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39
맛 검증
음식 부스 컨설팅.
"여긴 분식이에요?"
"네!"
"저희가 요리 동아리까진 아니고 동호회 수준이라 복잡한 음식은 못해서……."
무슨 복잡한 레시피만 전수해주는 것은 아니다.
친숙한 맛도 필요하다.
'장사라는 것은.'
손님들이 기대하는 것을 충족시켜주는 일이다.
비싼 음식에는 비싼 것을 기대하지만.
"떡볶이, 오뎅. 축제에 반드시 필요한 메뉴죠."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다행이네요."
"맛은 어떤가요?"
일반 음식에는 일반적인 맛을 기대한다.
익숙하고 안심이 되는 그런 맛 말이다.
'고급화 시도는 많이 있지.'
삼겹살도 비싼 곳은 비싸다.
치킨도 작정하면 고급 요리로 탈바꿈한다.
하다 못해 김밥도 있다.
한우 안심을 넣고, 김부각으로 말은 16000원짜리.
"평범하네."
"아……, 그런가요."
"저희도 유튜브에서 여러가지 찾아봤거든요. 생각보다 맛이 크게 변하지 않는달까."
"그런 거 넣을 필요 없어요."
""?""
떡볶이만은 예외다.
고급화라는 것은 결국 더 맛있게 먹기 위함인데.
'고급화를 하면 맛없어지는 음식이 있다?! 삐슝빠슝.'
그런 느낌이다.
거기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다.
맛집 떡볶이의 비법을 가르쳐준다.
샤라락~
떡볶이는 동네 분식집에서 파는 음식이다.
학교 앞에서 간단하게 컵볶이로 팔기도 했다.
'그런 음식에 대단한 재료가 들어갈 리 없잖아.'
그럼에도 맛있다.
추억으로 미화되었다고 보기에는 언제 어느 때 먹어도 그러하다.
"지금 뭘 뿌리신 거에요?"
"라면스프."
"?!"
"넣고서 잘 저어주면 됩니다."
그 비결.
별 게 아니다.
길거리 음식점에서 쓸 만한 재료는.
'마법의 조미료가 갑이지.'
국물 음식에 뿌리면 무조건 맛있어진다.
라면스프만큼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것도 없다.
샤라락~
짜장스프까지.
적절한 배합으로 넣으면 아주 진한 감칠맛이 묻어나온다.
'MSG 그 자체니까.'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입안에 쩍쩍 늘러 붙는 동네 떢볶이의 감성을 구현한다.
"이런 걸……, 넣어도 되는 거에요?"
"안될 이유가 뭐 있는데."
"저도 소문으로 들은 거지만 굉장히 특이한 조리법이랑 식재료를 쓰신다고 해서……."
고급 식재료.
고급 조리법.
듣도 보도 못한 것을 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내가 무슨 셰프도 아니고.'
독자적인 요리를 개발할 능력은 없다.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할 뿐이다.
맛과 속도를 잡아낸 콩피.
깊은 감칠맛을 간단히 끌어낼 수 있는 육수 큐브.
"떡볶이는 한국 음식입니다."
"그, 그렇겠죠?"
"설마 중국 음식이라고 우기는 놈들도 있나요?!"
"……."
현지 레스토랑에서 쓰이는 조리법이다.
한국의 떡볶이집에서 만드는 대로.
'만드는 게 최고야.'
소비자들에게 인정을 받았다.
그렇다면 그 방법을 쓰는 것이 정답이다.
보글보글!
오뎅도 마찬가지.
분식집 오뎅 국물이 맛있는 이유도 사실 별 게 없다.
'존나 오랫동안 끓이잖아.'
국물 요리는 끓일수록 맛있어진다.
진한 감칠맛이 우러나게 된 국물을.
촤락−!
한 국자 떠서 떡볶이에 붓는다.
익숙한 재료가 떡볶이 맛집의 비결이다.
"여기에 꽃게랑 홍합 정도 넣고 졸이면 더 시원해질 거에요."
"감사합니다!"
"그 정도면 저희도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럴 듯하기도 하고."
""?""
하지만 외관은 갖춰야 한다.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를 위해서 말이다.
'싼마이하다는 인식이 생기면 골치 아파지거든.'
창렬도 처음부터 창렬이었던 게 아니다.
맛도, 가성비도 너무 나쁜 식품.
소비자 대응도 형편없었다.
그것이 쌓이고 쌓여 이미지를 만들었다.
나중에 벗으려고 해도 불가능하다.
초기부터 빡세게 관리해야 한다.
"오빠 진짜 진지하네요."
"당연하지. 브랜드 하나 만들어두면 알짜배기도 이런 알짜배기가 없는데."
"그래서 우리 일은 언제 도와줄 거에요?"
"크흠."
그런 우를 사전에 차단한다.
확실하게 성공이 보장된 길만 걷는다.
'다름 아닌 내가 관리하는 거니까.'
잘될 수밖에 없다.
가게 하나 마음 먹고 관리하면 동네 맛집 정도는 누워서 떡 먹기다.
"일 많이 남았어요?"
"다음은 어디 보자……, 파전. ETSD네."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그러던가."
그 첫 번째 경쟁자.
파전을 팔던 ETSD 동아리도 나의 관리 하에 있다.
'안 보이길래 해체된 줄 알았는데.'
지난 대동제가 계기였다.
대량의 탈퇴자가 나오며 쇠퇴하게 되었다.
하지만 동아리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일부 부원들은 남아있고.
"어, 어서 오세요……."
그것을 관리할 부장이 필요하다.
플라잉 더치맨에는 선장이 필요한 것처럼.
'이런 애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주하.
전 동아리장의 여자친구였다고 한다.
지금은 졸업해서 나갔다.
그것을 그녀가 이어 받고 있다.
당연하게도 관리가 잘될 턱이 없다.
"오랜만이네."
"으, 응……."
"오해하지 마~ 나는 오빠 일 도와주려고 온 거니까."
"그, 그래……."
아주 초라한 행색이다.
경제학과 최대 동아리 시절의 위용은 온데간데없다.
'즐겁나 보네.'
그러한 광경.
혜리로서는 유쾌한 듯하다.
불과 2년 사이에 입장이 역전되었다.
겉으로는 도와준다고 말하고 있다.
속으로는 여자들간의 기싸움을 하며 깔아 뭉개고 있다.
『파전&막걸리♡』
해물파전 5,000냥
치즈김치전 5,000냥
참이슬 4,000냥
막걸리 4,000냥
캔맥주 4,000냥
나로서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밟은 것을 신경 쓰기에는 너무나도 작은 조약돌이다.
"그래서 뭐가 문젠데? 단도직입적으로."
"그, 그게……."
"도와주길 바라는 부분이 있을 거 아니야."
글자 그대로 말이다.
쓸데없는 분쟁에 신경 쓰다가 하던 일을 그르치는 것이.
'기분이 더 잡치거든.'
그만큼 중요하다.
이번 대동제의 가치.
과거의 악연이 있다고 엿 먹이거나 하진 않는다.
"부원이 좀……, 줄었거든요."
"그래서."
"관리하기가 좀 빡세고 그래 가지고."
그러지 않아도 알아서 망할 것 같다.
지금 동아리가 쇠퇴하고 있는 이유도.
'따까리나 하던 년이 그럼 그렇지.'
남자친구를 믿고 호가호위.
본인은 능력도 없고, 카리스마는 더더욱 없다.
동아리원들이 잘 따를 리 없다.
사람을 통솔해야 하는 축제에서는.
"요컨대 부스를 지휘할 자신이 없다는 거 아니야?"
"윽."
"아니야?"
"마, 맞아요."
두드러진다.
개판 오분 전.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하다.
'음식점 장사가 애들 장난이 아니거든.'
내가 괜히 다른 음식 동아리들에 펑펑 퍼주는 게 아니다.
나 혼자 운영하려고 했다가는 망하기 딱 좋다.
이곳은 그럴 수준조차 안된다.
동아리장의 그릇도 너무 작다.
그렇다면.
"막걸리랑 소주 파네?"
"그야 뭐……."
"술 종류 싹 다 치워."
"네?!"
"싹 다 치우라고."
그 그릇에 맞는 미션을 주면 된다.
판매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소화할 수 있을 만큼만 하면 되지.'
메뉴의 가짓수를 줄인다.
골목식당에도 흔히 나오는 방법이다.
"부침개 판매에만 집중하면 어떻게든 될 거 같은데?"
"그, 그렇지만."
"그렇지만 뭐? 말을 해."
"……."
그럼에도 안 따른다.
사장님들 가오랑 자존심이 그냥 하늘을 찌른다.
'단기적인 매출에 영향이 가니까.'
나 돈 못 벌면 어떡하지?
괜한 걱정을 한다.
장사 망해서 출연한 주제에 말이다.
"아, 알았어요."
"뭐?"
"하면 될 거 아니에요 하면."
부들부들 떨고 있다.
꼴에 자존심을 굽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니깟 년의 자존심에 가치 따위 없는데.'
약 올릴 생각은 없다.
쓸데없는 분쟁에 시간 잡아먹고 싶지 않다.
"완전 모르는 사람처럼 도와주네요."
"모르는 사람이잖아."
"조금 정도는 골려줄 수 있는 거 아니에요?"
간단한 레시피 전수.
기본적인 틀만 잡아주고 나온다.
해물파전, 김치전도 평범하게 만드는 게 맛있다.
'앙금 없는 척하더니.'
그것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혜리가 옆에서 툴툴댄다.
엿 먹여줄 수도 있지.
복수라는 것은 허망하기 이전에 시간이 아깝다.
나한테 돈 들어오는 것도 아니니까.
"충분히 했어."
"어떤 걸요?"
"매상을 뺏어오게 돼있으니까."
"?"
그 돈이 들어올 구석이 있다.
올해 대동제에서 주식 동아리가 하게 될 건.
'술을 팔 거거든.'
축제 부스의 배치.
음식점들은 외곽에 위치한다.
가운데에는 많은 테이블을 배치한다.
"손님들이 음식들을 가지고 와서 먹을 거고."
"우리는 중앙에서 술을 파는 거에요?"
"그래."
"오~."
푸드코트와 비슷한 구조다.
일부 지역 시장에서도 이러한 방식을 따르고 있다.
'하청들이, 아니 음식점들이 음식을 많이 팔수록.'
주류 매출 또한 증가한다.
주식 동아리의 매상 1위는 계속 지켜지게 될 것이다.
* * *
축제 1일차.
"스테이크 존나 맛있다."
"파스타도 맛있대!"
"먹을 거 너무 많은데?"
성황 리에 진행되고 있다.
수많은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SNS를 통해 퍼진 기대감.
그 이상을 선사하고 있기 때문인데.
'칙쇼오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밖에 없다.
교이쿠상은 주위를 훑어본다.
"떡볶이도 대박이야."
"떡볶이가?"
"무슨 여기까지 와서 떡볶이를 먹어."
"아니, 진짜 쩐다니까? 무슨 게도 들어가고 홍합도 들어가고 별 게 다 들어갔어!"
""오오!""
여기도 저기도 칭찬하는 목소리만 들려온다.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다.
'떡볶이는 맛없는 음식인데!'
울화통이 터질 일.
공중파 방송에 출연하며 미개한 한국인들에게 설파했다.
진정한 미식이 어떤 것인지.
그런 자신에게 정면으로 대항한 장본인이다.
"음식 만든 사람이 손익좌라는 이야기도 있더라."
"손익좌? 그 주식 초고수?"
"작년에 맛있는 TV 나왔었는데 얼굴이 비슷하대."
"나도 그 방송 봤는데!"
"교이쿠상 개쪽 당했잖아."
그로 인한 여파.
공중파 방송에서 잘리게 됐다.
기업들도 더 이상 자문을 맡기지 않는다.
'감히 날 이 지경으로 만들어? 너도 그냥은 못 넘어갈 거다.'
주식 고수인지 뭔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음식'이라는 분야로 한정하면 자신을 이길 사람은 없다.
이곳 음식이 얼마나 저질스러운지 낱낱이 까발려준다.
교이쿠상은 복수의 칼날을 갈고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