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38
한국대 브랜드
명문대라면 하나씩은 존재한다.
한국신문− 「연세우유, 고대빵…편의점, 효자상품된 ‘PB 디저트’」
팩트뉴스− 「'연세우유 크림빵' 출시 8개월 1500만개 판매 돌파」
데일리뉴스− 「"합격기원"…'고대빵'·'서울대초콜릿' 등 대학기념품 수능 특수」
대학 브랜드 PB상품.
편의점에도 흔하게 진열이 될 만큼 인기를 끌게 된다.
'사실 대학이랑 음식은 좆도 상관이 없는데.'
배제우유 크림빵이라도 맛만 좋으면 그만이다.
소비자들의 인식은 그렇지 않다.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좋은 대학에서 만들었으니 상품도 분명 좋을 것이다.
"외부인이 좀 많이 올 겁니다."
""네!""
"학교의 이름이 걸려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만들어주세요."
""알겠습니다!""
식품 업계에서는 중요한 부분이다.
똑같은 음식이라도 어디에서 만들었냐에 따라.
'메이드 인 프랑스면 비싸더라도 사잖아.'
메이드 인 차이나는 아무리 싸도 고민하게 된다.
그것이 브랜드가 가지는 파워다.
가격 결정력이 하늘과 땅.
그런데 맛과 가격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까지 잡는다면?
치이익……!
안 팔리기도 힘들다.
스테이크.
재작년 대동제에서 히트 상품으로 SNS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스테이크는 세워서, 옆면부터 천천히."
"이러면 시간이 좀 걸리는데요?"
"그러라고 하는 거에요."
"?"
그 비법을 전수해주고 있다.
고기 숙성 노하우부터 굽는 방식까지 전부 말이다.
'음식을 파는 게 아니야. 브랜드를 파는 거지.'
가격이 싸다.
마진이 크게 남지 않는다.
그럼에도 5천 원이란 가격을 유지하는 것.
바로 브랜드 가치를 위함이다.
'한국대 식품'이 가진 이미지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시식해봐요."
"와……."
"존맛인데요?"
"방문객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해준다는 생각으로 정성을 담아 구워주세요."
""알겠습니다!""
대표적으로 '혜자'와 '창렬'이 있다.
지금은 하나의 수식어처럼 쓰이고 있지만.
'그것도 마케팅의 결과거든.'
한쪽은 맛과 가격에 신경을 썼다.
한쪽은 마진을 챙기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 결과.
대중의 뇌리에 박힌 것이다.
혜자는 가성비가 좋고, 창렬은 가성비가 나쁘다고.
"웨이팅은 길어도 됩니다. 맛을 우선적으로 신경 써주세요."
"확실히 기억했습니다."
"저희 동아리 애들이 주기적으로 순찰을 돌 건데, 만약 3회 이상 적발이 되면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수익 초과분을 총학생회에서 환수해갈 겁니다."
"맹세컨대 그런 일은 안 생길 겁니다."
그것을 만드는 과정이다.
한국대라는 브랜드가 혜자스럽다는 인식을 시킨다.
'숙성육 동아리는 이 정도로 됐고.'
나의 레시피들.
한국대 동아리들에 빌려주었다.
축제에서의 매상도 전부 가져가도 된다.
대신 QC(Quality Control)는 확실하게 잡는다.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다.
"부장님! 저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도 있을 수밖에 없다.
이태리 식품 동아리에 도착하자.
"주식 동아리 실력은 충분히 알잖아? 지도를 받을 수 있으면……."
"저희도 매년 매상 순위 3위권 내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냥 저희끼리 하면 안돼요?"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온다.
동아리장들의 동의는 구했지만 동아리원들까지 어찌 할 수는 없다.
'서열 정리가 필요한가 보네.'
그러한 반발 여론.
예상을 못한 건 아니다.
요리인들은 자부심이 강하다.
외부인의 훈수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그조차 찍어 누를 수 있을 만큼.
"죄송합니다. 못 볼 꼴을……."
"아니에요. 찝찝하게 넘어가는 것보단 낫죠."
"네?"
압도적인 격차를 보여준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얼마나 한 차이가 있는지.
'백문이 불여일견이지.'
매상 순위 5위.
나름대로 순위권이다.
자부심을 가질 만도 하다.
시기심도 느끼게 된다.
1위인 주식 동아리와 별 차이도 없는 것 같은데?
"음식 평가를요?!"
"판단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야 할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저는 동아리 사람입니다 보니……."
"부장 해요! 절대 편 안 들어줘도 되니까."
그런 우매한 소리가 안 나오게 만든다.
내가 1위고, 이태리 동아리가 3위인 것은.
'대동제 안이니까 그런 거고.'
축제라는 제한된 환경.
1위와 3위의 격차가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시력검사라는 건 2.0까지밖에 잴 수 없잖아? 그거랑 마찬가지야. 너랑 나는 같은 레벨 5가 아니라고.」− 액셀러레이터
어떤 라노벨의 명언처럼 말이다.
실제 장사였다면 비교할 대상조차 아니었다.
"알리오 올리오입니다."
"저도 완성했습니다! 마늘은 시간 차로 넣어 악센트를 살렸고, 면의 익힌 정도는 알덴테입니다."
그러한 사실.
아직은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요리인이라면.
후루룩~!
알게 될 수밖에 없다.
부장이 나와 부원이 만든 알리오 올리오를 맛본다.
'아주 기본적인 메뉴지.'
알리오(마늘)와 '올리오(올리브유)로 볶은 파스타.
가장 싼 거 시키면 보통 저거다.
그만큼 기본기를 확인하기 좋다.
부원이 의기양양한 것도 이해가 되지만.
"나는 찬욱씨 거가 맛있네."
"네?"
"부장님 설마 처음부터……."
"아니야. 니들도 먹어보면 알 거야."
요리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납득하지 못한 부원들이 내 파스타를 먹어본다.
후루룩~!
딱 한 입.
표정에 변화를 만들기 충분하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고 씹기만 한다.
'좀 많이 다를 걸?'
파스타 맛을 알고 있으니 더 느낄 것이다.
입안에서 폭발하는 감칠맛을 말이다.
"말도 안돼. 미원이라도 부은 거 아니에요?"
"야, 보람아."
"보세요 저 사람! 생긴 것부터가 비겁하게 생겼잖아요."
"……."
감칠맛.
맛있는 음식이라면 가지고 있다.
그것을 간단하고 쉽게 만들기 위해.
'조미료를 듬뿍 때려 붓곤 하지.'
사먹은 음식의 뒷맛이 이상하게 텁텁한 이유다.
일부 식당에서는 그런 짓을 한다.
"정말 미원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아니면!"
"정말로?"
"……."
그게 아니라는 것.
자존심 때문에 바락바락 우기고 있지만 본인도 알 것이다.
'요리인이라면.'
미원 좀 때려 부었다고 만들 수 있는 맛이 아니다.
이내 패배를 인정한다.
"의심해서 미안해요."
"음."
"하지만 저도 그런 말을 한 이유가 있어요. 이런 감칠맛은 조미료 없이는 절대 불가능해요."
그럼에도 입은 살아있다.
아니, 정당한 의심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생긴 것만큼 까탈스럽구만.'
식품영양학과 신입생.
정보람은 나이는 어리지만 실력은 높다고 한다.
이태리요리전문가 자격증이 있다.
이태리 레스토랑에서도 일도 하고 있지만.
타닥! 타닥!
인생은 실전이다
장사는 더욱 그렇다.
조리 과정을 보여준다.
"그건 뭐에요?"
"육수."
"네?'
"육수를 얼린 거야."
"!!"
별 거 없다.
전문가인 보람보다 스킬도 부족하고, 익히는 정도도 절묘하지 못하다.
'그냥 맛이 있을 뿐이지.'
진한 육수.
소뼈와 닭뼈, 약간의 해산물, 그리고 야채와 향신료를 듬뿍 넣어 졸였다.
24시간 동안 말이다.
온갖 재료를 오랜 시간 푹 끓여서 우린 그것은.
치이익……!
감칠맛의 덩어리다
투하를 하자 입맛을 자극하는 향이 퍼져 나간다.
여기저기서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건 반드시 맛있는 맛이다.
"이런 건 실전에서 못 쓰잖아요? 역시 비겁……."
"그래서 얼렸잖아."
"아."
"미리 대량으로 만들어두고 한 개씩 꺼내 쓰는 거지."
그만큼 수고도 많이 들어간다.
그 과정을 줄이는 것이 바로 장사다.
'니가 열심히 손목 휘젓고 있을 때.'
악센트가 어쭤고~
알덴테가 저쭤고~
그런 노력할 필요가 없다.
---------------------------------------------+
정보람: 이겨야 한다 (땀을 흘리며)
이찬욱: 딸깍딸깍딸깍 ㅋㅋㅋㅋㅋㅋㅋㅋ
+---------------------------------------------
인터넷에 올라오는 그 짤.
미리 만들어둔 육수 큐브 하나로 해결했다.
"제가 전문 이태리 요리사가 아니기 때문에 조리 기술은 다소 부족할지 모르지만, 상업적인 관점에서 여러분을 서포트하도록 하겠습니다."
""짝! 짝! 짝!""
내기에서 이긴다.
그 의미는 클 수밖에 없다.
앞으로 비슷한 시비가 걸려올 일이.
'많지는 않겠지.'
3위의 동아리에서 일어난 일이니 말이다.
소문이 퍼지는 건 시간 문제일 것이다.
"뭐, 불만 있나?"
"윽……"
"이견이 있으면 더 들어보고."
"없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정보람.
동아리 부스를 나기는 길에 눈이 마주친다.
의외로 쿨하게 승복한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이 눈치를 보더니.
"육수 만드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쉬우면 그 맛이 안 나오지."
"그, 그렇긴 할 것 같아요."
쑥스럽다는 듯 물어온다.
요리인으로서 자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 자부심이라는 게.'
옹고집을 말하는 건 아니다.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무릎을 꿇고라도 배운다.
그런 요리의 세계.
편린 정도는 알고 있다.
사모펀드 관계자로서 많이 봐왔다.
"힌트라도 알려주시면 안될까요?"
"힌트가 아니라 다 알려줄 거야."
"저, 정말요?"
"축제에서 열심히 팔기나 해."
요리 비결을 배우는 것은 쉽지 않다.
유명 레스토랑에서 몇 년씩 잡일을 하는 건 실재하는 일이다.
'그런 비법 같은 것보다.'
필요한 건 쓸모 있는 말.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적절하다.
타협하지 않는 요리인은.
"육수는 이 정도고."
"네!"
"참기름갈릭 파스타와 고추장로제 파스타라고 있거든?"
"참기름……, 뭐요?"
이태리 동아리는 믿고 맡겨도 될 것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내도 될지 모른다.
'맛도 맛이고, 가격도 가격이지만.'
인스타 감성.
이슈가 되기 위해서는 특이해야 한다.
인싸들이 괜히 폐허 같은 카페를 찾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적절한 레시피가 있다.
해외 한식 레스토랑에서 보증을 받은 퓨전 한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