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258화 (258/450)

EP.258

딴따라

기업 탐방.

'이게 기업 탐방이냐 씨발놈아.'

소라가 선망하던 일이다.

기회만 된다면 꼭 다니고 싶었다.

"다들 수고 많았어요."

""네~!""

"데뷔조에 속한 연습생들도, 속하지 못한 연습생들도 이번 방송이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되었길 바래요."

한동안은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정말 치를 떨 만큼 해버렸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드림걸즈의 참가자들.

강당에 모여 뒤풀이를 하고 있다.

데뷔조를 제외한 나머지는 탈락이다.

방송에도 나올 일이 없다.

"연습생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정진한다면 데뷔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반드시 기회가 또 올 테니 너무 아쉽게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스파르타식으로 훈육했던 윤지성 트레이너.

그것도 애정을 가졌기에 할 수 있는 일이다.

진심이었다는 걸 방증하듯 마지막까지 열과 성을 아끼지 않는다.

몇몇 연습생은 눈물까지 흘린다.

"흑흑."

"힘들어도 선생님 생각하면서 버틸게요."

"윤쌤 사랑해요!"

'나도 눈물 흘리는 척해야 하나……?'

고민이 들 정도.

사실은 이 지긋지긋한 생활이 끝나서 속이 시원할 정도인데.

"윤소라 연습생!"

"네! 네?"

"프로그램이 끝났다고 해서 긴장 놓지 말고, 어느 기획사와 계약을 하든 열심히 하길 바래요. 기대하고 있으니까."

"……."

윤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이제 좀 풀리려던 긴장을 다시 불어넣는다.

"또 쟤야."

"나도 윤쌤이랑 대화하고 싶은데."

"가슴만 뒤지게 커가지고."

다른 연습생들 또한.

장민서를 제외하고도 자신에게 적의를 가진 애들은 있다.

굴러 들어온 돌 취급 받는다.

소속사가 있는 그들과 달리 자신은 생일반인이니까.

'연예계가 그렇게 겉과 속이 다르다고 하더니.'

소문으로는 들어봤다.

방송에 나오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고.

친해 보이는 것은 연기다.

사실은 서로 죽일 듯이 미워한다.

일부 팬들의 이간질일 것이다.

인터넷상의 루머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너처럼 수술했으면 투표 순위 높게 나올 수 있었거든?"

"자연산인데."

"그렇게 가슴이 커질 리가 없잖아. 무슨 젖소도 아니고!"

""맞아, 맞아!""

그 당사자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방송에서는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씨발년들이 진짜!'

마음 같아서는 귀싸대기를 날려주고 싶다.

속으로 몇 번이나 상상을 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행동해서는 안된다.

그것을 이용하려 들지도 모른다.

'더 이상 만날 일도 없고.'

가장 중요한 부분.

어찌 된 영문인지 최종 투표의 결과가 안 좋았다.

13위에 머물게 된 것이다.

트레이너 쌤들도 데뷔조에 들면 더 열심히 하라며 언질을 주었다.

커뮤니티 반응도 슬쩍 봤더니 쎄했다.

꿀꺽!

이러다 정말 데뷔하게 될지도.

싫으면서도 싫지 않은 묘한 기분 때문에 요 며칠 붕 떠있었다.

차라리 탈락을 해서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것저것 고민할 필요 없이 좋은 기억으로 간직할 수 있다.

위이잉~!

나쁜 일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확인하고 싶지 않았지만, 핸드폰이 하도 울려 대서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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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새 2주 전 乃 1만

여기가 그 유명한 윤소라 연습생의 유튜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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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박 2주 전 乃 7.8천

오성중공업 말고 아이돌 해주세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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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치 2주 전 乃 5.9천

와 진짜 한국대생이었네 눈나 나 주거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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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토시아 1주 전 乃 3.2천

주식의 주도 모르는데 똑똑하다는 게 느껴짐

이래서 춤도 노래도 잘 배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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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양반 1주 전 乃 981

누나 범생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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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줘요 1주 전 乃 705

여기서도 뒤지게 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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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의 댓글.

영상을 올린지 한참 되었음에도 갑자기 수백 개가 달린 것이다.

'어떻게든 찾아내게 돼있구나.'

내심 각오하고 있었던 부분이다.

방송에 계속 나가다 보면 알려질 수 있다.

다행히 좋은 방향.

나쁜 댓글들도, 놀리는 말들도 없어 한시름 놓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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ろんりあ 1주 전 乃 5.5천

13位ですか?私の心の中では1位で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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漫画漫画 1주 전 乃 3.1천

日本のファンです。ソラさん愛してます。 また会いたいで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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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i Yui 1주 전 乃 892

本当にとてつもなく大きいで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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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팬분들도 계시고.'

자세히 보니 일본어로 쓰인 댓글도 있다.

일본에서도 방송을 보고 있던 것이다.

복잡한 기분.

아이돌을 할 마음이 1도 없는 소라로서는 순수하게 기뻐해도 될지 모르겠다.

『Sora의 경제탐구』 구독자 28.92만명

「오성중공업 유상증자……, 숨겨진 이유를 알아보자!」− 조회수 320만회 · 3주 전

그래도 될 부분도 있었다.

유튜브의 구독자가 놀라울 정도로 늘어났다.

'와…….'

1만도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릿수가 바뀌고, 앞 글자가 또 바뀌었다.

조회수는 믿을 수가 없을 지경.

방송에 출연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실감된다.

정말 골치 아프다고만 생각했다.

방송에 나왔던 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끼익−!

물론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소라는 자신의 차를 타고 자취방에 돌아온다.

오랜만에 오게 된 장소.

맨날 보고 또 본 풍경임에도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그래, 학생은 공부를 해야지.'

미쳐 가지고 춤에 빠져 살았다.

가창력은 대체 왜 키운 건지 모르겠다.

그런 비일상도 이제 끝이다.

다시 평소처럼 학업과 주식에 몰두할 수 있다.

─도박사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컴퓨터 본체의 전원을 켠다.

그리고 HTS에 접속한다.

장이 열리지 않은 시간.

그럼에도 가슴이 두근댄다.

'아, 화면만 봐도 기분이 좋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여기다.

생각이 아닌 본능으로 느끼고 있다.

〔한국 주식 갤러리〕

─슴가좌 유명해진 거 마음에 안 듦 ㅡㅡ

─소라가 존나 예쁜 거 맞잖아 ㅋㅋㅋㅋㅋㅋㅋ

─소라가 진짜 주식존예여신이네

─나 솔직히 소라 유튜브 자주 봤는데

커뮤니티도 말이다.

남 눈치 보면서 바른 말 고운 말만 쓰는 생활은 정말 답답했다.

'시장 안 본지 너무 오래됐어. 도박 하고 싶어서 미쳐버릴 것 같아.'

마음을 툭 터놓고 싶다.

그런 자신을 이해해주는 공간.

─슴가좌 유명해진 거 마음에 안 듦 ㅡㅡ

[드림걸즈 소라 사진.jpg]

나만의 작은 소라였는데……

└나작소충이 또

└그래서 탈락했잖아 ㅋㅋ

└인기 보면 어디 기획사에서 100% 물어갈 듯

└주붕아……

주식 커뮤니티도 떠들썩하다.

유튜브가 알려졌으니 이상할 것도 없다.

'짜식. 해주면 될 거 아니야.'

그것이 싫지만은 않다.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좋아해주는 것이 말이다.

드림걸즈의 팬들.

그분들도 소중하지만 아무래도 자신은 아이돌이 아닌 투자자다.

─소라가 존나 예쁜 거 맞잖아 ㅋㅋㅋㅋㅋㅋㅋ

아이돌 연습생들도 씹어 먹네

여캠 빨던 병신들 ㅇㄷ?

└아 걔가 예뻤으면 드림걸즈를 나왔겠지~

└앵지단 버로우한지 오래임

└주식 하긴 아까운 인재

└ㅈㅌㅇ 크기부터가 넘사벽잖아

투자자로서 인정을 받는 게 더 기분이 좋다.

소라는 반응을 보면서 미소 짓는다.

'초성어 안 써도 되는데.'

이런 천박한 느낌이 그리웠다.

적어도 겉과 속이 다른 것보다는 낫다.

카메라 앞에서는 미소.

카메라가 꺼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돌변하던 년들보다.

─소라가 진짜 주식존예여신이네

얼굴 예쁘지

주식 잘하지

그 여캠처럼 성별 팔아서 돈 버는 것도 아니지 ㅋㅋ

└진짜 현실판 주식존예여신 ㅋㅋㅋㅋㅋㅋㅋㅋ

└주식충들의 이상형……

└심지어 한국대임

└그 컨셉충 뜨끔하겠누

솔직한 것이 자신의 취향이다.

언제부턴가 그렇게 되었던 것 같다.

'내가 뜨끔을 왜 해?'

고지식했다.

과거의 자신은 E컵 브래지어를 입은 것처럼 타이트하게 살았다.

지금의 자신은 답답해서 못할 것이다.

더 기분 좋은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나 솔직히 소라 유튜브 자주 봤는데

주식 분석 잘해서 봤음

소신도 확실하고 근거도 뚜렷해서

니들처럼 성희롱하려고 본 거 아님

└슴가 안 봤다고 꽈추 걸 수 있음?

글쓴이− 꽈추는 못 걸지 ㅋ

└니 따위가 보면 뭐해? 드림걸즈 보고 온 구독자가 30만 명인데

└응 옷 벗고 춤 추면 더 잘 벌려 ㅋㅋ

'그래, 더 빨아봐.'

본능적인 쾌락.

외모로 자신을 평가하는 건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능력과 합쳐지니 다르다.

칭찬을 받는 것이 기분이 좋다.

─소라가 은근 주식 실력도 쩌는 게

오성중공업도 오성중공업이지만

다른 영상들 내용도 꽤 쏠쏠함

개잡주 분석도 ㅆㅅㅌㅊ

└뭘 좀 아네

└ㅇㅇ 주갤럼들처럼 단타도 친다더라

└대북주, 둘마트 저거 다 주갤에서 핫했던 픽 아닌가?

└그런 인재가 아이돌로……

커뮤니티의 글을 보기만 해도 말이다.

몸이 뜨겁게 달아오를 정도다.

'그래, 그래 더 띄워봐. 하악…….'

마침 떡밥.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다.

새로고침만 해도 새로운 글이 뜬다.

유명해졌다는 사실이 실감이 난다.

유튜브도, 커뮤니티도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소라가 주식존예여신 맞는 거 같은데?

[소라 유튜브 영상.jpg]

[주식존예여신 질문글.jpg]

영상이랑 글 올라온 시기랑 픽도 비슷하고

브이로그에서 나온 책상도 점심 인증 짤이랑 재질 같음

└이왜진?

└아니 책상은 빼박인 거 아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갤존예여신이 소라좌라고??

└요즘 그년 안 보이더니 설마……

'응?'

사소한 부작용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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