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272화 (272/450)

EP.272

토토충

진행된 3경기.

그 결말은 허무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꾸웨엑!

빌드가 크게 갈린다.

발업 저글링 올인을 한 상대에 반해.

<저글링 10기가 뛰고 있고, 6기가 더 찍혔습니다.>

<오승현~ 오승현~ 일꾼 찍고 있어요. 전혀 모르고 있네요. 이거 못 막겠는데요?>

한가하게 일꾼만 뽑고 있다.

게임은 원사이드하게 끝이 난다.

"아니, 시발 봤잖아!"

"점막 분명 확인을 해놓고……."

"프로가 저걸 못 보는 게 말이 돼?"

현장의 반응.

욕이 쏟아질 만도 하다.

사소한 실수 하나로 게임을 그르쳤다.

'실수가 아니지만.'

우주크래프트는 토토에 최적화된 게임이다.

적어도 토토 운영자 입장에서 그러하다.

1 대 1의 게임.

잦은 경기와 짧은 경기 시간.

다른 스포츠들보다 훨씬 많은 베팅이 오간다.

토토판의 효자 종목이다.

그렇게 판이 커지다 보니 불법적인 일도 생기게 된다.

승부 조작을 권유하는 것이다.

스무 살 전후인 선수들을 돈의 유혹에 빠뜨린다.

"마, 말도 안돼!"

그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

다율이 괴성을 지르며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

게임도, 심리도 분석했다.

하지만 큰 그림을 살피지 못한 실수를 저질렀다.

"승부에 불복하는 거야?"

"말도 안돼. 이럴 리가 없잖아!"

"그럼 뭐해. 넌 꼻았는데."

"으, 으으."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누가 판 자체가 사기라고 생각이나 해볼까.

'투자자들이나 신경 쓰지.'

직업병.

아니, 솔직히 알고 있었다.

우주크래프트2도 승부 조작이 일어난다는 걸.

한국신문− 「우주크래프트2 경기 승부조작…감독·선수 적발(종합)」

팩트뉴스− 「다시 찾아온 악몽, e스포츠 승부조작 사건 다시 터져」

필연적인 일이기도 했다.

LoL이 대세 게임이 되며 우주크래프트2는 찬밥 신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참 돈 문제라는 게.'

주식 시장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10년에 한 번씩은 꼭 대형 사고가 터지는 것이다.

연준의 양적완화.

이어진 금리 인상.

그러면 금융 시스템 하나나 둘 정도는 반드시 망가진다.

"저 선수가 일부러 진 거라고요?"

"그래."

"그걸 경기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전제를 세워 놓고 보면 어렵지도 않지."

우주크래프트2의 상황도 비슷하다.

스폰서 수급이 어려워지며 자금줄이 말라붙었다.

어떤 선수인지는 모른다.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나머지는 찾아내는 것 뿐이었다.

"아무튼 그럼 오빠가 이긴 거죠?"

"그렇지."

"그럼 이 건방진 꼬맹이는 말을 들어야겠네요?"

오늘을 선택해 경기장에 온 이유.

과정이야 어찌 됐건 내기를 이긴 것은 레알참트루다.

혜리가 방긋 웃으며 다율에게 시선을 맞춘다.

감정이 꽤나 쌓여있었던 모양이다.

'딱 대 씨발련아.'

나도 그렇다.

160이 될까 싶은 키.

손질이 안된 긴 머리카락과 깡 마른 몸은 폐인 그 자체다.

도박에 완전히 절어 살았을 것이다.

그런 다율에게 현실을 좀 알려주어야 할 듯싶다.

"뭐, 뭐 어쩌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요?"

"그러게."

"이미 돈도 다 잃고 빈털터리 됐는데 흑흑……."

덜덜 떨고 있다.

작은 몸집 탓에 후배를 괴롭히는 나쁜 선배가 되어버린 기분이다.

'좀 실망인데.'

깡다구가 있는 줄 알았다.

돈 좀 잃었다고 징징댈 정도면 평가를 재고해야 하는데.

"나의 자유로운 라이프가 엉망이 됐어!"

"아르바이트로 벌면 되잖아."

"그런 건 죽기보다 싫어."

시드 문제였다.

아무리 뛰어난 투자자라 할지라도 원금은 필요한 법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지.'

초기 자금이 50만 원.

그것도 개잡주 단타만 골라서 쳤다.

한 번이라도 삐끗했다면?

나도 알바를 해야 했을지 모른다.

"그래도."

"응?"

"재밌었어. 돈 잃는 거. 히, 히히. 히히히."

그 상실감이 투자자를 성장하게 만든다.

깡통을 차봐야 배운다는 것은.

'자신한테 브레이크를 건다는 느낌이지.'

투자자가 돈을 잃는 이유.

열에 아홉은 탐욕을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할 수 있게 된다.

돈을 잃었던 경험이 이성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쟤 좀 헤까닥 한 거 같은데."

"확실해 보이지."

"정신병원부터 데려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동시에 족쇄이기도 하다.

욕심을 부려야 할 때 과감한 판단을 망설이게 된다.

'투자는 항상 이성적으로만 하는 게 아니니까.'

그렇다고 잃어보지 않으면 성장하는 게 없다.

투자자는 이 뫼비우스의 띠에 갇힌다.

"재밌었어?"

"히, 히히. 가챠하다가 돈 날린 것 같애."

"그런 느낌이긴 하지."

거기서 벗어나는 방법이 있다면 단 하나 뿐이다.

바로 미쳐버리는 것이다.

'돈을 돈이 아니라 게임머니 정도로 보는 거지.'

단순한 숫자.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진짜 '돈'이라는 점이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손절을 할 때 마음이 아프다.

익절을 할 때도 약간의 이득에 만족해버린다.

돈이 가진 무게감을 알기 때문이다.

---------------------------------------------+

『신다율님의 총 자산』

0원

−8,926,974원(−100%)

+---------------------------------------------

누구라도 돈을 잃으면 깨닫게 된다.

전재산을 잃고도 재밌어하는 모습이 참 흡족하다.

"이제 돈 하나도 없잖아."

"나 토토 못해."

"토토보다 더 재밌는 거 하지 않을래?"

"?"

도박을 하지 못하는 것.

그리고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것.

그 두 가지만큼은 아쉬운 모양이다.

'그것을 해결하면서.'

미래에 대한 비전까지 품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선배로서 후배에 대한 지도를 해주려고 했는데.

"오빠 근데."

"응?"

"정말 게임이 조작된 거면 신고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렇긴 하네."

조금 큰일로 번진다.

* * *

시발점은 뒷세계의 커뮤니티였다.

〔토토충 갤러리〕

─오승현 갤 민심 좀 보자

─그냥 돈 꼻고 억지 부리는 거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이번 사태 토순이 지지하는 게

─토순이 빡친 거 귀엽누

한 유저가 글을 올렸다.

단순한 뻘글이라고 넘기기에는 작성자가 심상치 않다.

─오승현 그 새끼 승부조작 한 거라니까!

아니 시발

눈깔이 사시도 아니고 점막을 못 봐?

링컨 하나로 밥 벌어먹고 사는 새끼가 링을 안 뽑아?

└워워 진정하시고

└고소각 날카롭게 섰누 ㅋㅋㅋㅋㅋㅋ

└토순이 흑화했어

└넌 토토로 밥 벌어먹고 살잖아

네임드.

토토도 주식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적중률이 높은 사람에게는 신봉자가 생긴다.

'토순이'는 그런 유저 중 한 명이다.

토토를 시작한지 몇 달 채 되지도 않은 뉴페이스이지만.

─난 이번 사태 토순이 지지하는 게

얘가 첨부터 감이 좋았음

게임 좆도 모르던 토린이 시절에

감만으로 돈 따는 거 보고 식겁했다니까

└감은 원탑 맞음 ㅋㅋㅋㅋㅋ

└지금은 우주2 고수임

└토순이 리즈 시절엔 귀여웠제

└근데 감만으로 선수 의심하는 건 좀 선 넘지 않나?

적중률이 모든 것을 말한다.

토토충들로서는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역배를 걸면 돈이 된다는 소리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일반 커뮤니티에도 퍼진다.

─오승현이 승부조작이라는 루머가 있네

[토토충 갤러리 캡처.jpg]

토토충들 사이에서 핫하나 봄

오승현 역배 뜰 때 걸면 무조건 딴다고

└폼 떨어지니까 별별 소리가 다 나오네

└점막 못 본 건 어이 없긴 했음 ㅋㅋㅋㅋㅋ

└아니길 바라는데……

└설마 우주1에 이어 우주2까지?

첫 단추를 꿰는 것이 가장 힘들다.

민감한 화제는 꺼내는 것 자체가 금기시된다.

싹 터버린 의심의 불길.

집단지성에 의해 증거가 발견되는 것은 시간 문제에 불과했다.

─토순이라는 유저가 하는 주장이 일리가 있네

1. 초반이 중요한 저저전에 오버로드 정찰만 함

2. 점막 보고도 지나침

3. 저글링 컨트롤이 장점인 선수가 대놓고 째는 빌드 선택

지려고 작정한 게 아닌 이상 수상하긴 해

└점막 못 본 건 ㄹㅇㅋㅋ

└토토충 의문의 1승

└해설들도 뭔가 눈치챈 분위기더라

└저 경기 말고도 수상한 경기가 한두 개가 아님

커뮤니티에서 점화가 된다.

그렇게 여론이 커지자 관계자들도 좌시할 수 없다.

데일리뉴스− 「'우주크래프트2' 승부 조작 현직감독·선수 등 9명 구속」

실제 조사 결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며 우주크래프트2 팬들의 분통을 산다.

판 자체가 흔들릴 만한 대형 사고다.

아니, 그것을 인질로 삼고 있었다.

─승부조작 관련해서 썰 하나 품

최근에 관계자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조작범 지인이 눈치채고 다그친 적이 있나 봄

"좆망겜 살얼음판이라 이거 알아도 못 터트림. 터지면 같이 뒤지는 거 ㅇㅇ"

근데 대답이 ㅋㅋ

세상에 저런 새끼가 있나 싶었음

└와 ㅅㅂ

└판을 인질로 잡고 주작 해먹으려고 한 거네

└주작범 새끼 뼛속까지 악마구나

└판이 죽을까 봐 조작범한테 안 휘둘리고 조져서 다행임

팬들로서는 오열을 할 일.

대회측의 강경 대응으로 조작 가담자들은 강도 높은 처벌을 받는다.

다행히 조기에 진압된 덕분에 대회 운영에도 큰 차질이 없었다.

그것을 가능케 한 유저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토토충이 우주2판 살린 거네

감사해야 하나?

└고마워할 건 해야지

└걔도 몇 안되는 우주2팬이야……

└하다하다 토토충이

└근데 ㄹㅇ 겜 잘 알면 승패 예측으로 돈 벌만 하나 보네

우주크래프트2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토토충들 사이에서는 더욱 그렇게 된다.

─진짜 토순이 말대로 주작 맞았네 ㄷㄷ

[오승현 外 9명 승부조작 가담 기사.News]

이왜진?

└감 존나 좋다니까

└진짜 개미쳤음 ㅋㅋㅋㅋㅋㅋㅋㅋ

└덕분에 역배 잘 먹음 꺼어어ㅓ억

└주작으로 해처먹는 토사장들 죽여야 함

승부조작.

토토충들도 광분을 하는 일이다.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일반 토토충이기 때문이다.

큰손들이 부당 이득을 위해 시장을 조작한다.

그들을 보기 좋게 엿 먹인 것이다.

토토충들 사이에서 신화가 돼버린다.

그런 유저가 새로운 시야를 제시하고 있다.

─그 새끼 주작충 맞잖아 씨발놈들아!!

좆도 모르면서 아니라고 지랄이야 ㅡㅡ

돈도 날려서 좆같아 죽겠는데

난 이제 토토판 떴고

더 재밌는 거 하고 있으니 볼 사람은 와라

http://bj.pafreecatv.com/tosuni772

└걸었다 꼻은 거 맞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토순이 ㅎㅇ

└갑분홍 뭔데

└토토 말고 다른 도박 하러 가는 거야?

주식의 세계에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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