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25
주식과 롤
퀸지는 프로 방송인이다.
단순히 방송을 오래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BJ원딜킹입니다.>
"오늘 팀운이 너무 안 좋아서 듀오하려고요~."
−오 원딜킹!
−그마 치트키 쓰네
−하락장에 듀오는 ㅇㅈ이지
−퀸지 좀 이겨주세요!
모니터만 3개를 쓰고 있다.
게임 화면용.
채팅창용.
그리고 염탐용.
시청자들이 보지 못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오케이, 같은 큐네.'
방금 전 카톡도 그렇게 했다.
지금은 은밀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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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찾는 중』
▨ 0:10
예상 대기 시간: 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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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의 방송 화면.
현재 큐를 돌리고 있다는 사실이 보인다.
시간을 맞춰 큐를 돌리면 된다.
높은 확률로 같은 게임이 잡힌다.
─야스오너프좀님께서 1,000원 후원!
이거 소라랑 같은 큐 같은데 ㅋㅋ
"와 진짜요? 드림걸즈 소라님이요?"
−그분 맞음 ㅋㅋㅋㅋㅋㅋ
−이런 우연이 ㄷㄷ
−이기자 젭라
−일단 가슴에서 1패 아님?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그 사실.
자신의 하인 중 하나가 가르쳐주었다.
저격으로 여캠 한 명을 뭉갰던 게 시작이었다.
'몇 번 저격해서 조져 놓으면.'
채팅창의 분위기가 바뀐다.
롤대남들은 비교하고 깎아내리는 것을 좋아한다.
롤갤에서 갈드컵을 24시간 열고 있을 정도다.
건수만 던져주면 물어뜯는다.
롤대녀도 다르지 않다.
멘탈 약한 년들이 많아서 조금만 욕을 먹으면 무너진다.
─소환자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한두 번 해본 일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기어오르는 년들은 다 박살을 내줬다.
─퀸지☆흑우님이 별풍선 1000개 선물!
퀸지 이겨주면 1천 개 ㄱ?
"아 당연히 이겨야죠 형님~ 미션 접수 받았습니다!"
−와 천 개 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쉬운데?
−걍 준다는 마인드네
−퀸지방 큰손이구나
그에 동참한다.
파프리카TV의 원딜킹.
허상우는 겉으로는 살살 웃고 있다.
'너 같은 흑우 새끼가 안 말해도 이겨줄 거야.'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일종의 우월감을 느끼는 것이다.
실제 친분.
퀸지와 현실에서 만나고 데이트까지 해본 사이다.
<퀸지야 우리 패턴 알지?>
<응 알지~>
<6렙까지 천천히 파밍하자. 초반에 배인 약해.>
<걍 첨부터 쎈 원딜 하면 안돼?>
롤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말이다.
그녀와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다.
'초반에 배인이 약한 게 아니고 니가 잘 못하니까 그렇지…….'
듀오를 해주는 이유.
퀸지의 실력은 좋게 봐도 사실 골드가 안된다.
여러 원딜BJ들에게 버스를 받고 올렸다.
자신 말고도 여럿 있다.
챵!
하지만 만족시켜줄 수 있는 남자는 자신뿐이다.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개발라달라는 거잖아.'
경쟁 스트리머를 엿 먹이고 싶다.
파프리카TV BJ들 사이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다.
여캠들 사이에도 비슷한 게 있다.
그 불만거리를 해소해준다면 호감을 쌓을 수 있다.
<우리 컨디션 좋을 때 한 번 싸워야 하거든?>
<응!>
<실드랑 궁만 잘 써줘.>
<오키도키~.>
확실한 실력 차이를 보여준다.
상대가 롤을 접고 싶을 정도로 찍어 눌러준다.
'윤소라 엄청 이쁘긴 한데.'
어차피 그림의 떡.
가능성 자체가 없다.
그럴 바에야 퀸지에게 잘 보이는 것이 맞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마음을 먹은 상우는 구른다.
그랜드마스터인 자신에게 플래티넘은 우습기 짝이 없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갈리스타의 포지셔닝.
벽꿍 당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허술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
<나 방금 잘했지?>
<궁 타이밍 완벽했어 진짜. 그게 바로 내가 원하던 플레이였어.>
−저기서 킬각을 봐버리네 ㄷㄷ
−이게 그마인가?
−커져라 연계도 예술이었음 ㅋㅋㅋㅋㅋㅋㅋ
−서포터도 잘해서 잡은 거지
일반 유저들에겐 보일 리가 없다.
순간적인 킬각을 캐치하는 두뇌가 다르기 때문이다.
'레오네 플Q 박혔을 때는 조금 서늘했는데.'
갈리스타가 점멸 반응을 했다면?
잡히는 것은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퀸지는 뒤에서 스킬만 딸깍딸깍 눌렀다.
라인전도 정말 힘들게 버텼다.
<라인전 너무 쉬운데? 배인, 랄라로 반반만 가도 이득인데 킬까지 먹었으면 게임 터졌지.>
<서폿 차이 났어?>
<솔직히 났지.>
<그치~? 나 잘하지?>
겉으로는 원하는 말을 해준다.
윤소라를 담그는 것이 퀸지가 하고 싶은 일이니까.
'어차피 시청자들 수준은 낮고.'
저티어.
롤여캠을 보는 애들이면 더 뻔하다.
적당히 논리만 맞춰주면 덜컥 믿게 돼있다.
−ㅇㅈ
−퀸지가 롤여캠 1위임!
−이걸 서열 정리해버리네
−방금 랄라 궁연계 안됐으면 갈리스타 플 쓰면서 살았을 수도 있음
−대 퀸 지
−그마가 보기에도 잘해 보일 정도면 ㄷㄷ
−레오네 뻘플 오졌음 ㅋㅋㅋㅋㅋ
−그냥 떡발라버리자!
누워서 떡 먹기.
누워서 떡을 칠 수 있을 때까지 조금 고생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 정도면 호감작 충분히 됐겠지 흐흐.'
자신만큼 완벽하게 맞춰줄 수 있는 남자는 없다.
인지를 시켜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찰칵!
게임을 굳힌다.
킬도 먹었으니 이 스노우볼을 팍팍 굴려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아군이 당했습니다!
약한 고리부터 터져 나간다.
* * *
기울어진 운동장.
주식 시장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다.
─주포야갭상시켜님께서 1,000원 후원!
세력 들어왔네 ㅋ
"그러게. 그랜드마스터면 엄청 높은 티어 아니야?"
−세력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챌린저 바로 밑임
−양학 에반데
−세력이 작정하고 올리면 어쩔 수 없지 ㅇㅇ;
주가를 마음대로 움직인다.
내부자 정보와 천문학적인 자금을 토대로 말이다.
'딱 그런 상황이네.'
롤에서는 양학이라 부른다.
높은 티어의 유저가 낮은 티어의 유저를 학살하는 행위.
게임이 만만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개미 입장에선 당할 수밖에 없지만.
[09:20] 코스피떡상좀 (레오네)님이 가고 있음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사실.
주식을 하면서 겪어온 경험이 소리치고 있다.
'세력도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야.'
개미들의 사고를 유도할 뿐이다.
세력이 싫어하는 타점을 잡을 수 있다면.
파아아앙−!
「우리에게 돈!」
충분히 승산을 노려볼 수 있다.
소라는 바텀이 아닌 미드로 방향을 튼다.
미드&정글 2:2 싸움.
적 구라가스와 야흐오의 궁극기가 연계되고 있다.
−이걸 소라가?
−타이밍 지렸다
−ㅅㅅ
−포커싱 갈림
−오
−야흐오 딥빡 ㅋㅋ
−로밍 판단이 신의 한 수네
−서폿 차이 지리구 오지구 레릿고~
탈리아가 순삭될 뻔했다.
그 직전에 흑점 폭발을 면상에 박아넣는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스턴 연계.
야흐오를 잡고, 배치기가 빠진 구라가스까지 마무리한다.
'여기까진 좋은데.'
바텀에서 싸우면 답이 없다.
미드에 올라온 것은 분명 정답이었다.
[09:50] 버려진숟가락 (갈리스타)님이 지원 요청을 보냄!
[09:50] 버려진숟가락 (갈리스타)님이 지원 요청을 보냄!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된다.
원딜은 CS도 먹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결국은 주가를 올리게……, 아니 싸우게 되어있어.'
상대 서폿은 로밍을 오지 않는다.
그러는 이유는 짐작이 간다.
라인전 내내 느꼈다.
뒤에서 실드만 주는 수동적인 플레이만 했다.
[11:38] 코스피떡상좀 (레오네)님이 총공격 신호를 보냄!
주구장창 바텀에 산다.
아무리 막대한 힘을 가진 세력이라 할지라도.
'행동이 예상되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곳은 주식 시장이 아닌 소환자의 협곡이다.
─적이 첫 번째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포탑을 지키는 척 내려간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포탑을 마무리하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궁극기를 켜고 굴러온다.
아니나 다를까 완전히 싸울 생각으로 만땅이다.
바텀 교전에서도 보았다.
아무리 잘 준비해도 질 수밖에 없는 게 세력이지만.
다다다다닥−!
이곳은 주식 시장이 아니다.
오히려 힘에서 앞서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군 탈리아가 궁극기를 타고 내려온다.
미드 교전 승리 덕에 선턴을 잡았다.
「고통을 안겨주어라.」
갈리스타의 궁극기.
배인을 향해 날아간다.
예상하는 듯이 구르기로 피하지만.
콰아앙!
꽈드득! 파바방!
흑점 폭발이 떨어진다.
탈리아의 WE가 연계되며 배인의 체력이 순식간에 삭제된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뒤에서 멀뚱멀뚱 구경만 하던 랄라까지 잡힌다.
소라로서는 속이 시원한 상황이지만.
"손절매를 했으면 살았을 텐데."
−거기서 그 각을 본다고?
−배인 물린 순간 튀었으면 ㄹㅇ
−손절매의 중요성
−버스 타려던 혜지련 컷!
굳이 표출하지 않는다.
돈 벌려는 세력은 이해라도 되지.
게임 이기려고 저러는 건 추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다.
사람들이 어째서 이 게임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된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동시에 깨닫게 된다.
어째서 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정신병을 안고 사는지.
"아니, 왜 배인한테 딜각을 주는데!!"
−그게 롤이니까
−팀운 하락장 ㅋㅋㅋㅋㅋㅋ
−그마 원딜이라 잘하긴 잘한다……
−탈리아가 잘 커놓고 던지네
잘 풀어갔던 게임.
그 말이 게임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자꾸 끌린다.
커버린 배인이 하드캐리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패배』
바론이 나가고, 넥서스까지 밀린다.
두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박탈감.
콰아앙!
소라의 가슴이 화가 날 만도 하다.
게임에서는 분명 패배하게 되었지만.
−???
−방금 뭐 날아감
−키보드 작살 난 거 같은데
−슴가 샷건 ㄷㄷ
−가슴 왜 화남?
−클립 저장 완료 ㅎ
−슴가 샷건이래 ㅋㅋㅋㅋㅋㅋ
−키보드에 흑점 폭발 떨어졌누
다른 의미로 승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