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32
진짜 헌팅
강남.
전국 각지의 잘 나가는 인간들이 모여드는 장소다.
"형님 이번에 벤츠 뽑았다면서요?"
"아, 그랬지."
"와 부럽습니다~ 다음에 드라이브 한 번 시켜주시죠!"
그것은 한 가지 현상을 일으킨다.
바로 서열이 나뉘어지는 것이다.
'난 언제쯤 외제차 뽑아보냐~.'
김도한은 음식점에서 일하는 평범한 청년이다.
수익도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 자신과는 다르다.
친한 형님들은 음식점 매니저, 사장으로 계신다.
"야 벤츠는 한물 갔지."
"뭐 이 씨발?"
"그거 개나 소나 몰잖아. 나처럼 BMW 정돈 타줘야지~."
돈을 엄청나게 잘 번다.
몰고 다니는 차부터가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외제차다.
'난 평생 일해도 못 타겠지…….'
시승감이 다르다.
전에 한 번 타봤을 때 무슨 구름 위에 있는 줄 알았다.
대중 교통비도 빠듯한 도한에게는 꿈 같은 일.
애시당초 주제가 되지 않는다.
"오빠 외제차 타요?"
"진짜에요 진짜! 이 형님 BMW 모십니다."
"꺄~!"
"나 타보고 싶다 BMW……."
이런 형님들.
알고 지낸다는 것만으로도 어깨가 으쓱한다.
여자들 앞에서 자랑이 절로 나온다.
도한의 소소한 자부심인데.
웅성웅성!
주위가 소란스러워진다.
갑자기 사람도 좀 많아진 것 같다.
강남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십중팔구 그것이다.
"BJ다!"
"저기 언니들……."
"남규 오빠도 있어 대박이다!"
"비켜봐요 좀."
기껏 친해진 여자들.
순식간에 관심사가 이동하고 있다.
BJ에게 이목이 쏠린다.
방송을 한다면 가끔씩 찾아온다.
'저런 기생 오라비 같은 놈들이 뭐가 좋다고.'
여자 애들이 좋아 죽는다.
잘생긴 데다 유명하기 때문이다.
"쟤도 어차피 BMW 타는데 뭐가 더 잘났다고……."
"크흠!"
"가자 도한아."
"네?'"
차에서 내리자 여자들이 줄을 선다.
그 광경을 보며 도한은 혀를 찼지만.
'난 리스로 샀단 말이야.'
'BMW면 뭐해. 중고에 4시리즈인데.'
형님들의 심정은 다를 수밖에 없다.
자신들은 무리해서 뽑은 것이다.
매니저 월급은 알바와 도찐개찐이다.
음식점 사장도 명함에 불과하다.
실제 수익은 직장인과 다를 것도 없다.
그럼에도 외제차를 산 것은.
"남규 오빠 저 팬이에요!"
"즐찾했어?"
"아 당연하죠~ 팬가입도 했는데."
"오빠 저도! 저도요!"
인기를 끌고 싶다.
방금 전까지 대화를 나누던 여자가 BJ에게 달라붙는다.
잘생겼다.
인기도 있다.
무엇보다 돈을 많이 번다.
'별풍선이 100만 원씩도 터진다며?'
'한 달 수입이 연봉급이라던데.'
여자들이 좋아 죽을 만도 하다.
남자인 자신이 봐도 이해가 된다.
꿀꺽!
나도! 라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무리하면 어떻게든 쫓아갈 수 있다.
어마어마한 유지비.
등골이 휘어가면서도 외제차를 산 뒷사정이다.
'어휴, 병신들.'
그런 선망 어린 시선.
당연하게도 눈치를 챈다.
아니, 자신도 한때 그랬었다.
BJ남규는 꿈을 이뤘다.
딱 3년 전까지만 해도 직업조차 없는 한량 백수에 불과했지만.
"오빠 저희 게스트 시켜주면 안돼요?"
"저 술 잘 마시는데~."
"오늘은 그냥 야방 온 거야."
−존예들이 줄을 서네 ㅋㅋ
−대 인 싸
−남규 ^^ㅣ발련 튕기는 거 봐라
−나였으면 주절먹인데
이제는 강남에서 가장 잘 나간다.
이 바닥에서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꼬우면 니들도 성공하던가.'
강남 거리.
예쁘고, 잘 생기고, 잘나 보이는 연놈들 투성이다.
까고 보면 별 게 없다.
일반인들과 차이 나는 인생을 살고 있지 않다.
─개찐따님이 별풍선 100개 선물!
난 강남 가면 말도 못 붙이겠던데 ㅋㅋ
─남규방큰손임님이 별풍선 100개 선물!
2차 할 생각 없음?
─슴가판독기님이 별풍선 500개 선물!
의젖 좀 거르자
.
.
.
허세를 부릴 뿐이다.
그것을 선망을 하는 사람에서, 선망을 받는 사람이 되었다.
'거 되게 보채네.'
남규의 방송이 잘 나가는 이유.
허세에 찌든 이 거리에서 유일무이하게 빛나는 '진짜'다.
""꺄아~!!""
걸어 다니기만 해도 여자들이 난리가 난다.
마치 연예인이라도 본 것 같다.
그럴 수밖에 없다.
가오만 부리는 남자들을 보다 진짜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났으니까.
─남규방큰손임님이 별풍선 10,000개 선물!
2차로 게스트 합방 ㄱ?
"아 큰손형님 선풍 감사합니다. 괜찮은 애 있으면 형님이 분위기 좀 띄워주세요."
−만 개 선입금 ㅋㅋㅋㅋㅋㅋㅋㅋ
−100만 원인데 리액션이 이따구??
−남규방에서 이 정도 풍은 기본이지 ㅇㅇ;
−방송은 큰손이 살린다!
하루에도 수백만 원씩 터지는 별풍선.
돈을 물 쓰듯이 하며 놀 수 있다.
강남을 다니는 것만으로 말이다.
남규는 이 거리가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
'돈도 없고, 인기도 없는 거렁뱅이 새끼들은 부러워나 해야지.'
마침 큰손의 미션도 터졌다.
적당한 년 하나 꼬셔서 방송의 게스트로 세울 것이다.
"오빠 저는 어때요?"
"넌 저번에 나왔잖아."
"왜요~ 또 나올 수도 있지!"
−미란이네
−미란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 술 먹으면 개웃김
−미란이 또 보고 싶다……
시청자 반응이 좋은 년.
방송이 끝난 이후에도 개인톡을 주고 받는다.
〔미란이〕
「오빠♡」
「휴방일에라도 불러줘야 돼요?」
「딴 년이랑만 놀지 말고 나랑도 좀 놀아 ㅡㅡ」
자연스러운 썸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따먹는 것이 그렇게 기깔 날 수가 없다.
'얘는 좀 걸레라.'
시청자들은 모르는 비하인드 스토리.
BJ를 하는 작은 보람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 방송에서도 하나 생길 것이다.
그럴 만한 여자가 한 명 눈에 띈다.
─야방은봉남규님이 별풍선 100개 선물!
방금 스타킹 신은 년 예뻤으면 개추 ㅋㅋ
"개추……, 가 아니라 보는 눈이 있으신 형님이네."
−눈물을 흘리며 개추
−남규 갠방갤 하누 ㅋㅋㅋㅋㅋㅋ
−검스는 ㅇㅈ이지
−위험한 일 하는 언니 아니야??
시청자들 눈도 옹이구멍이 아니다.
반반한 여자가 지나치자 바로 반응이 온다.
'뻔하지.'
자신이 의도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카메라 각도를 조절해 일부러 비췄다.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루어진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다.
─남규방큰손임님이 별풍선 1,000개 선물!
형도 쪼까 마음에 드는 거 같다 ㅋㅋ
"미션 받았습니다! 큰손 형님 미션이면 제가 힘을 써야죠."
비싸 보이는 년.
그런 여자를 자신이 꼬시는 것으로 방송은 완성이 되는데.
'어?'
평소와는 조금 다르다.
자신이 다가가도 여자들이 난리를 펴지 않는다.
아니, 분명 피고 있다.
그 대상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을 뿐이다.
"꺄!"
"꺄아~!"
"오빠 여기요! 저도 좀 봐주세요!"
"대박이다 진짜……."
강남은 밤에도 길거리가 환하다.
수많은 상점들의 간판이 태양빛을 대신한다.
여자들이 모여있는 곳.
한 남성의 앞이라는 사실이 아주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시발. 어떤 새끼야.'
남규는 인상을 확 구긴다.
이 바닥에서 자신보다 더 관심을 받는 인간?
하나하나 뭉개며 올라왔다.
남아있다는 사실은 자존심이 상한다.
무엇보다 신경이 쓰인다.
동시간대에 방송하는 경쟁BJ는 다 체크해둔다.
분명히 없었다.
대체 어떤 놈팽이가 여자를 빼앗고 있는지 고개를 들이밀었는데.
"남규 오빠!"
"어 애들아 안녕~."
"꺄! 남규 오빠다!"
"오빠 방송해요? 저 방송 나오고 있어요?"
−역시 남규갓
−오빠 부대 등장
−귀 따갑누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너 나오고 있어
그제서야 반응이 온다.
자신이 왔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그럼 그렇지.'
그리고 남자.
별 볼 일 없어 보인다.
잘생긴 것도 아니고, 잘 빼입은 것도 아니다.
이곳 강남에 어울리지 않다.
남규는 잔뜩 들어갔던 힘을 빼기로 한다.
"애들아 잠깐만."
""꺄~!""
"제가 방송을 하고 있거든요. 혹시 괜찮으시면 잠깐 시간 내주실 수 있으세요?"
"오빠 전 시간 많은데!"
당초의 목적을 수행한다.
검은 스타킹을 신은 여자.
가까이서 실물을 보니 썩 괜찮다.
'방송 끝나고 따로 톡 좀 해야겠네.'
긴 생머리.
타이트한 스커트.
옷도 꽤 입고, 자기 관리도 받쳐준다.
얼굴은 살짝 성형한 티는 있지만 반반한 편이다.
큰손의 미션을 기쁜 마음으로 수행하려고 했더니.
"저요?"
"네, 시청자들이 말 좀 걸어 달라고 해서~."
"죄송한데 저 선약이 있어서."
"네……?"
−남규 까였누 ㅋㅋㅋㅋㅋㅋㅋㅋ
−방 송 사 고
−큰손 딥빡
−^^ㅣ발련이 비싼 척하네
믿기지 않는 대답이 들려온다.
시청자 반응까지.
남규의 자존심에 금이 간다.
'니깟 년이 감히.'
평소였다면 쿨하게 넘어갔을 것이다.
미션도 걸려있거니와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
자신을 깐 이유.
눈앞의 남자 때문이라는 건 명백하다.
지금도 시선 교환을 하고 있는 중이다.
"아~ 선약이 있으셨구나! 혹시 BJ분? 아니, 뭐 하시는 분이세요?"
"저요?"
"헌팅 방해한 거면 사과 드리고."
너나 쟤나 싸게 노는 인간들이다.
못 먹은 떡이라면 주제 파악이라도 시켜주고 간다.
'끼리끼리 잘 놀던가 씨발.'
자신의 방송에 나올 기회.
절대 흔치 않다.
그것을 걷어 차버리고 저 남자를 선택한 것이다.
병신이 아니면 알아챘겠지.
멸시의 의미가 담긴 미소를 지으며 바라봤는데.
"딱히 방송을 하진 않고."
"아~ 그래요? 여자들이 이렇게 많길래 대단하신 분인가 싶었지."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남자가 핸드폰을 들이민다.
그 화면을 보고 나자 여자가 어째서 넘어갔는지 이해된다.
'오, 오백 억?!'
'진짜'가 나타났다.
* * *
자본주의.
간단히 말해 돈 많은 사람이 왕이 되는 세상이다.
─디스코팡팡님이 별풍선 100개 선물!
진짜 손익좌임??
"뭐, 그렇게 불리고 있네요."
−와 손익좌
−나 이분 도박왕 방송에서 봤는데 ㅋㅋㅋㅋㅋㅋ
−주식 고수잖아
−어쩐지 돈이 존나게 많더라 ㄷㄷ
그것을 가장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곳 강남은 말이다.
'가끔씩 오면 재미있지.'
허세에 살고 허세에 죽는다.
있는 척하려고 아주 기를 쓴다.
"투자로 유명하신 분이구나……."
"어쩌다 보니."
"혹시 코인 같은 거 하신 거에요? 그렇게 막 많이 버신 거면?"
"그딴 인간들이랑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죄, 죄송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BJ.
연예인은 못 되는 것들이 유명해지고 싶어서 하는 짓이다.
'실상은 별 게 없지.'
쉽게 번 돈은 쉽게 쓰기 마련이다.
겉보기에는 수익이 많은 것 같아도.
"좋은 회사에 돈 넣어두면 돈이 복사가 되는 거죠?"
"대충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대충 말고 자세히 좀 말씀해주시면 안될까요……?"
−남규 왤케 필사적이야 ㅋㅋ
−업계에서도 인정 받는 찐고수라……
−좋은 주식 사서 묻어 놓으면 10배씩도 늘어남
−한 종목만 말해주세요 제발!
빈털터리.
별풍선을 받으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놈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더라고.'
실제로 만나봐서 안다.
눈앞의 BJ도 별 다를 바는 없을 것이다.
끼리끼리 노는 법이니까.
강남에 목을 맨다면 십중팔구다.
그런 놈들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진다.
투자도 쉽게 버는 건 줄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