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275화 (275/450)

EP.275

파月

소라의 투자.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딱 하나.

방송을 하게 되었다는 점을 빼고 말이다.

"아니, 진짜 왜 내가 사니까 내리는데!"

−빡쳤누 ㅋㅋㅋㅋㅋㅋㅋㅋ

−야 너두?

−세력이 모니터링 중 ㅇㅇ;

−일종의 양자역학이라고 할 수 있죠

그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바뀐 거라고는 단순히 방송을 켰을 뿐인데.

'뭔가 심리적으로 쫓기는 기분이 든단 말이지…….'

자신이 잘하는 모습.

보여줘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매수를 서두르게 된다.

─야탑꽃사슴님께서 1,000원 후원!

걍 오성전자 사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건 어떰?

"천 원 고마워요. 그런 방법도 있긴 하죠."

시장도 여전히 회복세에 접어들지 못했다.

코스피는 최근 고개를 살짝 들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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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

2291.70 ▲50.09 (+3.19%)

[살짝 회복하고 있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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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장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기업 실적이나 특정한 호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매수 근거가 없는 것 같아.'

기술적 반등.

그렇게밖에 설명을 할 수 없을 만큼 시장의 상황이 혼잡하다.

통상적인 분석이 먹히지 않는다.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

─개잡주단타침님께서 1,000원 후원!

요즘 화룡기술 핫하던데요?

"화룡기술?"

−1주일만에 3배가 급등함!

−지금은 박고 있네

−작전주 ㄷㄷ

−주식존예여신이 모를 리가 없는뒈?

자신이 하고 싶은 가치투자.

그런 것이 먹히는 장세가 아니다.

'아 개잡주.'

그럼에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시장에는 항상 기회가 굴러다닌다.

시청자가 추천한 주식.

어떤 것인지 소라도 들어본 기억이 있었다.

〔한국 주식 갤러리〕

─화룡이 하따각 섰다

─150조 보물선 돈스코이호 테마주 화룡기술 근황.jpg

─애초에 돈스코이호부터가 사기인 거 아냐?

─화룡기술 또 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커뮤니티에서 말이다.

하도 떠들썩하다 보니 모르기도 힘들 지경이다.

─화룡기술 또 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점 매수 안 한 흑우 없제?

└그런 흑우가 있겠냐고 ㅋㅋ

└부럽

└아 ㅅㅂ 살 걸

└남들은 돈복사하는데 손가락 쪽쪽 빨고 있다고??

드문 일은 아니다.

시장의 투심이 집중되는 테마주가 생긴다.

소라도 가끔은 거기에 참여한다.

이번 경우는 예외라서 문제다.

─150조 보물선 돈스코이호 테마주 화룡기술 근황.jpg

[화룡기술 보도자료1.jpg]

[영화 타이타닉 장면.jpg]

[화룡기술 보도자료2.jpg]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사진.jpg]

보도자료 올린 거 주작이었음 ㅋㅋㅋㅋㅋㅋㅋ

└시발 타이타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들이 저렇게 탐사하는 것처럼 꾸몄네

└주작도 좀 정성껏 치지

└응 금감원 일 안 해 ㅋㅋ

보물선 테마주.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진짜로 보물선을 인양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만으로도 어이가 없다.

진짜 어처구니가 없는 건 회사가 하고 있는 행태다.

─애초에 돈스코이호부터가 사기인 거 아냐?

[1932년 11월 28일자 뉴욕타임즈 기사.jpg]

'Admiral Nachimov'라고 적혀있음

애초에 보물선이 이름이 돈스코이호가 아님

└파도 파도 괴담만

└러시아도 모르는 보물선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왜 오름?

└진짜 국장은 전설이다

조사를 하면 할수록 살 수가 없다.

도저히 신뢰할 수 있는 회사가 아니다.

─토토중독자님께서 1,000원 후원!

BJ토순이<< 이분은 화룡기술로 존나 땀

"아……, 그런 분들도 있더라고요. 전 단타는 잘 못해 가지고."

−진짜 먹는 사람이 있구나

−걔는 진짜 또라이처럼 매매하잖아 ㅋㅋ

−소라는 하면 안돼

−옵션으로 다 꼴았던데

그럼에도 주가는 오른다.

그것이 한국 증시.

돈 놓고 돈 먹기라는 걸 소라도 모르진 않다.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함정에 빠져서는 안된다.

그런 것에 휘둘릴 단계는 지나갔다.

'나는 나에게 맞는 매매법이 있으니까.'

평점심을 유지해야 한다.

욕심을 내다가는 뇌동매매를 저지를 수 있다.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다.

매일매일 주식 방송을 하고 있는 이유인데.

─윤소라찐팬님께서 486,000원 후원!

그러니까 걍 춤이나 추라고 ㅋㅋ

"아, 장 중에는 쏘지 말라니까!"

−응 쏠 거야~

−어차피 주식으로 못 따면서 ㅋㅋ

−큰손님 감사합니다

−빵댕이나 흔들어 재껴!

여캠 수입이 더 많아졌다.

시청자들도 그것을 더 바라는 눈치다.

돈을 받고 안 하기도 뭣하다.

소라는 어쩔 수 없이 댄스를 춘다.

−))

−((

−))

−((

−주식보다 춤이 더 빠르게 느시는 듯 ㅋㅋㅋㅋㅋㅋㅋ

−눈나 헤으응

−역시 드걸 출신!

−여캠용 슴가 들고 주식하지 말라구~

하도 많이 추다 보니 오리지날 안무도 생겼다.

댄스 실력에 자부심이 붙는다.

'이, 이게 아닌데.'

최근의 방송.

스스로도 여캠인지, 주식 방송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하나하나 받아주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리액션 요구도 늘어나고 있다.

"하아……, 하아……. 됐지? 뭐? 오빠라고 불러 달라고요?"

−ㅇㅇ

−쏜 게 몇 갠대 오빠 소리는 해줘야짘ㅋㅋㅋㅋㅋㅋㅋㅋ

−애교 좀만 떨어도 대박 날 텐데

−의첸 몇 갠가요?

별의별 걸 다 해달라고 한다.

여캠.

단어만 들어봤던 그것이 자신의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

'이참에 그냥 시드나 확 땡길까.'

확실히 수입은 엄청나다.

주식으로 대박 났다, 수준의 것을 하루만에 벌어들인다.

시청자들의 말도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여캠으로 전업한다면 수익은 더 많겠지만.

"안돼요! 방송 봐주시는 것도, 후원해주신 것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이대로라면 제가 여캠인지 트레이더인지 모르게 될 것 같아요."

−아

−얼마 안 남았는데 ㄲㅂ

−이 재능을 낭비하다니

−걍 모르면 안됨?

투자자로서의 정체성을 잃게 된다.

미래의 꿈을 위해서라도 단기간의 수익은 포기한다.

〔큰손 단톡방〕

「이걸 눈치채네」

「좀만 더 타락 조교 하면 됐는데」

「이제 좀 빵댕이 흔드나 싶더니 ㅠ」

「애가 겁나 고지식해요」

「아 도네 쏴준다니까!」

「여캠계의 큰 별이 저물었습니다」

큰손들로서는 아쉬운 일.

오랜 기간 공들인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본인의 의사가 워낙 완고하다.

백만금을 주어도 싫은 사람이 있는 법이었다.

'좋아! 이제부터는 주식에만 집중하는 거야.'

한눈을 팔았던 걸지도 모른다.

후원으로 돈을 벌게 되니 주식에는 소홀해진 감이 있다.

마인드 자체가 물러진 것이다.

그동안 매매가 잘 안되었던 것은 필사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원도 닫을 거에요. 장 끝나고도 안 할 거에요. 먹고 싶은 거 마음껏 먹으면서 몸매 관리도 안 할 거니까 기대하지 마세요."

−안돼!

−여캠 소라 돌려줘

−주식 안 해도 행복해질 수 있는데……

−응 가슴만 더 뒤지게 커져 ㅋㅋ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결정을 내릴 때가 됐다.

시청자들에게 미안한 감도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이 맞다.

'내가 왜 여캠이야 시발!'

처음에 이상한 도네가 터졌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시청자들이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

그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자신이 선정적인 방송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최근 강달라 현상이 잦아들면서 환차익을 노리는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조정이 들어왔을 때 저점 매수를 노리는 식으로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해보려고 합니다."

−누나 외계어도 해?

−빵댕이 흔들면 이해가 더 잘될 것 같아요!

−강딸라가 뭐냐 사딸라는 안다

−왜 보수적으로 해야 하나요 진보적으로 하면 안됨?

물론 드림걸즈 팬분들도 오신다.

아예 춤을 추지 않는다면 서운해 하실 수 있다.

'그래도 한동안은.'

주식에만 전념할 것이다.

다시 리액션을 한다고 해도 여캠처럼은 안 할 것이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자신은 트레이더니까.

스스로 말하긴 뭣하지만 고고하고 고독한 직업이다.

여캠과는 180도 다르다.

투자자로서의 프라이드를 지켜나가려고 했는데.

'응?'

역대급의 하락장이 찾아온다.

* * *

미국 워싱턴.

1년에 8번씩 일어나는 행사가 있다.

그 중요도는 매우 높아서 세계 경제를 들썩이게 만든다.

그럼에도 평소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때때로 전세계인들의 이목을 한 점에 집중시킨다.

FOMC라고 불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그것이다.

의장을 맡고 있는 제롬 파월이 인사를 함과 동시에.

"팔아! 팔아! 싹 다 팔아!"

"팬티까지 다 팔아!"

월스트리트.

난리가 날 수밖에 없다.

증시 최대 악재가 터져버렸기 때문이다.

'어?'

신입 트레이더 샘 키민스는 당황을 금치 못한다.

아직 뭐라고 말을 꺼낸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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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종합지수』

7,968.40 ▼84.56 (−1.05%)

[갑자기 자유 낙하를 하고 있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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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이 난데없이 1% 가까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단 1초만에 일어난 대형 참사다.

"왜 내리는 거야?"

"Hello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그게 뭐?"

"Oh my god……."

그 심각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철없는 신입의 의문에 어울려줄 틈이 없다.

'FOMC의 무서움을 전혀 모르는구만.'

그만큼 긴박한 상황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파월의 연설을 토씨 하나까지 흘려들어서는 안된다.

<물가 안정, 수요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이며, 이를 위해 우리는 도구를 사용함에 주저함이 없을 것입니다.>

어떤 단어를 쓰느냐에 따라 증시가 파도를 친다.

향후 방향성까지 결정될 수 있다.

그러한 세계.

파월의 연설 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주가에 반영시킨다.

"저번에 했던 말 아니야?"

"히, 히히."

"몰라 시발 롱 쳐야지~."

그것이 꼭 옳은 방향만은 아니다.

발언의 의도를 다르게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행복회로.

지난 10년간 상승하기만 한 나스닥의 투자자들은 증시의 상승쪽으로만 머리가 돌아간다.

<그래서 당신이 뭘 할 수 있는데요?>

<시장 겁주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까?>

<금리를 더 올리기라도 하면 트럼프가 가만 있지 않을 텐데?>

기자들도 극성이다.

파월의 입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문장과 단어를 꺼내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증시 상승의 근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FOMC와 마찬가지로 어떻게든 잘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연준의 뜻이 시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오늘 확실하게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드물게도 직설적인 화법을 쓴다.

공식성상.

시장에 미치는 영향.

우회적인 표현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파월로서는 답답했다.

시장이 상승하면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어려워진다.

트럼프는 트위터로 훈수질을 해댄다.

아무리 매파적인 발언을 해도 찬물을 뿌린 것처럼 빠르게 식어버린다.

그러한 오해가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해주겠다.

<나스닥 반드시 죽일 것.>

전세계 금융 시장에 사형 선고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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