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260화 (260/450)

EP.260

합법적 탈세

경매.

상품의 가격을 미리 정하지 않고, 입찰자들 중 최고가를 적은 입찰자에게 판매하는 방식.

"천 달러!"

"2천 달러!

"5천 달러!

홀에서는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마친 그런 것처럼도 보이지만.

"2만!!"

"2만 달러 낙찰 축하드립니다!"

보면 볼수록 조금 다른 생각이 든다.

술에 취한 소라도 눈치챌 만큼.

"야."

"미쳤냐?"

"내가 좀 봤거덩?"

"신났네."

0.05%라니까 아주 고주망태가 되었다.

볼이 빨개져서 헬렐레하고 돌아다닌다.

'그래도 정신머리가 조금은 박혀있나 보네.'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경매.

겉보기에는 문제가 없다.

상식선에서 행해지고 있다.

사는 사람도 있고, 파는 사람도 있는데.

"1만!"

"1만 5천!"

"2만 7천!"

"네! 2만 7천 달러 나왔습니다. 판매자분 매각 희망가인 2만 7천 달러 나왔어요. 더 부를 분 없으시겠죠~?"

위화감.

눈치를 챈 것 보면 눈썰미가 아주 없지는 않다.

"매각 희망가랑 딱 맞잖아. 저럴 수가 있엉?"

"그것만이 아니지."

"?"

"손 드는 사람을 봐봐."

아직 멀었지만.

경매장에 온 것이 처음일 테니 익숙지 않을 만하다.

'경쟁자부터 살피는 게 보통이거든.'

경매는 가격이 딱 정해져 있지 않다.

운이 좋으면 시가보다 훨씬 싸게 살 수도 있다.

그 운.

컨트롤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경쟁자가 될 만한 참가자를 미리 찾는 것이다.

"3만!"

"5만!"

"10만!"

"10만 달러 나왔습니다! 매각 희망가인 10만 달러 나왔어요. 더 부를 분 없으시겠죠~?"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 정말 돈이 많은 사람은 소수이니 말이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상식인데.

'그런 분위기가 없지.'

경매장 특유의 신경전을 찾아볼 수 없다.

서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쿨하게 포기한다.

아니, 애시당초 손을 들지 않는다.

최소 100명은 넘게 모여있는 이 경매장에서.

"손을 드는 사람이 다섯 명도 안되는데요?'

"그래."

"똑같은 사람이 계속 드는뎅……. 딸꾹!"

조금은 정신이 번쩍 든 모양이다.

이곳 유람선이 회원제로 운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뒷세계.'

돈이 많은 사람들은 때로는 떳떳하지 않은 일이 필요할 때가 있다.

"네, 다음 경매품은……."

마침 나의 차례가 온다.

턱시도를 입은 사회자가 내가 있는 방향을 슬쩍 바라본다.

"1만 달러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매각 희망가 5만 달러를 부르신 물건입니다!"

"1만 달러!"

"2만 달러!"

그리고 쇼가 시작된다.

소라가 지적한 몇몇 참가자가 호가를 점점 올려나간다

마치 일반적인 경매처럼 보인다.

그들이 바람잡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알지.'

일반적인 경매처럼 보이기 위함.

소라는 아직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

"아!"

"빨리 손 들어."

"아프잖아요 진짜. 뭘요?"

가슴을 꽉 주물러 깨워준다.

탱탱해서 가지고 노는 보람이 넘친다.

'인수인계 해야 할 거 아니야.'

지금 경매가 되고 있는 물건.

내가 10억 원을 주고 구입한 것이다.

그것을 단돈 5만 달러에 판다.

약 95%의 할인가로 싸게 넘긴다.

"???"

"뭐 하냐고."

"아, 진짜 아프다고 했지! 5만 달러!"

젖꼭지를 꼬집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다.

매각 희망가에 해당하는 금액이 불러진다.

'그런 시스템이야.'

이와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경매가 끝난 후에 낙찰 받은 물건을 찾으러 간다.

"윤소라, 윤소라씨 맞으시나요?"

"아, Yes……."

"낙찰 축하드립니다! 물건 받으시죠!"

다국적 선박이다.

직원들도 외국인.

당황한 소라가 어버버하며 천으로 감싸진 액자를 받아든다.

'조심히 다뤄야지.'

무려 10억 원의 가치를 가지는 그림이다.

결과적으로 5천만 원이라는 헐값에 사긴 했지만.

"이게 무슨 일이에요?"

"술이 좀 깼나 보네"

"그야 깨지. 그렇게 주물러 대는데."

나머지 가격은 가슴으로 지불했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훌륭한 젖탱이다.

'라는 건 농담이고.'

얼핏 의미 없어 보인다.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냐?

굳이 비유를 하자면 돈세탁에 가깝다.

"돈세탁?!"

"뭔지 몰라?"

"아니, 그거…… 나쁜 짓이잖아."

"대놓고 반말하는구나."

혹은 탈세.

확실히 좋은 짓은 아니다.

어떻게 변명할 여지도 없다.

'그냥 이런 일도 있다는 걸 가르쳐주기 위함이지.'

돈은 버는 것도 힘들지만, 지키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특히 세금이 까다롭다.

펄럭!

액자를 덮고 있던 천을 거둔다.

국내 생존 작가의 추상미술 작품이다.

"그러니까 이게 뭐 어떻다는 거에요?"

"생존 작가잖아."

"?"

"세법을 모르는구나."

현대 미술.

비트코인처럼 별 의미가 없다.

대체 왜 가격이 매겨진 건지 아무도 설명하지 못한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

현대 미술은 존재 가치가 있다.

탈세를 하기 최적화돼있기 때문이다.

"???"

"생존 작가의 작품은 팔아도 양도세를 안 내도 되거든."

"그런 게 있어요?"

"그래."

미술 산업 증진을 위한 제도일 테다.

하지만 그것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를 노린 시장도 형성되어있다.

'미술이라는 게 그렇잖아.'

예술을 알아보는 사람의 눈에는 천문학적인 가치를 가진다.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그냥 낙서나 다름없다.

현대 미술은 더 그런 감이 있다.

그 작가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못 알아본다면.

"훨씬 싼 가격에 거래돼도 이상할 건 없다는 거지."

"아."

"이제야 좀 알겠어?"

그러기 위한 공간이다.

미술품 경매라는 시스템을 빌려 자신의 돈을 타인에게 양도하기 위함.

낙찰 받은 미술품은 다시 되팔 수 있다.

양도세가 0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돈 많은 사람들 입장에서.'

세금을 내는 것이 싫다.

어디 한두 푼 떼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10억 이상은 20%.

30억 초과는 50%에 달하는 살인적인 세금이 부과된다.

"그, 그렇게나 많아요?"

"그래. 내가 너한테 준 10억짜리 수표도 사실은 그렇게 되어야 할 운명이지."

The destiny.

부자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부자의 삶도 그렇게 여유가 넘치는 것만은 아니다.

'까놓고 말해서.'

자신이 피땀 흘려 번 돈을 몇십 %씩 떼가는데 억울해 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한국은 더럽게 높다.

OECD에서 일본에 이어 2위.

50%라는 금액은 세계적으로 봐도 말이 안되는 수준이다.

"글자 그대로 재산이 반토막이 나는 거지."

"미친."

"그래, 욕이 절로 나오지?"

돈 많으면 세금 많이 내도 되지 않냐?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해도 될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부자한테 과도하게 세금을 거두려고 하면.'

부자들이 도망을 간다.

기타 여러가지 방법으로 탈세를 할 수 있다.

머리를 굴리려면 얼마든지 굴릴 능력이 되는 이들.

무시해서는 안된다.

"탈세자의 변명 아니에요?"

"뭐, 그런 관점도 있다는 거지."

미술품도 그중 하나.

비트코인과 달리 쓸만한 구석이 하나쯤은 있는 물품이다.

'예술 업계 사람들은 뒷목 잡고 쓰러질 수도 있지만.'

주요 소비층의 목적이 그러하다.

부자들 중 정말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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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발신]

씨티뱅크 1,000,000,000원 정상 입금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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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라에게 건네준 10억.

정상적인 방법이라면 2억+α가 세금으로 나간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가 복잡하다.

큰 돈이 움직이면 국세청에서 매우 귀찮게 군다.

"이렇게 예술품을 활용하면 세금도 줄이고, 국세청의 관심도 줄일 수 있다는 거지."

"에엑."

"현대 미술이 존재하는 이유야."

"알아서는 안될 걸 알아버린 기분이네요."

VVIP가 되면 더 줄일 수도 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탈세도 하나의 학문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복잡한 거거든.'

사실은 없어도 되는 직업.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사라져야 할 회계사가 각광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세금도 아끼고."

"음."

"흥미로운 여행이 될 것 같아요."

투자자라면 앞면만이 아니라 뒷면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대상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지.'

대체 왜 가격이 오르지?

의문만 가져서는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소라도 투자자의 사고방식이 몸에 익었다.

조금은 어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근데요."

"응?"

"정말로 여행 온 목적이 이거 하나에요?"

몸도 마음도 말이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올라가서 그런지 적극적인 행동을 해온다.

배시시 짓는 눈웃음.

팔짱을 끼며 큰 가슴으로 꾹 하고 조여오기까지 한다.

'핀 스코르데루씨의 이론은 이런 게 아니긴 할 텐데.'

술은 확실히 기분을 하이하게 해준다.

보다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끼룩! 끼룩!

오키나와.

일본의 여행지에 도착한다.

배를 타고 오면 갈매기를 볼 수 있어서 참 좋다.

"저 배는 한국과 오키나와를 오가는 거에요?"

"아니, 전세계."

"오옹."

"탈세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세계 어느 나라든 있으니까."

단기 여행.

먼 곳에 갈 시간적 여건이 안된다.

그렇다고 너무 가까우면.

'한국을 떠난 보람이 없지.'

그런 의미에서 적절하다.

허구헌날 가는 일본이면서 일본도 아닌 오키나와는 말이다.

길거리에 야자수가 흔하게 널려있다.

이국적인 풍경은 가슴을 들뜨게 만든다.

"자, 자 재팬투어 오신 분들 이쪽으로 줄 좀 서주세요. 줄 좀!"

"네~!"

"가이드 양반 왤케 서둘러~."

일탈을 하기 적절한 장소.

한 가지 사소한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키나와에도 한국인들이 많이 오지.'

자신을 알아볼지도 모른다.

배에서 내린 후로 그 점을 몹시 신경 쓰고 있다.

모자를 푹 눌러 썼다.

드림걸즈의 파급력을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지만.

"당당하게 다니라니까?"

"선배는 TV에 안 나와봐서 몰라요."

"그래 가지고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겠어?"

"윽."

소라가 한꺼풀 벗을 수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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