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18
롱숏대전
파란도미.
한 유튜버의 용기 있는 소신발언은 시장을 흔들어 놓고 있다.
〔종목토론실− 파란도미 엔터테인먼트〕
─파도가 흔들린다고 배에서 뛰어내리지 마십시오!
─쪽발이놈들 때려잡는 영화는 안 팔릴 수가 없죠^^
─대표님 사업 감각이 탁월하시네요 ㅎㅎ
─엄복동이라는 인물이 실존 인물이었군요
.
.
.
그 말이 주가의 하락을 가리키진 않는다.
기존의 호재는 분명 희석이 되었지만.
─엄복동이라는 인물이 실존 인물이었군요
부끄럽게도 몰랐습니다
일제 치하에서도 우리 민족의 기상을 드높여준 선수가 있었다는 걸……
└이제라도 아시면 되었죠~
└제2의 손기정이라 할 수 있는 분입니다
└그래서 주식은 사셨고요?
└영화가 흥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죠^^
또 다른 호재가 있다.
파란도미는 흥행 기대감만으로 오른 주식이 아니다.
애국 테마주.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국위선양에 대한 관심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대표님 사업 감각이 탁월하시네요 ㅎㅎ
개봉 시기 너무 좋습니다
3.1절!
민족의 혼이 불타오르는 날에 애국 영화가 개봉하니 천만 관객은 따놓은 당상이겠네요~
└와 그러네요 개봉 날짜가 딱 3.1절 ㄷㄷ
└이런 것도 계산을 하신 걸까요?
글쓴이− 당연하죠~ 한두 푼이 드는 일이 아닌데 대충 할 리가 있겠습니까
└조커가 치워진 자리에 엄복동이 들어온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실제로 말이다.
영화의 개봉 날짜.
흥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일 영화인 '경주왕 엄복동'의 기대감이 올라간다.
개미들의 투심을 높이는 요인이다.
─쪽발이놈들 때려잡는 영화는 안 팔릴 수가 없죠^^
젊은 처자가 영화를 재미로만 봤나 본데
반일 영화는 시대 속에 녹아있는 애환을 봐야 합니다
요즘 것들은 일제가 얼마나 간악한지 모르니까
이 영화의 가치도 알지 못하는 거죠
└MZ세대들은 애국심이 없어요~
└그 재미도 제대로 못 봤을 수가 있어요 ㅋㅋ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
└님들도 안 겪어본 세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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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장년층의 호응이 엄청나다.
애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겁다.
파란도미의 주식.
주가가 내려갈 때마다 계속 사며 떠받들고 있다.
─숏충이님께서 10,000원 후원!
대장 살아계십니까?
"살아있다 오바……."
−목소리가 죽어있는데?
−많이 힘든가 보네 ㅋㅋ
−누나 공매도는 아니야
−평단 줄 때 팔라니까!
소라로서는 죽을 맛일 수밖에 없다.
자신이 직접 봤는데.
'그거 개좆망작이라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대나무 숲에서 외쳤던 신하가 이런 기분일 것이다.
아니, 외쳤다.
시장이 믿어주지 않으니 답답해서 돌아버릴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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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라님의 계좌』
대/파란도미│3000주│−13.17%
평가 손익: −8,099,550
+-------------------------------------------
주가가 여전히 꺾이지 않았다.
20,000원 ~ 25,000원 구간을 맴돌고 있다.
한때는 수익 구간까지도 갔다.
수수료를 포함하면 손해라서 문제다.
'씨발.'
개인은 공매도를 칠 수가 없다!
직접 해보니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무게감.
주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득 봤어야 할 거래가 손해로 찍힌다.
─공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그 위험성을 알고 임한 것이기도 하다.
이 주식이 내려갈 것을 확신한다.
"니가 죽나 내가 죽나 한 번 해보자 씨발."
−역시 숏충이 대장!
−1억을 넘게 몰빵 때리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라 진짜 빡쳤나 보네 ㄷㄷ 못 놀리겠다
−눈나 이러다 진짜 주거……
봤으니까.
경주왕 엄복동이 2019년을 대표하는 좆망작이 될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럼에도 흔들린다.
올라가는 주가를 보면 자신의 판단이 틀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세력 새끼야 빨리 내려!'
눈속임이다.
결국은 가치를 따라가게 되어있다.
시간이 다소 걸릴 뿐이다.
─롱스톤님께서 10,000원 후원!
근데 잘 생각해야 하는 게 개인 공매도는 상환기간 있음
"아니, 내가 봤다고!!"
−떼 쓰는 거봐 ㅋㅋㅋㅋㅋㅋ
−으느느그브뜨끄~
−소라 빡친 거 졸 귀엽네 ㅋㅋ
−가슴도 화났네
그 시간.
제한이 있다.
개인 공매도는 60일 안에 승부를 봐야 한다.
세력이 주가를 붙든다면?
설사 자신의 판단이 맞아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개봉일까지만 버티면 돼.'
소라도 믿고 있는 바가 있다.
경주왕 엄복동의 개봉일은 3월 1일.
일각에서는 그것을 호재로 해석한다.
애국심을 고양한다며 말이다.
─공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주가를 올리는 재료.
하지만 거품이라는 건 반드시 꺼지게 되어있다.
시장의 이성도 돌아올 것이다.
그 순간을 노리고 하는 투자다.
−이걸 버티네
−파란도미 ㄹㅇ 작전주임?
−소라님 이렇게 빡친 거 첨 봄
−곡소리 날 때 드가자 ㅋㅋㅋㅋㅋㅋㅋㅋ
−거래량 미쳤던데
−엄복동 역으로 기대되네 ㅋㅋ
−소라 믿고 들어간 1人
−독하다 독해~
−팩트) 지금 들어가도 소라보다 평단 높음
시청자들도 함께 하고 있다.
솔직하게 부담이 되는 일이지만.
'진짜 그렇게 될 거야.'
주식 투자.
필요한 것은 냉철한 판단력만이 아니다.
멘탈이 겸비돼야 한다.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만이 수익을 가져간다.
"개봉일까지 견디면 됩니다. 여러분 흔들리지 마세요. 파란도미 폭락 가즈아!"
−대장님만 믿고 있습니다
−숏충이들아 진격하라!
−숏충이들의 여신 ㄷㄷ
−오은영 박사님과 가정상담 가즈아!
충신지빡이님이 채팅금지 1회가 되었습니다.
충분히 무거운 엉덩이를 가진 소라였다.
* * *
빅앤트 캐피탈.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거래량 떨어지고 있습니다!"
"음봉이 너무 크게 박혔는데요?"
"수급 박아 수급!"
'작전'에는 어마어마한 자금이 투입된다.
웬만한 중소기업의 1년 매출.
'어떤 개새끼가 진짜.'
수십억 원으로 주가를 흔든다.
큰 리스크가 따를 수밖에 없는 행위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샀다 팔았다.
인위적으로 거래량을 끌어올리다 보니 수수료만 해도 억 단위다.
그동안 들여온 시간도 있다.
장선영이 파란도미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거래량은 다시 살렸습니다."
"그래."
"근데 상당수가 공매도로 의심되는데요?'
"……."
아니, 충분히 가능했다.
유튜버 한 마리가 어찌 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개미 새끼들이 간땡이가 배밖으로 나왔나.'
생각 이상으로 저항이 거세다.
추종자들까지 달려들며 귀찮아졌다.
그것만이라면 어떻게든 했을 것이다.
세력은 절대 만만하지 않은데.
─세력이 주식을 매도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무언가가 있다.
차트가 괜찮아지려고 할 때마다 추세를 꺾는다.
'어떤 개새끼냐고 진짜.'
분명 개인이 아니다.
자신들에 준하는 자금력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없는 것도 있다.
선영은 핸드폰으로 급히 전화를 건다.
"저입니다 사장님."
<어, 장대표! 일은 잘돼가고 있어?>
"그것 때문에 전화를 드렸습니다만……."
파란도미의 박광재 사장.
그가 있기 때문에 작전을 진행할 수 있다.
이 정도로 판을 벌릴 수 있었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토대로 말이다.
<별일 하나도 없어. 무조건 괜찮아!>
개미들은 불안에 떨 것이다.
정말로 흥행할지, 아니면 참패하게 될지.
'그 여자 하나 믿고 숏을 칠 수가 있겠냐고.'
버티고 있을 뿐이다.
사실은 애간장이 타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꿀꺽!
그래야만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이야 말로 자신들이 가진 최고의 무기다.
제로섬 게임.
한쪽이 잃게 되는 게임에서 압도적인 이점을 가져다준다.
"뭐라고 하십니까?"
"변한 거 하나도 없어. 진행시켜!"
""네!""
그렇게 이겨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걸려온 시비에서 발을 빼지 않는다.
'숏커버링만 터진다면.'
오히려 기회.
지금까지 쏟아부은 돈을 곱절로 쓸어담을 수 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거래량을 끌어올린다.
마치 인기 있는 주식처럼 보이게 만든다.
개미들의 매수 심리를 자극한다.
그것에 결정타를 박는 방법.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 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
.
.
FOMO를 일으킨다.
주가를 한 번에 급등시키면 매수를 하고 싶게 된다.
'진짜 질긴 자식.'
그때마다 공매도.
그냥 매도일 리는 없다.
파란도미의 지분은 파악하고 있다.
사장이 30%.
관계자가 10%.
자신들이 30% 가량을 보유 중이다.
그중 또 절반 가량이 묶여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팔지도 사지도 않는 물량이다.
"빌려올 물량이 없어질 거야."
"얼마나 남았을까요?"
"그것까진 모르지. 그래도 얼마 안 남았어."
공매도를 치기 위해서는 빌려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럴 사람이 점점 적어진다.
'어떻게 봐도.'
시중 유동성.
정보의 비대칭성.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만에 하나 자신들과 동급의 세력이라고 해도 말이다.
세력끼리 싸우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뭐야, 갑자기 왜 내려가."
"공매도가 아닙니다."
"개미들이 던지고 있습니다!"
"아니, 왜? 분위기 좋았잖아?"
"그, 그게."
무조건 자신들이 이기는 게임이다.
선영의 생각은 분명 틀리지 않았지만.
'주연 배우가 SNS를 올렸다고?'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다.
돈으로 매수할 수 없는 사람도 존재했다.
「K_oppa」
10분 전。
#엄복동#하나만
술 한잔 마셨습니다……
영화가 잘 안돼도 좋습니다.
하지만 엄복동 하나만 기억해주세요.
취중진담이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