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281화 (281/450)

EP.281

파월어 리스닝 테스트

뻥튀기 자산운용 대표 장호영.

그는 자신의 매매에 절대적인 확신을 가지고 있다.

"오르고 있어?"

"네, 주식 전략팀에 따르면 시장이 상승 추세로 복귀한 것 같다는 전망입니다."

지난 5년간 승승장구해왔기 때문이다.

전세계 투자자들이 자웅을 겨루는 나스닥에서 말이다.

'음, 예상대로 흘러가는구만.'

자신감이 턱 끝까지 차오를 만하다.

자산운용사에 있어 수익률만큼 확실한 실력 증명 방법이 없다.

"FAANG을 중심으로 한 시장 상승이 보이고."

"5대 대형주 말이지."

"다가오는 CPI의 기대감도 한껏 무르익었습니다! 최근 에너지가 꺾이는 추세다 보니."

즉, 실적을 내고 있다.

자신의 펀드에 투자를 한 사람들은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소문은 소문은 부른다.

수많은 VIP들이 돈을 싸들고 펀드에 찾아오는 이유다.

'대한민국의 잘난 사람들이 왜 나에게 돈을 맡기겠어.'

그런 호영이 바라보고 있는 시장 전망.

하락장은 이제 끝났다는 것이다.

근거 없는 희망회로가 아니다.

다음 데이터가 증시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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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캘린더』

22:30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YoY) (10월)

22:30 소비자물가지수 (YoY) (10월)

01:00 연준 파월의 쇼타임

03:00 연준 불러드의 발언

03:30 연준 윌리엄스의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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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지수.

CPI는 연준의 통화 정책 향방을 결정하는 최중요 데이터다.

"주거비도 꺾일 때 됐잖아?"

"네, 질로우 주택가격지수에서는 이미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물가가 낮으면?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없다.

그렇게 되리라고 호영은 예상하고 있다.

'에너지도, 주거비도 슬슬 꺾일 때가 됐잖아.'

발표되는 지표들.

당연히 기반이 되는 자료가 있다.

CPI는 에너지, 식품, 주거비 등이 합산된 결과다.

그것을 미리 찾아낸다.

최신 자료들을 하나하나 취합하면 CPI가 어떻게 나올지 대략적인 예측이 가능하다.

"예측치를 하회하면."

"매수세가 엄청나게 들어오겠죠."

"좋아, 좋아. 우리는 거기에 베팅하는 거야."

그 결과.

꺾일 거라는 확신이 섰다.

뻥튀기 자산운용의 대표로서 상승에 베팅한 이유다.

'마침 주가도 매우 저렴하고.'

시장이 공포에 물들었다.

투매가 나오면서 고점에서 10% 가까이 폭락해버린 것이다.

매수 기회.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다.

어제부터 슬금슬금 꼬리를 들더니 양전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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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종합지수』

7,409.78 ▲104.26 (+1.42%)

[어제 하루 쭉 상승한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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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점 매수에 성공한 것이다.

아직은 일부만 들어가 있지만, 만약 CPI가 예상대로 나온다면.

'그대로 풀베팅을……!'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

최고의 수익을 만들어낸다.

다음 년도에는 상위권이 아닌 1위를 목표로 한다.

국내 1위 펀드.

수천 억 규모의 자산운용사가 되는 것이 손을 조금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미래가 되었다.

꿀꺽!

깍지 낀 손가락 사이사이가 근질근질하다.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

"대표님?"

"흠흠! 어디까지 말했지?"

"베팅을 하신다고."

"어, 그거! CPI만 좋게 나오면 파월도 시장에 우호적인 말을 해주겠지. 미리미리 매집을 해두라고 운용팀에 전달해둬."

"알겠습니다!"

시장을 보는 눈 하나로 말이다.

증권사로부터 독립한 지난 5년간 아득바득 기어 올라왔다.

소규모 자산운용사는 리스크 높은 매매를 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고객들이 돈을 맡겨주기 때문이다.

'이번 매매만 성공시키면.'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더 이상 위험 부담 질 필요 없이 안정적으로 자산을 증식시켜간다.

결혼도 하고 싶다.

눈여겨보는 아이가 생겼다.

아직 미숙하지만 제법 싹이 보인다.

'여자는 얼굴만 반반하다고 다가 아니지.'

그런 여자는 젊을 때 많이 만나봤다.

지금도 결정사에 등록하면 이쁘고 몸매 좋은 순으로 줄을 선다.

대화가 통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완벽한 외모를 가져야만 결혼 상대로서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소라 사진.jpg]

그런 여자.

현실에 있을까 싶었다.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보면 볼수록 괜찮은 아이란 말이야.'

비밀 폴더에 저장해둔 소라의 사진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오히려 자신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다.

나이 때문이다.

띠동갑이 넘게 차이가 난다는 건 아무래도 장벽이 있다.

하지만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문제다.

그녀는 지식욕이 높다.

트레이더라는 꿈도 가지고 있다.

자신이라면 그것을 이루어주고, 지원해주는 것도 가능하다.

'나 말고 누가 할 수 있겠어.'

모니터에 띄워진 사진을 바라보며 호영은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 * *

데이터.

향후의 증시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료로 여겨진다.

"와……, 쭉 오르네."

"이거 잘 나온 거 아니에요?"

"장대 양봉 존나 크게 꽂혔어!!"

동아리원들이 어수선해 할 만도 하다.

방금 전,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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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캘린더』

22:30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YoY) (10월) 2.2% 2.3% 2.2%

22:30 소비자물가지수 (YoY) (10월) 2.3% 2.4% 2.7%

01:00 연준 파월의 쇼타임

03:00 연준 불러드의 발언

03:30 연준 윌리엄스의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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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를 하회했다.

물가(인플레이션)이 시장의 예상보다 높지 않았다는 뜻이다.

"호재 맞잖아요?"

"그런 관점도 있지."

""네?""

"시장을 해석하는 시각은 많은 법이거든."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매크로 분석팀.

주식 전략팀.

주식 파생팀.

'여러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미국이니까.'

개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시장의 뉴스나 데이터 따위 하나도 보지 않고 오직 추세만을 따라간다.

"CTA가 대표적인 non-economic system 펀드지."

"오……."

"경제 시스템을 안 따라간다는 거네요?"

"그런 매매 방법도 있구나."

대형 악재가 떠도 바로 급락하지 않는 이유다.

상승을 시키려는 힘이 남아있다.

'추세를 꺾어버릴 대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방금 전의 데이터.

꺼지려던 불씨를 되살릴 만했다.

시장은 아직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했지만.

(−1.0%)

머지않았다.

오전 1시가 되며 파월의 두근두근 리스닝 테스트가 시작된다.

타닥!

탁! 타다닥!

그와 동시에 동아리원들이 분주해진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매매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쉽지는 않았는데.'

학생 수준의 기술력.

부족하기 짝이 없던 시간.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한 사람만을 정조준한다면 말이다.

바로 파월 전용의 음성 인식 프로그램이다.

<10월 데이터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이 하락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But…….>

(+0.2%)

파월은 변호사 출신이다.

발음은 FM 그 자체이며, 단어 하나 허투루 사용하지 않는 깐깐함을 자랑하다.

'그 점이.'

분석을 할 때는 더 용이하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설만 해도.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첫 문장은 호재로 인식된다.

하지만 한국말도, 영어도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단지 한 달간의 데이터에 불과하다. 우리는 아직 더 많은 증거를 필요로 하고 있다.>

(−0.4%)

아니나 다를까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낸다.

그것을 예상해서 풋옵션을 매수했다.

""오오!""

"내려가네."

"개처박고 있네."

"어떻게 예상한 거에요?"

"전조가 있잖아."

영어는 한국어처럼 매끄럽지 않다.

그리고 감정을 담는다는 특징이 있다.

'첫 문장으로 한 말과 반대되는 말을 할 때는.'

But.

평소보다 더 격앙된 어조로 운을 띄운다.

파월도 사람인 이상 하게 되는 것이고.

─세력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이어지는 발언 또한 매파적.

아니, 특별한 호재 따위 찾아볼 수 없다.

그것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다.

단순히 몇몇 단어만 반응하는 게 아니다.

"형이 주의하라고 했던 단어는 안 나온 것 같아요."

"잘못 들었을 확률은?"

"없어요. 저희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데……."

연설문에 들어가는 단어.

그중에서 중요한 것들을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수동도 있고.'

아직은 불완전하다.

영어가 특기인 동아리원들이 돕고 있다.

그 결과를 살펴보니.

---------------------------------------------+

『매파적』

the face 2회

adjust 2회

increases 5회

『비둘기파적』

the extent 0회

of future 0회

increase 0회

+---------------------------------------------

톤다운.

비슷한 뜻을 가졌더라도, 경제적으로는 부드럽게 해석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

"와……."

"이렇게 정리하니 한눈에 알겠네요."

"CPI가 좋게 나왔는데도 연준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거네요?"

"그래."

데이터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을 보는 이유를 착각해서는 안된다.

'결국 판단을 하는 건 연준인데.'

연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데이터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종필모건님이 학살 중입니다!

─모건포클리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레드만삭스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현재 시장이 내려가는 이유.

대형 기관들을 중심으로 하나둘 눈치챈다.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클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추세가 바뀌었다는 뜻이니까.

"선물 매도, 풋옵션 매수 8:2로 풀매수해."

"전부요?"

"아직 100억 넘게 남았는데."

"승부는 이럴 때 보는 거거든."

CTA(non-economic system)도 동참할 것이다.

상승을 받쳐주던 힘이 하락 쪽으로 노선을 바꿔 타게 된다.

상승장에서는 큰 돈을 벌게 해준다.

하락장에서는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게 하는 곳이 나스닥이다.

'어중이떠중이가 분석한다고 깝칠 수 있는 바닥이 아니지.'

구두닦이들의 돈으로 샤워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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