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92
긍지
최근의 증시.
〔한국 주식 갤러리〕
─감히 대황코스피에 숏을 쳐? 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스닥<< 이거 씹스캠 같으면 개추 ㅋㅋ
─야 이 시발 좆만한 숏충이 새끼들아
─근데 이거 맞음??
.
.
.
긴 하락을 마치고 반등하고 있다.
투자자들로서는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근데 이거 맞음??
[그 오랑우탄 짤.jpg]
나스닥 전저점 테스트하고 있는데
코스피 혼자 오르는 게 정말 맞음??
└응 맞아
└그래서 곱버스 평단 ㅇㄷ?
└울지 말고 천천히 말해 숏충아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어이가 없긴 함
동시에 불안감도 엄습한다.
세계의 증시.
여전히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신문− 「민주당 反이민 정책 반대…국경장벽 허물어야」
팩트뉴스− 「트럼프 "오바마 자택 앞 담벼락, 국경장벽 같다"」
금리 인상.
부채 한도 협상.
트럼프와 민주당의 대립은 현재진행형이다.
트럼프의 레전드 발언들이 연일 갱신된다.
사태는 소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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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
2095.79 ▲114.54 (+5.78%)
[저점 찍고 반등하는 듯한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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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승세.
투자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할 만도 하다.
─야 이 시발 좆만한 숏충이 새끼들아
[광분한 개구리 짤.jpg]
존나게 내렸으면 존나게 오를 수도 있는 거지 씨발놈아
또 혼자 눈치 없이 시진핑이 어쩌고 트럼프가 어쩌고 지껄여봐라
2600에서 2000까지 왔으면 족하지
여기가 무슨 씨발 동네 슈퍼마켓이냐?
└눈물을 흘리며 개추 ㅋㅋㅋㅋㅋㅋㅋ
└언제는 이유 있어서 내렸냐고 ㅋㅋㅋㅋㅋㅋㅋ
└이유 없이 처맞으면 이유 없이 올릴 수도 있는 거지 ㄹㅇ
└그냥 즐겨 씹새끼들아 너 숏탄 들렸어? 컄ㅋㅋㅋㅋㅋ
그렇기에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지난 1년.
코스피는 대충 아무 이유나 붙여서 처맞았다.
중국이 내린다고 하면 같이 내린다.
미국이 내린다고 하면 같이 또 내린다.
어느 장단에 맞춰서도 춤을 잘 추던 증시였다.
그런 코스피가 달라지게 된 것이다.
─나스닥<< 이거 씹스캠 같으면 개추 ㅋㅋ
[따봉 하는 개구리 사진.jpg]
자신이 씹근본 코스피 투자자여도 개추
└나스닥 저거 코스닥 짭 아닌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외국 씹스캠을 누가 사 이 새끼얔ㅋㅋㅋㅋㅋ
└세계를 주도하는 대황스피!
└한미 역전세계 ㄷㄷ
이론적으로는 그러하다.
코스피는 경기가 꺾일 때 먼저 내리고, 경기가 좋아질 때 먼저 오른다.
코스피 투자자라면 한 번쯤 들어본 상식.
그 시기를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이다.
"요즘 코스피가 황스피라고 불리고 있거든요? 나스닥이 계속 하락하는 데도 코스피는 오른다!"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더라고요."
애널리스트에게도 말이다.
개미들에게는 미래를 예지하는 선지자적인 존재이지만.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닌데요.'
앞날을 모르는 건 사실 마찬가지다.
갑작스러운 증시 훈풍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닥터둠 교수님께서는 하락이 더 간다고 말씀하셨잖아요?"
"네, 그렇게 말을 했었죠."
−했었죠?
−이젠 아니라는 건가요 ㄷㄷ
−또 손익좌 때처럼 말 바꾸려고 하네
−둠반꿀은 과학이지 ㅋ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닥터둠.
그는 대표적인 폭락론자다.
최근 증시가 하락하며 다시 주목 받게 되었다.
〔유튜브〕
「경기 침체 막을 길 없습니다. 앞으로 계속 떨어집니다 (닥터둠 풀버전)」 − 조회수 25만회 · 1개월 전
「‘부동산폭락, 주가폭락' 한 번 더 하락이 옵니다 / 닥터둠 김원욱」 − 조회수 20만회 · 1개월 전
「한국의 닥터 둠 '김원욱' 교수가 예측하는 2019 경기 분석」 − 조회수 12만회 · 1주 전
경제 채널들에 출연한다.
책도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이곳저곳 강연도 다니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제 겨우 명성을 회복한 시기에.'
한동안은 그러지 못했다.
손익좌와의 대립으로 커리어에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멋쟁이프로도님께서 10,000원 후원!
여캠도 맞추는 걸 애널리스트가 못 맞추고 있네 쯔쯧
"멋쟁이 프로도님 후원 감사드립니다! 여캠이요? 여캠이란 애널리스트란 분이 누구시죠?"
"……."
−여캠 ㅋㅋㅋㅋㅋㅋ
−윤소라씨 말하는 듯하네요
−이번에 증시 반등 맞추신 분 ㅋㅋ
−여캠 맞지 여캠!
아직까지도 여파를 미치고 있다.
증시가 조금 반등하자 의심 어린 시선이 쏟아지는 것이다.
'저에 대한 신뢰가 예전 같지 않은가 봅니다.'
시청자가 하는 이야기.
닥터둠도 모르진 않다.
한 젊은 여성 방송인이 반등을 맞췄다고 한다.
그것은 참 대견한 일이다.
젊은 나이에 경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교수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시청자분들이 조금 계시네요."
"하하, 그런 분들도 있는 법이죠."
"그 말씀은?"
"아직 하락은 끝난 것이 아닙니다."
코끼리 뒷걸음질 치다 쥐 밟은 격에 불과하다.
그런 우연이 반복될 리 없다.
'좋은 기회가 온 걸 수도 있어요.'
최근 방송의 시청자들.
애널리스트들을 평가하고, 비교하는 것을 좋아한다.
손익좌와의 대립도 그렇게 이루어졌다.
그로 인해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면.
"미국 증시는 10년 주기로 폭락을 반복합니다."
"큰 사이클이 있는 거군요?"
"2000년도 닷컴버블이 그러했고, 2008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그러했죠."
자신도 똑같이 이용할 수 있다.
갑작스레 불거진 이슈는 오히려 환영할 만한 것이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기억에 남길 수 있겠죠.'
자신의 본업은 경제학 교수.
그 지식은 일반인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손익좌 때는 상황이 기묘하게 흘러갔다.
일반인 정도는 여유 있게 요리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올해가 10년째 되는 해입니다."
"와……."
"제가 어째서 또 한 차례 폭락이 올 거라고 하는지. 시청자분들도 충분히 이해를 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건 기립 박수를 쳐야 하는 부분 같은데요?"
−방금 소름 돋음
−2018-2008=10년 ㄷㄷ
−진짜 좆됐네
−지금 하락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봐야 되는 건가요?
논리적으로 앞선다.
시장도 그렇게 흘러간다.
최근 나스닥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분명히 큰 폭락이 오게 돼있어.'
최소한 전저점은 뚫는다.
미국이 내려가는데, 한국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 * *
유명세.
그것은 꼭 좋은 일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
"후우……."
무게감이 따르기 때문이다.
소라가 깊은 한숨을 내쉴 만도 하다.
'무게감은 많이 지탱하고 있는 것 같은데.'
흉부 부위를 중심으로 말이다.
양쪽에 2kg씩 달고 다니는 소라도 버거운 것이 있었다.
"제가 방송을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나 봐요."
"빵댕이만 흔들면 될 줄 안 거지."
"야."
경제 방송.
결코 쉬운 일일 수가 없다.
실제 돈이 얽혀있는 일이니까.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도.'
돈을 잃으면 눈이 돌아가게 돼있다.
시청자들에게 원망을 받을 수도 있다.
"제 판단이 맞다고는 생각하거든요."
"음."
"그런데 다르게 생각하시는 애널리스트분이 계셔서……."
"나도 가슴은 항상 옳다고 생각해."
"아오 씨발."
소라가 고민이 있다며 찾아온 이유다.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젖탱이도 흔들던가.'
양손으로 꽉 하고 쥐고 있으면 어찌나 든든하지 모른다.
"저는 엄청 부담되거든요."
"근데."
"애널리스트분들은 어떻게 그런 부담을 이겨내시는지 모르겠어요."
그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
아니, 근본적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아직도 애널리스트가 뭐 대단한 직업인 줄 아나 본데.'
월가에는 그런 애널리스트들이 존재한다.
세계 각지의 증권사에서 리포트를 보고 싶어서 줄을 선다.
"그거야."
"꺄!"
"애초에 목적부터가 다르니까 그렇지."
"?"
한국에서는 그런 걸 기대해서는 안된다.
맞고 틀리고는 그들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
'동전 계속 던지다 보면 한 번은 맞을 거 아니야.'
여자에게 껄떡대는 이유.
9번을 실패해도, 딱 1번만 성공하면 홈런을 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도 마찬가지다.
어쩌다 딱 한 번만 맞추면 전문가 행세를 하고 다닐 수 있다.
"말도 안돼!"
"니 가슴은 말이 되고?"
"사람이 진지하게 말하는데 진짜!"
"나도 진지해."
나의 악력으로도 어찌할 수가 없다.
꽉꽉 주물러도 언제 그랬냐는 듯 원상태로 되돌아온다.
'애널리스트들도.'
틀리면?
한 몇 달 자숙하면 된다.
리스크가 그렇게 높지 않은 것이다.
맞췄을 때의 리턴은 크다.
대단한 사람인 줄 알고 엄청난 수의 추종자가 생긴다.
"강의팔이, 책팔이를 괜히 하겠냐고."
"아."
"그게 다 돈이 되니까 하는 거지."
"아프다고 씹새끼야!"
애널리스트들이 방송에 나오는 이유.
폭등을 한다고, 폭락을 한다고 떠들어 대는 이유.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 하는 일종의 도박이거든.'
정말 별 이유 없다.
무슨 대단한 신념을 가졌거나, 분석력이 뛰어나서 그러는 게 아니다.
"사기나 다름없는 거 아니에요?"
"왜? 믿은 사람이 빙신이지."
"누가 또라이 아니랄까 봐."
"그런 또라이만이 살아남는 업계야."
정말로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
자신의 밑천을 함부로 팔 리가 없는 곳이 이 업계다.
'순진한 개미들이나 믿는 거지.'
가짜 전문가들이 팽배할 수 있는 이유다.
그것을 믿어주는 인간들이 돈을 바치니까.
"그 사람들의 유명세를 위해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거잖아요."
"뭐, 그런 셈이네."
"저는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소라로서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잡고 있는 가슴이 점점 뜨끈하게 달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