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273화 (273/450)

EP.273

새집 마련

새로운 일상.

다율은 작은 방 한 칸을 얻게 되었다.

'히, 히히.'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한 가지 전제 하에 말이다.

─편의점샛별이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토순이 와꾸 생각보다 괜찮누

"니가 뭔데 얼평질이야 씨발놈아!"

−돈 내고 욕 먹기

−오히려 좋아

−우리 업계에선 포상입니다만?

−존나 콩알만한 게 ㅋㅋ

방송을 해야 한다.

얼마 전 이슈 때문인지 생각과 달리 잘되고 있다.

'주작충 씹새끼.'

찬욱과의 내기.

자신이 이길 거라는데 한 치의 의심조차 없었다.

그것이 당연하니까.

머릿속에 떠오른 대로 게임이 굴러가게 돼있다.

데일리뉴스− 「'우주크래프트2' 승부 조작 현직감독·선수 등 9명 구속」

토토로 돈을 따온 비결이다.

이미지가 선명할수록 승률도 높아지는데.

'주작인 걸 내가 어떻게 알아!'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있었던 것이다.

오승현의 플레이가 비정상이었다.

평소에 하지 않는 실수.

아니, 하면 안되는 실수.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경기가 나왔다.

─오승현 그 새끼 승부조작 한 거라니까!

아니 시발

눈깔이 사시도 아니고 점막을 못 봐?

링컨 하나로 밥 벌어먹고 사는 새끼가 링을 안 뽑아?

홧김에 커뮤니티에 글을 썼다.

내기에서 진 것이 분해 징징댔을 뿐이다.

└성지순례 왔습니다

└진짜 주작이었네 ㅁㅊ

└로또 1등 되게 해주세요

└그 놈이랑 그 년 헤어지게 해 주세요

└고등학교 반배정 잘 되게 해주세요

└로또 좀 제발 로또 좀 살려주세요

└주식 물린 거 탈출하게 해주세요

└옳게 된 토토충 ㅋㅋ

정말로 조작.

비정상적인 플레이를 한 것은 실수가 아닌 고의가 맞았다.

'왜 하필 내기 한 게임에서!'

처음에는 억울함이 솟구쳤다.

곰곰이 생각해볼수록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찬욱은 알고 있었다.

애시당초 조작일 수 있다는 것까지 감안하고 베팅한 것이다.

─고시원토토충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토토는 왜 그만두는 거임?

"더 재밌는 걸 찾았으니까. 히, 히히. 히히히."

−무친년

−웃음소리 개소름

−도박하면 이렇게 되는구나……

−그게 뭔데??

그런 세계가 있다.

한 번 해보고 난 이후로 토토 따위 시시해서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

'히, 히히.'

주식.

찬욱이 해보라고 했다.

뭔 틀딱 같은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안됐다.

자신이 질색하는 짓이다.

분석이니 뭐니 답답하고 따분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주식이 얼마나 재미있는 것인지 해보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신전단타고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ㅁㅊ 화룡기술을 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맘."

−저게 뭐야?

−오 주식하누

−이름은 무슨 IT주 같은데

−화룡기술 저거 보물선 테마주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학교를 가기 싫었던 이유.

공부를 하면 할수록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다.

평생 그 짓거리를 하면서 살아갈 엄두가 안 났다.

쉽게 돈을 버는 토토의 유혹에 빠져들었다.

'도, 돈만 벌면 되는 거잖아.'

이쪽이 더 적성에 맞는다.

시청자들이 무엇을 우려하는지 다율도 모르는 것이 아니다.

〔한국 주식 갤러리〕

─화룡기술 사고 싶은 놈들 이건 보고 사라

─150조 보물선 돈스코이호테마주 화룡기술 근황.jpg

─화룡이 폭락하는 거 보소 ㅋㅋㅋㅋㅋㅋㅋ

─보물선 테마주 너무 대놓고 사기 아님?

개잡주라 부른다고 한다.

별 이유도 없이 주가가 폭등해버린 주식을 말이다.

─보물선 테마주 너무 대놓고 사기 아님?

150조라는 말도 안되는 매장 가치

불분명한 실체 (밝혀진 게 없음)

관련 코인 출시

회사는 만든지 50일임

너무 개 대놓고 사기인데 여기 낚이는 건

ㄹㅇ 돈 잃어도 싼 뇌가 타버린 놈들 같은데

└이딴 거 산 놈들 손모가지 잘라야지

└코인이랑 인형 뽑기 운영하는 회사임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딴 회사가 상장된 게 레전드

└금감원특) 일 안 함

돈스코이호.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된 러시아 군함이다.

150조 가치의 금화와 금궤가 실려있다는 소문이 있다.

인양만 한다면 대박이다.

오성전자의 3~4년치 영업이익을 한 번에 벌어들이는 셈이다.

그 기대감으로 주가는 오르고 있지만.

─화룡기술 사고 싶은 놈들 이건 보고 사라

1. 150조면 금 3300톤인데 물리적으로 싣는 게 불가능

2. 러시아 제국의 금 보유고가 100톤이 안됐음

3. 인양한다고 해도 국제법상 러시아 소유임

└1, 2번은 글타 쳐도 3번이 빼박이지

└아 저게 진짜면 푸틴이 가만히 있겠냐고 ㅋㅋ

└걍 시발 대가리 좀만 굴려봐도 답 나오는 건데

└세력들 장난 칠 게 없으니까 별의별 짓을 다 함

사실상 찌라시에 불과하다.

실제로 금궤가 실려있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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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기술』

3,550원 ▼380원 (−10.70%)

[장 시작하자마자 폭락하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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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했던 주가가 폭락하고 있는 이유.

주식 시장은 이런 일이 일상이라고 한다.

복잡하고 고리타분한 것만이 아니었다.

이런 재밌는 세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와

−오오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

−하따 제대로 쳤네

−오른다

−화룡기술 가즈아!

−나도 탑승 ㅋㅋ

−BJ님 어디까지 보시나요?

누군가에게는 공포.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매수 기회'라고 하는 것 같다.

'히, 히히.'

시장은 이성적인 근거로만 움직이는 게 아니다.

가격이 싸다면 그것만으로도 살 근거가 된다.

토토에서는 그것이 배당률로 표시된다.

주식에서는 주가가 배당률을 대신할 뿐이다.

─세력이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

아니, 찬욱과의 내기에서 고려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

─여캠보러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무슨 생각으로 하따 친 거임??

"내, 내가 세력이면 좀 더 가지고 놀 거야."

세력의 존재.

부당한 방법으로 이익을 보는 놈들이 존재한다.

승부조작처럼 말이다.

주가를 조작해서 막대한 차익을 본다.

─세력님이 기관님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올려야 한다.

다율의 눈에는 방금의 하락이 그 준비 과정처럼 보였다.

'차, 차트가 그렇게 말하잖아.'

그래프의 움직임이 당장이라도 쏠 것 같았다.

가지고 있던 1200만 가량의 돈을 쏟아부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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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다율님의 계좌』

매수금액│12,002,550원

평가손익│+3,111,060원

평가수익률│+2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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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분만에 300만에 가까운 돈이 복사된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 가지 않는다.

─화룡이 출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룡기술 연상 치냐 설마

─내가 쏜다고 했제??

─아 시드 몰빵할 걸

개미가 달라붙으니까.

주식을 한지 며칠 되지 않았어도 대략적인 구조는 이해했다.

─프로흑우임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저 지금이라도 들어갈까요?

"병신."

−병신이래

−돈 주고 욕 먹는 방 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들어가면 물린다는 거지?

−토순이가 사지 말란다~!

남들이 사지 말라고 할 때 사야 한다.

남들이 사려고 하면 반대로 팔아야 한다.

개미들과 똑같은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

그래야 돈을 벌 수 있다.

'히, 히히, 히히히.'

그것이 너무 즐겁다.

반골 기질이 있는 다율로서는 남들과 다른 길을 걷고 싶다.

토토를 할 때도 꼭 역배를 했던 이유다.

배당율까지 높으니 돈을 쉽게 벌 수 있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고작해야 게임의 승패를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짜릿하고 자극적이다.

주식은 다율의 마음에 쏙 들었다.

─화룡이 어디 가누?

─1분만에 15% 떡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룡기술 2분만에 상한가에서 하한가로 바뀜

─개잡주 무빙 살벌하네

다른 사람들이 돈을 잃는 모습을 보는 것도 너무 즐겁다.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프로흑우임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와 샀으면 좆될 뻔;; 감사합니다

"히, 히히, 히히히."

−좋나 봐

−이 방은 리액션 없음?

−주인장이 미친년이라 없어요

−이래서 주식은 또라이만 번다고 하는 건가 ㄷㄷ

희열.

게임과 비교 할 바가 아니다.

다율은 새로운 일상이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

'틀딱 같이 생긴 놈이 틀딱 같은 소리를 하나 했더니.'

집도 주고, 돈도 주겠다.

어차피 다른 할 일이 없는 다율로서는 그냥 해봤을 뿐이다.

새로운 삶의 목적은 찾게 될 줄은 몰랐다.

주식은 없어서는 안될 것이 되었다.

타닥, 탁!

그것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니다.

다율은 찬욱에게 여러가지를 배웠다.

기본적인 주식 용어.

개잡주가 있다는 사실.

그리고 또 하나 흥미가 넘치는 게 있다.

"옵션이라는 거 어케 해?"

−갑자기?

−혀 짧은 거 귀엽누

−선물옵션은 하는 거 아니랬는데……

−그건 진짜 하지 마 무친련아 ㅋㅋㅋㅋㅋㅋㅋ

더 재미있는 도박이 있다고 한다.

요 며칠.

간단한 매매를 하며 감을 잡았으니 이제는 해도 될 것이다.

'그렇게 위험한 거야? 하면 좆돼?'

찬욱과의 내기.

돈을 다 잃어버린 경험은 아직도 머릿속 한구석에 강렬히 남아있다.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

뇌가 터져버릴 듯한 상실감이 심장을 미칠 듯이 뛰게 만든다.

콩닥! 콩닥!

옵션은 비교도 안되게 위험하다고 한다.

찬욱도 웬만하면 하지 말라며 경고를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 해보고 싶다.

인생 좆되는 감각을 다시 한 번 경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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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 위험고지 안내』

선물/옵션 거래는 투자위험도가 매우 높아 단기간내에 손실이 발생될 수 있으므로 위험고지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신 후 투자결정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투자 위험 등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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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율은 파생상품 거래 방법을 찾아낸다.

클릭을 하자 마음에 쏙 드는 내용이 보인다.

위험도.

최상이라고 한다.

판단을 한 번만 잘못하면 그대로 인생을 종칠 수 있다.

"올인하면 더 좆되……, 아니 재밌겠지?"

−올인을 한다고??

−멈춰!

−진짜 또라이년이네

−좆되는 걸 즐겨 ㅋㅋㅋㅋㅋㅋㅋ

찬욱에게 받은 돈은 300만 원.

그것을 지난 며칠간 1200만 원으로 늘렸다.

만약 그것을 한 번에 잃는다면?

생각만 해도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다.

'인생좆망버튼 클릭♡'

다율이 원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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