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52
세력 대 세력
찌라시.
아무 주식에서나 통하는 것은 아니다.
'기관 입장에서.'
굳이 그 주식을 매수할 이유가 없다.
한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인 것이다.
관심이 식었을 때.
이득이라는 계산을 마치고 천천히 매집해도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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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M엔터테인먼트』
37,450원 ▲1,850원 (+5.04%)
[장 시작하자마자 떡상하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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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시간이 없다.
오전 9시 00분이 땡 치자마자 눈치 게임이 시작한다.
"오 5% 갭상승!"
"팔까요?"
"아니."
전날에 기사가 떴기 때문이다.
장민서가 3M과의 계약을 희망한다는 내용이.
'아무래도 장안의 화제라.'
본래라면 쉬운 일이 아니다.
기사와 접촉하는 것도, 원하는 기사를 쓰게 하는 것도.
친분이 있는 언론사 따위 있을 리가 없다.
아직 그 정도의 입지를 확보하진 못했다.
팩트뉴스− 「드림걸즈 '장민서' 3M과 계약 루머. 3M曰 "확정된 사항 없다"」
동아리원의 인맥.
언론정보학과인 지수가 졸업생을 수소문해 연예부 기자를 찾아냈다.
"이것도 인센티브 있는 거에요?"
"잘 풀리면."
"아싸!"
한국대이다 보니 가능했다.
잘 나가는 언론사 선배가 있었던 것이다.
'뭐, 기레기에게 푼돈이라도 쥐어주고 쓰게 하려고 했지만.'
이름이 있는 언론이 효과가 좋다.
기사의 신뢰성 면에서 훨씬 믿음이 간다.
딱히 양심에 찔리는 일도 아니다.
드림걸즈는 현재 연예계의 탑이슈.
돈을 주고라도 얻고 싶은 정보다.
그것을 무료로 전해줬으니 오히려 감사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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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욱님의 계좌』
매수금액│7,100,006,974원
평가손익│+510,490,501원
평가수익률│+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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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받았지만.
해당 기사를 재료로 3M의 주가는 폭등하고 있다.
벌써 5억이 넘어가는 차익을 보았고.
"와, 계속 오른다."
"슬슬 많이 오른 거 같은데……."
"이제 팔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기다려 봐."
그것을 극대화할 방법도 알고 있다.
소위 말하는 타점 말이다.
'이렇게 52주 신고가를 찍었던 주식은.'
공매도가 쌓여있다.
주가가 너무 높다고 판단한 기관들의 먹잇감으로 노려진다.
그런 상황에서 폭등.
거품이 진짜가 되게 생겼으니 기관들로서는 애가 탄다.
─기관님이 학살 중입니다!
더블 킬!
기관님이 중국 기관님의 기관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
어떻게든 물량을 받아 먹어야 한다.
자전 거래를 하면서 매도를 유도하고 있을 것이다.
'매도 물량 올려놓는 순간 바로 잡아먹을 걸?'
내가 팔면 오르네!
그런 상황이 일어나는 이유다.
지금 팔면 기관들만 좋아하게 된다.
즉, 기관이 질색할 만한 상황을 기다려야 한다.
게임체인저의 등장이 머지않았다.
─종필모건이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하이에나들.
이렇게 변동성이 커질 만한 주식에는 차익을 노리고 달려든 놈들이 생긴다.
'기관 잡아먹는 기관 말이야.'
기관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
개미들이 못하는 과감한 짓을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
"와! 와!"
"외국인이 엄청 사고 있어."
"파, 팔아요? 팔아?"
"기다리라고."
그것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한다.
프로그램을 이용해 계산을 한 다음 들어온다.
─외국인이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기관이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너 쌓여있잖아?
외국인이 주식을 사자 공매도를 쳤던 기관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다.
추격 매수를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주가의 폭등으로 이어진다.
〔한국 주식 갤러리〕
─숏커버 드가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VI 무적권 찍는다
─아 시발 나 팔았다고!!
─3M 상 친다 시발럼들앜ㅋㅋㅋㅋㅋㅋ
.
.
.
개미들도 냄새를 맡는다.
주가가 폭등하는 이유를 눈치채고 붙게 된다.
─숏커버 드가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M 손절한 흑우 없제잉?
└지금 오르는 게 숏커번가?
└공매도 회수하나 보네
└다시 살까……
└외국인도 사는데 개미만 파는 중 엌ㅋㅋㅋㅋㅋㅋㅋ
재매수 또한.
그동안 물려있던 개미들은 반등을 보고 전부 팔았다.
갑자기 반등을 하자 아쉬움이 치솟는다.
재매수의 계기가 되기 충분하다.
'이런 상황을 계산하고 들어오는 거지.'
외국 기관의 단타 방식이다.
매동과 매수세를 파악해 예상 수익을 산출한다.
현대의 주식은 이것이 베이스다.
온갖 최첨단 프로그램이 사용되지만.
"3, 2, 1 땡 하면 파는 거야."
"아 팔았잖아요."
"팔지 말라고."
결국 그것을 하는 것도 인간이다.
대충 어떤 값을 설정했는지 짐작이 간다.
'52주 신고가를 노리겠지.'
주가를 올리는 것이 어렵지 않다.
상단에 쌓인 매물이 적기 때문이다.
기관의 공매도.
개미들의 탐욕.
차트상으로 유의미한 변곡점을 만든다.
즉, 향후의 주가를 계산하기 어렵다.
이 판을 벌려버린 외국인을 제외하고.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그러한 심산.
예상의 예상을 하는 것이 나의 투자 철학이다.
52주 신고가 직전에 매도 주문을 넣는다.
동아리실 여기저기서 소리가 들려온다.
'나의 계좌를 여러 증권사로 나눠서.'
한 번에 매도하고 있다.
전용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동아리원들이 하게 되었다.
─외국인님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뭉텅이로 던지면 눈치챈다.
여러 계좌에 조금씩 나누어 시간 차로 던지기 때문에.
'싸움이 일어나지.'
사람의 눈으로는 파악할 수 없다.
프로그램이 바로바로 호가를 받쳐준다.
소위 말하는 지지선과 저항선.
억지로라도 52주 신고가를 찍고 싶었겠지만.
─어? 3M 와 이러누
─돔 황 챠!
─신고가 뚫기 실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3M 처물린 흑우 없제잉?
.
.
.
예상을 상회하는 물량이 쏟아진다.
프로그램의 빠른 반응이 도리어 독이 되었다.
'종필아 성과급 반납하자.'
개미는 털었다.
기관은 불안하다.
그러니까 작정하고 단타를 치러 왔을 것이다.
개미도, 기관도 아닌 제3의 집단.
71억이나 되는 물량을 저점 매수해뒀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겠지.
─외국인님이 학살 중입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쿼드라 킬!
뒤늦게 판단을 바꾼다.
신고가 진입에 실패하자 바로 물량을 처분하기 시작한다.
한동안 치고 박고 싸울 것이다.
자신이 물린 평단에서 탈출하기 위해.
"외국인 물량 다 빼고 있어!"
"우리가 먼저 팔았네."
"쟤네 개물렸어."
"외국인도 물리는 일이 있구나……."
주식 시장은 원래 그러한 곳이다.
승자와 패자로 나뉘어지게 되어있다.
'외국인이라고 절대 무적인 게 아니지.'
조그마한 한국 시장에서 기세등등할 뿐.
월가에서는 짐승 한 마리에 불과하다.
나의 일용할 양식 말이다.
첫 사냥 치고는 그럭저럭 성과를 보게 되었다.
"와!"
"와아!"
"나 1억 벌었어."
"난 1.1억."
"내가 가장 평단 높게 판 거 같은데?"
동아리원들도 말이다.
전략은 내가 짜줬다고 해도 매도 타이밍은 각자의 실력이다.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면 그 부분이지.'
평균을 초과했다면 인정을 해줄 만하다.
물론 동아리까지 움직이는 진짜 이유는.
"요즘 장민서 깝친다고 난리네."
"설레발 떤다고 난리도 아니야."
"이번 3M 계약으로 안티 생긴 거 같은데……."
트렌드.
구글 트렌드를 통해 간단하게 보는 방법도 있지만, 엔터 산업은 코어 팬층의 영향력이 강한 편이다.
'그거잖아 그거.'
Young한데? 완전 MZ인데요?
나이 조금만 처먹어도 이해하기가 힘든 분야다.
20대 초반인 애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드림걸즈의 최근 동향을 파악한다.
<씨발.>
"보자마자 욕질이야?"
<니가 여기 있어봐라.>
소라도 말이다.
그토록 좋아하던 기업 탐방을 시켜준 것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정말 제멋대로라니까.'
가장 고생을 해주는 것도 사실이다.
현장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해주고 있다.
<4화 찍었는데.>
"근데?"
<니 대가리도 찍고 싶더라.>
"이번에 많이 벌면 찍게 해줄게."
방송은 바로 방영되는 것이 아니다.
촬영에도 시간이 걸리고, 편집도 하루이틀로 끝나지 않는다.
'장민서 코인이 떡락을 했나 보네.'
아직 프로그램 초기.
순위는 얼마든지 역변할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다크호스가 나올 수 있다.
<3대 기획사 참가자들이 왔는데 수준 차이가 많이 나서…….>
"진짜?"
"어떡해 나 스포 당했어."
"약국, JPG, 3M은 격이 다르긴 한가 보다."
소라는 일반 참가자 전형이다.
연습생이나 지망생도 있지만, 기본 취지는 재능 있는 일반인을 발굴하기 위함이다.
'인문고 1등들이 막 잘난 척하고 있는데.'
과고, 경기고, 민사고 애들이 들어온 셈이다.
지금까지 하던 것들이 소꿉장난으로 느껴진다.
드림걸즈는 본격적인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기회는 공평할지언정 결과까지 그렇진 않다.
"일반 참가자는 그냥 깔아주는 용이었나 보네."
"수현이도 짐 쌀 각 본다고 하더니."
"소라 코인도 상폐각이구나."
예정이 돼있는 일이었다.
초반의 임팩트 때문에 시청자들이 잊고 있었을 뿐.
'상폐녀 되기 전에 빨리 처분해야겠네.'
3M이든 JPG든 팔 수 있는 곳에 빨리 팔고 싶다.
나의 계좌와 동아리원들을 위해 희생을 해줘야 쓰겄다.
<나도 팔려고?>
"그래, 니가 뭐 때문에 거기 있는데."
<인신매매 하냐 씨발.>
"값 잘 쳐줄게."
어차피 가라로 하는 것이다.
적당히 찌라시 뿌리고, 기대감이 무르익었을 때 물량을 처분한다.
'원래 K−주식은 K−주식스럽게 하는 거지.'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인정하는 한국에서 주식하는 방법이다.
소라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나는 좀 더 갈 거 같아서.>
"니가?"
<몰라……. 분위기가 좀 그래.>
"니 따위가?"
<뻐큐.>
아니,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소라 코인을 조금 더 존버해도 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