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61
선상섹스파티
투자자.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 멘탈과 평정심이 중요한 직업이다.
'그 두 가지가 거의 전부라고 해도 될 정도로.'
기타 등등은 사실 두 기둥을 세우는 재료에 지나지 않다.
그렇게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씨발놈아……."
"그러니까 당당하게 다니라고."
백화점에 들렀다.
소라의 촌티를 벗기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손을 빌리는 수밖에 없다.
'아이돌 생활을 하면 좀 달라질 줄 알았더니.'
여전히 민낯.
예쁘게 태어난 부작용이다.
꾸미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톡! 톡!
화장을 하는 법도 좀 배워야 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다.
"이게 뭔데?"
"보면 몰라?"
"아니, 이상하잖아!"
"어허, 일본에서는 얼마나 유행인데."
갸루로.
만화나 애니에서 흔히 보게 되는 일본 여성의 스타일이다.
'한국에서는 개콘 때문에 알려졌지.'
사람이 아니무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좋아하지 않았다.
호불호가 씨게 갈린다.
화장도 두텁고, 피부톤도 까무잡잡하다.
"어떻스므니까 손님?"
"어떻녜."
"아, 그게 싫은 건 아닌데……. 아무튼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최근에는 달라졌다.
하얀 갸루라고 해서 일반 메이크업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좀 부담스럽긴 하지.'
선이 강하다.
인스타 언니들처럼 기가 세보이면서 인조적이기까지 하다.
거울을 보는 소라.
표정을 구기고 있는 것이 영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눈치다.
얼떨결에 고개만 끄덕인다.
일본인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당황스러워할까 봐.
"완전 떡칠을 해놨네."
"뭐, 어때. 이쁘기만 한데."
"선배는 이런 게……, 취향이에요?"
지나치게 화려하다.
스모키 메이크업은 안 그래도 큰 눈을 돋보이게 만든다.
'이런 화장 하고 다니는 애들이.'
보통 노는 애들.
일어난 피부를 두꺼운 화장으로 덮고 클럽으로 출근한다.
나한테는 안 대줄 것 같은 그런 스타일이다.
소라가 하고 있으니 꼴림 포인트다.
"가끔은 좋잖아."
"어이없는데."
"너라는 사실도 숨길 수 있고."
"음……."
본인으로서는 어색하다.
기껏해야 비비크림.
평소 민낯으로 다니는 일이 더 많은 소라다.
마지못해 납득은 한다.
잠깐 사회에서 잊혀지고 싶은 것이 희망 사항이니까.
"감사하므니다!"
네일아트까지 마치고 나온다.
인조 손톱까지 붙여서 뾰족해진 손가락 끝으로 허리를 콕콕 찌른다.
"이상하다고 놀리면 때릴 거에요."
"예쁘다니까."
"진짜……."
"아직 안 끝났어."
"?"
만화에서나 나올 훌륭한 갸루가 되었다.
혜리나 수현이 봐도 바로 알아보진 못할 것이다.
'기왕 이미지 변신을 하는 김에.'
한꺼풀 더 벗는다.
단순히 정체를 숨긴 것뿐이라면 리스크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딸랑~♪
비치웨어샵.
수영복을 사기 위해 들린다.
오키나와에 왔으니 즐기지 않으면 섭한 노릇이다.
"이걸……, 입으라고?"
"수영복이잖아."
"이게 어떻게 수영복이야! 천 쪼가리지!"
하드코어하게 말이다.
추천해준 수영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대뜸 소리를 지른다.
'이 정도는 돼야 리스크지.'
깊게 파인 하이레그형의 하의.
소라의 야한 골반이 훤히 드러나는 발칙한 형태다.
상의도 만만치 않다.
목을 중심으로 X자를 만들며 내려오는 천이 소중한 부위를 간신히 가린다.
"이걸 만든 새끼나 입히려는 새끼나……."
"리스크가 높아야 재밌지."
"리턴이 없잖아!"
"내가 즐거워."
치녀라고 해도 믿을 것이다.
초식남이 유행인 일본에서는 남자들이 피해 다닐지도 모른다.
'나야 좋지만.'
가리기엔 아까운 몸매.
나의 여자라는 사실을 마음껏 과시하고 다니고 싶다.
"에~~~! 혼또?!"
"마지데쇼."
"AV 촬영을 하는 것이므니까?"
밖으로 나온다.
해수욕장 근처의 상가다 보니 수영복 차림은 드물지 않지만.
"씨발……."
이런 성깔 나쁜 누님은 처음 봤을 것이다.
초식남들이 깜짝 놀라 눈을 돌린다.
나지막하게 내뱉는 욕설.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해도 그 흉흉함은 느낄 수 있다.
"봐봐. 아무도 못 알아보잖아."
"쪽팔리다고!"
"그게 뭐 어때서?"
"아!"
그런 여자를 마음대로 다룬다.
소라의 어깨에 두른 손을 내려 가슴을 주무른다.
'이러려고 쭉빵녀 사귀는 건데.'
남자의 마음을 알질 못한다.
이번 기회에 자신에게 어울리는 모습을 가르쳐준다.
"리스크를 즐기자고."
"진짜……."
"그게 투자자잖아. 안 그래?"
"쪽팔린 정도로 안 끝나잖아."
"그 정도는 돼야 재미가 있지."
때로는 목숨도 거는 투자자에게는 말이다.
겨우 이 정도로 떨어서는 안된다.
두근! 두근!
잡고 있는 소라의 가슴이 뛴다.
하지만 점점 안정이 되는 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미 한 번 데이기도 했고.'
차라리 스캔들로 이이제이를 하는 것도 괜찮은 방안일지도 모른다.
"몰라, 시발 될 대로 되던가!"
"그래, 좋은 자세야."
"대신 들키면."
"응?"
"평생 책임지게 만들 거야."
"……."
오키나와의 해변.
잔잔한 에메랄드빛 파도가 치는 아름다운 바다를 감상하며 거닌다.
바닷모래를 밟으며 지나다니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흥분이 되는 데이트 코스다.
'일본에도, 오키나와에도 알아보는 팬이 있을 텐데.'
한일 합작 프로그램이다.
일본 내에서도 상당한 화제가 됐고, 팬층도 유의미하게 만들어졌다.
그런 소라와 비밀 데이트를 즐긴다.
그것도 보란 듯이 자랑을 하며 말이다.
꿀꺽!
소라로서는 힘든 모양이다.
맨정신으로는 못 다니겠다며 배에서 줬던 위스키를 빨고 있다.
"캬~ 쥐긴다."
"좋아?"
"기분 좋네. 기모찌 하네. 딸꾹!"
훌륭한 알코올 중독자가 되고 있다.
적어도 한국에서 있었던 거시기한 일은 잊고 있을 것이다.
'그냥 까먹고 있을 뿐이지만.'
아무것도 해결된 것은 없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멘탈을 정비할 시간.
여행을 다니는 이유는 기분 전환을 위함이다.
"더 기모찌한 거 먹여줄까?"
"니 자지?"
"내 자지보단 좀 못하긴 한데."
맛있는 것도 먹는다.
스코틀랜드의 토속주도 훌륭한 술이지만.
딸랑~♪
일본의 토속주.
한국에서 사케라고 불리는 니혼슈를 산다.
"와 술 짱 많아!"
"그치?"
"뭐 이렇게 많아?'
"술 파는 곳이니까."
근처의 리쿼샵에 들어간다.
취했는지 어휘력이 딸려진 소라가 신기한 듯 두리번거린다.
'우리나라에는 흔치 않긴 하지.'
그냥 술을 파는 가게다.
종류가, 가격대가 훨씬 더 높고 다양하다는 것이 특징.
"진짜 듣도 보도 못한 것들 뿐인데……."
"대충 유명한 걸로 사면 돼."
"보면 알아요?"
"알지."
하지만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은 대중성을 만족시킨 제품이다.
「쿠보타 만쥬 준마이 다이긴죠」
한국에서도 유명한 아사히 맥주에서 만드는 사케.
그중에서 최고 등급의 것이다.
"전부터 궁금했는데 준마이니 뭐니 하는 건 뭐에요?"
"등급."
"그러니까 뭐냐고."
사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쌀로만 만든 '준마이'와 그 외의 것이 들어간 '혼죠조'.
'긴조니 뭐니 하는 건 등급이고.'
긴조− 정미율 60% 이하
다이긴죠− 정미율 50% 이하
쌀의 표면을 얼마나 깎아냈는지 의미한다.
"쌀 표면에 여러가지 잡다한 물질이 많거든. 그걸 깎아낼수록 더 깔끔한 맛을 뽑아낼 수 있지."
"아……, 그래서 더 고급인 거구나."
그 외에도 많다.
멸균을 했는지, 어떤 쌀을 쓰는지 기타 등등 여러가지 분류가 있다.
'한국에도 있고.'
용어만 다를 뿐이다.
술을 만드는 법이라는 게 결국은 어느 나라나 비슷하다.
분류법도 공통점을 가진다.
복잡한 것 같지만 어려울 것은 또 없는 이야기다.
"그럼 이 술은 쌀을 50% 이상 깎은 만쥬……."
"만쥬는 그냥 네이밍을 붙인 거지. 쌀과 찐쌀로 만든 쿠보타의 프리미엄 제품."
"오~!"
양산형 브랜드이기 때문에 비싸진 않다.
3천엔 안팎으로 조금 실망할 수도 있는 가격대이지만.
꿀꺽! 꿀꺽!
맛.
특히 대중성이 보증돼있다.
사케를 처음 마셔보는 소라도 잘 마신다.
"쥐긴다."
"다행이네."
"목넘김이 좋네요. 뭔가 과일 향도 나고."
찐쌀이 들어가서 살짝 달다.
쿠보타 자체가 드라이해서 그렇게 달진 않다.
'가볍게 마시기 좋지.'
자연스럽게 병나발을 분다.
헬렐레 취한 상태로 오키나와 해변을 여행한다.
부우웅~!
작은 요트를 빌려서.
모터가 달린 위크엔더다.
당일 렌탈은 조금 비싸지만 내지 못할 것도 없다.
"요트도 운전할 줄 알아요?"
"딱히 어렵진 않아."
"나도 해보고 싶다."
"음주운전 하려고?"
기분을 내기 좋다.
야외 플레이는 할 만큼 했으니 한적한 곳에서도 둘만의 시간을 보내본다.
'궁뎅이 존나 크네 진짜.'
그것을 원하기도 했다.
보트 난간에 매달려 바다를 바라보는 소라의 뒷모습이 보인다.
발칙한 하이레그.
골반의 형태가 훤히 드러나는 그것은 아무나 입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몸매가 좋아야 한다.
야한 것을 넘어 섹시하고 육감적이어야 소화가 가능하다.
"야."
"뭐 임마."
"여기 아무도 없는 망망대해인 거 알아?"
"보면 알아."
배를 세워 놓는다.
이미 해안가에서 한참은 떠나 사람은 커녕 갈매기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좋은 여자를.'
마음대로 해버려도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는다.
그 사실을 알려주며 겁을 주려고 했는데.
"그러네."
"확 덮쳐져도 도와줄 사람 없다는 거지."
"그렇겠네."
"응?"
전혀 쫄지 않는다.
한 손에 든 술병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먼 바다만을 살펴보고 있다.
'이년이?'
본때를 보여줘야 정신을 차릴 모양이다.
입는 둥 마는 둥 한 소라의 야한 수영복.
손을 욱여넣어 살살 어루만진다.
장난이 아니라는 사실을 충분히 느꼈을 것이다.
"오빠한테 따먹히고 싶어?"
"아니."
"그러니까 까불지 말고……."
"걍 내가 따먹을래."
"응??"
이것저것 가르쳐준 몸이니까.
그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 상황도 있었다.
타악!
갑자기 밀쳐온다.
체중을 실어 넘어뜨리더니 큰 엉덩이로 하반신을 깔아뭉갠다.
요트의 갑판 위.
태양이 수직으로 쏟아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밝은 장소에 말이다.
"지금 대낮인데?"
"어차피 아무도 없잖아."
"……."
"도와줄 사람이 없네?"
0.05% 이상은 위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