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08
부동산 경매
명도.
경매에서 낙찰 받은 집을 진정한 의미에서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무슨 분양을 받는 게 아니니까.'
살던 사람이 있다.
팔렸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나가준다면 좋겠지만.
""…….""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20평 남짓한 주택 안.
4명이 있음에도 아주 조용하다.
'약간 술게임 하는 느낌이네.'
당장이라도 0070을 외쳐야 할 것 같은 상황이다.
일단 나부터.
"공."
"네?"
"이걸 호응을 안 해주네."
안타깝게도 그럴 수가 없다.
노부부 입장에서는 나는 약탈자.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을 빼앗으러 온 사람이다.
분위기가 싸늘할 만하다.
타악!
그래도 대접은 해준다.
골동품점에서 볼 법한 양은밥상 위에 사은품으로 받은 듯한 물컵이 놓인다.
"낼 게 없어서 미안하이."
"접대가 변변찮네요. 다음에는 다과라도 내오도록 하세요."
"야."
"미안하이."
보리차조차 아닌 맹물.
아마 식수는 아니고, 수돗물을 끓였다가 식힌 것 같다.
'과자 먹고 싶은데.'
할머니집에 가면 전병이 있다.
내 돈 주고 사먹진 않는데 있으면 먹게 된다.
"약간 생강맛 나는 하얀 거 맛있거든."
"아까부터 뭔 소리를 하는 거에요!"
"할 말이 없어서 그렇지."
가정의 따듯함이라도 있으면 좋았을 것이다.
생활 형편이 되지 않는다.
'은근히 있거든.'
기초생활수급자.
아니, 그조차 못 받는 노인들 말이다.
하루하루 폐지를 주우며 살고 있다.
그런 생활이라도 이어지면 다행이지만.
"이 집은 이제 제 겁니다,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렇군요……."
"아니 좀!"
앞으로는 못할 예정이다.
이곳은 이제부터 내 집이기 때문이다.
'진짜로.'
명도는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다.
이 집에 대한 권리를 법원에게 인정 받았다.
법적으로 내 집.
강제집행까지 해준다.
집행관들이 와서 물리력을 행사한다.
"가만히 좀 있어봐요!"
"아니, 왜?"
"할머니 지금 당장 갈 곳이 없으신 거죠?"
"예, 예. 그렇습니다."
"자식분은……."
"영 연락이 되질 않네요."
싹 다 쫓아낼 수 있는 것이다.
소라는 그것이 걱정되는 듯한 눈치다.
'원래부터 오지랖이 좀 심하긴 하지.'
이 척박한 세상에서 자기 몸 하나 지키는 것도 힘든데 어찌 되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라에서 보조금 같은 거……, 아! 기초생활수급자 등록하실 수 있을 거에요."
"어휴, 안 줘 그런 거."
"어, 왜 못 받아요?"
"원래 자식 있으면 못 받아. 그런 것도 몰라?"
"씨발놈아."
아주 천사가 나셨다.
능력 없는 공무원 천사.
'저건 진심 씨발이네.'
간만에 빡친 소라를 보게 되었다.
인상을 팍 찌푸린 채 가슴을 치켜세운다.
노인을 쫓아내면서까지 사익을 추구해야 되냐?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아무튼 여긴 제 집입니다."
"선배!"
"그런가요……."
"한 달 정도 유예기간 드릴 테니 마음의 준비하시고 빨리 나가주세요."
이 집.
위치가 제법 좋다.
게다가 주택이라서 허물 수도 있다.
'요즘 건설업 불황이라 공사비도 싸니까.'
작은 꼬마 빌딩 하나 세우면 수익이 상당할 것이다.
행복한 상상을 하며 나가려던 참에.
콜록! 콜록!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안방에 누워있는 할아버지가 골병이라도 들은 모양이다.
"이런 허름하고, 환기도 안되는 곳에서 사니까 폐가 안 좋지."
"앞으로는 더 안 좋아지겠네요. 누구 때문에."
"그래서?"
"불쌍하다는 감정도 없어요?"
그것이 불쌍하다.
소라가 오지랖을 부리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도움은 하나도 안되는 주제에.'
살면서 해서는 안되는 행위가 있다.
바로 남을 불쌍하다고 여기는 일.
"딱 봐도 거짓말하시는 분들도 아니고 사정이 딱하신데……."
"어쩌라고."
"미쳤어요 진짜!"
도덕적 우월감을 즐긴다.
자신보다 못 사는 이를 측은하다고 느끼며.
'빈곤 포르노가 잘 팔리는 이유지.'
TV에 자주 나온다.
가난한 사람으로 동정심을 이끌어내는 프로그램.
그런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 후원이 전부다.
"그럼 뭐……, 어떻게 하라는 거에요."
그것이 현실.
무턱대고 우긴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소라도 조금은 철이 들었다.
세상은 1부터 100까지 돈으로 굴러간다.
'비즈니스를 구상해야지.'
저런 노인들을 활용해 돈을 번다.
그것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든다.
"진짜 개싸이코패스에요?!"
"저 사람들 다 쫓아내면 돈 버는 거잖아."
"야 이 개새끼야!"
"돈 오름. 님도 빨리 치셈."
우리의 윗세대.
대가족에서 분리돼 핵가족으로 떨어져 나오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소외된다.
자식한테 다 퍼주고 가난하게 사는 노인들이 많다.
'마지막엔 집까지 나가고.'
정규 절차로 팔면 얼굴을 마주 봐야 할 일이 생긴다.
매수자들도 꺼려한다.
법원 경매로 넘기는 이유다.
신경 하나 안 써도 알아서 처분을 해주니까.
"그렇게까지 해야 돼요?"
"돈 버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거지."
"기초생활수급자 등록도 안돼서 안 그래도 힘들게 생활하시는 분들을……."
시장 원리.
가격이 싸면 사게 돼있다.
자식이 지불했어야 할 양심을 대신 지불한다.
'여기도 조금 더 떨어진다면 누군가 살 걸?'
눈 딱 감고 강제집행시킨다.
적당히 리모델링해서 팔면 막대한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내가 하려고 하는 사업.
다만 그 과정을 더 스마트하고, 효율적으로 하려고 할 뿐이다.
"그럼 노부부분들은 어떻게 되는 거에요?"
"알아서 잘 사시겠지."
"수중에 돈도 없고, 자식분도 연락이 안된다잖아요! 이 엄동설한에 어디서 살라고요?"
"그러니까 내쫓는 거지."
"네?"
최악이기에 할 수 있는 방법도 존재한다.
* * *
한 달 후.
약속대로 명도를 받으러 간다.
"오늘 안에 짐 다 빼버릴 겁니다."
"학생 고마우이."
"됐고 방해되니까 나가세요."
명도는 간단한 과정이 아니다.
강제집행을 하려면 할 수 있지만.
'돈도 들고.'
점유자의 마음이 상하게 된다.
어? 열받네.
깽판을 치고 나갈 수도 있다.
본인의 권리 안에서 최대한 낙찰자에게 피해를 준다.
관리비 연체, 집 내부 훼손, 쓰레기 투여 등.
"그래서 이사업체까지 불러준 거에요?"
"그래."
"그냥 도와준다고 말을 하지."
"그럴 리가 있나."
가능한 원만하게 가야 한다.
점유자가 원하는 사항을 충족시켜준다.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시세 차익.
그를 위해 필요한 지출이다.
그 외에는 돈 드는 부분도 없다.
나랏돈을 지원 받는다.
본래라면 기초생활수급자 요건이 안되지만.
"할머니가 이번에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이 되셨어요."
"등록이 된 건가요?"
"네, 돈도 매달 나올 거고 긴급주거지원 서비스도 신청할 수 있게 되셨어요~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아파트인데 여기보다 넓고 깔끔한 곳이에요."
"저희가 다 도와드릴게요!"
자식이 부양 의무를 포기했다.
그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는 것이 가능하다.
'노인분들은 못하지.'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는다.
관련 법률도 복잡하고, 예외 사항이 많다.
동아리의 인원들.
사회복지학과와 법학과 애들을 고용해 진행하고 있다.
"뭔가 좀 잔인하네요."
"내가 이 집을 공짜로 주기라도 해야 돼?"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부모와 자식의 연이 끊기는 셈이잖아요."
그것이 꺼림칙하다.
소라가 그렇게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노인분 입장에서는.'
자식과의 마지막 연결줄이 사라진다.
설사 안다고 해도 하지 못할 짓이다.
누군가 대신 해주는 것만이 상책.
나는 그것으로 사업을 하고 있을 뿐이다.
"다른 방법이 있나?"
"아니요……."
"빈곤 포르노 한 편 찍어?"
"말을 진짜 씨발놈 같이 한다니까."
말로만 어쩌고저쩌고 하는 게 아닌 말이다.
소라도 조금은 알게 되었다.
'그래도 평소의 씨발놈이네.'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약간의 거부 반응은 남아있다.
하지만 최선의 길.
다른 낙찰자를 만났다면 강제집행을 당했을 것이다.
"이사 준비 다 끝났어요!"
"잘했어."
"할머니가 고맙다고 과자 한 상자 주셨는데……, 어떻게 할까요?"
"니들 먹어."
""네!""
"하얀 거만 나 주고."
직원들도 의욕적이게 된다.
알바비를 듬뿍 줘도 버티지 못하던 이전과는 딴판이다.
'일하는 보람이 있나 보지.'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만족감.
열심히 일하는 원천이다.
나로서도 좋은 일이다.
비슷한 사례가 산더미처럼 많다.
그것을 이용해서 떼돈을 벌 수 있다.
"나랏돈 빼먹는 것만큼 달달한 게 없거든. 노인들 집을 싹 빼앗아버리는 거지."
"네~ 네~."
"왜 지랄인데?"
"선배도 참 솔직하지 못하네요."
소요되는 기간이 한 달.
구청에서 일처리를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었다.
'잘 돌아간다는 걸 확인했으니까.'
업무도 숙지시켰다.
이후로는 수현과 혜리에게 관리를 맡기면 될 것이다.
타악!
이제는 내 집이 된 주택.
텅 비어버린 그곳의 문을 닫고 나온다.
한 달 전과는 표정이 달라졌다.
소라도 느낀 바가 있는 모양이다.
"처음부터 이런 거라고 말을 해주지."
"헛소리하지 마."
"좋은 선택한 거에요. 이렇게 선행을 하면 나중에 돌아온다고요!"
"넌 참 발전이 없구나."
아닐 수도 있고.
아직도 일반인의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 노부부가 선행을 안 해서 자식에게 버려진 건 아닐 거 아니야.'
세상은 오직 돈으로 굴러간다.
현대 사회의 구조는 잔인하다.
그것이 싫다면?
동정을 할 게 아니라 돈을 버는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도 착하게 사는 게 의미가 없진 않다니까요?"
"그래서 젖탱이가 커졌구나."
"정말로 금리인상도 늦춰졌고, 집값도 다시 오르는 추세라고 하고."
"존나 착하나 보네."
경제의 구조는 정직하게 돌아간다.
예측을 했던 대로 미국의 정책은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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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의 항복 선언.
그 훈풍이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에도 다다르게 될 것이다.
'정부도 집값을 올리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있고.'
여러모로 호재밖에 없다.
말로만 선을 외치는 자들에겐 화재일 수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