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250화 (250/450)

EP.250

엔터주

경기도 파주.

"자. 원, 투, 쓰리! 원, 투, 쓰리!"

드림걸즈의 참가자들이 합숙을 하고 있다.

그것은 함께 먹고 자는 것만이 아니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연습.

소라는 트레이너의 박수 소리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있다.

지난 사흘간 어느 정도 적응은 했다.

하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는 것도 있었다.

"7번 연습생!"

"네?'

"지금 여기 끌려온 거에요? 억지로 오기라도 했어요?"

"……."

아이돌을 목표로 한다는 것.

트레이너가 자신의 연습 태도를 나무란다.

'억지로 온 거 맞는데…….'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

참가하게 된 이상 물릴 수도 없으니 말이다.

아주 약간의 불성실.

그조차 꿰뚫어볼만큼 매섭고 날카로운 눈초리다.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거에요. 필사적으로."

"아, 네."

"소라 정도 나이가 되면 더 이상 기회는 없다고 봐야 돼요. 여기서 물러나면 벼랑 끝이 아니라 절벽이에요."

"제 나이요?"

참가자들에게 윤쌤이라 불리는 윤지성 트레이너는 스파르타다.

동시에 참가자 한 명, 한 명을 진심으로 대해줘서 인기도 많다.

'내 나이가 뭐 어때서.'

그것이 부담스러울 뿐.

며칠간의 합숙 동안 살면서 못 들어본 소리, 경험을 전부 해보고 있다.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잘못됐다는 것도 아니다.

소라도 윤쌤의 말을 이해는 한다.

"하, 또 쟤네."

"연습 끊겼어."

"이런 기본적인 것도 안 배우고 그동안 뭐한 거래?"

드림걸즈의 참가자들.

자신 같은 생일반인은 사실상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공부했다 씹련들아.'

대부분이 가수 혹은 배우 지망생이다.

11살부터 준비를 한 참가자도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목표였다.

그런 만큼 이번 프로그램에 어마어마한 집착을 가지고 있다.

"자, 자, 조용!"

""네에~!""

"다시 연습 이어갈 거에요. 처음부터 원, 투, 쓰리! 원, 투, 쓰리!"

아이돌은 20살 전에 데뷔해야 한다.

아무리 늦어도 20대 초까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참가자들은 꿈을 한 번 접었다.

늦은 나이까지 노력을 해봤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내려온 구명줄.

그것이 바로 드림걸즈인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역전시킬 단 한 번의 기회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하라고 하신 거겠지.'

윤쌤은 연습생들의 심정도, 현실도 안다.

성과를 못 낸다면 그동안 해온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다.

꿈을 못 이룬 걸로 끝이 아니다.

아무런 경력도 없이 사회에 내쫓긴다.

그러한 아이돌 업계의 사정을 소라도 이해하지만.

"수고했어요."

""수고하셨습니다!""

자신은 전혀 상관이 없다.

당장 짐 싸들고 나가라면 3분 안에 해낼 자신이 있다.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진짜!'

선배 때문이다.

이곳에 오게 된 것도, 자신이 저런 소리를 듣게 된 것도.

"가슴만 뒤지게 커가지고."

"저런 거 달고 있으니까 미련 곰탱이처럼 움직이지."

"정말! 정말!"

'지들도 달고 싶으면서 씨발련들이.'

윤쌤이 나가기 무섭게 뒷담을 깐다.

그것도 들으라는 듯이 큰 목소리로.

물론 소라도 알고 있다.

지난 사흘을 아무런 의미 없이 보낸 것은 아니다.

"다음 트레이닝 스케줄은 보컬이에요. 휴식 끝나는 대로 이동해야 하니까 몸에 긴장 풀지 마세요."

"네 매니저 오빠~!"

"오빠 여친 있어요?"

"하하, 연습생은 어차피 연애 금지잖아요."

""꺄아~!""

매니저인 전태현씨.

20대 후반로 보이는 남성이다.

그가 자신을 보는 시선이 심상치 않다.

"소라도 가야지."

"네."

"소라 잘하고 있으니까, 아직 며칠 안됐으니까 조급해 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딱히 이성적으로 의식한다는 소리가 아니다.

차라리 그런 거라면 이야기가 간단했을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일반인인 자신이 합격을 한 것부터 이상했다.

자신은 모든 면에서 부족하다.

<음악은 사실 즐기기 위한 거거든.>

<직업이 돼버리면 그걸 잊어버릴 때가 있죠.>

<노력하는 자가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오지.>

되는 대로 한 대답.

<전문적인 트레이닝은 안 받은 거 같은데.>

<목소리 너무 좋아요.>

<우리 회사에 데려와서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주고 싶다!>

되는 대로 부른 노래.

전부 고평가를 받고 있다.

TV에서나 보던 연예인들에게 말이다.

'정말로 잘 불러서 그런 건 아닐 테고…….'

조금 우쭐했던 적도 있다.

유명인의 칭찬을 받았는데 기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합숙을 하며 느꼈다.

여기 있는 누구도 자신보다 훨씬 뛰어나다.

"Make It Louder~!"

어렸을 때부터 트레이닝을 받았으니 당연할 노릇.

일반인인 자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와 목소리 엄청 크네.'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참가자 동기인 장민서의 목소리가 트레이닝실 내부에 울려 퍼진다.

그녀는 자신을 따 시키는 무리의 리더다.

머릿속에는 싫은 감정이 가득 차있음에도.

"전에 지적했던 부분 안정이 됐네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요. 본선은 3대 기획사 연습생들도 참가하니 비교가 될 거에요."

"……알고 있습니다 선배님."

인정을 할 수밖에 없는 가창력.

그조차 어린애를 다루듯이 하는 것이 트레이너다.

'유명 연예인이니까.'

방송사가 하는 프로그램일 만하다.

그런 유명인들이 손수 지도를 해준다.

"다음은 윤소라."

"네!"

"소라는 목소리는 좋은데 꺼내는 법을 모르는 것 같애. 발성 제대로 배운 적이 없지?"

"아, 네……."

자신만 특별 취급.

지금까지 별다른 지적도 없고, 압박감을 느낀 적도 없다.

'질투를 하는 것도 이해는 해.'

굴러 들어온 일반인이 자신들보다 더 인정 받고 있다.

그렇게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냥 잘 못하니까.

어차피 차이가 많이 나니까.

좋게 좋게 말해주는 거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입을 크게 벌리고 불러봐요."

"입을요?"

"턱을 내려주는 거에요. 그러면 안에 있는 성대가 자연스럽게 열려요."

기왕 하게 된 이상 대충 하기는 싫다.

민서의 무리에게 욕을 듣는 것도 신경 쓰이고.

'아! 아! 아~! 이렇겐가.'

확실히 효과적이다.

생초보인 자신도 감을 잡을 수 있을 만큼 쉽고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신다.

업계 탑인 유명인의 지도.

소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해보기로 한다.

설령 비아냥을 들을지라도.

"나도 지도 받고 싶은데."

"맨날 쟤한테만."

"저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니까……."

속삭이는 목소리.

다 들리지만 애써 무시한다.

오직 목소리를 내는 것만 생각한다.

"Make It Louder~~!!"

평소보다 더 크게 울린다.

깊고 맑아서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것처럼 느껴진다.

"오……."

"갑자기 잘 부르네."

"대박이다 트레이너님 지도."

문외한인 소라도 알 것 같다.

지금 자신이 좋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

'이게 노래를 부른다는 기분이구나.'

아이돌.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는 이유를 조금 정도는 이해한 기분이다.

* * *

본방.

〔드림걸즈 갤러리〕

─3기 라인업 짱짱하네

─최애 정했다 ㅋ

─드림걸즈 갤러리 일동은 선언합니다

─슴가단 가입 마렵긴 한데

올해로 3기가 방영된다.

드림걸즈는 튼튼한 콘크리트 팬덤을 가지고 있다.

─드림걸즈 갤러리 일동은 선언합니다

[악수하는 짤.jpg]

팬덤끼리 서로를 공격하지 않으며

방송이 끝나는 마지막 날까지 클린한 팬문화를 만들어나갈 것을 선언합니다

−드림걸즈 갤러리 일동−

└응 갈드컵 열 거야 ㅋㅋ

└너 좆같아서라도 박아줌

└클린 드림갤이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부러 장작 넣는 거지?

그것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닐 뿐.

애청자들 사이에는 한 가지 국룰이 있다.

바로 싸우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참가자를 정하고 서로 대리전을 펼친다.

─3기 라인업 짱짱하네

[일반 참가자 라인업 사진.jpg]

수현이 ㅈㄴ 내 스타일이고

민서도 실력파라 느낌 좋고

외모만 따지면 소라라고 보지만

└아오이 소라좌!

└뭐야 너 슴가단이었어?

└결국 실력 싸움임 ㅅㄱ

└크기가 모든 걸 압도한다

그렇기에 중요하다.

어떤 참가자의 팬이 되는지.

강한 팬덤에 소속되어야 팬질을 하기도 편하다.

그 정도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드림걸즈의 시스템은 잔인하다.

아무리 팬덤이 강해도 참가자가 탈락하면 말짱 꽝이다.

─슴가단 가입 마렵긴 한데

[소라 나오는 장면 캡처.jpg]

연습생 경력이 없어서

중반 전에 탈락할 것 같단 말이지

다음 기수에 참가하면 가입 고려해봄

└님 인생에 그런 가슴 다시는 없어요

└슴가단 가입해라……

└맞말이긴 해

└가슴에 눈 돌아간 놈들만 모르지 ㅋㅋㅋㅋㅋㅋ

수려한 외모.

심사위원들의 호평.

눈길이 안 갈 수가 없는 몸매까지.

드림걸즈의 3기 일반 참가자 소라는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동시에 한계가 있다는 반응도 있다.

첫 심사는 재능을 평가하는 것이었다.

비주얼, 피지컬 성량 등.

그것을 트레이너들이 개화시켜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이 촉박하다.

−느낌 있는데??

−언제 이렇게 잘해졌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성량 ㄷㄷ

−본방 사수하길 잘했다……

−심아람이 칭찬할 만했네

−가슴에서 나온다는 놈 누구냐 ㅋㅋㅋㅋㅋㅋ

−ㅓㅜㅑ

−성량은 역시 슴가빨!

그런 팬들의 우려를 해소시키는 2화였다.

드림걸즈 3기는 성황리에 방영되고 있다.

"개미들 많이 몰리는데?"

"거래 대금도 올라가고 있고……."

"슬슬 처분 시작해도 될 것 같습니다!"

기관으로서는 원하던 바.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무려 1년 전부터 매집하고 있었다.

큰 돈을 움직이는 방식이다.

하루이틀의 변동성에 휘둘리지 않고 천천히.

'공 든 탑을 쌓아 올려서.'

개미들에게 떠넘긴다.

세계의 돈이, 주식 시장이 돌아가는 간단한 구조다.

유성투자증권의 이태학 부장은 미소를 지을 수 있다.

지난 반년간 보통 불안했던 게 아니다.

코스피에 한파가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엔터주가 폭락이라도 한다면?

지난 1년이 도로아미타불이 돼버린다.

보너스는 물론 직장까지 잃을 수 있는 위기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더 이상 참지 않아도 된다.

엔터주의 주식을 드디어 처분할 순간이 왔는데.

"어?"

"왜 그래?"

"매수세가 생각보다 강하네요……."

"개미 붙었나 보지."

"개미라고 보기엔 좀 부자연스러운데."

공매도를 쌓으면서 차근차근 무너뜨린다.

양쪽으로 다 발라 먹을 수 있는 것이 기관의 이점.

'개미가……, 아니야?'

그러려고 했던 이태학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주가의 흐름이 예상에 있던 범주가 아니다.

즉,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 목적을 가지고 주식을 매입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JPG도 약국도 그대로인데 왜 3M만?"

"혹시 그거 아닐까요?"

"3M이 참가자를 스카웃했다던가."

"뭐?!"

욕심이 없는 투자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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