"그것도 달달해요?"
"중간은 나루 생, 대대포, 겨울은 희양산 정도 있겠고."
막걸리.
맥주 못지 않게 세분화되어있다.
분류를 알면 취향을 찾기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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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계열』
느린마을 봄이→우곡생주→해창 12도
느린마을 중간→나루생, 대대포, 담은
느린마을 겨울→희양산→배금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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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일수록 독특한 맛이 난다.
땅콩맛, 포도맛 등 저가에서는 보기 드문 캐릭터가 생긴다.
돈을 쓴 만큼 더 맛있어지는 것이다.
막걸리도 와인만큼 깊이가 있는 주종이다.
'물론 진짜 힙한 걸로 들어가면.'
로스팅쌀, 흑미 등을 쓰는 흑막걸리.
곶감, 고구마, 단호박 등을 넣는 부가물 막걸리.
그 외에도 특이한 것들이 산더미다.
너무 힙해서 둘마트를 통해 구할 수 없을 뿐이다.
"각자 마셔보면서 맛을 외우고, 손님의 취향대로 추천을 해줘 봐."
"소믈리에처럼요?"
"와, 재밌겠다!"
"그럼 술을 마셔야겠네 히히."
"합법적 술판 가즈아~!"
그럼에도 차고 넘친다.
일반적인 도매 루트로는 할 수 없는 여러가지 시도가 가능하다.
'입맛을 강요하다가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겠지만.'
메뉴얼을 짜면 될 것이다.
남자와 여자, 나이의 고하, 단맛과 신맛의 선호 등.
해외 칵테일 바의 성공 사례를 써먹는다.
한국대 대동제를 힙한 축제로 만들어본다.
* * *
교이쿠상.
두 번의 방송 실패는 여파가 없을 수가 없었다.
방송계에서 추방 당했다.
경제계에서 손절 당했다.
기존의 수입은 완전히 끊기게 됐지만.
『교이쿠상』 구독자 5.10만명
「김털보와 진행하는 토요미식회 -12-」− 조회수 10만회 · 1주 전
「김털보와 진행하는 토요미식회 -11-」− 조회수 12만회 · 2주 전
「김털보와 진행하는 토요미식회 -10-」− 조회수 15만회 · 3주 전
그 말이 방송 인생의 종말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었다.
'음식 유튜버로 갈아타서 망정이지.'
김털보.
구독자 100만 명이 넘어가는 음식 유튜버다.
특유의 입담과 재치로 인기를 끌어모으고 있다.
하지만 호불호가 갈린다.
의심병이 많은 성격과 위험한 사상 등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형님 여긴가요?"
"그래……, 잊을 수가 없지."
"형님의 굴욕. 제가 깡그리 박살내드리겠습니다."
그것이 자신과는 맞다.
이전부터 절친한 사이였다.
음식도, 그 외도 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내가 동생 하나는 잘 뒀어.'
방송계에서 버림을 받은 자신을 구원해줬다.
음식 유튜버로서 빠르게 성공할 수 있었다.
그 이상.
과거의 불명예를 회복하지 않는다면 한국 최초의 맛 칼럼니스트로서 권위가 서지 않는다.
−교이쿠상 화이팅이므니다
−아 맛있는TV ㅎㅎ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ㅠ
−어린노무 새끼가 버르장머리가 없더라고요~
−명예회복 갑시다!
−털보님의 진실만을 알아보는 미각을 믿습니다
−우매한 대중들에게 진정한 미식을 가르쳐주세요!
−님들 대가리 깨짐?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시청자들도 그것을 바라고 있다.
아니, 이전부터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사안이다.
'오늘을 얼마나 기다려왔는데.'
한국대 대동제.
그 녀석이 또 나타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은 적중하고 있다.
이런 학생답지 않은 짓거리를 할 놈은 달리 없다.
축제의 요리 전부 그 녀석의 손길이 느껴진다.
타악!
타악!
그렇다면 전부 까발려주면 된다.
절친한 동생 털보의 말대로 하나하나 박살내버리면 그만이다.
"맛없는 떡볶이, 그리고 파스타라는 이름을 한 정체불명의 면 요리가 있군요."
"이런 걸 먹다가는 혀가 상하겠어요."
"하지만 시청자분들을 대신해 이런 흙탕물에 발을 담그는 것이 저희 직업 아니겠습니까?"
−헐 대박
−그저 눈물 ㅠㅠ
−두 분의 희생 정신 덕분에 저희가 음식을 믿고 먹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악한 비밀을 숨기고 있을지 두근두근하네요!
그럴 만한 실력이 있다.
신의 혀를 가지고 있는 자신이다.
털보도 진실만을 알아보는 미각으로 유명하다.
그 이전의 이야기다.
털보의 팬덤은 대가리가 깨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충성스러운 신도들이다.
'방송이 어찌 나오든 너는 무조건 끝났어.'
악평을 쏟아낼 것이다.
사전에 이야기가 오간 부분이다.
털보도 그 손익좌라는 녀석을 싫어하고 있다.
"여기가 맛집이라고요? 가격이 싸다고요? 제가 확인시켜드리죠. 완전 다 개소리예요. 여러분, 냉정한 진실을 마주할 준비가 되었나요?"
교이쿠상과 김털보의 방송에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