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34
진짜 헌팅
서나래.
몇달 전부터 클럽에 출입하기 시작한 새내기라고 한다.
"새내기? 어려?"
"스무 살밖에 안됩니다. 머리에 피도 안 말랐죠."
"애기네."
"완전 애기긴 한데……."
그럴 수 있다.
클럽.
성인이 되면 가고 싶어하는 버킷 리스트 중 하나다.
'그러다 마음에 들면 죽순이 하는 거고.'
흔한 테크트리다.
그렇게 클럽에 출근하게 되는 년들이 많다.
한 가지 차이점.
굳이 꼽는다면 따먹히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조용히 다니다 보네."
"그런 거면 눈에 띄지라도 않죠."
"응?"
"따먹어 달라고 안달을 하는데……."
법과 질서가 통용되는 곳이 아니다.
순진한 년이 고개를 들이밀었다간.
'색소 착색돼서 나가기 딱 좋지.'
여자는 클럽이 공짜!
꽁술도 주고, 어떤 때는 테이블까지 챙겨준다.
그렇게 해주는 데는 당연히 이유가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일단 MD 콜해서 불렀으니 오긴 올 겁니다."
"의외로 순순하네?"
"지깟 년이 뭐 별 수 있나요."
빚을 진 셈이다.
그동안 받은 것이 있으니 MD가 하는 부탁을 거절할 수 없다.
'한 마디로 무료 창녀지.'
남자는 비싼 돈 주고 테이블을 잡는다.
여자는 공짜로 오는 대신 만나준다.
클럽 입장에서는 효율 좋은 시스템이다.
그러한 구조를 이용해.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원하는 여자를 부른다.
VIP는 우선적으로 만남을 성사시켜준다.
MD와 함께 여자가 온다.
스무 살이라길래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와 맛있는 거 많다!"
"앉아."
"실례~."
그렇지만도 않았다.
170cm이 훌쩍 넘는 키.
그에 걸맞은 성숙한 외모.
'어린 건 맞나 보네.'
자세히 봐야 티가 난다.
갸름한 턱선은 젖살이 빠지면 더 이뻐질 것이다.
꼴꼴꼴~
그 말이 어리숙하다는 건 아니었다.
자리에 앉기 무섭게 술을 따른다.
루이 13세.
정가로도 200만 원, 클럽에서는 천만 원짜리 보틀이다.
"이거 비싼 거지?"
"비싸지."
"응! 잘 마실게!"
클럽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양주 마시고 싶어서 껄떡대는 년들 말이다.
'그런 년들도.'
발렌타인 30년 정도 되면 안 건든다.
뒷감당이 무섭기 때문이다.
Give & Take.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는 것이 사회의 상식인데.
꿀꺽! 꿀꺽!
그것을 지킬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다.
염치도 없이 꿀떡꿀떡 마신다.
"잘 마시네."
"응!"
"한 잔에 50만 원짜리를."
"응!"
어려서 그런지 성격이 아주 쾌활하다.
눈치를 줘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재밌는 년이구만.'
내가 돈이 조금만 쪼들렸어도 싸대기가 마려웠을 것이다.
"형님."
"어?"
"이런 년이라고 말했잖아요. 페이스에 말려들지 마세요."
진작에 당해도 쌌다.
얼굴에 철판 깔고 다니는 것이 하루이틀이 아니다.
'그 얼굴이 반반하니까.'
용서 받을 수 있는 것이 여자.
양주만 거하게 빨아 먹고 튄다.
그러면 보통 찍힌다.
그 클럽에 두 번 다시 출입할 수 없게 된다.
손님쪽에서 용서해준다고 한다.
아니, 보러 오는 VIP들이 있다고 한다.
꿀꺽! 꿀꺽!
술을 잘 마시기 때문.
그녀도 무턱대고 양주만 빨고 가는 것은 아니었다.
"오빤 안 마셔? 안 마시면 나 혼자 마시고."
"마시지."
"그럼 누가 더 잘 마시나 내기할래?"
넌지시 묻는다.
남자의 자존심을 자극할 수밖에 없는 발언이다.
'다른 의미로도 들리지.'
술싸움을 이기면?
이 년을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허락으로 말이다.
꼴꼴꼴~
모를 수도 있다.
스무 살이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하지만 씨익 웃는 입술에는 속내가 보인다.
"짠!"
"안 독해?"
"오빠 걱정이나 하지? 나이도 많아 보이는데."
"……."
그냥 싸가지가 없는 걸 수도 있고.
적어도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니까 안 따먹히고 다녔겠지.'
주량.
그 이전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게 나래가 마시고 있는 술은.
"비싼 술이라 그런지 맛있다!"
"입맛에 맞아?"
"응!"
비싸다.
VIP가 시킨 술이라면 다 그럴 것이다.
어지간한 직장인 월급 뺨 치는 가격이다.
'그런 술을 저렇게 후루룩짭짭 해치우고 있으면.'
속이 타들어간다.
그 마음을 알지도 못하고 마셔댄다.
그녀와의 술 내기는 주량 대결만이 아니다.
타악!
루이 13세 1병은 도수 40도에 700ml다.
빨간 뚜껑 소주 4병치의 알코올이다.
도수가 높은 술은 잘 안 취하는 감도 있다.
그것을 두 명이서 비우는 건.
"와~ 다 먹었네?"
"그러게."
"술 더 없으면 자리 떠도 돼?"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래가 노리는 바를 대충 알 것 같다.
'머리를 잘 굴렸네.'
아깝다고 싼 술을 시킨다?
분위기 다운됐다며 빠져나갈 건덕지가 생긴다.
그렇다고 같은 술을 시키면?
어지간한 부자라 하더라도 지갑이 덜덜 떨린다.
"루이 13세 나왔습니다! 혹시 더 시키실 것이라도……."
한두 병이 아니라면 더더욱.
한 병만 시켜도 그날 클럽에서 왕 대접 받을 수 있는 술이다.
'매상 올려주는 VIP인데.'
MD가 설설 기는 이유가 있다.
손바닥을 싹싹 비비며 눈치를 본다.
"안주 적당한 거 깔아주고."
"서비스해드리겠습니다!"
"얘도 여자 한 명 붙여줘."
"여부가 있겠습니까 헤헤."
유명하긴 유명한 모양이다.
서나래를 슬쩍 훑어보더니 상황을 어림짐작한다.
뽀옹!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주 편하다.
마치 제것처럼 루이 13세의 뚜껑을 딴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네.'
루이 13세는 병 뚜껑이 두 개 있다.
기본으로 막아 놓은 코르크 재질의 마개와.
타악!
크리스탈 재질로 된 것.
상자 안에 있는 그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바꿔 낀다.
"오빠 안주 없으면 못 먹어?"
"너 먹으라고."
"오~ 센스."
그리고 다시 마시기 시작한다.
내 잔에도 채워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잘 먹으면 좋지.'
어떤 사람이라면 속이 타들어갈 수 있다.
글자 그대로 돈을 마시는 셈이다.
"형님 잘 마시겠습니다!"
"그래."
"와 여긴 루이 13세가 기본이야?"
"돔페리뇽 마시던가."
"당연히 루이 13세 마시지~."
얼마나 비싼 술인지.
클럽에 출입하는 사람이라면 최소 소문이라도 들어봤다.
술맛도 모르면서 마셔 댄다.
그 상황이 재미있는 듯 나래가 히죽 웃는다.
"오빠 짠!"
"짠."
"벌써 취한 거 아니지?"
"그럴 리가.
두 번째 병.
경쟁을 하듯이 비운다.
넷이서 마시다 보니 금방 바닥을 드러낸다.
'술값만 2천을 썼으니까.'
짜증이 나서라도 내보낼 만하다.
MD가 데리고 온 여자도 눈치를 보고 있다.
타악!
세 번째 병.
또 다른 안주와 함께 도착한다.
딱히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말이다.
"언제든 불러만 주십시오!"
MD도 눈치를 본다.
아무리 클럽의 본질이 술 취한 호구 벗겨 먹는 것이라고 해도.
'보통은 시켜 달라고 영업을 오질나게 해야 하는데.'
그냥 펑펑 시켜준다.
뒷감당이 무서워서라도 알아서 설설 길 수밖에 없다.
서나래가 쫓겨나지 않는 이유도 알 것 같다.
매상 올려주는 귀신이다.
꿀꺽! 꿀꺽!
세 병째도 벌써 절반이 보인다.
그 영향이 슬슬 보일 때도 되었다.
"취한 거 아니야?"
"끄떡없거든!"
"받아."
"콜!"
혀가 살짝 꼬였다.
젖살이 붙어있는 애기애기한 볼살도 불그스름해졌다.
'체육 하는 애라고는 들었는데.'
건강미가 넘친다.
지방 한 점 없는 군더더기 없는 몸매를 가지고 있다.
나이도 스무 살.
이 년을 따먹고 싶어하는 VIP가 많은 것도 이해는 된다.
"크으……."
내 후순위가 될 것이다.
아무리 주량이 세도 한계는 있기 마련이다.
타악!
그럼에도 악으로 깡으로 마신다.
세 번째 병을 기어코 비워낸다.
"금방 도착할 거야."
"오, 오빠!"
"응?"
"무리하는 거 아니야? 이거 분명 비쌀 텐데……."
"신경 쓰지 마."
네 병째 병이 준비되어있지만.
내 지갑에는 한계 따위 없다.
'주량도.'
세상의 비싼 술들.
다 마셔본 입장이다.
60도가 넘는 것들도 흔하다.
그런 고도수 증류주는 경험치가 곧 주량이다.
많이 안 마셔본 초짜들은.
우적! 우적!
안주를 주워 먹는다.
물도 자주 마셔서 몸에 취기가 빠르게 돈다.
'시켜준 보람이 있네.'
아주 맛있게 먹고 있다.
나도 맛있게 먹을 준비를 해도 될 것 같다.
"딸꾹!"
"취했네."
"하, 하나도 안 취했거든……."
"그렇구나."
여자랑 술을 마시는 이유.
스킨십을 하는 것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핫팬츠를 입은 허벅지 위에 손을 올린다.
쓰다듬어도 눈치를 못 챈다.
'어우, 장딴지 봐.'
겉으로 봤을 때는 몰랐다.
클럽 안이다 보니 조명이 어두컴컴하다.
만져보니 알겠다.
하루이틀로 완성될 리 없는 밀도 높은 근육이다.
"오빤 다 마셨는데."
"딸꾹!"
"힘들면 그만하고."
"나 아직 안 졌거든……."
국대라는 말이 완전히 거짓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만큼 잘 단련된 몸이다.
'그런 년이 여긴 왜 와가지고.'
꽁술 마실 수 있는 곳.
누군가 꼬셔서 왔을 것이다.
주랑에도 자신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꼬마년에게.
꿀꺽!
따끔한 경험을 시켜준다.
솔직히 말해서 정당방위라고 해도 된다.
'오기로 처마시는구만.'
네 번째 병이 비어간다.
술값만 4천만 원이 나가버린 셈이다.
눈동자만 봐도 이미 취했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처마시고 있다.
"와~ 이 비싼 걸 또 다 마셨네."
"더, 더 못 시키겠지? 그치?"
"그러게. 이것까지 다 마시면 다음 병은 못 시킬지도."
"그, 그래?!"
스포츠 선수.
승부욕이 장난이 아니다.
왜 이렇게 집착을 하는 건지는 몰라도.
'일단 제정신은 아니어 보이니까.'
마음쪽을 무너뜨리면 될 것이다.
이 병이 마지막이라는 착각을 심는다.
100m 달리기.
골인 지점 앞에서 숨이 차버리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꿀꺽! 꿀꺽!
기합으로 마신다.
정량인 30ml가 아닌 온더락잔을 절반 채운 한 잔.
누가 보면 콜라라도 마시는 줄 알겠다.
방금 전 100만 원이 사라졌다.
'이 돈 아까운 줄 모르는 년이.'
조금은 분풀이를 해도 될 것이다.
허벅지를 지나 안으로 들어간다.
팬티 속.
가랑이 사이는 땀과 함께 미끌거리는 액체가 만져진다.
"이게 마지막 잔이네."
"마지막……?"
"오빠가 혈액순환 촉진해줄 테니까 마셔봐."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눈앞의 목표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만져도 모를 정도로 취한 주제에.'
작은 클리.
좁은 구멍.
만지는 보람은 없다시피하다.
하지만 보채는 맛은 있다.
씹질을 해줄수록 술잔을 더 기울인다.
꿀꺽! 꿀꺽!
빨리 마시지 않으면 안되기라도 할 듯이.
기어코 잔을 비워낸다.
"다 먹었다!"
"잘했어."
"내, 내가 이겼어. 내가……."
그리고 쓰러진다.
몸에 힘이 풀린 것처럼 테이블에 풀썩 엎어진다.
'4천만 원짜리 원나잇이네.'
지갑에서는 졌지만 승부에서는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