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51
세력 대 세력
기관의 투자.
그것을 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본격적인 투자를 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
자금도, 인력도 단위 수가 다르다.
무엇보다 정보력에서 차이가 난다.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매매 동향.
마이크로 단위로 움직이는 밑장 빼기.
개인은 도저히 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흉내 정도는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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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gle 트렌드』
검색어: 드림걸즈
시간 흐름에 따른 관심도 변화
[대충 떡상하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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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의 매매 방식을 알고 있다면.
구글 트렌드는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지표다.
"이런 걸로요?"
"그냥 검색하면 나오는 건데……."
"맞아!"
"무성의한 듯."
"그렇지도 않아."
"?"
실제 기관들도 참고하는 데이터다.
아니, 그렇게 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지난 대선에서.'
한국 말고 미국 대선.
세간의 예상을 540도쯤 뒤엎는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한국신문− 「"클린턴 승리" 외칠 때…구글 트렌드·AI는 트럼프 당선 알았다」
팩트뉴스− 「구글은 이미 알고 있었다? 트럼프 당선, 빅데이터로 보니」
트럼프가 당선된 것이다.
뉴스에서도, 여론 조사도 전부 클린턴의 승리를 예상했는데.
"구글 트렌드 하나만 빼놓고 말이지."
""오오!""
"생각보다 신뢰도가 높네?"
"하긴 요즘 구글 안 쓰는 사람은 없으니까."
빅 데이터의 가치가 인정 받게 되었다.
투자에 접목하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비주류 분야니까 가능한 거지.'
조단위의 돈이 오가는 섹터.
반도체나 원자재 등은 보다 세밀하고 전문적인 방법을 쓴다.
하지만 엔터주는 금액이 작다.
기관에서 기를 쓰고 매달릴 만큼 중요도가 높지 않다.
한국신문− 「주가 탄력 받은 엔터株…호재 '만발'」
팩트뉴스− 「엔터주, 이제 즐거움 넘어 투자 대상 '얼마나 펄펄 날까'」
데일리뉴스− 「3M·JPG·약국, K팝 시장 성장과 호실적에 연일 52주 신고가」
기껏해야 빅 데이터와 거래 대금.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는 순간을 파악하는 정도다.
'그리고 찌라시 뉴스 좀 띄우면서.'
개미들에게 물량을 넘긴다.
지난 1년간 열심히 매집하며 거품을 키워왔을 것이다.
"지금 들어가는 거 맞아요?"
"차트상으로 너무 고점인데……."
"설거지 당할 확률 100%."
동아리원들이 불안해 할 만도 하다.
한국 주식 시장에서 1년에 열댓 번은 더 볼 수 있는 패턴이다.
'공매도까지 쌓으니까.'
저점을 예상하는 게 불가능하다.
바닥 밑에 지하실 있는 게 어떤 경우인지 체험할 수 있다.
개인들이 공매도에 PTSD를 가지는 이유.
하지만 여기에는 세부적인 과정이 있다.
"기관이 어떤 식으로 공매도를 치는지 알아?"
"그야 떨어질 거라고 예상하니까."
"마구 팔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 과감하게 투자하는 기관은 거의 없어."
개미의 입장에서 기관은 신적인 존재다.
아무리 호재가 있어도 내리고 싶으면 내린다.
'지들 마음대로 말이지.'
수천, 수만 주씩 팍팍 던지는데 개미 몇백 마리 들러붙는다고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주가를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
그러한 행위.
엄청나게 리스크가 높다.
예상치 못한 변수로 주가가 반대로 움직이기라도 한다면?
"그야 뭐 손해를 보겠죠."
"원래 투자는 그런 거 아니에요?"
"그건 투자자들의 사고방식이고."
""?""
기관 투자자는 기관에 고용된 트레이더들이다.
혹은 기타 투자 전문가들.
'사실상 직장인이나 다름없어서.'
다름없는 게 아니라 진짜 직장인이다.
월급을 받고 기관의 돈을 대신 움직인다.
"하루하루 살아남는 게 목표인 사람들이야."
"그래요?"
"많이 벌면 인센티브 받는다고 들었는데……."
"한국은 트레이더에겐 해당되지 않지."
물론 인센티브도 있다.
투자로 큰 수익을 보면 그에 비례한 성과급이 지급된다.
'그런 건 보통 월가쪽 이야기고.'
자살하면 그만이야~!
목숨 걸고 투자하는 트레이더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 살아남은 소수가 책, TV, 유튜브 등을 통해 접하는 성공한 월가인이다.
그렇게 능력 있는 사람들조차.
─기관님이 학살 중입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함부로 하지 못하는 것이 공매도다.
손실이 무한대라고 겁주는 것은 과장이라고 볼 이야기만은 아니다.
"한국 공매도는 특수한 거 아니에요?"
"무차입, 무기한 공매도잖아!"
"그렇지."
"리스크가 낮을 거 같은데."
"그조차 못하는 거야."
한국 기관들은 대단히 소극적이다.
아주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투자를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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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M엔터테인먼트』
35,650원 ▼5,250원 (−12.29%)
[최근 1주일간 떡락하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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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엔터테인먼트』
35,200원 ▼1,900원 (−5.13%)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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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에서도 그 성향이 나타난다.
한 주식에 공매도를 치면, 같은 섹터의 다른 주식은 매입한다.
"아, 그래서!"
"3M은 떡락하는데 약국은 선방하고 있는 거구나."
"너무 귀찮은 방식 아니에요?"
"그게 더 안전하니까."
헷지(hedge)를 해두는 것이다.
기대 수익률을 낮추는 대신 안전성을 확보한다.
'개씨발 쫄보가 따로 없지.'
그러한 한국 기관의 투자 방식.
알고 있다면 역으로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내가 하려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민서가 그렇게 싸가지 없어?"
"와 대박이다 방송에서는 그렇게 안 보였는데."
"나 팬될 뻔했잖아."
"소라는 왕따고?"
<야.>
내부 정보.
드림걸즈의 당당한 일원이 된 소라가 현지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 맛에 내부자 거래 하는 거지.'
드림걸즈는 흥행하고 있다.
그 기대감은 분명히 주가에 선반영돼 있지만.
<지들끼리 노는데 뭐 어떡해요. 내가 연습생 출신도 아니고.>
"에휴, 궁둥이는 존나게 크면서."
<그 말이 왜 나와!>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참가자들이 차후 소속사를 고르게 되기 때문이다.
'철저한 승자 독식 구조라.'
드림걸즈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방송이 진행될수록 승자와 패자가 나뉜다.
기획사들도 말이다.
계약에 성공한 곳과 그렇기 못한 곳은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아무튼 3M에 들어가고 싶다는 말을 들었어요. 자기 꿈이 원래부터 3M이었대나.>
"근데 왕따 말을 어떻게 믿어?"
<씨발놈아.>
그것을 미리 알 수 있다.
소속사를 정하는 건 결국 본인 마음이기 때문에.
'찌라시가 나올 수 있는 거지.'
'장민서'는 일반 참가자 중 가장 주목 받고 있다.
심사위원들의 평도, 커뮤니티의 반응도 좋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
그녀와 계약하는 기획사는 그 수혜를 볼 것이다.
"근데 너는?"
<할 것 같냐.>
"니가 적극적으로 루머를 만들어야 우리가 수혜를 보지."
"맞아! 맞아!"
"소라야, 눈 딱 감고 한 번만 하자."
<내 인생으로 도박하지 마라.>
그 정보가 얼마나 가치를 가지는지.
일반인인 참가자들은 멋모르고 떠들고 있다.
최근 인터넷상에서 떠들썩한 미래의 슈퍼스타도 말이다.
본인은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여하튼.'
써먹을 수 있는 정보다.
* * *
유성투자증권.
이태학 부장은 최근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사안이 있다.
'잘 처분만 하면 되는데.'
지난 1년간 성공적으로 매입했다.
세간의 관심이 몰린 지금이 매도 적기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그것이 쉽지만은 않을 뿐.
너무 대놓고 팔면 개미들이 냄새를 맡을 수 있다.
"10% 가량 처분했습니다!"
"지금 이 속도면 다음 달 말까지 전부 매도가 완료될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위아래로 흔들면서 천천히 녹인다.
공매도와 병행을 하면 그것이 가능한데.
'롱숏을 어디에 할까가 문제지.'
롱숏전략이라고 부른다.
같은 섹터 안에서 한 주식을 사고, 다른 주식은 파는 것.
평소라면 별달리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전부 다 파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인데.
─개미님이 기관님의 개미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
일부 섹터는 특수하다.
계약 한두 개로 주가가 몇십%씩 급등하기도 한다.
엔터주도 그중 하나.
유명 연예인과 계약이 성사되기라도 한다면 엄청난 호재다.
'설마 내부자 매수라도 있는 건가?'
드림걸즈 3기는 예상 이상의 흥행을 거두고 있다.
최근 매수세가 몰릴 만도 한 것이다.
기대감만으로 오른 주가.
정말로 현실이 될 때가 있다.
이태학은 비슷한 경험을 셀 수 없이 해봤다.
꿀꺽!
가장 소름이 돋았던 것은 오성전자다.
1년만에 3배가 급등하길래 적당히 공매도를 쳤다.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을 거란 판단.
현재 코스피 시총 1위라는 걸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3M이 생각보다 안 눌러지네."
"지지선마다 받쳐주는 것 보면 저가 매수 세력이 있는 게 확실한데……."
"좀 더 집중적으로 공매도를 칠까요?"
당시에도 쎄한 느낌이 들어서 공매도를 회수했다.
자신이 20년 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그래, 안전한 게 제일이지.'
기대 수익은 조금 깎여도 된다.
만에 하나의 사태를 일으키지 않는 게 중요하다.
지속적인 매수벽.
해당 주식의 내부자가 호재를 미리 입수한 것일지도 모른다.
"3M을 롱 치고 약국과 JPG를 숏으로 바꿔."
"어? 그러면 지금까지 공매도 친 걸 회수하는 셈이 되는데요."
"자네가 책임질 생각 있나?"
"……아니요."
그런 리스크를 굳이 짊어질 필요 없다.
보다 안전한 주식에서 확실한 수익을 먹으면 된다.
팩트뉴스− 「드림걸즈 '장민서' 3M과 계약 루머. 3M曰 "확정된 사항 없다"」
그리고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슴을 쓸어내릴 만한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휴, 그때 회수해서 망정이지.
드림걸즈에서 가장 핫한 장민서의 계약 이슈.
그것을 미리 안 내부자가 주식을 매수했던 것이다.
자신의 재빠른 판단 덕에 손실을 보지 않았다.
이태학은 자화자찬을 하며 평소처럼 출근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