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23
주식과 롤
선배의 헛소리.
의미 부여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되는 대로 내뱉은 거겠지.'
얼토당토않다.
게임에 그런 철학적인 의미가 담겨있을 리 없다.
그냥 짜증을 부린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일인데.
─치킨먹는게임님께서 1,000원 후원!
그래서 난리 났었음 ㅋㅋㅋㅋㅋㅋ
"진짜로?"
−그땐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진짜 은퇴해버림……
−지금 뭐하고 있을까?
−주식 하고 있으면 레전드
완전히 거짓은 아니었다.
한 프로게이머가 주식으로 업종 전환을 했다고 한다.
'진짜 연관이 있는 건가?'
소라로서는 어리둥절하다.
게임과 투자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모르겠다.
─소환자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답답함을 풀을 방법.
직접 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채팅창 반응이 생각보다 뜨겁다.
−아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누나 롤해?
−롤린이 커여워
−정신을 못 차리누 ㅋㅋㅋㅋㅋㅋㅋ
−처음이면 서포터가 좋아요!
−님도 빨리 치셈 ㅋㅋ 돈 오름
−암 걸린다
−미드 뒤지게 크면 미드나 하지
충신지빡이님이 채팅금지 1회가 되었습니다.
롤을 하는 유저가 많았다.
시청자들 상당수가 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롤대남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명한 게임인 건 사실이었다.
진지하게 파고들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
─언더테일만세님께서 1,000원 후원!
롤 아시는구나! 혹시 모르시는 분들에 위해 설명해드리자면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로 진·짜·겁·나·재·밌·습·니·다."
"아 그렇구나. 설명 고마워요."
시청자들의 조언 덕에 적응은 어렵지 않았다.
대충 어떤 게임인지는 알았지만.
[02:20] 여자개밝힘 (이즈레알): 님 여자임?
[02:22] 코스피떡상좀 (소나): ?
하면 할수록 쎄한 기분이 든다.
일단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이 자주 보인다.
'내가 여자인 걸 왜 궁금해 하지?'
게임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자꾸 이것저것 말을 걸면서 귀찮게 군다.
[08:30] 초코맛딜도 (미스터이): 미드 파도 리턴이 없네
[08:35] 가경동피주먹 (알칼리): 니가 미드를 팜 ㅋㅋ?
[08:37] 가경동피주먹 (알칼리): 병ㅅ 같은 게
팀원들끼리 싸우기도 한다.
적이 아니라 아군이랑 더 많이 싸우고 있다.
"왜 저러는 거야?"
−그것이 롤이니까
−-롤-
−정신병 게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투자는 모르겠고 정신병은 확실히 얻어갈 수 있음
그것에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딱히 건설적인 대화가 아니었다.
'이거랑 투자랑 무슨 상관인데?'
선배의 말.
짐작 가는 부분이 없다.
어떠한 연결점이 있는지 모르겠다.
인생은 어딨고, 투자는 어딨으며, 세상의 이치는 또 어디에 있을까?
혹시나 해서 시청자들에게 물어봤더니.
−???
−저희가 묻고 싶은 말인데요
−진짜 무슨 상관임 ㅋㅋㅋㅋㅋㅋㅋ
−하면 빡치는 건 같음
−롤로 주식 공부 ㅇㅈㄹ
−걍 그 사람이 이상한 거 같은데요
−롤대남이 또
−주식 하다 처물려서 롤하는 거 아님? ㅋㅋ
역시는 역시였다.
투자와 상관은 개뿔이고 도움이 되는 구석조차 없었다.
'씨발놈아!'
진지하게 믿었던 자신만 바보가 됐다.
홧김에 뒷담을 좀 까려고 했는데.
─코스피2200층님께서 1,000원 후원!
그 오빠분이 그러셨다고요??
"미친 새끼에요 진짜. 진지하게 설명하는데 믿을 수밖에 없잖아."
어처구니가 없는 인간이다.
열 마디 하면 한 마디 도움이 될까 말까 한다.
그 한 마디의 여파가 너무 커서 그렇지.
채팅창이 다른 의미로 소란스러워진다.
−그분 좆고수 아니었음?
−시사회 초대되는 VIP ㄷㄷ
−오빠라고 하더니 젊나 보네
−롤대남 1승!
−그 분이 그렇게 말했다고요? ㅋㅋㅋㅋㅋㅋ
−이럼 진짜 모르겠는데
−비밀친구인 줄……
−우리는 롤대남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울컥울컥
시청자 중에 추종자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방송에서 종종 언급을 했다.
《밸루에이션이 아직 고평가 상태이기도 하고, 파월도 절대 비둘기가 아니라고…….》
그때마다 귀신 같이 맞췄다.
폭락과 상승은 물론 그 이유까지 말이다.
'손익좌로도 유명한데 그럴 만하지.'
주식을 할 때만은 다른 사람 같다.
투자자로서는 존경을 할만하지만.
"탑이 갱 불러서 게임에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일어났다는데 제가 어떻게 반응을 해야 돼요?"
−리먼 브라더스는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생각보다 무친놈인데?
−등신 같지만 멋있어!
−전문가 이미지에서 갑자기 사이비 됨
평소에는 그냥 또라이다.
세상에 미친놈도 이런 미친놈이 없다.
'리먼브라더스가 왜 일어나냐고!'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헛소리를 늘어놓는다.
하지만 잠자코 들어보면.
─오성전자가자님께서 10,000원 후원!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물어보는 건 어때요?
"그 새끼……. 아니, 오빠한테요?"
의미가 있을 때도 분명 있다.
자신이 생각하지 못하던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그걸 뭐 진지하게 물어보냐며 웃을 것 같은데.'
열에 하나 정도 말이다.
이번에는 아홉에 속할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
그럼에도 궁금한 건 궁금하다.
소라는 찬욱에게 연락을 해본다.
* * *
롤.
이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담고 있는 게임이다.
"롤로 인생을 배웠다고 할 수 있지."
<하아…….>
−(깊은 한숨)
−롤 안에 사람들이 있어요!
−저분이 진짜 그 오빠임?
−신뢰도가 확 떨어지는데 ㅋㅋ
그 안에는 투자도 포함된다.
결코 장난식으로 꺼낸 말이 아니다.
'롤이 장난인 줄 알아.'
장난으로 하는 사람도 있다.
단순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선……, 아니 오빠 게임 중독 테스트 해봤어요?>
"그런 걸 할 만큼 나약하지가 않지."
<정신병원 언제 가요?>
일반인들은 그래도 된다.
투자자라면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보여줘야만 감을 잡겠네.'
소라로서는 모를 만하다.
걸음마 정도는 떼었지만 아직은 애송이에 불과하다.
─낭만떡볶이님께서 1,000원 후원!
오빠분 혹시 최근에 병원 신세 지셨나요?
<방송 끝나고 데려가려고요.>
시청자들도 말이다.
투자가 얼마나 심오한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시청자들 수준이 낮은 거지.'
코인과 단타 등.
자극적인 방송만 보는 이유다.
시장이 굴러가는 이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거랑 게임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영양소가 가슴으로만 가니까 그것도 모르지."
<씨발놈아!>
−이걸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속이 뻥!
−둘이 존나 친하나 보네
−진짜 진심으로 말하는 거임?
롤을 한다면 이해가 가능하다.
투자자의 시선으로 접근한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소환자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해보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
다행히 기본 지식은 알고 있었다.
<저도 해보긴 했는데 그냥 싸움 하는 게임이던데요?>
"그러니까 니 가슴이 뒤지게 큰 거야."
<뭐 보태준 거 있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플레이한다.
숲 속에서 나무만 찾고 있는 것이다.
'숲 안에 나무만 있겠냐고.'
살아 숨 쉬는 자연.
그 자체를 느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우연히 있지 않다.
"너 원딜이 뭔지 알아?"
<채팅창에서 숟가락? 이라고 하는데요.>
"……그거 말고."
숟가락도 대자연의 일부다.
그것을 투자자의 관점에서 해석해본다면.
'성장주라고 할 수 있지.'
초기에는 돈을 못 번다.
회사로서의 가치가 없다.
그것을 견뎌내고 크면 클수록.
─원딜갈게요님께서 1,000원 후원!
오~ 그런 해석이
<원딜이 크면 세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원딜을 키우는 거야."
<서포터는 뭐에요?>
"도구."
−그럴 듯한데?
−진짜 주식 고수는 맞나 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포터는 걍 도구
−배우신 분!
높은 성장성을 가진다.
롤이라는 게임의 구조는 주식 시장과 많이 닮아있다.
'서포터는 굳이 따지면 캐시카우 정도 되겠지.'
관점을 달리해야 한다.
단순히 게임을 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 말이다.
<라인전은 뭐에요?>
"호가창 보고 있는 거잖아."
<아.>
"빨리 매수해 도구련아!"
그것을 인지하고 하는 것.
투자자로서의 기량을 늘릴 수 있는 지름길이다.
'뭐, 그래봤자 일반게임이지만.'
기본 정도는 알아갈 수 있다.
특히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시간이다.
"싸우면 이긴다니까!"
<졌잖아요.>
"니가 매수를 좆같이 해서 그렇지. 아무리 좋은 주식이라도 고점에 사면 되겠냐?"
−롤을 주식처럼 ㅋㅋㅋ
−설득력이 있어!
−근데 소라가 잘못 들어가긴 함
−혹시 남매임?
투자의 개념은 복잡하다.
그것을 모르고 대충 주식을 사는 사람이 많다.
'주식 물리는 건 참으면서.'
서포터 못하는 건 못 참는다.
그 두 가지 사실은 같은 선상에 있는 것이다.
저가 매수의 중요성이 한눈에 파악된다.
롤대남 입장에서 모를 수가 없다.
<대충 이해는 하겠는데…….>
"니가 이 심오한 게임을 이해했다고?"
<알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지 않아요?>
머릿속에 쏙쏙 박히게 된다.
롤이라면 소라가 원하는 방향의 방송을 할 수 있다.
'본인이 잘한다는 전제 하에.'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하다.
실력.
게임을 잘해야 시청자 입장에서 볼 맛이 난다.
─아군이 위험 신호를 보냄!
짧은 시간 안에 때려 박아준다.
모든 행위를 투자에 대입하면 금방 늘게 되어있다.
<갱 왔어요! 어떡해!>
"침착해."
<침착하게 뭐요!>
"당황하지 말고 아모모를 물어."
−소라 졸귀 ㅋㅋㅋㅋㅋㅋㅋ
−침착하면 사냐
−아모모 궁 있음
−이걸 살 방법이 있다고?
마침 적절한 상황이 조성된다.
적 정글 아모모가 바텀 라인에 갱킹을 왔다.
'점멸은 없고.'
상대의 CC기 연계는 좋다.
대충 궁극기만 맞아도 죽는 상황이지만.
하아!
소라의 레오네가 아모모를 문다.
속박과 함께 Q스턴이 적중한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그리고 죽는다.
그 사이에 나는 유유히 살아 돌아갈 수 있었다.
<나 죽었잖아!>
"잘했어."
<이건 또 무슨 의미가 있는데?>
"손절매."
롤대남 특화 주식 교육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