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321화 (321/450)

EP.321

방송 컨텐츠

유명세.

방송의 여파는 실생활에서 체감되고 있다.

"소라야!"

"응?"

"나 그거 봤거든~ 이번에 예능 나온 거."

"나도!"

"나도 봤어!"

개학을 했다.

학교를 다닌다.

그 평범하기 그지없던 일상이.

'드림걸즈 때도 이렇진 않았는데.'

조금 변하게 되었다.

소라로서는 곤란함을 느끼고 있다.

"주식으로 엄청 벌었다며?"

"주식은 아니고 공매도인데……."

"공매도? 그건 잘 모르겠고 뭐 사야 되는지 가르쳐주라!"

평소에도 주목은 받았다.

길거리를 돌아다니기만 해도 말이다.

'차라리 그런 건 괜찮은데.'

남학생들의 시선.

여학생들의 시기.

잠깐 훑어보고 말 뿐이다.

그런 것쯤은 익숙해졌다.

완전히 다른 이유여서 문제다.

"그런 일이 매번 있는 것도 아니고, 주식은 함부로 추천하기가 힘들어."

"쪼잔하게!"

"……."

"막 이래~."

"농담이잖아. 소라 정색한다."

주식에 대해 물어온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데일리뉴스− 「엄복동으로 투자 대박? 드림걸즈 윤소라 주식으로 대박낸 사연」

아마 기사를 봤을 것이다.

저 정도는 자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식을 그렇게 접근하면 안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당연하다.

엄복동이 재미없으니 주가도 내려간다.

그것은 결과론적인 해석이다.

실제 투자는 간단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잘 안될 때도 많거든. 예상이 항상 맞는 건 아니야."

"아, 그래?"

"주식이 어렵나 보네."

"응……, 아무래도 그렇지."

자신도 한 달 가까이 물려있었다.

스스로 몇 번이나 의심했다.

주가와는 상관없는 게 아닐까?

흥행을 할 수도 있는 게 아닐까?

'그걸 어떻게 버텨.'

확실한 재료.

있다고 해도 미래를 알 수 없는 것이 시장이다.

그 무거움을 모른다.

가벼운 마음으로 주식을 물어보러 온다.

"선배님!"

"소라 선배!"

"어, 안녕."

"꺄~!"

"나 소라 선배한테 인사 받았어!"

그런 일이 매일 몇 번이나 일어난다.

동급생은 물론이고 후배들까지.

'개부담스럽네.'

방송에 나온다.

주식도 잘한다.

그런 식으로 소문이 난 모양이다.

학과 내에서 유명인이 돼버렸다.

그것이 싫다는 것은 아니지만.

"저희 소라 선배 방송 보거든요~."

"내 방송?"

"저 아이디 강낭콩이에요."

"선배님 전 도네도 쐈어요!"

부담감을 느낀다.

자신의 말과 행동을 믿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말 실수하면 큰일 나겠다.'

인터넷 방송만 할 때는 몰랐다.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 정확하다.

주식 위험한 거 알잖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암묵적인 것이다.

일반인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시장의 무서움을 겪어본 적이 없다.

"방송 보면서 주식 배우고 있어요."

"저는 벌써 수익도 냈어요~."

"하고 있어?"

"네!"

"서은이가 제일 잘해요. 수익 막 20% 찍었음."

그래서 저렇게 해맑을 수 있다.

돈을 잃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이랬구나.'

2년 전.

선배가 어째서 답답해 했는지.

최근에 들어 사무치게 깨닫고 있다.

카톡!

그런 애들이 한둘이 아니다.

경제학과는 물론 다른 학과에서도 말이다.

〔혜리〕

「오늘 동방 오면 안돼 ㅡㅡ」

−무슨 일 있어?

「동아리 사람 개많아」

「신입 반은 너 보러 온 듯」

방송의 여파.

생각보다 컸다.

주식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다.

'진짜 선배 말대로 돼가네.'

공중파에 나간다는 건 그런 것이다.

일반인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

시청자층이 이전과는 달라진다.

그 점을 고려해서 진행해야 한다.

"라는 일이 있었거든요."

−오 주린이!

−스무 살 애기들이 주식을 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예능에서 보고 유입됐는데 ㅎ

−역시 주식존예여신

충신지빡이님이 금칙어 사용으로 채팅 금지 1회 조치 되었습니다!

이전까지는 그냥 했다.

신경 자체를 쓰지 않았다고 해도 맞는 말이다.

'방송 성향이 맞지 않았으니까.'

드림걸즈를 보고 온 팬들.

춤이나 노래 같은 것을 하기를 원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방송이 아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주식이다.

─주린이님께서 1,000원 후원!

소라님이 말하는 가치투자라는 게 어렵긴 함 ㅠ

"그런가요? 참고해볼게요."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유입된 시청자분들도 주식에 관심이 있지만.

'방송 스타일에 변화를 줘야 하나.'

어렵다.

쉽지 않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백분 이해한다.

자신도 한때는 한 명의 주린이였다.

쉽고 간단하게 가르쳐주고 싶다.

"혹시 다른 방송인분들은 어떻게 방송하세요? 제가 본 적이 없어서."

−보통 단타 하지

−코인이 많음 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자극적인 걸 원해서 스캘핑이나 단타 침

−도박왕 김파산<< 이분이 머기업이에요!

그 방법.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

주식은 수박 겉 핥기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방송인분들을 어떻게 하는 거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참에 알아보는 것도 좋을지 모른다.

타닥, 탁!

다른 주식 방송인.

가장 언급이 많이 나오는 도박왕의 방송에 들어가 본다.

<소라? 윤소라님? 그 드림걸즈에 나왔던 쭉빵하신 언니 말이야?>

−미친놈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쭉빵하신 언니 맞지 ㅇㅇ;

−미드 개쩔긴 함

−본인이 왔잖아 ㅄ아

잘못 온 것 같기도 하다.

동시에 채팅창의 분위기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주식 방송이라기 보다는 일반 방송 같네.'

시청자 수가 많다.

대기업.

5천 명이 넘어가는 사람들이 주식 방송을 보고 있다.

그들 모두가 투자자는 아닐 것이다.

어떻게 주식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방송 비결이요? 아~ 이런 거 원래 아무한테나 안 가르쳐드리는데.>

−죄송합니다

<잠깐만요. 나가지 마세요 제발! 가르쳐드릴게요.>

뭔가 껄렁껄렁한 게 첫 인상은 나쁘다.

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분은 아니었다.

디스코드.

음성 채팅을 연결하자고 하더니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신다.

<사적인 감정이 아니라 그 아시죠? 같은 금융인끼리 친목 도모 차원에서.>

"아, 네……."

<젊은 금융인이 흔치 않은데 사이 좋게 지내야죠.>

−금융인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목소리 존나 이쁘다

−도박꾼이 아니라?

−○○이 아니라 (○○ 맞음)

단타와 스캘핑 위주의 방송을 한다.

거래량이 많은 급등주에 들어가 치고 빠진다.

'확실히 가치투자보다는.'

시청자 입장에서 볼맛이 난다.

짧은 시간에 손익이 결정되니 자극적이기도 하다.

그만큼 위험하다.

하지만 잘만 하면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매매법인 것도 사실인데.

<언제 한 번 술먹방 하면서 금융인끼리 진솔한 대화를~.>

"근데요."

<네, 네. 소라님!>

"계좌가 조금 아프신 것 같은데."

<…….>

막대한 손실만 내고 있다.

방송 화면에 계좌가 보인다.

보유 중인 모든 종목이 파란색이다.

---------------------------------------------+

『김파산님의 계좌』

조선제지 │5,720주│−7.87%

풍일소재 │2,100주│−15.95%

박살바이오│1,891주│−32.69%

+---------------------------------------------

손실이 −3700만 원이 찍혀있다.

생판 남인 자신이 봐도 걱정될 만한 액수였다.

<그래서 제가 술 마시자고 하는 거잖아요.>

"네?"

<코스닥이 망했잖아요! 오늘 장 중에 술 안 처먹으면 금융인이라고 할 수 없어요 어헝헝.>

−망한 건 니 계좌였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금융인× 도박꾼○

−돈 잃는 게 컨텐츠에요

−계좌도 아프고 머리도 좀 아픈 사람입니다

단타의 위험성.

알려주는 방송인이다.

좋게 말하면 그렇게 포장이 되겠지만.

'고생이 많으시네.'

자신이 생각했던 방송인은 아니었다.

세상에는 여러가지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롱스톤대가리볶음님께서 10,000원 후원!

토순이는 따던데?

"토순이?"

−토순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년이잖아 ㅋㅋㅋㅋㅋㅋ

−걘 진짜 잘함

−소라한테 이상한 거 가르쳐주지 마!

그중 하나.

소라도 알고 있다.

같은 빌라에 살고 있다 보니 모를 수가 없다.

'다율이가 단타를 잘 치는구나.'

학교의 후배이기도 하다.

가끔씩 여자들끼리 모여 떡볶이를 먹다 보니 조금은 친해졌다.

띵동~♪

방송을 끝내고 아래층에 찾아간다.

다율이가 방송 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직접 물어보는 게 가장 좋기도 하고.'

단타의 비결.

솔직하게 궁금하다.

선배는 하도 미친놈처럼 해댄다.

다른 투자자들은 어떻게 하는지 알고 싶다.

분명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을 것이다.

"박살바이오 샀구나."

"히, 히히."

"혹시 어떤 이유로 샀는지 물어봐도 될까?"

매매 중이었다.

상당히 집중하고 있다 보니 말을 거는 것이 조금 조심스럽지만.

'나 같으면 절대 안 살 거 같거든.'

도박왕씨도 물려있던 주식이다.

주가가 폭락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

상장폐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하며 회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그, 그러니까 사야지. 히, 히히."

"응?"

"오, 온다! 와버린다!"

글자 그대로 주식이 휴지 조각이 돼버린다.

갑자기 거래가 중지될 수도 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그 위험성.

아무렇지 않게 짊어진다.

떨어지는 칼날을 손으로 잡는다.

"어, 어?"

"히, 히히."

"이거 왜 오르는 거야? 지금 오를 이유가 딱히 없잖아."

"회사가 망하니까 오르지."

"???"

배짱이 대단하다.

그런 것뿐이라면 도박왕씨와 다를 바 없는 도박이었을 것이다.

─기관님이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오를 만한 이유가 있었다.

기관들이 갑자기 주식을 쓸어 담는 건 우연이 아니었다.

'설마 공매도 상환하려고?'

주식이 상장폐지가 되면?

공매도를 친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득이다.

하지만 과정이라는 게 있다.

재판과 심사로 몇 년씩 거래정지가 된다.

그동안 돈이 묶인다.

상장폐지가 안된다면 기회 비용만 날리는 셈이다.

"그래서 공매도 상환용으로 살 거라고 예상한 거야?"

"히, 히히."

"말도 안돼. 그러다 진짜 상폐하면 어떡하려고."

"인생 좆망."

어디까지나 기회 비용.

기관 입장에서는 그냥 공매도를 치는 방법도 있다.

'미쳤어.'

소라도 얼마 전까지 공매도를 쳤다.

관련 규정에 대해 빠삭하게 안다.

안다고 해도 못하는 짓이다.

다른 방송인은 미친놈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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