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94
신뢰의 계산
김원욱 교수.
2008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언하며 스타 애널리스트로 떠올랐다.
그런 그에게 지난 10년은 무료하기 짝이 없었다.
이렇다 할 폭락이 안 나왔기 때문이다.
'또 한 번의 큰 물결이 도래할 때가 된 거죠.'
코스피는 박스피 그 자체였다.
나스닥은 저점에서 8배나 상승했다.
크고 작은 하락.
분명 있었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 폭락은 오지 않았다.
"그럼 아직도 조정에 불과하다는……?"
"이제 막 초입에 들어왔다고 봐야지요."
전세계를 뒤흔들 대공황이 올 만한 때가 됐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이번에야 말로.'
예측.
항상 맞는 것이 아니다.
타이밍도 정확히 짚어낼 수가 없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도 그러했다.
2005년부터 주구장창 주장했지만.
−이게 초입이라고??
−대체 얼마나 더 내려간다는 겨……
−아직 반도 안 꺾였습니다~
−개인들 손절하고 곡소리 들려올 때가 진짜 바닥이죠 흐흐
−선생님 덕분에 돈 지키고 있습니다
−곱버스 풀매수!
−숏으로 욕심 없이 50%만 먹으려는데 괜찮겠죠?
−이 새끼는 2년 전부터 폭락무새네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결과가 나온 것은 2008년이었다.
상승장이었던 3년 동안 찬밥 취급을 당했다.
결국 적중시켰다.
스타 애널리스트로 되며 닥터둠이라는 이명까지 얻게 된 과정이다.
'올해로 또 3년째군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것이다.
2016년부터 예견해온 폭락이 결실을 맺을 순간이다.
"2008년처럼 또 폭락이 온다는 말씀이시죠?"
"이전 방송에서도 그렇게 말씀 드렸습니다."
−세상에……
−정말 교수님 말씀대로 돼가고 있어요!
−나스닥 지금 6500 ㅋㅋㅋㅋㅋㅋㅋ
−코스피도 이제 따라갑니다~
10년 전의 명성을 언제까지 우려먹을 수는 없다.
적절한 시기에 또 사건이 터져주려 한다.
'경제란 것은 그렇게 되어있어요.'
경제학 교수.
하지만 주식으로 돈을 버는 것은 전혀 별개의 이야기다.
만약 그것이 가능했다면?
힘들게 경제 방송에 출연하지 않을 것이다.
"2008년도 미국 정부가 돈을 푼 게 버블 붕괴의 원인이었습니다."
"지금이랑 똑같네요?"
"급격한 금리 인상이 시발점이 되었는데 지금도 연준의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고 있죠."
버블이 언제 터질지 맞출 수 없다.
하지만 터질 거라는 사실은 확신할 수 있다.
'60 평생 한두 번 경험한 게 아니니까요.'
버블이 터질 만한 무렵.
그때부터 줄기차게 주장하다 보면 언젠가 맞는다.
김원욱이 스타 애널리스트가 된 비결이다.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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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종합지수』
6569.74 ▼1,483.22 (−22.57%)
[번지대 줄이 끊겨버린 듯한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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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과 비슷한 흐름.
부채 한도 등 추가적인 악재까지 터지고 있다.
나스닥은 실제로 폭락 중이다.
코스피에도 곧 불이 옮겨 붙을 것이다.
─원화삭제범님께서 10,000원 후원!
전세금 빼서 인버스에 박았는데 잘한 걸까요?
"시청자분께서 위험한 투자를 하시네요~ 괜찮은 걸까요 교수님?"
"저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어, 그런가요?!"
"경기 침체가 시작되면 부동산부터 무너지게 돼있거든요."
아니, 세계 경제에 말이다.
역사 교과서에 실릴 대사건이 벌어지게 된다면.
'닥터둠이라는 석자를 모를 한국 투자자는 없게 되겠죠.'
강렬한 기억일수록 더 오래 남는다.
더 큰 사건이 벌어질수록 자신은 좋다.
"그래도 인버스는 위험하지 않을까요?"
"지금 같은 시기에는 주식이나 부동산을 들고 있는 편이 더 위험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와……, 주식을 들고 있는 편이 훨씬 더 위험하다!"
−주식이 인버스보다 위험한 세계 ㄷㄷ
−닥터둠 교수님 강의는 들을 때마다 소름이 돋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개추 ㅠ
−시청자님들 착각하지 마세요. 저분은 전세값 내려가는 헷지로 사는 거임!
작은 사건이 벌어져도 상관없다.
자신 덕분에 돈을 번 사람들이.
'요즘은 유튜브다, 커뮤니티다 뭐다 해서 전보다 빠르죠.'
알아서 퍼뜨려준다.
가만히만 있어도 전국에 추종자가 생겨날 것이다.
〔한국 주식 갤러리〕
─둠반꿀도 옛말이구나
─소라 방송 보고 주식 샀는데 ㅡㅡ
─10년 주기 폭락설을 이제 봤네……
─결국 닥터둠 말대로 돼가는 거 아님?
.
.
.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최근의 하락장은 닥터둠의 명성을 높여주고 있다.
─결국 닥터둠 말대로 돼가는 거 아님?
나스닥이 이렇게 내려가는데
코스피가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잖아
└실제로 찔끔찔끔 흐르는 중
└걍 폭락을 시키지 무섭게 ㅅㅂ
└이러다 풋옵션 잔뜩 모아서 한 번에 내리잖앜ㅋㅋㅋㅋㅋㅋㅋ
└물릴 개미 모아가는 거지
커뮤니티에서 떠들썩할 만하다.
그의 예측이 정말로 맞아 떨어지고 있다.
주식을 물린 투자자들.
폭락을 예측했다는 소문을 듣고 닥터둠을 찾게 된다.
─10년 주기 폭락설을 이제 봤네……
[나스닥 월봉 그래프.jpg]
딱 10년마다 폭락이 찾아오는구나
역사적으로 무조건 하락하는 시기인데 내가 왜 멍청하게 주식을 샀을까
└멍청해서
글쓴이− ^^ㅣ발아
└주식 사라는 년 방송 봤나 보지 ㅋㅋ
└가슴 뒤지게 큰 년 특) 멍청함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기 때문이다.
닥터둠의 추종자는 늘어나고 있다.
그와 반대의 사례도 있을 수밖에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심이 좋았지만.
─소라 방송 보고 주식 샀는데 ㅡㅡ
[계좌 사진 캡처.jpg]
벌써 −5% 처물림
이년이 자꾸 괜찮다고 해서 믿었더니 좆같네
└누칼협? 누칼협? 누칼협? 누칼협? 누칼협? 누칼협? 누칼협?
└마오쩌둥 당했누 ㅋㅋㅋㅋㅋㅋㅋㅋ
└여캠 보고 주식 산 니 능지를 탓해라
└닥터둠 보고 숏 쳤더니 벌써 +5% 꺼억~!
증시가 다시 흔들리며 의심 받는다.
투자자들의 마음은 갈대와도 같았다.
그것이 당연하다.
공포에 질린 사람은 이성적인 반응을 할 수가 없다.
─이럴 때 손익좌 있었으면 든든했을 텐데
씹새끼 주갤 버렸네
└손익좌도 걍 좆된 거 아닐까?
└배부르고 등따신데 주갤을 왜 와 이 새끼얔ㅋㅋㅋㅋㅋㅋㅋ
└장이 이럴 땐 주식을 안 하는 것도 실력임
└진짜 뷰 궁금하다
누군가 자신을 구원해주길 바란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방송을 한 것이지만.
'후우…….'
지금은 자신도 같은 심정이다.
소라는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갑갑하다.
주식에 물려서가 아니다.
스스로 판단해서 산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되든 후회는 없다.
하지만 방송인으로서는 다르다.
주식 전문가가 가지는 부담감을 실감하게 된다.
* * *
미국 주식.
데이터나 연준의 기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정치적인 부분이요?"
"그래."
"정치 테마주 그런 거 싫어하는데……."
"아니, 테마주 말고."
그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
소라가 축 늘어져 있을 만도 하다
'그래도 가슴은 안 늘어지네.'
주인과 달리 아주 당당하다.
젖꼭지가 하늘 높은 줄 모른다.
"장난하지 말고요!"
"장난 아니야."
"사람 심각해 죽겠는데."
"트럼프도 장난 치는 거 아니라고."
"네?"
그런 소라와도 같다.
트럼프도 괜히 목소리를 높이고 다니는 게 아니다.
'시대가 바뀌었지.'
부채 한도.
확실히 별 이슈가 아니다.
과거에는 그랬던 것도 사실이다.
서로 적당히 잘 타협하면 된다.
나라 말아 먹고 싶은 게 아닌 이상 말이다.
"정치의 팬덤화 현상이 생겼거든."
"팬덤화요?"
"태극기 부대, 대깨 이런 거 몰라?"
"뭐, 뉴스에서 본 적은 있는데요……."
그것이 더 이상 안되게 되었다.
트럼프 시대 때 생겨난 양극화 현상 때문이다.
'필연이긴 했지만.'
시대의 변화와 맞물린다.
정치가 더 이상 9시 뉴스에서나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좌파 유튜브〕
「대깨TV. 보수당 난리 났다! 중진 측근 불법 로비 정황 또 터졌다!」 − 조회수 30만회 · 1개월 전
「뉴스공장. "대통령 탓하는 당신들, 국민 자격이 없는 겁니다”」 − 조회수 72만회 · 1개월 전
〔우파 유튜브〕
「태극기튜브. 진보당 지지율 폭망! 역대급 뻘짓에 정권 최대 위기!」 − 조회수 50만회 · 1개월 전
「가시제거연구소. 쪽팔려서 못 살겠다! 대통령은 당장 사퇴해라!」 − 조회수 52만회 · 1개월 전
유튜브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영상을 자동으로 추천해준다.
"그런 게 미국에도 있어요?'
"원조가 트럼프야."
"하……."
"듣기 좋은 소리로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거지."
과거에도 팬덤은 있었다.
한 가지 달라진 건 거짓말과 선동이 들어간다는 부분이다.
'유튜브잖아.'
뉴스나 신문처럼 제대로 된 검열이 안된다.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왜곡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을 지지자들이 믿어버린다.
정치 팬덤 사이에서는 가짜뉴스가 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정치인들은 그것을 실현시켜야 하지. 실제로 효과가 있든 없든."
"국경 장벽처럼요?"
"그래."
유튜브에서 본 분명한 사실!
의심도 없이 받아들이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가장 큰 목적은 지지율이고.'
나라가 망하던 말던 뒷전이 된다.
부채 한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진짜 이유다.
"너도 이참에 태극기녀나 대깨녀 한 번 해봐. 콘크리트층도 늘리고 후원도 제대로 땅길 수 있을 걸?"
"지랄 말고."
그만큼 효과가 좋다.
실제로 많은 유튜버들이 그짓거리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고 있다.
'자기 재능을 이용하는 법을 모른다니까.'
엉덩이 좀 흔들어주면 어느 쪽이든 아저씨들이 아주 좋아 죽을 것이다.
"그럼 진짜 미국이 셧다운……, 되는 거에요? 그럼 코스피도 영향이 있을 거 같은데."
소라는 주식 걱정만 가득하다.
내가 저 얼굴로 대가리 깨진 코스프레해서 돈 쓸어담고 싶네.
'여하튼.'
날이 갈수록 정치의 중요도는 커지고 있다.
실제 주가에 영향을 심각하게 미친다.
그럼에도 미국 주식을 하는 이유.
아이러니하게도 또 정치와 관련이 된 부분이다.
"그래도 미국은 괜찮아."
"그렇게 서로 싸우는데 뭐가 괜찮다는 거에요?"
"그런 나라니까."
"?"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