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19
롱숏대전
갑작스러운 소식.
세간이 발칵 뒤집어질 만도 하다.
이종격투기 − 「현 시각 케이 인스타 근황…….jpg」
樂 SOCCER − 「케이 인스타 해석 이게 옳다고 봄」
카오스(CHAOS) − 「이 와중에 드림걸즈 소라 소신발언 ㅎㄷㄷ」
일반 커뮤니티까지 말이다.
아니, 일반인들에게 더 민감한 화제다.
─현 시각 케이 인스타 근황…….jpg
[케이 인스타 최신글 캡처.jpg]
그냥 술 한 잔 마신 거다 vs 영화 좆망해서 마신 거다
팬들 싸우는 중
└이왜진?
└뭐야 엄복동 잘 안됐다는 건가?
└술 마시고 인스타는 ㅋㅋㅋㅋㅋㅋ
└예능에서는 재밌다고 했는데……
케이.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 연예인이다.
경주왕 엄복동의 주연 배우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자신의 인스타에서.
「K_oppa」
10분 전。
#엄복동#하나만
술 한잔 마셨습니다……
영화가 잘 안돼도 좋습니다.
하지만 엄복동 하나만 기억해주세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왔다.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케이 인스타 해석 이게 옳다고 봄
영화는 솔직히 애매하다
연기력에는 자신이 있다
엄복동<<케이 배역
└이게 맞는 듯
└나도 이 생각함
└저 정도면 충분히 다 말한 거지 본인 영화인데 ㅋㅋㅋㅋㅋㅋㅋ
└술까지 마신 것 보면 현탐 ㅈㄴ 왔나 보네
신작 영화.
얼마나 재미있을지 기대를 하고 보기 마련이다.
그 기대가 반감되었다.
배우의 입에서 오피셜이 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 주식 갤러리〕
─파란도미 주주들 오열 ㅋㅋㅋㅋㅋㅋ
─우리는 엄복동의 나라에 살고 있다!
─경주왕 엄복동 실화도 아니었네
─엄복동 진짜 좆망인가 본데?
.
.
.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다른 의미로 화제가 된다.
─엄복동 진짜 좆망인가 본데?
[케이 인스타 최신글 캡처.jpg]
주연 배우가 양심고백함
└이왜진?
└연기력만 봐주세요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상 손절 아니냐
└공매도 마렵네
흥행 기대감.
파란도미의 주가를 결정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의심이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 돼버리고 만다.
─경주왕 엄복동 실화도 아니었네
[엄복동이 자전거 절도하다가 걸린 기사.jpg]
경주왕 엄복동이 아니고 절도왕 엄복동이었음
└자전거 훔치는 문화 만든 범인 이 새끼였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젠 관객들 푯값도 훔쳐가누
└자동차왕 곽한구도 나올 기세 ㄷㄷ
글쓴이− 코건 봐야지
또 다른 악재까지 쏟아진다.
흥행에 대한 의심.
커져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
빅앤트 캐피탈.
장선영으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내부 정보를 알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했던 것이.
"실화가 아니라는 게 사실이야?"
"그게……, 그런 모양입니다."
"꺼라위키에서 그랬어요!"
오히려 맹점이 되었다.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조사를 하지 않았다.
'이런 개 같은 일이 있나.'
개미들의 투심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
주연 배우의 폭탄 발언이다.
영향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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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도미 엔터테인먼트』
19,750원 ▼3,450원 (−17.46%)
[장 시작하자마자 떡락하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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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도미의 주가.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며 떨어지고 있다.
너도 나도 팔기만 하는 것이다.
공포가 시장을 지배한다.
'이러면 팔 수가 없는데.'
자신들까지 팔면?
연일 하한가를 찍으며 그래프가 꺾인다.
완전히 죽은 주식이 돼버린다.
물량을 전부 처분할 수 없다.
"사장님, 이건 계획에 없었던 일입니다."
<하……, 나도 케이가 그런 짓을 저지를 줄은 몰랐지.>
"몰랐지로 끝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요!"
반전이 필요하다.
시장의 심리를 바꿀, 최소한 지탱할 수 있는 무언가가.
'나만 죽는 게 아니라고.'
박광재에게 전화를 건다.
작전이 실패하면 돈을 잃는 건 자신만이 아니다.
그도 투자를 했다.
그리고 투자에는 당연히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다.
'배우가 그런 짓을 할지는 어떻게 알아…….'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는다.
회사 관계자들은 다 컨트롤을 하고 있었다.
배우만은 불가능.
영화의 화제성을 위해 스타 배우를 섭외했기 때문이다.
《꼭 흥행으로 보답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타개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감독이 했던 말이 불현듯 떠오른다.
<흥행이 그래도 조금은 되지 않을까 싶은데?>
"흥행이요?"
<3.1절인데 많이들 오겠지. 감독도 꽤 자신이 있었던 눈치고.>
"흠……."
작은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
정말로 작품이 흥행을 한다면 말이다.
'연막 작전 수준만 돼도 충분해.'
오픈빨.
어떤 가게도 첫날에는 사람이 몰리기 마련이다.
흥행을 위장할 수 있다.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게 가능하다.
<내부자 입단속은 맡겨두고.>
"이번에는 정말 잘해주셔야 합니다."
<내가 배우 SNS까지 단속할 순 없지! 작은 사고 정도로 생각해줘~.>
천만 관객!
꽉 찬 영화관의 사진과 함께 부풀려진 관람객 수를 뿌릴 것이다.
방구석에서 HTS만 보는 개미들은 속는다.
뒤늦게 매집을 하려 할 테고.
'시초가로 쫙 띄운 후에 천천히 물량을 던지면 돼.'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
완벽한 작전이라고 장선영은 생각했지만.
* * *
삼일절.
일제 항거의 역사를 기념하는 의미 깊은 날이다.
조금 다른 뜻으로 의미가 깊어졌다.
투자의 성과를 확인하게 된다.
'이미 알고는 있는데.'
방구석에만 있는 투자자는 모를 수 있다.
왜?
직접 확인을 안 한다.
그런 수고를 들이지 않는다.
수년, 수십년간 모은 돈을 기사 한두 개 보고 주식을 산다.
한국신문− 「경주왕 엄복동, 40대 이상 연령층 선택 독차지…흥행 뒷심 발휘하나」
팩트뉴스− 「경주왕 엄복동', 관객들 사로잡은 스토리+완성도...'흥행 청신호'」
실제로 말이다.
매일 연상 치는 주식!
시가 총액이 조 단위인 회사!
'본사 건물 딱 갔더니 당장 무너질 것처럼 허름한 경우가 허다하거든.'
주가가 오르니까 믿을 만하겠지~.
기사가 좋게 떴으니 그 말이 맞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투자자가 대부분이다.
투자가 쉬우면서도 어려운 이유다.
〔혜리〕
「오빠가 보란 영화 봤는데……」
「시간만 버렸어요 ㅡㅡ」
−여대생 취향이 아닌 거 아니야?
「걍 누가 봐도 잼없음;;」
그 말이 조사를 한다고 쉽다는 건 아니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 과정이 남아있다.
'멘탈.'
아주 바스라졌을 것이다.
최근 파란도미의 주가는 위아래로 탭댄스를 췄다.
롱숏대전의 여파.
공매도를 친 주식은 롱과 숏이 미친 듯이 치고 박는다.
본래의 가치가 중요하지 않아진다.
한쪽을 죽이기만 하면 되는 제로섬 게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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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도미 엔터테인먼트』
23,800원 ▲4,050원 (+20.50%)
[전날에 떡락했다가 떡상으로 시작하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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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에 낑긴 개미들.
자신이 주식을 사거나 팔았던 이유도 함께 흔들리고 만다.
'대놓고 시초가로 갭상을 띄워버리면.'
흥행을 하고 있나?
그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FOMO가 엄청나게 와버린다.
위험하다는 걸 안다고 해도 말이다.
소라도 지금쯤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끼릭−!
그러니까 가본다.
집주인 특권.
마스터키를 사용해 방문을 연다.
'궁금하기도 하고.'
꿍해서 누워있을지.
공매도를 청산했을지.
어느 쪽이든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찌걱! 찌걱!
제3의 방향이었다.
방문을 활짝 열자마자 컴퓨터 책상에 앉아있는 소라가 보인다.
"아! 선배, 갑자기 왜……. 문이."
시큼한 냄새가 난다.
손이 내려가 있는 위치까지 확신범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눈을 큼지막하게 뜨며 당황한다.
의자 밑에 내린 바지를 올릴 생각도 못하고 있다.
"이, 이건 그러니까."
"됐으니까."
"꺄!"
"오빠가 도와줄게."
참전이 마렵다.
헐렁한 티 한 장 입고 있는 소라의 가슴을 꽉 하고 잡는다.
'이런 일도 있긴 하지.'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움직이는 주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것을 달랠 방법은 많지 않다.
주식에 처물려있는 투자자로서는 말이다.
찌걱! 찌걱!
묵직한 가슴을 힘을 줘서 움켜쥔다.
소라의 손가락도 그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그게 짜증이 나가지고……."
"그렇지."
"말이 안되잖아요. 분명 내려가야 하는데."
화가 나있다.
단단하게 선 유두가 존재감을 어필할 만하다.
'몸은 솔직하다니까.'
고개를 뒤로 젖힌다.
모이를 달라는 아기새처럼 입을 뻐끔거린다.
츄룹!
조금 불편한 자세.
그렇기에 더 간절하게 혀를 움직이며 원하고 있다.
─기관님이 주식을 매도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주가의 하락을 말이다.
곁눈질로 훑어 볼 때마다 조금씩 흘러내린다.
"기분 좋지?"
"저, 젛아♡"
"보지 만지작거리는 게? 아니면 공매도 친 게?"
"둘 다!"
전신, 아니 머릿속까지 짜릿한 전류가 흐른다.
거부할 수가 없는 쾌감이.
찌걱! 찌걱!
시큼하고 야릇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꽉 잡고 있는 가슴은 두근두근 뛴다.
'이 변태년.'
개발 이상의 성과.
소라의 야한 몸을 달랠 만한 쾌감의 파도가 찾아온다.
〔한국 주식 갤러리〕
─롱충이사망 폭포수 입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복동 주주들 돈까지 뺏어가누 ㅋㅋㅋㅋㅋㅋㅋㅋ
─물린 새끼들 영화 평론가가 공매 세력이랜다 ㅋ
─엄복동 첫날 관객 수 떴다!
.
.
.
눈 가리고 아웅.
어느 정도라면 할 수 있을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기에는 너무 눈부셨다.
─엄복동 첫날 관객 수 떴다!
손익분기 400만인데
오픈빨이 4만 3천 ㅋㅋㅋㅋㅋ
└이거 150억 쓴 거 아니었냐?
└천만 관객 (실제로 한 말)
└개좆됐네
└파란도미 하한가 쓰레기통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 영화에 한 획을 그은 대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