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315화 (315/450)

EP.315

UBD

시사회.

본격적인 영화 개봉에 앞서 미리 상영회를 가지는 자리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렴요. 황현승 선생님이 부르셨는데 와야죠~."

기자, 평론가, 영화관 관계자 등이 초청된다.

목적은 당연히 홍보에 있다.

'역시 신경이 쓰이시나 보네.'

경주왕 엄복동의 감독 황현승.

그는 스폰서에게 한 가지 부탁을 받았다.

<초대를 하는 사람들을 골라줬으면 하는데.>

무슨 의미를 가진 부탁인지.

눈치를 못 챌 만큼 업계 짬밥이 없지는 않다.

"잘 부탁드립니다."

"직업 윤리상 너무 좋게 써드릴 순 없고…… 느낀 대로 잘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죠!"

탁구 전문 기자.

김제빵씨를 초청한 이유다.

영화는 취미로 즐기는 수준이다.

자신과 친분도 꽤 두텁다.

의리를 생각해서라도 악평은 남기지 않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초청하라는 건데.'

시사회는 양날의 검이다.

홍보의 효과도 있지만,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그럴 수도 있지~.

넘어가기에는 사안이 중대하다.

2년간 150억 원을 쏟아부은 일이니까.

"평론가 김반꿀입니다."

"황현승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황현승 감독님의 신작.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찌라시 한두 개로 망할 수도 있다.

큰 투자를 한 스폰서는 민감할 것이다.

'하긴 작품의 흥행이라는 게.'

일반인들은 작품성에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업계인들은 운적인 요소가 크다고 본다.

돼지머리 제사를 괜히 지내는 게 아니다.

괜한 불협화음은 지양하는 편이 낫다.

"어때, 시사회는 잘 진행되고 있나?"

"아 대표님!"

스폰서의 요구를 충족시켰다.

시사회 인원들을 자신의 인맥으로 채웠다.

'이 정도면 만족하시겠지.'

박광재 대표.

엄복동이 실존 인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투자를 해주셨다.

애국심이 투철하신 분이다.

하지만 영화도 결국 하나의 비즈니스다.

"성황 리에 준비 중입니다."

"참석 인원들은?"

"악평을 일삼는 무례한 평론가는 없습니다. 다 말이 통하는 사람들뿐이죠."

"말이 통하는 사람. 참 좋지."

돈을 벌어야 한다.

시사회에서 별말이 나오지 않는 걸 원하실 것이다.

'아쉽네. 대표님 말씀만 아니었으면.'

현승으로선 욕심이 난다.

자신의 영화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조금 미뤄두기로 한다.

작품의 예술성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순간은.

'그래, 사고만 안 터지면 돼.'

박광재의 진짜 속내는 따로 있었다.

겨우 애국심 따위로 투자했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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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도미 엔터테인먼트』

20,500원 ▲15,450원 (+305.94%)

[대충 반년간 우상향하고 있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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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반년간 꾸준하게 상승했다.

자신이 CEO로 있는 회사가 말이다.

그 이유.

엄청난 대작이 뽑혔다며 기관들이 사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그래도 전부 인맥은 아닐 텐데?"

"그건 괜찮습니다."

"어째서?"

"투자자와 VIP. 영화의 예술성은 모르는 일반인들로 채웠으니까요."

세력이 들어왔다.

그들이 마음 놓고 주가를 펌핑시킬 수 있는 배경은.

돈 복사할 준비하고 있으면 되겠구만.'

내부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

세력과 결탁하여 재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매집이 끝났다.

개미들이 미친 듯이 달려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평론가 전무난입니다."

"잘 오셨습니다. 언제나와 같은 평론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번 시사회가 계기가 될 것이다.

감독을 시켜서 무난무난한 인사들만 초청했다.

절대 실패할 수가 없다.

여러 매체에서 기사를 띄워 매수 심리를 자극한다.

'그러다가 개미들이 안달이 났을 때.'

한 번에 털어먹는다.

개봉을 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쭉쭉 떨어뜨린다.

대체 왜?

알지 못하는 개미들은 물을 탄다.

흥행의 기대감만 철썩 같이 믿는다.

정말로 흥행할지.

자신은 알고, 개미들은 모르는 기울어진 운동장 위라는 사실은 모른 채 말이다.

* * *

그사세.

대한민국에서 부자가 좋은 이유는 단순히 돈이 많기 때문만이 아니다.

"초대장 확인했습니다! 실례지만 어디에서 오셨나요?"

"그냥 VIP입니다."

"아, 네……."

돈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각계각층에서 러브콜이 쏟아진다.

'투자 좀 하라고.'

여러 VIP 행사에 초대 받는다.

경주왕 엄복동의 시사회도 그중 하나였다.

"돈 많다고 그냥 불러주는 거에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많이 쓰는 사람보다 중요한 사람이 있어?"

"그러네."

소라와 함께 왔다.

초대장을 건네주고, 시사회를 하는 극장으로 들어간다.

가슴이 들썩들썩 하는 게 흥분해있다.

이런 자리에 오는 것이 익숙지 않은 것이다.

"개봉 예정작을 먼저 볼 수 있겠네요?"

"그런 장점도 있지."

"재밌겠다."

"재밌는 일만 일어나면 좋겠지만."

"?"

당연하게도 맨입이 아니다.

VIP를 부른 이유는 투자를 받으려는 목적이다.

'괜히 혹해서 투자했다간 생돈 날리기 십상이지.'

투자하기 적절한 것인지.

주식 시장에서는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이곳은 그렇지 않다.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은 물건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엄복동 주식은 잘만 뜨던데요?"

"주식 봤어?"

"그야 보죠. 보통 선반영이 되어있으니까."

그중에서 엄선이 된 투자처.

코스닥에 상장돼있는 그럴 듯한 회사가 붙었다.

'그러니까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앞뒤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제대로 된 회사가 아니다.

"바이오주라고요?"

"그래."

"회사 이름도 그렇고, 하는 사업도 그렇고 컨텐츠 관련주던데……."

"그런 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거고."

종종 있다.

회사 이름과 사업을 입맛대로 바꾸는 미친 상장사들이.

'코스닥에서는 매우 흔한 일이지.'

○○테마주!

XX테마주!

똑같은 회사가 전혀 다른 테마로 주가를 올린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안 믿으면?

회사 이름을 바꾸고 한동안 잠수를 탄다.

잊혀졌을 때 다시 나타난다.

파란도미 엔터테인먼트는 그런 회사 중 하나였다.

"미친 거 아니에요?!"

"K−주식이잖아."

"아, 그러네."

기본적으로 조사를 해야 하는 부분이다.

코스닥 상장사 중에는 한둘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경주왕 엄복동.

망할 확률이 높다.

공매도를 친다면 짭짤할 수 있다.

하지만 100%는 아니다.

영화라는 것이 호불호의 영역이기도 하고.

<시사회에 와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주연을 맡은 케이입니다!>

겉모습은 그럴 듯하다.

모르는 사람이 없는 가수를 주연 배우로 내세웠다.

"와 케이 오빠다!"

"뭐, 오빠?"

"중학생 때 노래 엄청 들었거든요. 다 오빠라고 불러서 오빠라고 부르게 되네요?"

잘생겼다.

화제도 된다.

그것만으로도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다.

'소라가 알고 있을 정도면 말 다했지.'

연기자로서는 몰라도 가수로서는 일류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사실과는 별개로.

"꼭지를 왜 꼬집는데!"

"빡치잖아."

마침 극장의 불이 꺼진다.

소라의 가슴을 주무르기 딱 좋은 상황이 된다.

'얘도 야플에 맛 들린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만큼 발딱 선다.

키우는 보람이 있는 꼭지를 만지작거리며.

<경주왕 엄복동의 시사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영화를 감상한다.

내용 자체는 꽤 그럴 듯한 느낌이다.

일제시대가 배경.

엄복동이라는 실존했던 선수의 이야기.

'국뽕 자극할 만하잖아.'

자전거 대회에서 우승했다.

간악한 일제의 모략을 이겨냈다.

진부할지언정 흥행은 보장돼있다.

그런 영화라고 생각을 했는데.

"선배 이거 좀……."

"전개가 좀 그렇지."

"이거 좀 놓으라고!"

전개가 뒤죽박죽이다.

소라의 가슴이 화가 날 만도 하다.

'독립운동가 이야기도 아니고, 자전거 선수 이야기도 아니고.'

하나만 집중해도 풀어내기가 힘들다.

상영 시간은 2시간 안팎에 불과하다.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한다.

관중 입장에서는 헷갈릴 수밖에 없거니와.

펑! 퍼엉!

CG의 수준.

150억 원이 아니라 150원을 주고 합필갤에 맡긴 수준이다.

"웬만하면 취향 차이라고 하고 싶은데."

"좀 심하긴 하네."

"근데 왜 별말이 없을까요?"

영화의 앞날이 썩 밝아 보이지 않는다.

일반인인 내가 보기에도 그렇지만.

짝! 짝! 짝! 짝 짝!

전문가들은 다르게 생각한다.

상영이 끝남과 동시에 박수가 울려 퍼진다.

"이거 재밌었나?

"그냥 그랬는데……."

"국뽕 자극했으니 됐지!"

영화 관계자들.

호평하는 분위기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끄덕 하게 된다.

'현대 미술도 그렇잖아.'

아무튼 대단한 거임!

수십, 수백억 원에 팔린다.

영화도 한눈에 평가하기는 힘들다.

적어도 시사회 정도는 통제가 가능하다.

외부에 이야기가 새어나갈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게 말이 돼요?"

"K 붙었잖아."

"아."

세간의 평가.

실재하는 수준.

다른 것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한국 주식 시장에서는 말이야.'

일반인들은 절대 알 수가 없다.

알게 됐을 때는 손해를 보고 난 후다.

그러한 현실.

정의감에 불타는 소라로서는 두고 볼 수 없는 모양이다.

"확 공매도 쳐버리죠."

"너 공매도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뭐, 좋아하진 않지만…… 순기능이라는 게 있잖아요."

투자 아이디어로도 연결할 수 있다.

소라다운 순진해 빠진 생각이다.

'그런 게 됐으면.'

내가 진작에 쳤다.

주식 시장은 그렇게 간단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원래 가치?

알빠노 하면서 올릴 수 있는 것이 주식이고, 세력이다.

"불리하지. 매집한 물량의 숫자가 다른데."

"아……."

"투자자한테는 그렇다는 거고."

"?"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안되는 일이 있다.

시장은 돈으로만 움직일 수 없다.

'그러니까.'

필요한 것이 영향력.

투자자와 일반인의 경계선에 있는 소라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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