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307화 (307/450)

EP.307

부동산 경매

경매.

부동산에 투자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다.

'아무래도 부동산이라는 게.'

세금이 엄청나게 나간다.

웬만큼 저점 매수하지 않는 이상.

"차익을 보기가 쉽지 않거든."

"주식처럼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죠?"

"대충 그런 거지."

요즘 집값이 2배로 올랐다!

실제로 2배를 먹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 점을 감안해서 매수해야 한다.

주식도 잘 찾아보면 엄청 싼 것이 있듯이.

'부동산도 있다는 거지.'

급매물이라고 부른다.

소유주의 사정으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부동산을 내놓은 경우.

비교적 싸게 살 수가 있다.

주변 시세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적합하다.

"비싸게 사면 호가가 오르니까?"

"이해했네."

"오~ 주식으로 따지면 매집이네요."

부동산이 팔린다고?

집값 오르는 거 아니야?

세대주들의 심리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집하는 것도 노하우가 필요해.'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목표량을 채울 수 없다.

「서울동부지방법원」

다른 방법.

바로 경매를 이용하는 것이다.

부동산 업자에게는 꽤나 보편적이다.

"와, 법원……."

"왜 찔리는 거라도 있어?"

"그 반대죠! 이런데 와볼 일이 없으니까."

소라가 침을 꿀꺽 삼킨다.

일반인들에게 법원이라는 공간이 익숙지 않을 만도 하다.

'그러니까.'

시장에 공개돼있지 않다.

참여하는 사람도 제한적이다.

즉, 내가 좋은 매물을 먹을 확률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그렇지."

"시세보다 가격도 좀 더 쌀 것 같고."

"보통은."

법원 경매에 나오는 매물.

채무자가 돈이 없을 때 강제적으로 현금화시키기 위함이다.

만약 제값 받고 팔 수 있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테니 시세보다 쌀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여기는 싸게 사는 곳이구나!

단순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경매가 시작하자마자.

우르르~!

입찰을 하러 몰려간다.

하나라도 낙찰 받으려는 신경전이 아주 치열하다.

"경매 시작한 거에요?"

"그래."

"뭔가 생각했던 거랑 다른데……."

"호가 경매가 아니고 입찰 경매니까."

이전에 소라와 함께 갔던 유람선.

그곳에서 이루어진 미술품 경매는 '호가 경매'다.

'손 번쩍 드는 거.'

영화에서도 흔히 나오는 그것이다.

법원경매는 '입찰 경매'로만 이루어진다.

관심 있는 매물에 입찰을 한다.

가장 높은 가격을 쓴 사람이 낙찰 받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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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타경20137물건』

[다음 진행 사건]

1. 2019타경30625 연립주택다세대빌라

2. 2019타경22263 전답

3. 2019타경24047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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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화면에 진행 상황이 표시된다.

법정 안에서 집행관에게 직접 들어도 된다.

"사건이라고 써있네요 무섭게시리……."

"말했잖아. 채무자의 매물이라고. 지들 자산인데 곱게 줬겠어?"

"아."

법원경매.

일반적으로 부동산을 구매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절대로.'

입찰을 한 사람들이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1위 입찰을 했길 기도하며 말이다.

<입찰자 조숙희씨 입찰가격 7억 1천 600만 원 낙찰돼셨습니다.>

이윽고 진행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낙찰에 성공한 아줌마의 표정이 환희에 가득 찬다.

"호호호! 내가 낙찰이 돼버렸네~."

"축하드려요!"

"사모님 축하드립니다!"

"아이고, 싸게도 사셨네 부러워라."

주위 사람들의 축하를 받는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부동산을 매입했다고 생각할 만도 하다.

"방금 아파트 검색해봤는데요."

"근데."

"감정가가 9억 5천이래요. 저분은 그럼 세금을 포함해도 2억 넘게 수익을 보신 거 아니에요?"

"그러게."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똥멍청이가 있었다.

주식을 처음 할 때와 똑같은 실수를 저지른다.

'애널리스트가 목표가 100만 원 적어준다고 실제로 100만 원인 게 아니잖아.'

감정가는 거품이 붙어있다.

더해서 일반적인 상황을 전제로 한 가격이라는 걸 감안해야 한다.

경매가 끝이 난다.

뭐 하나 낙찰 받지 못하고, 시도초자 하지 않은 채 마무리가 된 것이다.

"구경하러 온 거에요?"

"아니."

"아니면 저 공부시켜주려고……."

"내가 왜."

"그럼 왜 왔는데 씨발놈아."

"여기는 낙찰 받으러 오는 곳이 아니야."

"?"

의아함을 가질 만도 하다.

싼 물건들이 널리고 널렸는데 왜 하나도 사지 않았는지.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을 배우는 장소지.'

그 사실을 알고 임해야 한다.

소라가 2억 차익을 볼 수 있다고 한 아파트.

부우웅~!

차를 타고 가본다.

지방법원은 근처 지역을 관활하는 만큼 그리 먼 곳은 아니었다.

"오, 괜찮은데요?"

"그래?"

"선배가 잔뜩 겁주니까 이상한 곳 아닌가 생각했는데……."

산을 끼고 있다.

지형적으로 꽤 괜찮다.

부동산 입지로 봤을 때도.

'좋지.'

근처에는 둘마트가 있다.

지하철역도 가까워 역세권까진 아니더라도 제법 교통이 편하다.

끼익−!

겉보기에는 말이다.

주차장에 차를 댄다.

그리고 해당 아파트에 직접 올라가 본다.

12층.

2호실 내부로 들어갈 필요까지도 없었다.

계단 창문으로도 충분히 풍경이 보인다.

"묘지가 있는데요?"

"여름에도 에어컨이 필요 없는 아주 쎄한 곳이지."

"……."

산.

평범한 곳이 아니었다.

수십 개가 넘는 묘지가 안장돼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묘세권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조상님 모시고 살기 좋겠다!

죽으면 바로 파묻혀도 되겠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은 그렇지 않앗다.

─이런 뷰는 처음이다. 진짜 유일무일한 뷰다

[아파트 사이로 묘지 보이는 사진.jpg]

이게 조상복합인가 그거냐???

└무덤뷰 뭔데 ㅋㅋㅋㅋㅋㅋ

└창문에 상 차리고 원거리 성묘 쌉가능

└관리된 거 보면 좋은 묘 같긴 한데……

└진짜 저세상 뷰네

입주자들이 선호하지 않을 만도 하다.

근처 아파트보다 시세가 저렴해도.

"너 같으면 사겠냐?"

"아뇨……."

"싼 게 괜히 비지떡이 아니라는 거지."

매물이 나가지 않는다.

최근 매매가 기준으로 시세가 정해지는 부동산의 특성상.

'정말 9억대의 아파트라고 착각해버린 거지.'

일반인들은 그럴 만하다.

낙찰 받은 아줌마도 싸다는 이유로 눈이 돌아갔을 것이다.

"그래서 업자가 있는 거야."

"음……."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에서 적당한 가격을 정해주잖아."

시장 원리.

주식 시장에서는 LP가 담당한다.

비어있는 호가창을 자동으로 채워준다.

'부동산은 그럴 수 없으니까.'

누군가가 발로 뛰어야 한다.

고생하는 만큼 차익을 보는 것은 타당하다.

동아리원들을 시키고 있다.

알바비를 듬뿍 준다니 좋아서 달려든다.

하지만 절반은 그만둔다.

부동산 일이라는 게 보이는 것만큼 쉽지 않다.

"근데 어려운 건 아니잖아요?"

"그래?"

"여기는 제가 와본 적이 없어서 착각을 하긴 했지만."

주식과의 차이.

아직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정도는 기본적인 사전조사 같은데?

'기본이 그렇다는 거고.'

Lv1에 불과하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이런 매물은 유찰을 받는다.

"아무도 안 샀다는 거죠?"

"그래."

"그래서 낙찰 받으러 오는 곳이 아니라고 한 거구나."

"바보는 아니네."

좋은 매물은 금방 낙찰이 된다.

유의미한 수준의 시세 차익을 보기도 힘들다.

낙찰을 노리는 사람은 하수.

혹은 경쟁이 적길 물 떠놓고 기도하는 것밖에 안된다.

'그래서.'

유찰 매물을 노린다.

법원경매는 1회 유찰 시마다 20%씩 최저 입찰가가 떨어진다.

즉, 더 싸게 살 수 있는 것이다.

매물의 단점을 감수해볼 만한 수준으로.

"그리고 야부리 잘 털어서 파는 거지."

"묘지가 보이는 아파트를 대체 누가 사요?"

"어차피 곧 가실 텐데 입주하면 더 편하게 가실 수 있다고 설득해보면 되겠지."

"야."

세상은 넓고, 그것이 필요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사람을 찾아내서 팔아버린다.

'공공기관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지.'

세일즈 전략.

자본주의 시장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자유와 경쟁이 필요하다.

소라도 납득을 했다.

하지만 영 찝찝한 부분이 남아있는 눈치다.

"뭐, 대충 장사라고 생각하니까 이해는 되는데요……."

"왔네."

"네?"

"오늘 여기 온 이유."

그래도 쉽게 돈 버는 것 같은데?

부자들의 사소한 불만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좋은 매물만 있는 게 아니라니까.'

경매에 나오는 물건.

다 하나씩은 사연이 있다.

타인의 인생에 얽힌다는 것은 그 자체로 진이 빨린다.

끼익−!

당초 목적했던 장소에 도착했다.

동아리원들의 검토에 의하면 꽤 쓸만하다.

한 가지 단점을 빼고.

그것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유찰이 3회나 되었다.

"3회요?"

"대충 가격이 반토막이 났다고 봐야지."

"반토막이면……, 아무리 문제가 있다고 해도 살만하지 않아요?"

자질구레한 일.

동아리원들이 처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할 수 없는 것이 있었던 것이다.

'수현이도 한계가 있고.'

아직은 일을 배워나가는 단계다.

자신의 선에서 못하겠다며 SOS를 쳤다.

"여기에요?"

"맞을 거야."

"겉보기에는 크게 문제 없어 보이는데……."

10~20년 된 듯한 주택.

나와 소라가 사는 빌라도 연식이 대충 그 정도 된다.

'내부는 리모델링을 했는데.'

외관은 별 차이 없다.

아까 그 아파트처럼 저세상 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입지도 역세권이고, 근처에 대학도 있다.

따지면 따질수록 괜찮은 물건 같다.

"선생님! 선생님! 명도 나왔습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그런 물건이 3회 유찰.

주위 가격의 반도 안되는 가격으로 팔리는 이유는.

"드, 들어오시죠……."

낡은 철문이 열린다.

그 안은 상상하던 것 이상의 광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소라가 눈을 질끈 감을 만도 하다.

역겨워서가 아닌 이해를 해버렸기 때문이다.

"저희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인데."

"아, 네."

"집이 자식 명의로 돼가지고요."

"연락은 안되시고요?"

"연락이 안된지가 좀 됐습니다."

좁은 방에 할아버지가 누워 계신다.

할머니만이 간신히 거동을 하고 있다.

대략적인 상황.

보고를 받은대로다.

부동산에서 가장 힘든 것은.

"저희가 집에서 나가야 할까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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